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주유소 기름값이 지난주보다 소폭 내리며 22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는 18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서 유가 정보가 표시됐다./뉴시스


미국이 이란 공격을 재개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117달러를 넘어섰다. 국제 유가는 이달 들어 10% 이상 급등했다. 국내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1850원대에서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국제유가 상승세가 이어질 경우 상방 압력이 커질 우려가 나온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국제유가 기준인 브렌트유는 23일(현지 시각) 장중 전 거래일보다 3.8% 오른 배럴당 117.45달러를 기록했다.



유가는 오는 11월 3일 미국 중간선거 이후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상대로 군사 공세를 강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 상승 압박을 받고 있다. 전 세계 석유 재고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중동발 공급 차질 가능성까지 겹치며 가격 상승 압력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도 이어지고 있다. 이란은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에 대한 공격을 강화하고 있으며, 이란 국영 TV는 전날 유조선 7척이 공격받거나 해상 기뢰에 피격됐다고 보도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인 만큼 선박 운항 차질이 현실화하면 국제 석유 공급에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란과의 전쟁을 빠르게 끝낼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도 이란을 '실패한 국가'라고 비판했다. 군사적 충돌이 조기에 끝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긴장이 지속되면서 시장의 불확실성도 가시지 않고 있다.



헐라이마 크로프트 RBC캐피털마켓 원자재 전략가는 FT에 중동에서 단기적인 군사 충돌 가능성이 커지면서 유가가 계속 상승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조기 종전에 대한 낙관론이 제기되더라도 격렬한 미사일 공격이 이어지는 상황에서는 시장의 불안을 잠재우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고유가가 단기간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선물 시장에 반영되고 있다. 2027년 4월 인도분 브렌트유 가격도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고 있다.

국내 휘발유 가격은 중동 전쟁 이후 석유 최고가격제 도입에 따라 1850원대로 안정세를 보이지만 재정 부담이 커지는 만큼 출구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석유 최고가격제의 가격안정 효과' 보고서에 따르면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 고급휘발유 대비 보통 휘발유의 상대가격은 1차 시행 기간 ℓ당 45.75원, 2~6차에는 165.51원, 7차 이후에는 239.48원 낮아진 것으로 추정됐다.

정부는 지난 3월13일 국제유가 급등에 대응해 정유사의 석유제품 공급가격에 상한을 두는 최고가격제를 도입했다. 최초 보통 휘발유 공급가격 상한은 리터당 1724원이었으나 2차에서 1934원으로 인상됐다가 7차에 1784원으로 인하됐다. 현재 보통 휘발유와 자동차용 경유, 실내등유의 상한은 각각 리터당 1784원, 1773원, 1380원이다.

산업연구원은 제도 조정·종료 여부를 판단할 때 국제 석유제품 가격과 환율, 규제가 없을 경우의 공급가격과 상한 간 격차, 소매가격 전가 정도, 공급·재고 상황과 누적 손실보전액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산업연구원은 "실제 매입가격과 재고를 통해 전가 경로를 확인하고 판매량을 반영한 소비자 지출 절감액과 실제 손실보전액·관리비용을 동일 기간 기준으로 비교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