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한 선거관리위원회 특별검사(가운데)가 2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서 진행된 현장 검증에 참석하고 있다./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이 정기국회 내 처리를 추진하는 '조작기소 특검법'에 검사 30명을 파견받을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이 담겼다. 검사의 수사권을 폐지한 여권이 정작 검찰의 조작수사·기소 의혹을 규명할 특검에는 검사들을 동원하려는 것이다. 이미 출범한 6개 특검의 파견검사 정원 160명과 합치면 최대 190명에 달한다. 수사·기소 분리라는 검찰개혁의 원칙과 특검 운영 방식이 엇갈린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미제사건이 18만건을 넘는 공소청의 인력난을 가중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28일 국회에 따르면 천준호 민주당 의원 등 31명이 지난 4월30일 발의한 조작기소 특검법안(윤석열 정권 검찰청, 국가정보원, 감사원 등의 조작수사·조작기소 등 의혹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은 특검이 관계 기관장에게 검사 30명과 공무원 170명 이내의 파견을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이 법안은 검찰청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으로 분리되기 전 발의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심사에서 파견 규모와 방식이 바뀔 수 있다.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수사하는 선거관리위원회 특검팀도 검사 18명을 파견받아 수사에 투입했다. 7월31일 국회를 통과해 10월2일 시행된 개정 형사소송법은 검사의 수사권을 규정한 제196조를 삭제했다. 이에 따라 공소청 검사는 원칙적으로 송치 사건의 기소 여부 판단과 공소 유지만 맡는다. 그러나 개정법 부칙 제14조는 특검과 특검보, 파견검사 등에게는 종전 법률에 따른 수사권을 유지하도록 예외를 뒀다.

공소청 소속 한 검사는 동행미디어 시대에 "적폐라며 검사에게 수사권이 없어도 된다고 할 땐 언제고, 민주당이 주도하는 특검을 할 때만 검사를 동원하는 걸 보면 결국 경찰만으로는 수사가 어렵다는 걸 방증하는 것 아니냐"며 "한시 조직인 특검이야말로 수사권 남용 위험이 더 큰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비슷한 논란은 문재인 정부 때도 있었다.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부동산 투기가 검찰 수사 대상에서 빠진 직후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의혹이 터지자 여야는 특검 도입에 합의했다. 당시 법조계에서는 파견검사가 수사를 주도해 수사권 조정 취지가 무색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재명 정부에서 출범한 내란·김건희·채상병 등 3대 특검과 관봉권·쿠팡 상설특검, 2차 종합특검, 선관위 특검 등 6곳의 법정 수사 인력 정원 약 1060명 가운데 15%인 160명이 파견검사다. 조작기소 특검까지 더하면 최대 190명이 이른다. 3대 특검만 보면 파견검사가 577명 중 120명(20.8%)이었다. 특검 6명 중 3명, 특검보 28명 중 16명도 검사 출신이다.

파견검사의 법적 지위를 둘러싼 혼선은 공소청 출범 직후부터 이어졌다. 일부 재판부는 검찰청 소속으로 파견된 검사의 공판 참여 자격을 문제 삼아 재판을 중단하거나 파견검사를 배제했다. 입법 과정에서도 혼선이 빚어졌다. 민주당 소속 법사위원 10명은 9월8일 선관위 특검 파견검사의 수사권 근거 조항 등을 삭제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이틀 만에 철회했다.

특검 차출이 공소청의 인력난을 키울 것이란 우려도 크다. 공소청은 법정 검사 정원 2292명의 80~85% 수준인 약 1900명으로 출범했다. 넘겨받은 미제사건은 9월 말 기준 18만6307건으로 검사 1인당 미제 부담은 2024년의 약 4.2배다. 수사관을 내줄 중수청 사정도 비슷하다. 중수청은 정원 2874명 가운데 1900명(66.1%)만 확보한 채 출범했고 실무를 이끄는 4급 수사관 충원율은 22.6%에 그쳤다.

검사장 출신 한 변호사는 "검찰개혁 과정에서 검사들이 많이 그만뒀고 남은 검사들도 특검에 계속 빠져나가면서 그동안 미제사건이 엄청나게 쌓였다"며 "(새로 파견되는 검사가) 30명이라고 해도 일선에서 큰 역할을 하는 중견 검사들인 만큼 (공소청·중수청에는)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형사 전문 변호사는 "각종 특검의 여파로 웬만한 사건도 처리에 1년씩 걸리고, 부실 처리로 경제사범조차 제대로 기소하지 못하는 등 민생 사건 처리에 차질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