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24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사진=뉴스1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수도권 포화에 대비해 지방에 새로운 반도체 거점을 조성하는 방안을 막바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짓고 있는 용인 클러스터는 그대로 짓고 호남과 충청 등에 제2의 클러스터를 만드는 구상이다.

김 실장은 2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제2의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이 검토되는 것과 관련해 "논의 마무리 단계가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확정이 되면 기업들과 부처가 모여 한 번에 국민에게 설명해 드리는 자리를 마련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추세로는 (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폭발하면서 이미 예고돼 있던 설비 건설을 앞당겨야 하는 상황"이라며 "수도권에 더 지으려 해도 땅도, 전력도, 용수도 없다. 그렇다고 해외로 가야 하는 건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다만 새 클러스터는 현재 조성 중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추가로 구축하는 사업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김 실장은 "용인에 짓기로 한 것을 짓지 않은 채 지방으로 이전한다는 것이 절대 아니다"라며 "새로운 클러스터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용인에 다 지은 뒤에 다음 부지에 짓기 시작하면 너무 늦기 때문에 (먼저 조성 사업을 시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공장 한 곳을 짓는 데는 통상 7~8년이 걸린다. 현재 건설 중인 용인 클러스터는 2034~2035년 무렵 완전히 포화 상태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미래 산업 투자가 호남·충청에 쏠려 영남이 소외된다는 지적에 대해선 "정부는 권역별 맞춤형 투자 계획을 촘촘히 짜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반도체와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AIDC), 피지컬 AI를 연계하는 전략을 거론하며 "피지컬 AI의 기초가 되는 하드웨어 및 제조 산업 기반은 전부 동남권에 몰려 있다"고 말했다. 향후 피지컬 AI 산업의 중심은 동남권이 될 것이라고 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24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사진=뉴스1

김 실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AI 시대 성장의 과실을 어떻게 나눌지를 핵심 정책 과제로 제시했다. 그는 "AI는 국가를 더욱 부유하게 만들 수 있지만 모든 국민이 그 혜택을 동일하게 누린다는 보장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는 부유해지는데 일부 국민은 성장의 흐름에서 멀어지고, 경제지표는 개선되는데 미래에 대한 불안은 줄어들지 않는 상황, 이것이 K자 성장의 문제"라며 "이른바 '대만병'(국가는 부자인데 국민은 부자가 아닌 상태)이 주는 교훈도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반도체·AI 슈퍼사이클을 두고 "단순한 경기순환인가 아니면 대한민국의 잠재성장 경로의 기울기를 높이는 구조적 전환의 시작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만약 산업구조 재편의 시작이라면 우리의 대응도 달라져야 한다"며 "과거 방식과는 다른 다년도 투자, 범정부 프로젝트, 선택과 집중, 생산적 금융이 결합된 새로운 국가 운영 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금융 시스템 개편 필요성도 제기했다. 그는 "신용등급이라는 불완전한 과학의 이름으로 절박한 이들을 배제하고 회피하는 지금의 시스템이 온당한지, 이들까지 포용 가능하도록 '연결된 금융'으로 나아갈 방법은 없는지 진지한 사회적 논의가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수도권 집중 문제에 대해서는 "이제는 이러한 집중을 완화하고 성장의 공간을 넓혀 줄 새로운 힘이 필요하며, 그 답은 지방에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과 관련해서는 노동·세제·주택 정책 기조가 하락의 핵심 원인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 대통령의 국정 수행 긍정 평가가 부정 평가를 밑도는 데드크로스 여론조사가 잇따라 나온 배경을 묻는 질문에 "노동이나 세제, 주택의 정책이나 기조 때문에 지지율이 움직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정 기조의) 큰 전환을 해야 한다기보다 미진하게 생각했던 부분들을 더 세심하게 더 듣고 신중하게 정책들을 만들어야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또 "지지율이 지난 1년 동안 출렁이는 시기가 1~2차례 있었는데 이번이 두 번째로 온 것 같다"며 "이번에는 선거라는 큰 정치적 이벤트가 있었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그렇다고 아무 문제가 없다고 답변을 드리지는 않았다"며 "국민들의 아쉬움과 불만 같은 것들이 반영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최근 양극화와 민생을 자주 언급한다며 "특히 청년 세대에 대한 관심의 우선순위를 더 둬야겠다는 내부 논의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