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속도 조절론으로 증시 전반이 휘청였다. 사진은 AI 속도 조절론을 꺼내 든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CEO(최고경영자). /로이터=뉴스1


인공지능(AI) 속도조절론으로 인해 증시 전반이 휘청였다. AI 빅테크들이 안전을 위해 AI 개발 속도를 늦춰야 한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IPO(기업공개)를 앞두고 수익성을 고민하는 빅테크들의 계산이 감안된 주장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AI 기업 수장들은 잇따라 통제되지 않은 AI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지난 12일(이하 현지시각)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CEO(최고경영자)는 최첨단 AI가 초래할 수 있는 위험이 크기 때문에 개발 속도를 줄이고 규제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와 일론 머스크 xAI CEO도 이에 동의했다.



AI 기업들의 이같은 주장은 AI 반도체 투자가 위축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로 이어졌고 반도체 종목들의 주가는 급락했다. 이에 시장에서는 복합적인 반응이 나왔다. AI 성능이 고도화될수록 위험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건 사실이다. 다만 이들이 왜 지금 시점에 이같은 발언을 했는지에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선 상장을 앞두고 수익성과 몸값을 고민해야 하는 AI 빅테크들의 고도화된 셈법이 아니냐는 시각도 제기됐다.

이 같은 지적이 이유는 해당 담론을 제기한 앤트로픽과 오픈AI가 상장을 추진 중이기 때문이다. 앤트로픽은 오는 11월 초 최대 2조달러 규모의 기업가치를 목표로 나스닥 입성을 준비하고 있다. 오픈AI도 다소 지연되고 있지만 약 1조2000억원 규모의 기업가치를 노리고 상장을 준비 중이다,

대형 IPO를 앞둔 빅테크들은 성공적인 상장을 위해 수익성과 몸값을 입증해야 한다. 이를 감안하면 AI 속도 조절이 나쁜 선택지만은 아니다. 막대한 투자를 하는 상황에서 개발 속도를 낮추면 차세대 모델 훈련 비용을 줄이고 기존 AI 모델의 수익 기간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속도조절론을 꺼내든 앤트로픽과 오픈AI는 IPO를 추진하고 있다. 사진은 샘 알트먼 오픈AI CEO. /로이터=뉴스1


실제 오픈AI는 최근 출시한 GPT-6 아스트라를 훈련하는 과정에서 엔비디아의 블랙웰급 GPU(그래픽카드)를 10만장 이상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대로 말하면 이 기간 동안 10만장에 달하는 GPU가 수익 창출 활동에 쓰이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AI 신규 모델 개발 속도를 늦추면 그만큼 현재 상용 중인 모델에 기반한 수익창출에 투입할 수 있는 GPU나 서버 자원이 더 늘어날 수 있다. 이는 IPO를 준비하는 기업 입장에서 수익성 개선 요인이 된다. 특히 다른 매출원이 있는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 스페이스X의 xAI 등과 달리 앤트로픽과 오픈AI는 AI 사업만으로 수익을 내야 한다는 점에서 AI 신규 모델 개발 속도를 늦출 때 얻는 이득이 더 크다.

황수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AI 빅테크들이 단순히 인류의 안전을 목적으로 속도 조절을 제안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AI 개발 속도를 늦추면 가장 큰 이득을 보는 것은 막대한 비용을 쓰는 AI 개발 기업, 특히 오픈AI와 앤트로픽"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AI 수익화 증명의 압박 속에서 개발 속도를 조절하자는 제안은 IPO를 준비하는 입장에서 거부할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AI 속도 조절론이 국내 반도체 주도주에는 단기적으로는 악재로 작용하겠지만 장기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현 시점에서AI 안전에 대한 우려가 반도체 주문량과 기업 실적 저하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다.

김두언 하나증권 연구원은 "현 시점에서 AI 안전 논쟁이 데이터센터 투자나 반도체 주문 등 산업 사이클의 변곡점을 만들었다는 증거가 없다"며 "반도체 주가가 먼저 흔들릴 수는 있지만 속도 조절론으로 AI 산업의 방향을 바꿀 주문과 가격, 현금흐름이 꺾인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