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과 조용범 차관이 8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재정경제기획위원회의 기획예산처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사진=뉴시스


정부가 반도체 호황에 따른 초과세수 등으로 조성하기로 한 162조3000억원 규모의 미래대응기금을 둘러싸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기금 용처에 현금 지원성 사업이 포함됐다는 점에서 '청년·성장동력 투자'라는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의 기획예산처 국정감사에서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미래대응기금을 "국회 감시망을 우회하는 편법이체통장"이라고 규정하며 "결국 이재명 대통령의 쌈짓돈 아닌가. 정부가 주무르는 쌈짓돈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국가재정법 제70조는 국회 의결 없이 기금운용계획을 바꿀 수 있는 범위를 사업성 기금은 주요 항목 지출금액의 20%, 금융성 기금은 30%로 정하고 있다. 정부는 미래대응기금에도 30%를 적용하는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초과세수를 부채 상환에 적극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미래대응기금에 162조원을 편성하면서 104조원을 적립하고 국가부채 106조원을 냈다"며 "빚을 내 기금을 쌓는 구조"라고 말했다. 국가재정법 제90조는 세입에서 세출을 빼고 남은 돈(세계잉여금)을 ▲지방교부세·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정산 ▲공적자금상환기금 출연 ▲국채 등 채무 상환 순으로 쓰도록 정하고 있다. 미래대응기금이 이런 절차를 건너뛰고 초과세수를 별도 기금에 쌓는 것이 적절하냐는 주장이다.

기금 취지에 맞지 않는 포퓰리즘적 현금 지원 사업들이 용처에 포함됐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기금 사업으로 편성된 '청년문화예술패스' 예산은 올해 361억원에서 내년 7925억원으로 22배 늘고, 지원 대상도 28만명에서 약 643만명으로 커진다.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도 올해 본예산의 약 5배인 1조1600억원대가 잡혔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야당의 주장이 근거 없는 정쟁이라며 기금 조성을 옹호했다. 김남준 민주당 의원은 삼성전자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107조4000억원을 기록했다는 점을 거론하며 "반도체 호황이 이루어지고 있다. 역사적인 기회라고도 볼 수 있다"며 "미래 대응을 하지 않는 것이 역사적인 평가를 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문진석 민주당 의원도 "'대통령의 쌈짓돈'이라는 공격은 정쟁적 언어에 불과하다"고 했다.



박홍근 기획처 장관은 "저는 미래를 살리는 기금이라고 생각한다"며 야당의 쌈짓돈 비판에 대해 "전혀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말했다. 국회 통제 약화 지적에는 "결코 국회 심의권 침해가 아니다"라며 "일반회계와 마찬가지로 기금운용계획을 국회에 제출하고 그 범위 안에서 운용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국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미래 망치는 미래대응기금 철회하라' 등이 적힌 피켓을 붙이면서 당초 예정된 시간보다 30분가량 늦게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