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이 12일 전남청사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남청사 상시 집무를 통해 서남권 현안 챙기기에 나서겠다고 밝히고 있다./전남청사=홍기철기자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의 인사 원칙이 시험대에 올랐다. 광산구청장 시절 부구청장 자체 승진을 놓고 광주시와 맞섰던 그가 특별시장 취임 후에는 시·군 부단체장 인사교류를 지속적으로 독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리가 바뀌자 원칙도 달라진 것인가. 민 시장은 2015년 광산구청장 재임 당시 부구청장 자체 승진 의사를 밝혀 광주시와 갈등을 빚었다. 2018년에는 실제 내부 승진으로 부구청장을 임명했다. 광역단체의 인사 관행보다 기초단체의 인사 자율권을 앞세운 선택이었다.



그러나 민 시장은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취임 이후 전혀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특별시는 순천을 제외한 9개 시·군에 광역단체 출신 부단체장을 배치했고 순천에도 수차례 수용을 요청했다. 특별시는 통합 초기 조직 안정과 인사교류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오는 11월 시·군과 인사교류협약도 추진하고 있다.

인사교류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광역과 기초단체 간 인적 교류는 행정 역량을 높이는 수단이 될 수 있다. 문제는 교류의 필요성이 기초단체의 인사 자율권을 앞서는 순간이다. 광역단체의 인사 적체를 해소하기 위해 기초단체가 자체 승진 기회를 양보해야 한다면 그 부담은 누가 지게 되는가.

물론 광산구청장 시절과 통합특별시장 취임 이후의 행정 환경은 다르다. 통합에 따른 조직 재편과 인사 수요도 고려해야 한다. 그렇다고 과거의 원칙과 현재의 정책 사이에 놓인 간극까지 설명 없이 넘어갈 수는 없다.



상황이 달라졌다면 무엇이 달라졌는지, 원칙을 조정했다면 왜 조정했는지 시민에게 밝혀야 한다.

전남광주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도 지난 9월17일 정기총회에서 부단체장 인사 자율권 보장을 위한 공동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이는 이번 논란이 순천만의 문제가 아니라 다른 기초단체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오는 11월 추진될 인사교류협약은 민 시장의 입장을 확인할 계기가 될 전망이다. 기초단체의 자체 승진과 자발적 인사교류를 함께 보장하는 제도적 해법을 마련할 것인지가 핵심이다.

광역단체의 인사 수요만 앞세운다면 통합의 명분인 상생과 균형도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자신이 구청장일 때는 자율권을 주장하고 광역단체장 자리에 오른 뒤에는 조직 안정을 내세운다면 시민들은 그 차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과거의 선택과 현재의 정책이 다르다는 사실만으로 잘못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설명의 책임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민 시장은 인사교류의 필요성을 반복하기에 앞서 과거 자신이 지키려 했던 원칙과 지금의 정책이 어떻게 양립하는지 답해야 한다. 권한은 달라질 수 있어도 원칙의 변화에는 설명이 따라야 한다.

통합특별시의 성공은 조직을 얼마나 빨리 정비하느냐뿐만 아니라 광역과 기초단체가 서로의 권한을 얼마나 존중하느냐에 달려 있다.

자리가 바뀌어도 원칙은 같아야 한다. 오는 11월 인사교류협약에서 민 시장이 어떤 기준을 제시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