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천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 위원장이 3일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서 열린 한우페스타 in 청계광장에서 동행미디어 시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조현호 기자


"한우를 수출할 수 없다면 맛보러 오게 하자."

민경천 한우자조금관리위원장 겸 전국한우협회장(69)이 직원들에게 던진 주문이다. 한우자조금은 국내 소비자에게는 할인행사로 가격 문턱을 낮추고, 외국인에게는 한우의 맛을 알려 다시 한국을 찾게 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올해 처음 법정기념일이 된 '한우의 날'을 계기로 안팎의 수요를 함께 넓혀 한우 가격 안정으로 잇겠다는 구상이다.

3일 한우의 날 기념 할인행사 '한우페스타'가 열린 서울 청계광장에서 민 위원장을 만났다. 행사장에는 개장 세 시간 전인 오전 8시부터 줄이 늘어섰다. 민 위원장은 "소비자들이 왔는데 고기가 떨어지면 되겠습니까"라며 참여 축협과 협회 직영매장에서 물량을 계속 실어 나르도록 했다고 말했다.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는 농가 거출금 등을 재원으로 한우 소비촉진과 홍보 사업을 벌인다. 민 위원장이 꼽은 국내 시장의 과제는 가격이다. 그는 "한우 농가는 아직 적자인데 소비자는 비싸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생산비를 건지기 어려운 농가와 지갑을 닫는 소비자의 간극이 커졌다는 것이다.

자조금이 연중 할인행사를 이어가는 이유다. 봄에는 농축협 하나로마트와 대형마트, 온라인몰이 함께하는 전국 단위 할인행사 '소프라이즈 대한민국 한우 세일'을 연다. 강원 양구 곰취축제와 전북 부안 마실축제 등 지역 축제장에서는 시식과 할인 판매를 진행한다. 가을에는 한우의 날을 전후해 서울과 경북, 전북, 전남, 제주 등에서 할인행사가 열린다. 자조금과 협회 직원들은 행사 전 판매업체를 찾아 고기의 규격과 품질을 점검한다. 싸게 샀지만 품질은 기대에 못 미쳤다는 경험이 한우 전체의 신뢰를 깎을 수 있다고 봐서다.
3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한우페스타'를 찾은 시민들이 할인 판매 중인 한우를 살펴보고 있다.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와 전국한우협회는 법정기념일인 '한우의 날'(11월1일)을 맞아 4일까지 한우를 최대 50% 할인 판매한다. 이날 행사장에는 개장 전부터 대기 행렬이 이어졌으며 수백 명의 시민이 몰렸다./조현호 기자


외국인을 겨냥한 사업은 수출의 한계에서 출발했다. 민 위원장은 한우 수출에 공을 들였다. 하지만 검역 문제로 한우를 보낼 수 없는 나라가 여전히 남아 있다. 그래서 발상을 바꿨다. 민 위원장은 직원들에게 "미국에 수출할 수 없다면 미국인 관광객이 한우를 먹으러 한국에 오게 하면 되지 않느냐. 한우를 먹고 싶어서 한국 여행을 오게 만들자"고 제안했다.

방한 외국인을 겨냥한 식사·체험 지원 역시 넓히고 있다. 단체관광 상품에 한우를 넣기는 쉽지 않다. 민 위원장에 따르면 여행사가 책정하는 관광객 한 끼 식비는 1만5000원 수준이어서 한우를 식단에 올리면 비용이 크게 뛴다. 한우자조금은 이 차액을 지원해 외국인 관광객이 여행 중 한우를 맛볼 수 있게 했다. 하나투어ITC, EHOO LTS, 우리클럽관광개발 등 여행사 3곳을 한우 전담여행사로 지정해 미주와 유럽, 동남아 단체관광객의 한우 식사와 체험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한우 요리를 직접 만드는 쿠킹클래스에는 올해 7월 말까지 외국인 199명이 참여했다.

예산 부담을 걱정하는 이들에게 민 위원장은 "수출하려고 쓰는 예산이 몇십억원인데 우리나라에 오는 관광객들한테 쓰면 어떠냐. 다른 예산을 조금 줄여서라도 한우 가격이 안정되면 농가들은 좋지 않겠나"라고 설득했다.

맛을 본 외국인에게는 한우가 믿을 만한 고기라는 점을 알린다. 민 위원장은 최근 외국인들과 함께 농가부터 도축장, 육가공 공장까지 둘러보며 생산·유통 과정을 직접 설명했다. 그는 짧은 유통 거리와 냉장 운송을 한우의 강점으로 꼽았다.

외국인의 동선을 따라 광고를 걸었다. 성수동과 명동,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 '한국을 경험하는 가장 강력한 방법은 한우를 먹는 것'이라는 콘셉트의 옥외광고를 냈다. 식사와 체험으로 한우를 알리고 관광객이 오가는 곳에서 다시 떠올리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민 위원장은 "우리나라에서 한우를 먹고, 다시 한우가 먹고 싶어서 한국에 한번 가야겠다고 하면 그게 대한민국의 효자 상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