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코스닥,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24.11(6.02%)포인트 하락한 5059.69, 코스닥 지수는 34.14(5.03%)포인트 하락한 644.27로 마감했다. 코스피는 장중 4911.28까지 밀리기도 했다. 코스피가 장 중 5000선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 2월6일 이후 9개월만이다./조현호 기자 /사진=조현호


코스피 낙폭이 과도하다는 진단이 증권가에서 잇따른다. 기업 이익이 크게 줄어드는 상황을 가정하더라도 지금 주가는 너무 낮다는 분석이다. 반도체에 쏠린 시장 구조와 미국 기술기업의 신용 위험으로 당분간 변동성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6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324.11포인트(6.02%) 내린 5059.69에 장을 마쳤다. 지난 한 주 동안의 낙폭은 11.71%에 이른다. 이 기간 외국인은 10조3820억원을 순매도했고 개인과 기관은 각각 3조9610억원, 4조4430억원을 순매수했다.

증권사들의 분석은 '감익을 감안해도 싸다'로 모인다. 양지환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재 코스피가 향후 12개월 이익이 시장 전망치보다 38~49% 적게 나오는 상황까지 반영한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김성노 BNK투자증권 연구원도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주가이익비율(PER)이 4.1배까지 내려왔다며 순이익 전망이 절반으로 줄어도 가격 매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 현재 삼성전자의 시가총액(1223조원)은 삼성전자의 12개월 예상 순이익이 140조~190조원대였을 때의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투자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내년 순이익은 486조원으로 예상된다.

유독 한국 증시의 충격이 컸던 이유로는 반도체 쏠림이 꼽힌다. BNK투자증권에 따르면 코스피 내 반도체 시가총액 비중은 지난해 2분기 23% 수준에서 올해 6월 61.1%까지 치솟았다. 변동성지수(VKOSPI)는 65.2로 역사적 고점권에 머물러 있다. 박연주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AI 관련주 쏠림에 따른 반작용과 연말을 앞둔 이익 확정 매도, 헤지펀드 청산 등 수급 요인이 겹친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업황 자체는 나쁘지 않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황승택 하나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재 주가에 반영된 업황 우려는 과도하다고 판단한다. 미·중 기술 경쟁 속에서 AI 경쟁력 확보는 초당적인 과제인 만큼, 규제 우려만으로 산업의 성장 경로가 꺾였다고 보기는 이르다"고 설명했다.

시장이 반등하기 위해서는 주요 기업들에 대한 신용 부실 우려가 잦아들 필요가 있다. 이 연구원은 미국에서 투자등급 평가를 받는 기업들이 채권 등으로 자금을 조달할 때 국채 금리에 더 얹어야 하는 금리(신용 스프레드)가 159bp(1bp=0.01%포인트)로 연중 최고치를 경신 중이라며 이 지표가 하락 전환되는 것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전망했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오는 17일 엔비디아 실적과 가이던스(향후 실적 전망치)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미국 중간선거에서의 민주당 압승으로 AI 투자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엔비디아 실적이 중요한 이정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분할 매수와 업종 분산으로 대응하라는 조언도 나왔다. 양 센터장은 현금 여력이 있는 투자자라면 신중하게 분할 매수할 것을 권했다. 이종형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재는 과매도 구간인 만큼 매도 실익이 낮은 구간이다. 미국 블루쓰나미발 불확실성에서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는 업종으로 대응 범위를 확대하는 것도 대안"이라고 했다. 유 센터장은 AI 관련주보다 2차전지와 헬스케어 등 미국 정책 변화의 수혜주에 관심을 가질 것을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