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신재민 편집위원


집권 여당이 헌정 사상 처음으로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국정조사 추진을 결의한 데 대해 법조계의 우려가 크다. 조사 범위에 따라 헌법과 관련 법률에 위배될 소지가 있는 데다 실체적 진실 규명 없이 '정치적 공방'으로 흘러 사법부 독립을 침해한 '나쁜 선례'로 남을 수 있다는 점에서다.

지난 27일 조 대법원장에 대한 국정조사를 결의한 더불어민주당은 아직까지 구체적인 국정조사 범위를 밝히지 않았다. 다만 민주당 내에서는 △대법관 후보자 재제청 거부 △국정감사 증인선서 거부 △업무추진비 부당집행 의혹 △비상계엄 연루 의혹 등이 조사 대상으로 거론된다.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사건에 대한 대선 전 유죄 취지 파기 환송과 오세훈 서울시장 정치자금법 위반 2심 무죄 등도 규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대법원장을 국정조사장에 세울 수 있느냐부터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의원을 지낸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법학)는 "국정조사는 미국으로 치면 조사 청문회(Oversight Hearing)라고 할 수 있는데, 그 대상에 대법원장이 포함된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승대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법행정이라면 법원행정처장이 있는데, 대법원장을 소환하는 건 사법권 독립 침해 측면이 크다"고 지적했다.

조사 범위는 가장 큰 논란거리다. 대법관 후보자 재제청 거부 논란의 경우, 헌법상 대법원장의 제청권과 대통령의 임명권이 부딪치는 사안으로 헌법재판소에서 권한쟁의 심판이 가능하다. 이를 국정조사 대상으로 삼을 수 있는지를 두고 법조계 시각은 엇갈린다. 김상겸 동국대 법무대학원 명예교수는 "재제청 문제는 재판에 관련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국정조사를 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조 대법원장의 업무추진비 의혹 사건은 이미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에 배당된 상태다. 이를 조사 범위에 포함할 경우 '재판이나 수사에 관여할 목적으로 국정조사 권한을 행사해선 안 된다'는 국정조사법 8조에 저촉될 수 있다.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사건 파기 환송과 오 시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2심 무죄 선고 역시 아직 진행 중인 사건인 만큼 같은 이유로 논란이 될 수 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회가 행정부와 사법부를 견제하기 위해 국정조사권을 발동할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재판에 개입해선 안 된다. 국정조사계획서에 포함하지 않더라도 국조특위 위원이 현장에서 구체적 재판을 언급하면 권력분립에 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비상계엄 연루 의혹은 이미 내란특검(특별검사 조은석)이 무혐의 처분한 사안이다. 양홍석 법무법인 이공 변호사는 "비상계엄 당시 대법원의 역할을 국정조사를 통해 따져볼 수 있지만, 특검이 두 차례나 있었고 새로운 사실도 없다. 지금 국정조사를 하기에는 동력이 부족해 보인다"고 말했다.

정치권과 법조계에선 여권이 국정조사를 밀어붙이더라도 조 대법원장이 출석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 경우 여권은 국회증언감정법에 근거해 동행명령권을 발동하거나 국회 차원에서 고발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고발까지 이어진다면 사법부 독립 침해 논란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김승대 교수는 "국회증언감정법은 (헌법의) 하위 법률이다. 사법권 독립을 침해하는 행동을 하게 되면 위헌이고 무효다. 한마디로 불법이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