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보험사들이 연 4%대 후반 확정금리를 내건 연금보험을 은행 창구에서 앞다퉈 팔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은행 창구./뉴시스


연 4%대 후반의 고금리 연금보험 판매가 늘면서 은행과 보험사 간 엇박자가 커지고 있다. 은행은 방카슈랑스 판매 확대로 수수료 수익을 거두는 반면 보험사는 고금리 확정 계약이 쌓일수록 역마진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금융회사의 연금보험 판매 전략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동양생명과 한화생명, KB라이프는 연 4.52~4.84%의 확정금리를 내건 연금보험을 판매하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최고금리(연 3.60%)보다 높은 수준이다.

은행은 연금보험 판매액의 1~2%를 수수료로 챙긴다. 5대 은행의 9월 방카슈랑스 판매액은 3조3771억원으로 전월보다 59.6% 늘었고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의 3분기 수수료 수익은 766억원으로 전분기(379억원)보다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보험사의 금리 부담이 커지고 있다. 5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연 3.9% 수준인 가운데 연 4%대 후반의 확정금리를 제시하면서 역마진이 발생할 우려다. 2016년 ABL생명은 자산운용수익률이 4%인 상황에 확정이율 5~6%를 제시했다가 역마진이 발생했고 2021년 확정금리 6.5%의 알리안츠파워보험 일부 계약을 재보험사에 넘기는 공동재보험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일본은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 판매했던 고금리확정형 상품 판매에 역마진 사태를 겪었다. 급속한 경기 침체에 투자수익률이 악화됐고 부실 보험회사에 대한 불안감에 해약이 급증하며 생보사 7개와 손해보험사 2개가 약 문을 닫기도 했다.

노건엽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고금리확정형 상품은 금리 하락기에도 약정이율을 지급해야 한다"며 "기존 고정금리 부채가 많은 상황에서 신규 계약을 늘리면 운용수익과 부채 비용의 격차가 커질 수 있어 금리 위험을 고려한 자산·부채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희우 연구위원은 "장기 고금리확정형 보험을 보유한 보험사는 가용자본 감소와 요구자본 증가로 지급여력비율이 악화될 우려가 있다"며 "내년 기본자본 지급여력비율 제도 시행에 대비해 기본자본 중심의 자본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