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발 지정학적 불안과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시장금리가 급등하고 증시는 큰 폭으로 흔들렸다. 동시에 가계와 기업대출이 나란히 증가하며 금융시장 내 불안과 자금 수요 확대가 동시에 나타나는 모습이다.
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3월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국고채 금리는 큰 폭 상승했다. 3년물 국고채 금리는 3월 말 기준 3.55%로 전월 대비 0.41%포인트 올랐고, 10년물도 3.88%로 0.30%포인트 상승했다.
한국은행은 "국고채 금리는 중동전쟁 이후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 주요국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 변화 등으로 큰 폭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국고채 금리는 시장금리의 기준이 되는 지표로 은행 대출금리와 기업 자금조달 비용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이에 따라 회사채 금리도 함께 상승하면서 금융 전반의 자금조달 여건이 빠르게 조여지는 모습이다.
실제로 3년물 AA- 등급 회사채 금리는 4.18%로 전월 대비 0.47%포인트 상승했고, A- 등급은 5.29%로 0.46%포인트, BBB+ 등급은 7.57%로 0.45%포인트 각각 올랐다.
주식시장은 크게 흔들렸다. 중동지역 불안에 따른 글로벌 위험회피 심리와 반도체 업황 둔화 우려 등이 겹치며 코스피는 전월 대비 12.0% 하락했고, 코스닥도 13.1% 떨어지며 낙폭이 확대됐다. 특히 외국인은 3월 한 달 동안 40조5000억원 규모를 순매도하며 시장 하방 압력을 키웠다.
3월 한 달만에 가계대출 3.5조원 증가...3개월 연속 증가폭 확대
이 같은 시장 불안 속에서 대출은 늘었다. 먼저 은행권 가계대출은 2월 4000억원 감소에서 3월 5000억원 증가로 전환됐다. 주택담보대출 증가폭이 둔화됐지만 주식 투자 확대 영향 등으로 신용대출 중심의 기타대출이 증가세로 돌아선 영향이다.전 금융권 기준으로 보면 가계대출 증가폭은 더 확대됐다.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2026년 3월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가계대출은 총 3조5000억원 늘어 2(2조9000억원) 대비 증가폭이 확대됐고, 전년 동월(7000억원)과 비교해도 증가 규모가 크게 늘었다.
가계대출은 지난해 12월 감소 이후 올해 1월(+1조4000억원), 2월(+2조9000억원), 3월(+3조5000억원)로 3개월 연속 증가하며 상승 흐름이 강화되는 모습이다.
대출 항목별로 보면 주택담보대출은 3조원 증가해 전월(4조1000억원) 대비 증가폭이 다소 축소됐지만 여전히 전체 증가를 견인했다. 반면 기타대출은 5000억원 증가하며 전월 감소에서 증가로 전환됐다. 이는 신용대출 감소폭 축소 영향이 반영된 결과다.
비은행이 끌고 은행도 보조…전 금융권 대출 상승세
업권별로는 흐름이 엇갈렸다. 3월 은행권 가계대출은 5000억원 증가하며 전월 감소에서 증가로 돌아섰지만, 은행 자체 주택담보대출은 1조5000억원 감소해 오히려 감소폭이 확대됐다. 정책성 대출과 기타대출 증가가 전체 흐름을 떠받친 구조다.반면 제2금융권은 여전히 증가세를 주도했다. 제2금융권 가계대출은 3조원 증가하며 전체 증가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상호금융권은 2조7000억원 증가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고, 보험은 증가폭이 확대됐다. 반면 저축은행은 감소폭이 커졌고, 여전사는 전월 수준을 유지했다.
이 같은 흐름은 지난 2월에도 나타난 바 있다. 당시 가계대출 증가폭 확대 역시 상호금융을 중심으로 한 제2금융권 대출 증가가 주된 요인으로 작용했으며 은행권은 감소 흐름을 이어가는 모습이었다. 특히 농협·새마을금고 등을 중심으로 집단대출이 확대되며 비은행권으로 수요가 이동하는 구조가 확인됐다.
금융당국은 3월 가계대출 증가 배경으로 상호금융권 집단대출 집행과 기타대출 증가 전환을 꼽았다. 당국은 "은행권 자체 주담대 감소에도 불구하고 기타대출 증가와 제2금융권 대출 확대 영향으로 전체 증가폭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상호금융권의 경우 신규 대출 취급 중단 조치 이전에 승인된 집단대출이 순차적으로 집행되면서 증가세가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정책 효과가 시차를 두고 반영되는 구조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기업대출 증가…회사채 등 직접금융은 위축
기업대출도 증가 흐름이 이어졌다. 3월 은행 기업대출은 7조8000억원 늘며 전월(+9조6000억원)에 이어 상당폭 증가했다. 중소기업 대출은 4조5000억원 증가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운전자금 수요와 은행의 기업여신 확대 기조가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반면 직접금융 시장은 위축됐다. 회사채는 순상환 기조가 이어졌고, CP·단기사채도 순상환으로 전환되며 기업들이 시장 조달보다 은행 대출로 이동하는 흐름이 확인됐다.
금융당국은 향후 변동성 확대 가능성을 경고했다. 금융당국은 "3월 가계대출은 은행권 자체 주담대 감소에도 불구하고 기타대출 증가와 제2금융권 대출 확대 영향으로 전월 대비 증가폭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동 지역 리스크 등 대외 변수와 세제 변화 영향으로 가계대출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며 "전 업권이 가계대출 추이를 면밀히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