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와의 인터뷰를 진행한 이수만 A20엔터테인먼트 키 프로듀서 겸 비저너리 리더. /동행미디어 시대


H.O.T.부터 동방신기, 소녀시대까지 K팝의 신화를 써온 이수만 A2O엔터테인먼트 키 프로듀서 겸 비저너리 리더가 다시 현장에 섰다. 그가 공들인 보이그룹 A2O SOUL(소울)과 걸그룹 A2O LITE(라이트)는 단번에 대중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1995년 SM엔터테인먼트를 창립한 그는 캐스팅·트레이닝·프로듀싱·매니지먼트를 하나로 묶은 컬처 테크놀로지(CT)로 K팝 제작 시스템의 틀을 짰다. 한동안 대중의 기억에서 멀어졌지만 지난 12일 데뷔 쇼케이스를 연 A2O LITE가 역대 최단인 데뷔 29시간만에 각종 음원차트 정상을 휩쓰는 등 "역시 이수만"이란 찬사를 받으며 3년 만에 화려하게 복귀했다.



오는 21일 본지 주최 시대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는 한국 대중음악계의 산증인인 그에게 AI 시대 K컬처가 나아갈 길을 물었다. 70대 중반에도 지치지 않는 열정과 시대를 앞서가는 혜안을 지닌 '현역' 프로듀서로서 오랜만에 국내 무대에 복귀하게 된 소감은 물론 AI시대, K팝의 다음을 이끌 원동력 및 K컬처가 30년 뒤에도 사랑받기 위한 원칙 등에 대해 조언했다.

-경업금지 기간을 마친 뒤 신인 그룹을 선보이게 된 계기는.
▷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즐겁게 일할 수 있다면, 가능하다면 죽을 때까지 이 일을 하고 싶다. 새로운 아티스트를 발굴하고 새로운 음악과 콘텐츠를 만들고 아직 세상에 없었던 것을 상상해 현실로 만드는 일은 내게 사업이라기보다 가장 즐겁게 해온 일이다. 어느 한순간 '다시 시작해야겠다'고 결심했다기보다는 계속 음악과 콘텐츠의 미래를 생각해 왔다. 기술과 세대가 바뀌면 사람들이 음악을 듣고 콘텐츠를 경험하는 방식도 달라진다. 그러면 프로듀서로서 또 새로운 것을 만들어보고 싶어진다. A2O엔터테인먼트도 그런 생각에서 시작했다. 지금의 세대에게 내가 무엇을 새롭게 보여줄 수 있을지 즐겁게 도전해보고 싶다.

3년 만에 국내 활동을 재개한 이수만 A2O엔터테인먼트 키 프로듀서 겸 비저너리 리더가 동행미디어 시대와 서면 인터뷰를 갖고 K컬처에 미래에 대해 전했다. 그는 AI시대, 인간의 지혜가 하고, 한국이 문화강국이 되려면 '프로듀서의 나라'가 되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사진은 그가 지난 12일 공개한 A2O라이트와 소울로, 이들은 데뷔와 동시에 각종 음원차트를 휩쓸었다. 왼쪽은 A2O 라이트, 오른쪽은 A2O소울./뉴시스,동행미디어 시대



-A2O 소울과 라이트를 통해 보여주고 싶은 것은.
▷ 유행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는 새로운 흐름을 만들 수 없다. 소울을 만들면서는 "K팝이 음악의 본질을 잊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질문을 했다. 그래서 "듣기만 해도 좋고 보면 더 좋은 음악을 만들 수는 없을까"를 고민한 끝에 내가 '뉴 신스웨이브'(New Synth Wave)라고 부르고 싶은 음악적 방향을 정했다. 라이트에서는 여성의 강하면서도 절제된 모습은 무엇일까를 고민했다. 각 멤버가 자신만의 개성과 탤런트가 분명하면서도, 함께 무대에 섰을 때는 K팝 그룹만이 보여줄 수 있는 일체감과 퍼포먼스의 힘을 보여주고 싶었다.



-K팝 제작에서 AI는 어떤 의미인가.
▷ 앞으로는 거의 모든 일이 AI와 관련되고 AI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느냐가 중요해질 것이다. AI는 단순히 일을 조금 더 빠르게 해주는 도구가 아니다. 일하는 방법 자체가 달라지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에는 여러 작곡가와 편곡가에게 부탁해 다양한 버전을 만들어보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았다. 이제 AI로 수많은 가능성을 더 쉽고 빠르게, 그리고 경제적으로 시뮬레이션해볼 수 있다. 창작자의 선택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많은 시도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준다고 생각한다.

