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지난 6월26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2차 변론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노태우 전 대통령 일가의 비자금 의혹과 관련해 검찰 참고인 조사를 받게 되면서 30여 년간 이어진 각종 의혹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번 수사의 출발점은 노 관장이 이혼소송 과정에서 공개한 이른바 '김옥숙 메모'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범죄수익환수부는 노 관장에게 참고인 신분 출석을 요청하고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비자금 조성 및 관리 경위, 자금 흐름 등을 확인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조사는 노 관장이 검찰 수사선상에 오르는 세 번째 사례다. 1990년대 미국 외화 밀반입 사건과 뇌물 의혹 사건에 이어 약 30년 만에 다시 검찰 조사를 받게 됐다.

검찰 수사는 지난달 노태우 전 대통령 일가와 관련 기관에 대한 압수수색으로 본격화됐다. 수사 대상에는 김옥숙 여사의 연희동 사저와 노재헌씨가 이사장으로 있는 동아시아문화재단, 노태우센터 등이 포함됐다. 검찰은 재단 관계자와 차명계좌 의혹 관련 인물들에 대한 조사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 관장의 이름이 처음 사회면을 장식한 것은 미국 유학 시절 발생한 20만 달러 반입 사건이었다. 노 관장은 스탠퍼드대 유학 중이던 1990년 세관 신고 없이 거액의 현금을 미국으로 들여간 혐의로 기소됐고, 1993년 미국 법원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당시 사건은 외환 신고 누락을 넘어 자금 출처 논란으로 번졌다. 미국 검찰은 해당 자금이 한국 정치권과 연관된 자금일 가능성을 제기했지만 노 관장은 결혼 축의금과 생활비 성격의 자금이었다고 해명했다. 이후 국내 검찰 조사에서도 비슷한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듬해에는 이양호 전 국방부 장관 관련 뇌물 의혹에 이름이 거론됐다. 검찰은 고가의 다이아몬드 반지와 목걸이가 전달된 경위를 살펴봤으나 노 관장 측이 곧바로 돌려줬다고 소명하면서 내사 종결 처리됐다.

이번 수사가 과거 사건들과 다른 점은 규모다. 검찰은 개인 비위 의혹이 아니라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의 존재와 은닉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수사 대상 자금은 1200억원 규모로 알려졌다.

수사의 단초는 노 관장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의 이혼소송 항소심 과정에서 제출한 '김옥숙 메모'였다. 김 여사가 1998~1999년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해당 메모에는 자금 운용 내용이 적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료는 노태우 전 대통령 일가가 과거 추징금을 미납하던 시기에 거액의 보험료를 납입하거나 재단에 자금을 출연했다는 의혹으로 이어졌다. 시민단체들은 2024년 노 전 대통령 일가를 비자금 은닉 및 조세포탈 혐의로 고발했고 검찰은 이를 계기로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