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에서 제339회 임시회 제3차 본회의가 열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오세훈 서울시장의 선거 공약이었던 '청년 AI 성장권' 사업 예산을 전액 삭감한 서울시의회 민주당 의원들이 유사한 내용의 '청년 AI 지원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조례 제정 작업에 착수했다.

14일 서울시의회에 따르면 민주당 소속 시의원들은 가칭 '청년 디지털 사회권 보장을 위한 조례' 제정 작업을 시작했다. 앞서 민주당 시의원들은 지난 11일 본회의에서 관련 토론회를 열고 조례안 제정의 기본 방향을 논의했다. 청년 AI 지원사업과 야간경제 등 오 시장의 지방선거 공약사업 예산을 삭감한 '서울시 추가경정예산안'을 의결한 직후였다.



민주당 소속 시의원들은 다음 달 중순 개최할 2차 토론회에서 소요 예산 등에 대한 추가적인 논의를 할 계획이다. 1·2차 토론회에서 논의된 내용을 종합해 10월 말까지 조례안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함대건 서울시의원은 [시대]와의 통화에서 조례 제출 시점에 대해 "오는 11월 초 회기에 안건으로 상정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서울시의회는 11월 2일부터 12월 23일까지 정례회를 연다. 제출된 조례가 회기 내에 통과되면 내년 서울시 본예산에 관련 예산이 편성돼 사업이 시작된다.

민주당 시의원들이 준비 중인 조례안에는 오 시장이 추진했던 것과 같은 생성형 AI 구독료 지원 방안이 담길 예정이다. 구체적인 지원 대상과 범위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서울시가 이번 추경안에서 계획했던 50만명보다 확대될 것이란 관측이다. 여기에 더해 청년들에게 무료 프롬프트 활용법을 가르치는 교육사업 등이 함께 검토되고 있다.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 담당 부서와 소통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시 청년정책팀 관계자는 "조례안은 처음 듣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오 시장은 연내 목표로 했던 청년 AI 지원사업 시행이 예산 삭감으로 무산된 것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오 시장은 시의회 본회의 직후 남긴 페이스북 글에서 "단순히 사업의 출발을 늦춘 것이 아니라, 청년들이 붙잡아야 할 기회의 시간을 빼앗은 것"이라며 "명백한 다수 의회의 폭거"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오세훈표'로 각인된 사업을 민주당이 자체 조례로 대체하려 한다는 점에서 '의제 선점 경쟁'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민선 9기 서울시정에서 정쟁이 격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의회 절대다수(118석 중 80석)를 차지한 민주당이 남은 임기 내내 오 시장과 대립각을 세우면 시정 곳곳에서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시의회가 이번처럼 취임 후 첫 예산부터 역점사업을 한 푼도 남기지 않고 삭감한 것을 두고서는 '이례적으로 날이 서 있다' 평가도 나온다. 2022년에도 민주당이 다수였던 시의회가 오 시장의 '지천르네상스' 사업 예산을 80%가량 감액한 적이 있지만 이번처럼 전액 삭감은 아니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달 27일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에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