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주재한 부동산 정책 국민 대토론회가 3시간 넘게 진행됐지만 정작 '국민'에게 돌아간 발언 기회는 제한적이었다. 이 대통령이 친정부 전문가를 직접 지명해 마이크를 쥐어주기도 했다. 토론회의 형식을 빌려 사실상 정부의 입장을 소개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23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KBS 별관에서 열린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는 약 190분 동안 이어졌다. 당초 100분간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예정보다 90분가량 길어졌다.
표면적으로는 틀에 얽매이지 않은 자유토론의 모양새를 갖춘 모습이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도 지난 10일 이번 토론회에 대해 설명하는 자리에서 "결론을 정해 놓고 과정만 거치는 토론회가 전혀 아니다"라며 "듣고 경청하고 숙의하겠다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토론 시간의 상당 부분은 정부 몫으로 할애됐다. 오전 10시 시작된 토론회는 대통령 모두발언(15분)과 재정경제부 1차관의 사전 의견수렴 보고, 3명의 전문가 발제로 첫 47분을 채웠다. 이어 자유토론에 들어가기 전 대통령이 "팩트체크하겠다"며 10분 가까이 질의를 이어갔다. 약 1시간이 대통령을 포함한 정부·전문가 측 발언으로만 채워졌다.
이어진 자유토론에서는 총 26명이 마이크를 잡았다. 이 가운데 취재기자 2명을 제외한 국민참여자는 24명으로, 참석자 140명 중 '국민참여자'로 분류된 75명의 약 3분의 1만 발언 기회를 얻은 셈이다. 국민참여자 75명은 정책제안 홈페이지 신청자 29명, 건설·금융업계 관계자 20명, 부동산 유튜버·카페 운영진 12명, 공인중개사 10명, 시민·청년단체 관계자 4명으로 구성됐다.
자유토론은 137분간 진행됐다. 1인당 평균 5분17초꼴이었다. 그마저도 마이크를 받은 참석자가 짧은 질문을 던지면 대통령이 길게 답하는 구조였다. 토론 후반부로 갈수록 일반 국민 참여자들에게 배정된 시간은 점점 짧아졌다. 초반 발언자 8명은 평균 5분38초씩 발언 기회를 받은 반면 후반 9명은 평균 3분13초에 그쳤다.
발언자 지명 과정에서는 대통령이 직접 개입하는 모습도 반복됐다. 사회자가 다른 참석자에게 마이크를 넘기려 하자 "사심을 좀 발휘해도 되겠습니까. 이광수 선생님 다음에 한 번 지명해주세요"라고 요청했다. 이 대통령이 직접 지목한 이광수 광수네복덕방 대표는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방향에 우호적인 부동산 전문가로 분류돼왔다.
또 이 대통령은 유튜브 채널 '채부심'을 운영하는 부동산 규제론자로 분류되는 채상욱 커넥티드그라운드 대표가 발언 신청을 하지 않자 "채상욱 선생님은 전문가 아니신가요"라며 유도하기도 했다.
대비되는 장면도 있었다. 토론 진행 방식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참석자(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에게 이 대통령은 "그렇게 하기에는 거의 끝이 없다. 시간은 제한돼 있고 주제는 너무 많다"며 제동을 걸었다. 고 원장은 이후 발언에서 "이대로 가다가는 자칫 3~4년 뒤 '미친 집값', '미친 전세가'가 재현될 수 있다"며 공급 확대를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