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사흘간의 방미를 마친 뒤 "투자 한도 2000억 달러는 지켜질 것"이라고 밝혔지만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사업이 여전히 변수로 남아 있다는 지적이다. 이 사업은 알래스카 북부에서 생산된 천연가스를 남부까지 약 1300㎞ 운송하는 가스관을 건설하고 수출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사업성 확보가 쉽지 않고 추가 사업비가 필요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 등이 우려되지만, 알래스카 항로 활용을 통한 이익을 누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14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이번 주 미국 측과 화상회의를 열고 대미 투자 협의를 이어간 뒤 빠른 시일 안에 협상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김 장관은 전날 귀국 직후 기자들과 만나 "내부 절차를 거쳐 이번 주 초에 다시 한번 화상회의를 통해 협의할 예정"이라며 대미 전략적 투자 2000억 달러 한도를 두고는 "미국과 합의할 때 정한 내용대로 지켜질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대미 투자 1호 사업으로 낙점한 미국 텍사스주 엔시날 가스복합화력발전소 사업의 투자 규모는 220억 달러(약 30조원)로 한미가 협의를 마친 것으로 전해진다. 2호 사업으로 유력한 미국 내 대형 원전 8기 건설 투자는 1200억 달러(약 161조원) 규모로 알려졌다. 알래스카 LNG 사업은 670억 달러(약 90조원) 규모로 거론된다.

알래스카 LNG 사업은 알래스카 북부 노스슬로프에서 생산되는 천연가스를 남부 니키스키까지 가스관으로 보낸 뒤 액화해 수출하는 사업이다. 액화플랜트와 수출 터미널 건설도 함께 이뤄진다. 미국 민간 에너지 기업 글렌파른이 지난 6월 알래스카 주의회에 제시한 총사업비 추정치는 445억~545억 달러(약 60조~73조원)다. 그러나 가스관이 지나는 지역이 영구동토층이어서 특수 설계와 공법이 필요해 공사비가 더 들 수 있다.

노남진 에너지경제연구원 가스정책연구실장은 [시대]와의 통화에서 "기후 조건이 열악하고 1300㎞ 길이의 배관 투자가 들어가 불확실성과 리스크가 크다. 이를 해소할 (알래스카)주 차원의 지원 대책 등도 미비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가스관과 수출 터미널 등에 드는 비용이 늘어날수록 천연가스 가격이 올라 상업적 합리성도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다만 사업 자체의 상업성은 부족하더라도 다른 경제적 이득을 얻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알래스카 주의회 자료에 따르면 알래스카에서 아시아로 이어지는 항로는 약 5000마일(1마일=1.6km)로, 미국 걸프만에서 아시아로 향하는 약 1만마일의 절반 수준이다. 이에 따라 파나마운하 통행료와 운항 시간, 투입 선박 수를 함께 줄일 수 있다는 평가다.

허정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알래스카 사업은 기존 사업자들조차 빠져나가는 상황이다. 사업 자체는 상업적 합리성이 부족하지만 알래스카 항로와 관련된 경제적 이득이 부차적으로 있을 수 있다"며 "다른 국가보다 알래스카 항로를 먼저 쓰면 물류 측면에서 이익이 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