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4일 서울 종로구 [시대]에서 열린 청년 숙의토론에서 참석자들이 청년정치를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 /사진=조현호 기자


"출산율이 오른다는데, 그럼 우리는 영원히 소수집단으로 남는 것 아니에요?"
"결국 2030 청년들에게 가장 높은 장벽은 '다수결'이 될 거예요. 인구가 적으니 정치적 대표성을 갖지 못하고, 정치권에서도 표가 안 되니 주목하지 않겠죠."

지난달 4일 [시대]가 마련한 청년 숙의토론에서 급격한 일자리 감소와 커지는 자산 격차, 국민연금 고갈 등 청년 앞에 놓인 산적한 문제들이 왜 해결되지 않는지에 대한 청년들이 내놓은 답이다. 2차 베이비부머(1964년 ~ 1974년생)의 자녀인 지금의 2030세대가 앞으로 태어날 세대에도 밀려 영원한 소수집단으로 정치적 '낀 세대'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지난 6월 청년 수천명의 자발적 참여로 정치권을 놀라게 만든 '참정권 시위'를 통해 구심점 없이도 '네트워크 결집력'을 보여준 2030은 독자적 정치 세력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

청년정책이 청년의 분노를 사는 이유

인구 구조상 지금의 2030세대가 아랫세대에 수적으로 역전당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올해, 만 스무 살이 넘는 2005년 출생아 수는 43만8700여명, 2025년 출생아 수는 25만4500여명이다. 합계출산율은 2023년 0.72명에서 2024년 0.75명, 지난해 0.80명으로 2년 연속 올랐지만,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여성인구 자체는 감소해 갑작스러운 인구 증가를 기대하긴 힘들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연간 출생아 수는 2028년 28만7000명으로 정점을 찍고 다시 감소해 2045년에는 20만6000명 수준일 것으로 추산된다.



정치적 '낀 세대'가 되진 않더라도 2030이 중장년층 기성세대보다 소수집단인 건 부정할 수 없다. 1985년 출생아 수는 65만5400여 명, 1975년 출생아 수는 87만4000여명이다. 지금의 20대보다 40대는 연간 20만명 이상, 50대는 40만명 이상 더 태어났다. 86세대(80년대 학번, 60년대 출생)가 노무현 정부 때부터 20년 넘게 정치적 주류를 이루고 있고, 이제 70년대생이 정치적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상황에서 90년대 이후 세대가 자신들의 의제를 정치 무대에 올리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지난해 국민연금법 개정은 이를 잘 보여준다.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2033년까지 13%로, 소득대체율을 40%에서 43%로 각각 올려 국민연금 기금 고갈 시점은 보건복지부 추산, 2056년에서 2071년으로 15년 늦춰졌다. 하지만 청년 세대일수록 연금 수익비는 크게 떨어지는 구조가 됐다. 이 때문에 인구와 경제 여건에 따라 연금을 감액하는 자동조정장치 등을 도입해야 한다는 청년의 목소리가 높았지만, 결국 반영되지 않았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이소영·장철민·전용기, 국민의힘 김용태·김재섭·우재준, 개혁신당 이주영·천하람 의원 등 여야 30·40대 의원 8명은 '더 나은 연금개혁을 요구하는 국회의원'이란 초당적 모임을 구성해 연금개혁 논의 과정에 청년 참여 확대와 국민연금 기금에 대한 국고 투입 등을 주장했다. 하지만 이미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뒤 나온 주장이어서 정치적 공론화는 이뤄지지 않았다. 오히려 청년들의 반발을 의식한 청년 의원들의 '뒷북 반대'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법을 통과시킨 22대 국회의원의 당선 시점 평균 연령은 56.3세로, 8년 전인 20대 국회(55.5세)와 비교해 연령대가 오히려 더 높아졌다. 그렇다 보니 국민연금 개정과 마찬가지로 임금체계 개편에서도 기성세대에 유리한 정년연장은 힘을 얻는 반면 청년들이 요구하는 임금피크제나 직무급제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정치권과 정부로 청년 목소리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으면서 여당 의원의 '폐버스 주택' 제안이나 고시원에 책상 대신 욕조 설치를 허용하는 국토교통부의 건축 기준 개정 등 청년들의 분노를 사는 '반(反)청년 정책'이 속출한다.

