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이 3년2개월 만에 금리를 올리면서 원/달러 환율이 1382.2원까지 반등했으나, 전문가들은 수출기업의 환전 물량을 근거로 연말 1300원대 하락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사진은 18일 서울 시내의 한 환전소의 모습. /사진=뉴스1


1330원대까지 내려갔던 원/달러 환율이 1380원대로 되돌아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재개로 단기 상단을 1400원까지 열어둬야 한다는 전망과 수출기업이 쌓아둔 달러가 풀리면 연말 1300원 안팎으로 내려갈 것이라는 진단이 맞선다.

1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주간 거래 종가보다 1.1원 오른 1383.3원에 마감했다. 전날 13.6원(0.99%) 급등한 데 이어 이틀 연속 올랐지만 상승 속도는 하루 만에 잦아들었다. 종가가 1380원대에 머문 것은 지난달 27일(1380.9원) 이후 처음이다.



최근 한 달 사이 변동 폭은 컸다. 지난달 18일 1411.8원이던 환율은 지난 9일 1336.1원까지 밀렸다. 2024년10월 이후 23개월 만의 최저치였다. 이후 이날까지 7거래일 동안 47.2원(3.5%) 반등했다. 한 달 새 고점과 저점의 차이는 75.7원에 달한다.

한국은행이 전날 발표한 '2026년 8월 이후 국제금융·외환시장 동향'을 보면 환율은 지난 7월 말 1424.0원에서 9월 15일 1359.4원으로 4.8% 내렸다. 지난달 중 전일 대비 일평균 변동폭은 4.4원으로 7월(8.0원)의 절반 수준이었다. 지난달까지 잦아들었던 변동성이 이달 들어 되살아난 셈이다.

이번 상승의 직접적인 계기는 연준의 금리 인상이다. 연준은 지난 16일(현지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연 3.50~3.75%에서 3.75~4.00%로 0.25%포인트 올렸다. 2023년7월 이후 3년2개월 만의 인상이다.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은 연내 추가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연 3.00%로 한미 금리차는 미국 상단 기준 1.00%포인트로 다시 벌어졌다. 국제유가도 배럴당 100달러를 웃돈다. 지난 16일 서부텍사스유(WTI)는 102.43달러였다.

"원/달러 환율 당분간 박스권 흐름"


변동성의 구조적 배경을 자본 이동에서 찾는 분석이 나온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에는 수출에 따라 원/달러 환율이 좌우된 반면 최근에는 수출보다 금융시장(주식·채권·직접투자 등)을 통한 자본 유출입이 원/달러 환율에 미치는 영향력이 확대됐다"고 진단했다.



김현태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도 외국인의 국내 주식 순매도와 해외투자 수요를 변동성의 배경으로 꼽았다. 그는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는 과정에서 원화 포지션을 조정하기 위한 달러 수요가 생겼다"며 "한국은행 자료를 보면 지난달 중 외국인의 국내 증권투자자금은 45억달러 순유출됐다"고 했다. 다만 "그동안 쌓였던 원화 포지션이 상당 부분 해소된 만큼 추가 상승 압력은 이전보다 제한될 수 있다"고 했다.

추세 전환으로 보기는 이르다는 시각도 있다. 민경원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최근은 역외 숏커버 영향이 크다"며 "단기적으로 1340원 저점을 확인하면서 하단에 대한 불확실성도 제거됐다"고 말했다. 이어 "통화정책 이벤트가 지나가 앞으로는 유가와 장기금리가 메인 변수라고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영화 부산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변동성의 출발점을 수급에서 찾았다. 지난 1~2년간 수출 호조에도 기업들이 원화 환전을 미루고 외화예금으로 달러를 쌓아두면서 공급이 지연됐고, 이것이 환율을 1500원대까지 밀어 올렸다고 봤다. 이 이코노미스트는 수출 호조에 상응하는 달러 공급이 뒷받침되면 환율이 다시 하락할 수 있다며 "반등했다고 해서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믿는 것은 위험하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단기상단 1400원대, 연말 떨어질수도

이 이코노미스트는 "언제든 7~8월 같은 하락세가 나타나도 이상하지 않기에 너무 상승 쪽에 편승하지 않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다만 하락 속도에는 경계가 필요하다고 봤다. 환율이 1300원대 중반으로 내려오자 수출기업은 헤지 의사를 접고 수입기업도 관망세로 돌아섰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9월 들어 1주일 사이 40~50원 반등한 만큼 당분간 박스권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단기 상단으로는 1400원대가 거론된다. 김 연구위원은 일주일 사이에도 환율이 위아래로 50원가량 움직일 수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1400원대 초반 수준을 중심으로 변동성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추가 인상 폭과 국제유가, 중동 정세가 단기 흐름을 흔들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국민연금의 환헤지 비율 조정 같은 기관투자가의 수급 변화도 변동 요인으로 꼽았다. 외환당국도 환율의 방향보다 급격한 움직임 자체를 경계할 것으로 봤다.

연말로 갈수록 하락 쪽에 무게가 실린다. 하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환율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수출 기업들의 환전 수요"라며 "4분기 중반부터 수출 기업의 환전 수요가 재개되며 연말까지 원/달러 환율은 1300원 내외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김 연구위원도 "중장기적으로는 외환 수급 여건을 고려할 때 원/달러 환율이 안정되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근거는 경상수지다. 올해 상반기 누적 흑자는 1910억1000만달러, 지난 7월은 420억8000만달러였다. 다음 분기점은 다음달 22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