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동차업계의 하투가 사실상 마무리 수순에 접어든 가운데 산업계 노사 갈등의 중심축이 조선·철강업계로 옮겨가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잇달아 임금협상 타결의 고비를 넘긴 반면 HD현대중공업과 포스코에서는 노조가 파업 일정을 구체화하며 사측을 압박하고 있다. 9월 초중순 교섭 결과가 조선·철강업계 하투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현대차 노조는 31일 올해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를 진행한다. 투표에서 과반이 찬성하면 111일간 이어진 올해 임금교섭이 최종 마무리된다.
국내 완성차 업계는 한발 먼저 노사 갈등을 마무리했다. 기아 노조는 지난 28일 잠정합의안을 가결했고 한국GM과 KG모빌리티, 르노코리아도 앞서 올해 임단협을 마무리했다. 현대차까지 잠정합의안이 가결되면 완성차 5개사 모두 올해 하투를 매듭짓게 된다.
조선과 철강업계에서는 파업 전운이 짙어지고 있다.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 27일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재적 조합원 8127명 가운데 5607명이 참여해 5379명의 찬성으로 파업을 가결했다. 재적 인원 대비 찬성률은 66.18%, 투표자 대비 찬성률은 95.93%다. 앞서 중앙노동위원회가 지난 24일 조정 중지를 결정하면서 노조는 합법적인 파업권을 확보했다.
노조는 오는 9월2일 집행간부와 대의원이 참여하는 7시간 부분파업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쟁의행위에 나선다. 3일과 7일을 제외하고 10일까지 산하 조직별로 순환 부분파업을 벌인 뒤 15일에는 전체 조합원이 참여하는 4시간 부분파업에 들어간다. 올해 실제 파업에 돌입하면 HD현대중공업 노조는 2023년 이후 4년 연속 파업을 벌이게 된다.
노사는 임금과 성과배분 등을 놓고 간극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노조는 기본급 14만9600원 인상과 상여금 지급기준 700%에서 800%로 인상, 영업이익 최소 30% 성과 공유, 휴가비와 각종 축하금의 통상임금 산입, 신규 채용 확대 등을 요구하고 있다. 조선업이 장기간의 불황을 벗어나 수익성 개선 국면에 들어선 만큼 이에 걸맞은 보상이 필요하다는 게 노조 측 입장이다.
사측은 조선업 특성상 실적 변동성이 큰 데다 설비 확충과 연구개발 등 투자 재원이 필요해 고정적인 이익 배분 기준을 마련하기는 어렵다고 맞선다. 9월1일 열리는 18차 본교섭이 실제 파업 여부를 가를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철강업계도 상황은 비슷하다. 포스코 노조는 9월9일을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의 사실상 최종 데드라인으로 정했다. 이때까지 사측이 전향적인 안을 내놓지 않을 경우 1차로 48시간 부분파업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노조는 지난 18일 중노위의 조정 중지 결정으로 합법적인 쟁의권을 확보했다.
노조는 기본급 7.1% 인상과 격려금 600%, 우리사주 50주, 명절상여금 200% 지급과 함께 인력 부족 해소와 장시간 노동 개선, 안전·복지 개선을 핵심 요구로 제시했다. 사측이 노조 요구안을 1조4000억원 규모로 환산해 공개한 데 대해서도 개별 요구안의 취지를 제외한 채 총액만 부각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김성호 포스코 노조위원장은 "철강이 어렵다며 현장에는 끊임없이 비용절감과 희생을 요구하면서도 그룹 차원의 배당과 대규모 사업재편에는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왔다"고 비판했다.
자동차와 달리 조선·철강산업은 노사 간 입장차가 여전해 파업 장기화 가능성도 남아 있다. 업계 관계자는 "HD현대중공업과 포스코는 업황에서 차이를 보이지만 실적과 성과를 어떻게 배분할지, 정년 연장과 근로시간 단축 등 고용 조건을 어떻게 바꿀지를 둘러싼 노사 간극이 크다는 점에서 같다"며 "노사 갈등이 장기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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