정당 내 청년조직 속에서 청년 대표성 키워야

그렇다고 청년 정치인이 없는 건 아니다. 올해 6월 제9회 지방선거 결과 30대 이하 청년 광역·기초의원은 403명으로 8년 전 제7회 지방선거(238명)와 비교해 165명 늘었다. 전체 지방의원 중 30대 이하 청년 비중은 8년 만에 6.3%에서 10.2%로 높아졌다. 청년정치의 뿌리는 단단해지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상당수 청년 정치인들이 기성세대 중심의 지도부 필요에 따라 '발탁'된 것이어서 같은 2030의 지지를 얻지 못한다는 점이다. 민주화 이후 최연소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1990년생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 논란이 대표적이다. 민주당의 비례대표 위성정당에 참여해 연거푸 국회의원에 당선돼 '특혜' 논란이 불거진 데다 장관 지명 시 비례대표를 포기해온 관행을 거부해 '불공정' 시비까지 덧붙여졌다. 결국 용 후보자는 지명 14일 만에 낙마했다.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사퇴 발표 기자회견을 마친 후 나서고 있다. /사진=뉴스1


용 후보자를 향한 청년 민심은 싸늘했다. 한국갤럽의 지난 8~10일 조사 결과 용 후보자가 장관으로 적합하다는 의견은 20대 15%, 30대 12%에 그쳤다. 20대의 43%, 30대의 61%는 용 후보자가 장관으로 부적합하다고 응답했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 9.4%.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청년들이 용 후보자를 '청년 장관'으로 인정하지 않은 셈이다.

청년을 대표하고, 청년이 지지하는 청년 정치인이 늘어나려면 지금처럼 지도부의 발탁에 의존하는 하향식 구조에서 벗어나 스스로 성장해 올라가는 상향식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독립적인 청년 정치조직의 본보기는 독일에서 찾을 수 있다. 독일의 주요 정당은 청년 조직을 두고 중학생 때부터 다양한 정치 경험을 쌓도록 지원한다. 기독민주(CDU)·기독사회(CSU)연합 계열 청년조직인 '융에 우니온'(Junge Union)은 만 14세부터 가입할 수 있고 35세가 되면 자동으로 탈퇴하게 된다.

청년조직들은 독립적으로 정책을 생산하고, 모(母)정당의 노선과 다른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사회민주당(SPD) 청년조직 '유소스'(Jusos)는 2017년 9월 총선 이후 당 지도부가 기민·기사연합과의 대연정을 시도하자 이에 반대하며 지도부와 정면충돌했다. 이런 자율적, 자발적 구조 속에서 청년의 의회 참여는 자연스럽게 늘고 있다. 국제의원연맹(IPU)이 발간한 '2025년 세계 의회 청년 참여 보고서'에 따르면 독일 연방의회의 40세 이하 의원 비율은 30%로 한국(4.7%)의 5배가 넘는다. 대연정 반대운동을 주도한 유소스 대표인 케빈 퀴네르트는 2021년 연방하원에 진출한 뒤 그해 12월 SPD 사무총장으로 선출됐다.

이현출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우리는 선거 때마다 구색 맞추기용으로 청년들을 영입해 지역구나 비례대표에 꽂는 방식에 의존해왔다"며 "각 정당의 청년조직 속에서 청년들이 당의 노선과 주요 정책을 놓고 토론하고, 지도부 선출에 직접 참여하면서 자연스럽게 청년 대표성을 가진 이들이 공직이나 의회에 많이 진출해야 청년 어젠다가 힘을 얻게 된다"고 지적했다.

[시리즈 순서]
①국민연금, 더 많이 내고 못 받는 게 공정인가요?
②내집마련, 도대체 얼마나 저축해야 살 수 있나요?
③정년연장, 65세? 우린 60세까진 일할 수 있나요?
④청년정치, 우린 영원히 소수자로 남는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