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오후 외국인 관광객과 젊은 소비자들이 패션 매장이 모인 서울숲 거리를 걷고 있다./김다솜 기자


비어 있던 상가마다 패션 매장이 들어서자 서울숲의 거리 풍경이 달라졌다. 카페와 식당이 주를 이루던 상권에 패션·러닝 브랜드가 잇따라 둥지를 틀며 새로운 소비 동선을 만들었다. 서울숲 일대 패션 매장은 약 1년 만에 9곳에서 28곳으로 3배 이상 늘었다.

무신사는 올해 1~9월 서울숲 일대에 입점 브랜드 매장 11곳과 직영 매장 5곳 등 총 16개 매장을 열었다. 프레이트와 유르트, 제너럴아이디어, 룩캐스트, GBH, 메종플레장 등 패션·라이프스타일 브랜드가 들어섰다. 해브어웨일은 이곳에 첫 오프라인 매장을 냈다.



무신사의 매장 확대는 다른 브랜드의 유입으로 이어졌다. 무신사 '서울숲 프로젝트' 외에 새롭게 문을 연 독립 브랜드 매장은 11곳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9곳이 패션 매장이며 라이프스타일 매장을 포함하면 같은 기간 신규 매장은 총 27곳에 달한다.

브랜드 구성도 다양해졌다. 토폴로지는 국내 첫 플래그십스토어를 열었고 휠라는 러닝 특화 매장인 휠라 러닝클럽을 선보였다. 러닝 편집숍 굿러너는 서울숲에 두 번째 매장인 굿러너하우스를 열고 샤워 시설을 마련했다. 패션뿐 아니라 러닝 관련 매장까지 늘면서 상권의 업종 구성이 한층 넓어졌다.

지난 20일 찾은 서울숲 일대에는 외국인 관광객과 가족 단위 방문객, 젊은 소비자들이 눈에 띄었다. 무신사 백앤캡클럽 서울숲점에서 모자를 구매한 20대 김민지씨는 "패션 매장이 다양해지면서 서울숲을 찾는 횟수가 늘었다"며 "쇼핑하기 전 주변 맛집과 카페를 꼭 들른다"고 말했다.



기존 상인의 변화를 체감했다. 황환호(31) 슈퍼말차 매니저는 "무신사 프로젝트 이후 방문객이 늘었다"며 "카페를 찾는 고객 가운데 무신사 쇼핑백을 든 사람이 많아졌고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 관광객도 눈에 띄게 증가했다"고 전했다.

서울시 상권 데이터에서도 변화가 확인된다. 서울숲 카페거리의 일평균 유동인구는 지난해 4분기 3086명에서 올해 2분기 4071명으로 약 32% 늘었다. 올해 2분기 새로 문을 연 업종 가운데서는 일반 의류업 비중이 가장 높았다.

무신사는 지난해 11월 성동구청 및 지역 주민협의체와 상생 협약을 맺고 장기간 비어 있던 상가를 브랜드 매장으로 전환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첫 사례인 프레이트는 3년 이상 비어 있던 공간에 들어섰다. 공실을 매장으로 바꿔 방문객을 모으고 주변 상점으로 소비가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업계는 이번 사례를 상권 재편 과정으로 본다. 카페와 식당 중심이던 서울숲에 패션·러닝 매장이 들어서며 새로운 방문 목적이 생겼기 때문이다. 쇼핑을 위해 찾은 소비자가 식음료 매장을 함께 이용하고, 식음료 방문객이 패션 매장으로 이동하는 소비 순환도 나타나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에서 출발한 무신사 입장에서도 의미가 크다. 입점 브랜드의 오프라인 접점을 확대하는 동시에 브랜드가 모이는 거리 조성에 참여할 수 있어서다. 개별 매장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상권의 성격 자체를 변화시키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기존 패션 업계와 다른 행보라는 평가가 나온다.

무신사는 서울숲을 패션과 식음료를 함께 즐기는 거리로 키울 계획이다. 무신사 관계자는 "무신사가 먼저 공실을 채우고 방문객을 모으자 다른 브랜드들이 서울숲의 가능성을 보고 들어오기 시작했다"며 "기존 카페거리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대표적인 패션 거리로 성장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