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기술이 K컬처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부상하면서 문화 산업 전반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기술을 접목한 다양한 창작물이 등장하며 시장의 흐름을 바꾸고 있다./그래픽=강지호 기자


최근 K컬처는 첨단기술을 앞세워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A2O엔터테인먼트가 새 그룹 제작에 도입한 엔터테크 기술 '4D 가우시안 스플래팅'(4DGS)이 대표 사례로 꼽힌다. 여러 카메라로 아티스트 퍼포먼스를 다각도에서 동시 촬영해 데이터로 기록한 뒤 3차원 공간 속에 재구성하는 기법이다. 촬영 이후에도 시점을 자유롭게 바꿔 영상을 구현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지난 12일 데뷔 쇼케이스를 연 15인조 보이그룹 '에이 투 오 소울'(A2O SOUL)과 9인조 걸그룹 '에이 투 오 라이트'(A2O LITE) 뮤직비디오에도 이 기술이 적용됐다.

같은 맥락에서 가상(버추얼) 아이돌 시장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다. 블래스트는 5인조 버추얼 그룹 플레이브(PLAVE)를 통해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발매 음반마다 흥행에 성공하면서 지난해 매출도 전년의 약 2배인 855억원을 기록했다. SM엔터테인먼트 역시 2024년 버추얼 아티스트 '나이비스'를 선보인 이후 음악을 넘어 방송·공연 등으로 활동 영역을 넓히며 대중과의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



콘텐츠 제작 현장에서도 기술 혁신이 이어지고 있다. CJ ENM은 지난해 6월 자체 인공지능(AI) 기술을 바탕으로 AI 애니메이션 '캣 비기' 시리즈를 선보였다. 캐릭터 초기 디자인을 제외한 전 과정이 AI로 제작된 게 특징이다. AI 기획·제작 전문가 6명이 5개월 만에 작품을 완성하면서 AI를 통한 제작 효율화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갤럭시코퍼레이션은 서울 강동구에 약 5000평(약 1만6500㎡) 규모 로봇파크를 열고 체험형 엔터테크 프로그램 '로봇아레나'를 선보이고 있다. 로봇 K팝 콘서트·로봇이 직접 초상화를 그리는 포트레이트 퍼포먼스 등 로봇과 인간이 공존하는 엔터테크 무대를 확장 중이다. 관객이 무대 위 로봇과 직접 교감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게임업계에서도 AI 활용이 보편화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국내 게임업계의 생성형 AI 활용률은 70%에 달했다. 게임 산업에서 축적한 기술을 다른 산업으로 확장한 사례도 있다. NC AI는 그동안 쌓아온 시뮬레이션·강화학습 경험 등을 바탕으로 로봇의 두뇌 역할을 하는 월드 모델 기술을 개발 중이다.



첨단기술을 활용한 변화는 문화 행사와 소비재 영역에서도 감지된다. 내년 개최 예정인 K컬처 축제 '패노메논'은 팬덤 활동 데이터를 분석해 영향력이 큰 팬덤 10개를 선정·시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기존 팬 투표 방식에서 벗어나 데이터에 기반한 평가 체계를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뷰티업계에도 기술 혁신이 나타나고 있다. 에이피알의 뷰티 디바이스 매출은 지난해 4070억원으로 전년보다 30% 늘었으며 아모레퍼시픽·한국콜마·LG생활건강도 관련 기술 개발에 나섰다.

투자 기반 확충과 함께 K컬처의 미래를 좌우할 핵심 경쟁력으로 첨단기술이 떠오르고 있다. 엔터테인먼트를 비롯한 문화 산업 전반에 AI·로봇·데이터 등이 접목되면서 콘텐츠 제작 방식부터 소비 경험까지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앞으로도 기술과의 융합을 통해 기존 산업의 틀을 깰 수 있는 차별화된 성장동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진단이 나온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AI를 활용하는 주체는 결국 인간"이라며 "AI 기술 자체를 강조하기보다는 인간의 역할과 기여도를 더욱 부각하는 방향으로 기술을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