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2구역 한남 써밋 문주/대우건설


서울 강남과 목동 등 재건축 시장의 아파트 브랜드 경쟁이 불붙었다. 브랜드가 단지의 상징성과 자산 가치에 영향을 미친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하이엔드'를 뛰어넘은 '하이퍼엔드' 브랜드를 요구하는 조합들이 늘고 있다.

1990년대 아파트는 삼성물산의 '래미안', DL이앤씨의 'e편한세상', 롯데건설의 '롯데캐슬' 등 건설사별 브랜드가 자리 잡았다. 2010년대 들어서는 같은 건설사들이 고급 주거 이미지를 강조한 하이엔드 브랜드를 선보이며 차별화에 나섰다. 최근에는 최고급 자재와 특화 설계를 적용해 자산 가치를 높이려는 이들이 늘면서 건설사들도 브랜드 리뉴얼을 통해 조합의 눈높이에 맞춰야 하는 과제에 직면했다.



28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용산구 한남2구역 재개발조합은 최근 대우건설에 하이엔드 브랜드 '써밋' 대신 구역에 적용할 최상위 브랜드를 제안해 달라고 요청했다. 한남뉴타운의 입지와 상징성을 고려할 때 '써밋'으로 차별성을 나타내기 어렵다는 취지다. 강남구 개포주공5단지와 양천구 목동8단지도 대우건설에 '써밋'과 차별화된 브랜드를 제시해 달라고 요청했다. 개포주공5단지는 대우건설이 2024년 시공사 선정에 '개포 써밋 187'을 제안한 곳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기존 브랜드인 푸르지오와 써밋을 강화하는 한편 신규 브랜드를 도입하는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브랜드 경쟁력 강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하이엔드 브랜드를 넘어 입지에 걸맞은 독자성과 희소성을 확보해야 한다. 연내 새로운 주거 브랜드 방향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IPARK현대산업개발도 서울 양천구 목동신시가지11단지 재건축에서 기존 '아이파크'에 지역 고유의 주거 상품을 강조한 브랜드를 검토하고 있다. 대표 브랜드인 아이파크에 서울 서남권의 대표 학군지의 특징을 더한 단지명을 제시할 계획이다. IPARK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아이파크는 단일 브랜드이자 하이엔드 브랜드이기 때문에 여기에 지역 특성을 반영한 단지명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재건축 시장에서 하이엔드 브랜드 적용을 둘러싼 갈등은 시공계약 해지와 시공사 교체로 이어지기도 한다. 경기 성남시 상대원2구역과 서울 중구 신당8구역이 대표적이다. 두 조합은 DL이앤씨에 'e편한세상' 대신 하이엔드 브랜드 '아크로'를 적용해 달라고 요구했으나 DL이앤씨는 브랜드 적용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거절했다. 이후 양측의 갈등은 계약 해지와 새 시공사 선정 문제를 둘러싼 법적 분쟁으로 이어졌다.

건설사들은 기존 브랜드의 경쟁력을 높이고 브랜드 정체성을 재정립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최근 삼성물산은 '래미안' 브랜드를 새롭게 정비했고, 현대건설은 '힐스테이트'의 브랜드 디자인을 개편했고, IPARK현대산업개발은 올해 아이파크를 주거 중심에서 리테일·문화·레저까지 아우르는 라이프 브랜드로 확장하는 리뉴얼을 추진했다.

백새롬 부동산R114 책임연구원은 "재건축 시장의 경쟁 기준이 브랜드 인지도에서 단지별 독자성과 실질적인 주거 가치로 옮겨가고 있다"며 "조경과 커뮤니티, 스마트홈, 에너지 효율 등 입주민이 체감할 수 있는 차별화 요소를 실제 주거 상품에 구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