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라젬 창업주인 이환성 회장이 전문경영인인 이경수 대표이사를 성인양자로 입양하고 지분 승계에 나섰다. 혈연관계가 없던 경영자를 법적 가족으로 받아들여 지분을 이전한다는 점에서 일본 기업들이 활용해온 성인양자 기반 승계 방식과 닮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세라젬은 이 회장이 이 대표를 후계자로 정하고 전체 발행주식의 10%를 증여하는 1차 지분 승계를 마쳤다. 성인양자 입양 절차는 지난해 완료했으며 지분 증여와 증여세 신고를 마무리했다.
세라젬 관계자는 "이번 승계는 창업주의 기업가 정신과 20여 년간 검증된 차세대 경영자의 역량을 연결해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결정"이라며 "안정적인 지배구조와 책임경영을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결정은 일본 기업의 성인양자 승계와 유사한 방식으로 평가된다. 일본에서는 가업을 이을 자녀가 없거나 경영 능력을 갖춘 후계자를 찾기 어려울 때 사위나 전문경영인을 양자로 들여 기업을 승계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대표적인 사례는 스즈키자동차를 이끈 스즈키 오사무다. 그는 창업주 일가와 혼인한 뒤 양자가 돼 스즈키 성을 사용했으며, 1978년 사장에 올라 장기간 회사를 이끌었다.
일본에서는 성인양자 제도가 기업 승계 수단으로 폭넓게 활용돼 왔다. 혈연 중심 승계의 한계를 보완하고 경영 능력이 검증된 인재에게 경영권을 넘길 수 있다는 점에서 제조업과 장수기업을 중심으로 확산했다.
일본 기업들 사이에서는 사위나 전문경영인을 양자로 받아들여 경영을 이어가는 사례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번 세라젬 사례 역시 혈연보다 경영 역량을 우선한 승계 모델이라는 점에서 국내 재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결정이 향후 경영권 승계까지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김상훈 법무법인 트러스트 대표변호사는 "한국에서는 드문 사례로 제3자보다 양자에게 증여할 경우 친족 관계에 따른 증여재산공제 적용이 가능하다"며 "가업 승계를 위한 증여·상속 과정에서 세제 측면의 이점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후계자로 낙점된 이 대표는 2003년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전략기획과 마케팅, 국내외 영업 등을 두루 거친 내부 출신 경영인이다. 2017년 중국 쓰촨성에서 대리점 사업을 운영한 뒤 국내 사업을 맡아 체험형 매장인 '웰카페' 도입과 의료가전 사업 확대를 이끌었다.
이 대표는 최근 인공지능(AI)과 주거공간을 결합한 'AI 웰니스 홈'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70개 파트너사와 헬스케어 얼라이언스를 출범시켰으며 전국 110여개 웰라운지와 시니어 특화 공간 '웰스클럽' 등을 통해 고객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
실적도 개선됐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세라젬 매출은 2020년 3003억원에서 2021년 6670억원, 2022년 7501억원으로 늘었다. 이후 2023년 5846억원, 2024년 5460억원을 기록했으며 지난해에는 5497억원으로 소폭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2020년 236억원에서 2021년 924억원으로 증가한 뒤 감소세를 보였으나 지난해에는 257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1091% 늘었다.
이윤환 법률사무소 윤헌 대표변호사는 "양자 입양을 통해 전문경영인이 법적 자녀로서 상속받을 수 있는 지위를 갖게 된다"며 "현재의 지분 증여를 넘어 향후 남은 지분의 상속까지 고려한 결정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세라젬은 향후 추가 지분 이전 가능성도 열어뒀다. 회사 관계자는 "양자 입양을 통한 승계가 기업의 안정성과 경영 연속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판단했다"며 "회사의 성장과 지배구조 안정성 등을 고려해 중장기 승계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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