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서울 세빛섬에서 열린 동행미디어 시대 주최 'K컬처×테크' 포럼에 참석한 (왼쪽부터)이수만 A2O 키 프로듀서, 세실리아 셴 유토파이 CEO, 김그륜 감독. 이들은 AI 시대에도 인간의 창의성과 문화적 감각이 중요하다고 말했다./조현호 기자


"무엇이 다른가." 이수만 A2O엔터테인먼트 키 프로듀서가 새로운 음악과 아티스트, 기술을 만날 때마다 던져온 질문이다. 인공지능(AI)이 콘텐츠 제작의 문턱을 낮추면서 영상 제작부터 스토리 개발, 글로벌 유통까지 창작의 가능성이 넓어지고 있다. 기술만으로는 차별화가 어려워진 만큼 무엇을 만들지 결정하는 창의성과 좋은 콘텐츠를 가려내는 감각, 고유한 문화적 정체성이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프로듀서와 세실리아 셴 유토파이 스튜디오 최고경영자(CEO), 김그륜 감독은 기술이 인간의 창작 역량을 대체하기보다 확장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 프로듀서는 21일 서울 세빛섬 플로팅아일랜드 컨벤션에서 열린 동행미디어 시대 주최 '시대포럼'에서 '인간의 창의성과 K컬처의 미래'를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며 기술 발전 속 문화의 역할을 강조했다. '무엇이 다른가'라는 질문에는 기존 콘텐츠와 차별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람들이 좋아하고 사랑할 수 있는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 담겼다.

그는 컬처 테크놀로지(CT)의 사례로 4D 가우시안 스플래팅(4DGS)을 소개했다. 여러 대의 카메라로 사람의 움직임을 다양한 시점에서 기록해 촬영 이후에도 원하는 위치와 각도에서 장면을 재구성할 수 있는 기술이다. 신인 그룹 A2O 소울과 A2O 라이트의 뮤직비디오 및 티저 콘텐츠에도 활용했다. 이 프로듀서는 이를 두고 "촬영하는 카메라에서, 창조하는 카메라로"라고 표현했다.

그는 4DGS가 사람의 움직임과 시간·공간을 기록해 미래 AI와 로봇의 학습에도 활용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어쩌면 이것이 인간이 만들어낸 마지막 기록장치가 아닐까"라며 의사의 수술 동작이나 장인의 손기술처럼 개인이 축적한 경험도 미래에 전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술이 얼마나 발전하는가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기술을 어떻게 존재하게 할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사용되도록 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우리의 지혜"라며 "기술이 발전할수록 컬처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부연했다.



K팝의 미래 역시 새로운 차이를 만드는 데 달렸다고 봤다. 이 프로듀서는 A2O 소울을 제작하며 "듣기만 해도 좋고, 보면 더 좋은 음악을 만들 수는 없을까"라는 질문을 던졌다고 밝혔다. AI 아티스트의 등장에 대해서는 "AI로 만들어진 존재가 많아질수록 실제 인간인 셀러브리티의 가치는 더욱 소중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AI 기술로 할리우드의 콘텐츠 제작 방식을 바꾸고 있는 셴 CEO는 1부 첫 번째 발표자로 나서 'AI 네이티브 스튜디오: 기술과 제작의 결합'을 주제로 AI가 콘텐츠 제작비를 낮추는 데 그치지 않고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제작·유통 구조와 콘텐츠 형식까지 바꿀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영상 생성 기술에서 중요한 것은 창작자의 의도대로 장면을 구현하는 능력이라고 강조했다.

셴 CEO는 "아름다운 이미지를 생성하는 것과 그 이미지를 연출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짚었다. 단순히 영상을 생성하는 수준을 넘어 창작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구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AI가 제작비를 낮추면 독립 제작사도 대규모 예산이 필요한 작품에 도전하고 자체 IP를 확보할 가능성이 커지고, 시장별 관객 반응을 분석해 맞춤형 마케팅을 진행하면 해외 유통 비용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청자의 취향에 따라 줄거리와 대사, 전개 속도, 결말까지 달라지는 개인화 콘텐츠의 등장도 내다봤다.

한국이 이러한 변화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도 봤다. 글로벌 영향력을 갖춘 K컬처가 AI와 결합하면 새로운 엔터테인먼트 형식을 선도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K팝과 영화, 애니메이션, 상호작용형 콘텐츠를 하나의 세계관으로 연결하는 방식도 가능성으로 제시했다. 셴 CEO는 "기술은 더 많은 사람에게 창작의 기회를 제공할 뿐 아니라 훌륭한 아이디어가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도록 한다"고 말했다.

드라마 '더 라스트 오브 어스'의 메인 타이틀로 에미상을 받은 김그륜 감독은 1부 두 번째 발표자로 나서 'AI 시대의 창작, 콘텐츠 제작 방식의 변화'를 주제로 첨단 기술 시대 창작자의 경쟁력으로 경험에서 비롯된 판단력과 실행력을 꼽았다. AI는 반복 업무의 자동화를 넘어 초기 아이디어 구상부터 시제품 제작, 표현 방식 확장, 결과물의 완성도 향상까지 창작 전반에 활용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아이디어를 빠르게 시각화하고 다양하게 실험할 수 있게 되면서 창작의 범위도 넓어지고 있다고 봤다.

김 감독은 "반복적이고 기계적인 작업인 '태스크(Task)'는 AI로 자동화할 수 있지만, 무엇이 좋은지 판단하고 방향을 정하는 '테이스트(Taste)'는 인간의 몫"이라고 말했다. 단순한 기술 숙련보다 각자의 분야에서 쌓은 경험과 판단력이 중요해진다는 것이다. 그는 "완벽하게 준비한 뒤 시작하기보다 빠르게 실행하고 실험하며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 태도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국 콘텐츠의 차별화 요소로는 '고유한 문화적 감각'을 제시했다. 김 감독은 "한국 특유의 유머와 댓글 문화 등을 콘텐츠에 녹여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매력을 만들어야 한다"며 "숏폼 콘텐츠 역시 길이만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완성도와 새로운 형식, 표현의 스케일을 높여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