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시의회 본회의가 열린 5일 ‘문재인 생가 복원 반대 대책위’가 거제시청 입구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비상대책위


문재인 전 대통령 생가 복원을 핵심으로 한 거제시의 '근현대 역사문화 소통공간 조성사업'이 거제시의회 문턱을 넘어섰다.

상임위원회에서 부결 취지로 멈춰 섰던 안건이 본회의에서 번복되며 110억원에 달하는 대형 사업의 물꼬는 트였다.

그러나 의결이라는 절차적 통과가 곧 사업의 정당성과 공공성을 보증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지금 거제시가 마주한 현실과 맞물려 더 무거운 질문들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고 있다.

거제시의회는 지난 5일 본회의에서 해당 사업을 담은 '2027년도 공유재산 관리계획안'을 가결했다. 앞서 행정복지위원회 심사에서는 찬반 동수로 제동이 걸렸으나, 본회의 표결 끝에 집행부 원안이 통과됐다.

사업의 골자는 거제면 명진리 일원에 문 전 대통령 생가를 복원하고 전시·교육시설과 광장 등을 갖춰 2031년까지 개관한다는 계획이다.

순수 생가 건축비는 약 6억원이지만 부지 매입과 기반 시설 조성 등에 시비와 국·도비를 합쳐 109억9900만원이 투입된다.

문제는 타이밍과 재정 우선순위다. 거제는 지난 8월 집중호우로 막대한 타격을 입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됐다.

피해 복구는 현재진행형이고, 벼랑 끝에 선 영세 소상공인들은 긴급자금마저 바닥났다며 한숨을 내쉬고 있다. 지역 국회의원까지 나서 긴급 재원 확보를 호소하는 마당이다.

게다가 당장 내년도 본예산안에 필요한 시비 21억원조차 편성하지 못했고 구체적인 재원 조달책도 불투명하다. 시민들이 "지금 이 시점에 110억원을 들여 전직 대통령 생가를 짓는 것이 과연 온당한가"라고 묻는 이유다.

공공사업은 정치적 상징성이 아니라 철저한 객관성과 지속 가능성에 뿌리를 둬야 한다. 대통령 출생지라는 사실만으로 수백억 원대 혈세 투입의 당위성이 저절로 서지 않는다.

철저한 역사적 고증은 물론, 인근 김영삼 전 대통령 생가·기록관과의 차별화된 콘텐츠, 개관 이후 매년 들어갈 막대한 관리비와 운영 인력 대책까지 명쾌한 셈법이 나와 있어야 한다.

단순히 관광객 유치라는 장밋빛 청사진만으로 5000만 국민을 겨냥한 관광 상품을 만들겠다는 것은 공허하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지역사회의 정서와 거제시민의 자발적 공감이 결여된 공간은 결코 국민적 명소로 안착할 수 없다.

의회 표결은 끝났지만 본질적인 시험대는 이제 시작이다. 거제시와 시의회는 '근현대 역사문화'라는 모호한 외피 뒤에 숨을 것이 아니라, 수해의 상흔이 깊은 지금 왜 이 사업이 110억원의 가치를 지니는지 시민 앞에 납득할 만한 답을 내놓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