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이 대남 확성기 방송 재개를 예고하면서 접경지 주민들의 불안이 커가고 있다. 1년 가까이 밤낮없이 귀신 울음 같은 괴성과 쇠 긁는 소리를 견뎌야 했던 기억이 아직 생생해서다. 전문가들은 주민 피해 예방을 위해 방음창 지원 등의 조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26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은 지난 21일 담화에서 "10월 중으로 대한국 심리전 확성기들이 전 국경선에서 가동 상태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비무장지대(DMZ)에서 북한이 매설한 지뢰로 우리 군 장병 3명이 다친 이후 남북 간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나온 발언이다.
북한은 2024년 7월부터 1년 가까이 여성 비명소리와 총소리 등이 뒤섞인 소음방송을 내보냈다. 피해는 인천 강화군에 집중됐다. 인천시에 따르면 송해·양사·교동면 주민 8800여 명 중 4600여 명이 수면장애와 스트레스를 호소했다. 인천시 보건환경연구원이 그해 10월 북한과 1.8㎞ 떨어진 송해면 당산리에서 측정한 소음은 80㏈(데시벨)로, 북적이는 커피전문점(68.7~75.9㏈, 2019년 아주대 연구)보다 컸다.
주민들은 수면제 없이 잠들기 어려웠다. 영유아가 경기를 일으킨다는 호소도 잇따랐다. 송해면서 숙박업소를 운영하는 한 주민은 동행미디어 시대에 "당시 귀신 소리 등 온갖 기괴한 소리가 들려 정신과 치료를 받는 주민들도 많았다"고 토로했다. 조근호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회장은 "층간소음보다 심한 수준인데 야간에 들린다면 잠자기 힘들 것"이라며 "일시적 노출과 밤낮 장시간 노출은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해결책으로 꼽히는 것은 방음벽이다. 소음원과 사람 사이에 틈 없이 무거운 벽을 세워 소리가 넘어오는 길을 끊는 방식으로, 콘크리트벽이나 흙둑, 방음 패널 등이 쓰인다. 싱가포르인인 간운셍 아시아·태평양 신호정보처리학회(APSIPA) 회장은 "특정 방향에서 소리가 오는 경우 빛과 상당히 비슷하게 소리도 전파되는데, 벽이 이런 장벽을 통해 소리를 차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소리로 소리를 지우는 능동형 소음 제어(ANC) 기술을 동원할 수는 없을까. 야외 확성기 방송에 적용하긴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 기술은 헤드폰처럼 귀와 스피커가 가까우면 잘 맞아떨어지지만 야외에서는 상쇄되는 범위가 극히 좁아지기 때문이다. 간운셍 회장은 "1000Hz 미만의 둔탁한 저주파에만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상돈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도 "야외에서는 기술적으로 어려워 아직 실용화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당장의 현실적인 대안은 창호 보강이다. 장서일 서울시립대 환경공학부 교수는 "우선은 공항 주변처럼 이중·삼중창을 설치하도록 지원하는 게 가장 현실적"이라고 했다. 간 회장도 "창문을 닫고 이중창을 설치하면 소음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다"고 했다. 인천시는 2024년 말 소음이 가장 심한 마을 35가구에 방음창을 설치했다.
다만 아무리 성능이 뛰어난 방음창을 설치하더라도 농사 등 실외 활동 시 소음 피해는 여전히 남는다. 확성기를 멈춘 건 늘 남북의 합의였다. 2015년 목함지뢰 도발 뒤 재개된 확성기는 '8·25 합의'로 보름 만에 꺼졌고, 지난해 6월에도 남측이 대북 방송을 먼저 멈추자 북측이 호응했다.정성장 세종연구소 부소장은 "정전협정을 대체하는 새로운 협정을 남·북·미·중이 채택하는 등 보다 큰 그림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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