- CT는 AI 시대에도 유효한가.
▷ 그렇다. 오히려 AI 시대에 더욱 빠르게 진화할 수 있다. CT는 단순히 문화에 기술을 더하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기술이 나왔을 때 그것을 문화와 어떻게 연결하고 이전에는 만들 수 없었던 콘텐츠와 경험을 만들어낼지 고민하는 것이다. 반대로 새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어떤 기술이 필요한지 찾는 것도 CT다. AI 덕분에 더 빠르게 정보를 얻고 공유할 수 있으며 훨씬 많은 가능성을 미리 시도하고 검증할 수 있게 됐다. 기술이 달라지면 CT의 방법은 달라져야 한다. 그러나 새로운 기술을 문화와 연결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낸다는 생각은 계속 유효하다.

- 현재 가장 공들이는 기술은.
▷ 4DGS(4D Gaussian Splatting)다. 16년 전 직접 '매트릭스 카메라 시스템'(Matrix Camera System)을 만들어 뮤직비디오에 쓰면서부터 "이것을 스틸 카메라가 아니라 비디오 카메라로 구현할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를 생각해 왔다. 기존 영상에는 카메라가 촬영하지 않은 시점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4DGS로 찍으면 촬영이 끝난 뒤에도 원하는 위치와 앵글에서 아티스트를 바라볼 수 있다. 지난 13일 데뷔한 소울과 라이트의 뮤직비디오와 티저 콘텐츠도 이 기술로 촬영했다. 이 변화를 촬영하는 카메라에서 창조하는 카메라로 달라졌다고 표현하고 싶다.

- AI 아티스트를 선보일 계획도 있나.
▷ 있다. 곧 '아담 밴드'(ADAM BAND)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AI 아티스트를 선보일 예정이다. 다만 AI로 만든 존재가 많아질수록 실제 사람인 셀러브리티의 가치가 더욱 소중해질 것이다. 사람이 가진 삶과 경험, 성장 과정, 무대에서의 순간, 팬과 함께 만들어가는 시간은 그 자체로 가치가 있다. AI 아티스트와 인간 아티스트는 어느 하나가 다른 하나를 없애는 관계라기보다 서로 다른 가능성으로 새로운 콘텐츠와 경험을 만들어가는 관계가 될 것이다. AI 아티스트 역시 현실에서는 구현하기 어려웠던 새로운 모습과 음악, 세계와 콘텐츠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 K팝의 다음 성장을 이끌 동력은.
▷ 공연이 지금보다 훨씬 더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산업의 규모만큼 중요한 것이 그 산업의 중심이 어디에 있느냐다. 미국이 세계 대중문화 산업의 중심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콘텐츠뿐 아니라 그것을 만들어내고 유통하는 산업 구조가 함께 있었기 때문이다. 세계의 아티스트들이 한국에 와서 데뷔하고 활동하며 세계의 인재들이 한국에서 음악과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 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특히 중요한 것은 프로듀서다. K팝의 다음 성장은 한국이 세계의 아티스트와 프로듀서가 모이는 문화산업의 중심이 되는 데서 찾아야 한다.

- '프로듀서의 나라'가 되려면 무엇이 달라져야 하나.
▷ 제도와 법부터 바뀌어야 한다. 좋은 인재를 한국으로 데려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들이 한국을 기반으로 장기간 활동하면서 세계 시장을 향해 콘텐츠를 만들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동시에 프로듀서를 전문 창작자이자 산업의 핵심 인재로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도 필요하다. 가수를 잘 만드는 나라를 넘어 가수를 만들어내는 프로듀서를 잘 만드는 나라가 돼야 한다. 세계의 인재들이 "아티스트가 되려면 프로듀서가 되려면, 한국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 그것이 시작이다.

- 30년 뒤에도 K컬처가 사랑받으려면.
▷ 과거의 성공 방식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무엇이 다른가?"(What's the Difference)를 질문해야 한다. 새로운 것을 찾고 실험하고, 필요하다면 새로운 기술까지 만들어야 한다. 새롭고 다르면서도 사람들이 '좋다'고 느끼고 사랑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것, 그것이 다음 세대에도 지켜져야 할 가장 중요한 원칙이다. 그리고 지금이 인류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지혜가 필요하고 중요한 때다. 기술이 얼마나 발전하는가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기술을 어떤 형태로 존재하게 하고 어떻게 사용되도록 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우리의 지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