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사 수 AMD CEO가 지난 7일 서울 용산구 서울드래곤시티에서 열린 'AMD 게이머 데이'에서 참석자들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글로벌 빅테크 수장들이 국내 반도체 기업들과의 접점을 연이어 넓히고 있다. AI 인프라를 빠르게 확충하는 가운데 이를 뒷받침하는 메모리 반도체의 전략적 가치가 커지고 있어서다. AI 시장 성장세가 가팔라지는 만큼 국내 반도체 기업의 위상과 사업 기회도 확대될 전망이다.

국내 반도체 기업을 향한 글로벌 빅테크들의 관심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리사 수 AMD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의 방한이 대표적이다. 지난 7일 한국을 찾은 수 회장은 AMD 게이머데이 행사 등 현장 곳곳을 살펴봤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경영진과 잇따라 회동하며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반도체 공급망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 회장은 "한국은 AMD에 중요한 생태계로 1~3년의 단기적 관계가 아닌 3~5년 이상의 중장기 파트너십이 필요하다"며 "주요 (메모리) 공급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와의 협력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반도체는 팀 스포츠이기 때문에 많은 (파트너사들과) 정기적으로 만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AMD 차세대 AI 가속기에 양사의 6세대 HBM4가 필요한 만큼 공급망 파트너십을 재확인하고 협력을 강화하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엔비디아도 마찬가지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6월 방한해 국내 반도체 기업들과의 협력 강화에 나섰다. 당시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과 회동한 황 CEO는 SK하이닉스를 가장 큰 메모리 파트너로 평가하며 HBM 공급 확대를 거듭 요청했다. 삼성전자 경영진과도 HBM4E·HBM5 등 차세대 메모리부터 파운드리 사업까지 폭넓은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엔비디아 역시 AI 반도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선 국내 메모리 기업이 필수적이란 분석이다.

지난 7월에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국내 주요 기업과 글로벌 빅테크 총수들이 한자리에 모이기도 했다. 이재명 대통령 방미를 계기로 열린 '샌프란시스코 AI 서밋' 행사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 회장 등을 비롯해 젠슨 황 엔비디아 CEO(최고경영자), 혹 탄 브로드컴 CEO,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CEO 등이 참석했다.



당시 삼성전자는 브로드컴과 약 290조원 규모의 첨단 메모리 공급 및 AI 반도체 생산 협력을 추진하기로 했다. SK그룹도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과 약 1085조원 규모의 첨단 메모리 공급을 포함한 협력에 나서기로 하는 등 유의미한 성과를 거뒀다.

이제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먼저 찾을 정도로 국내 반도체 기업의 경쟁력이 높아졌다는 평가다.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범용 D램은 물론 HBM4·HBM4E 등 차세대 HBM으로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며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AI 반도체 성능과 전력 효율을 좌우하는 고부가 메모리 기술력을 앞세워 글로벌 빅테크의 핵심 협력사로 자리매김했다는 분석이다.

높아진 시장 영향력은 양사의 실적 성장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영업이익 107조4000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달성했다. 연간 영업이익도 37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 역시 3분기 77조원에 이어 연간 263조원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