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석 국정원장이 29일 오전 국가정보원 청사에서 열린 국회 정보위의 국정원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하고 있다./뉴시스


국가정보원(국정원)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중국 단둥 방문 목적을 북미 대화와 관련한 북측 의중 전달로 분석했다. 북한이 다음달 중국 선전에서 열리는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전후 국면 전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판단이다. 국정원은 여권 인사들의 미국 비자 발급 차질이 한미 갈등 때문이 아니며 대북 정보공유 제한도 극히 일부라고 설명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여야 간사인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구로구을)과 유영하 국민의힘 의원(대구 달서구갑)은 29일 오후 국정원 국정감사 중간 브리핑에서 이 같은 보고 내용을 전했다. 유 의원은 "북한은 대화 조건에 대한 (미국과의) 입장 차가 아직 접점에 이르지 못했으나 APEC 전후 국면 전환 가능성을 열어두고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국정원은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정원은 김 위원장이 지난 24일 단둥 당일치기 방문을 위해 꾸린 방문단이 항미원조(미국에 맞서 북한을 도움) 기념이라는 명분과 거리가 있다고 봤다. 중국군 6·25전쟁 참전 76주년을 하루 앞둔 방문이었지만 군부 주요 인사는 빠지고 최선희 외무상과 김성남 노동당 국제부장 등 외교 간부가 주축을 이뤘다. 경제 담당은 김덕훈 제1부총리 정도였고 중국 측도 왕이 외교부장 등 외교라인이 주로 나왔다. 영접 인사는 공산당 5중전회 일정 등을 이유로 리창 총리에서 왕후닝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으로 전격 교체된 것으로 국정원은 파악했다.

국정원은 방중의 숨은 목적으로 지난 15일 개통한 신압록강대교 시찰과 북미 대화 관련 의중 전달을 꼽았다. 윤 의원은 서열이 더 높은 조용원보다 최 외무상이 행사를 앞서 이끌었고 왕 부장과 여러 차례 대화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국정원은 중국이 북한 입장을 미국에 전달하겠지만 적극 중재에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대화 조건은 추정의 영역이라며 공개하지 않았다. 윤 의원은 추가 근거는 국정원과 협의해 공개 여부를 정하겠다고 했다.

유 의원에 따르면 이종석 국정원장은 이날 비자 발급 차질에 대해 미국 입국 절차가 전 세계적으로 까다로워졌다며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국정원은 국토안보부가 결정하는 사안이어서 국무부 관여에도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유 의원은 "한미 간 충돌 때문이 아니라 미국 정책상 입국 절차가 까다로워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회 국방위원장인 진성준 민주당 의원(서울 강서구을)은 다음달 1~5일 미 인도태평양사령부 방문을 앞두고 28일 비자 발급을 거부당했다. 미국 측은 사유를 밝히지 않았으나 과거 판결문 제출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진 위원장은 군 복무 중 주한미군을 점령군으로 규정하는 등의 주장으로 1991년 국가보안법 위반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직전 당대표인 정청래 민주당 의원(서울 마포구을)도 이달 비자 심사가 지연돼 외교통일위원회 미주반 대신 유럽 국감을 다녀왔다.

국정원은 정보공유 제한이 미국이 월등한 위성영상 가운데 매우 좁은 범위이며 국정원 정찰자산으로 충분히 보충된다고 설명했다. 한국이 수집하는 신호정보(SI)도 질이 높아 한미가 정보를 주고받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이 원장은 자신의 방미가 거절됐다는 보도는 오보라며 이란 전쟁 발발로 양해를 구하고 가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윤 의원은 "한미 간 정보협력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지 않다는 전제가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정보공유 제한은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 3월 북한 우라늄 농축시설 소재지로 평안북도 구성을 거론하면서 불거졌다. 이후 미국은 대북 위성정보 공유를 일부 제한했고 6월 말 한미일 북한 사이버 위협 대응 실무그룹 회의에서는 미국 측 요청으로 국정원이 빠지기도 했다. 이 원장은 이날 정 장관의 '구성 발언'의 출처가 국정원이 아니라고 확인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여야 간사인 윤건영(왼쪽)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유영하 국민의힘 의원이 29일 서울 국가정보원 청사에서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의 국가정보원에 대한 국정감사가 정회된 뒤 브리핑하고 있다./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