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서울 남산골한옥마을 천우각에서 열린 서울시 태권도 공연에서 화려한 격파 기술을 선보이는 경민대 태권도 시범단원들./뉴스1


북한이 단독 신청한 태권도의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등재가 유력해진 가운데 공동 등재를 추진해 온 민간 추진단에서는 "아직 끝난 게 아니다"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종 결정은 이달 30일부터 다음 달 5일까지 중국 샤먼에서 열리는 제21차 무형유산위원회에서 내린다. 남은 기간 정부와 태권도계가 어떻게 대응에 나설지 주목된다.

남북 공동 등재 논의는 북한의 단독 신청보다 먼저 시작됐다. 최재춘 코리아태권도 유네스코 추진단장은 4일 동행미디어 시대와의 통화에서 2022년 7월29일 오스트리아 빈의 국제태권도연맹(ITF) 본부에서 북측 인사들과 만나 태권도를 남북 공동으로 유네스코에 등재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남북관계가 악화되면서 흐름이 달라졌다. 최 단장은 "2023년 말 ITF 리용선 총재 측으로부터 남북관계가 좋지 않은 만큼 씨름과 같은 방식으로 등재를 추진하자는 취지의 연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에 통일부와 국가유산청, 문화체육관광부, 외교부 등에 북한의 단독 신청 가능성을 알리고 한국도 서둘러 대응해야 한다고 요청했지만 관계 부처가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남북은 2018년 각각 신청했던 씨름을 하나의 유산으로 묶어 공동 등재한 전례가 있다.

실제로 북한은 이듬해인 2024년 3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전통무술-태권도'를 단독 등재 신청했다. 한국은 2년 뒤인 올해 3월 '태권도: 한국의 도장 공동체 수련문화'라는 이름으로 신청서를 냈다.

공동 등재 추진은 최근까지도 이어졌다. 추진단은 지난 2일 통일부와 국가유산청 등 관계기관에 공문을 보내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 태권도 남북 공동 등재의 필요성을 공식적으로 전달해 달라"고 요청했다.

남북 태권도는 뿌리가 같다. ITF는 1966년 최홍희씨가 서울에서 창설했고, 세계태권도연맹(WT)도 1973년 서울에서 출범했다. 이후 북한은 ITF 계열, 한국은 WT 계열 태권도의 중심축이 됐다. 추진단은 태권도가 한국에서 체계를 갖춘 뒤 1980년 북한에 전파된 만큼 공동 등재가 그 역사성을 온전히 보여준다는 입장이다.

민간 차원의 접촉은 계속되고 있다. 추진단 관계자들은 4일 오스트리아 빈 ITF 본부를 찾아 북측에 공동 등재 필요성을 다시 전달했다. 최 단장은 남북 당국 간 직접 협의가 쉽지 않아 불가리아와 미국의 태권도계 인사들에게도 북측과의 소통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최 단장은 "북한의 등재를 막자는 것이 아니다. 남북이 함께 등재하는 것이 태권도의 역사성과 문화적 가치에 더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네스코 측에서도 공동 등재를 위해서는 민간보다 정부 차원의 공식 창구를 통해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현 시점에서 공동 등재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지난 2일 "당면한 남북관계 등 여러 여건으로 현 시점에서 공동등재는 사실상 어렵다"고 밝혔다. 반면 추진단은 최종 심사 과정에서 정부가 유네스코와 위원국들을 상대로 공동 등재 필요성을 설명하는 노력은 계속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평가기구의 등재 권고가 최종 결정에서 뒤집히는 경우가 드물고, 북한 측의 동의도 필요하다. 추진단이 주장하는 결정 보류나 공동등재 전환이 유네스코 절차상 실제로 가능한지도 불투명하다.

북한이 먼저 등재되더라도 한국의 등재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미 등재된 유산에 다른 국가가 참여하는 확장 등재나 한국의 별도 등재를 추진할 수 있다. 허 청장도 "먼저 등재되거나 신청했다고 해당 유산에 대한 배타적 권리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