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넉 달 새 40% 넘게 떨어지는 동안 국내 주식형 ETF 10개 중 4개는 이보다 더 내렸다./신재민 위원


'여러 종목에 분산투자하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여겨지던 상장지수펀드(ETF)마저도 폭락장 충격을 피하지 못했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가 6월30일부터 이달 6일까지 40.3% 내리는 동안 국내 주식형 ETF 447개 가운데 180개(40.27%)가 이보다 더 떨어졌다. 이 중 주가 변동을 2배로 키운 레버리지 상품을 뺀 144개 ETF의 평균 낙폭은 45.1%였다. ETF 순자산도 6월 말 512조4000억원에서 100조원 넘게 줄었다.

특히 지난 5~6일 이틀 동안 코스피는 10.98% 떨어졌는데, 전체 ETF 1184개 중 240개(20.27%)가 코스피보다 더 빠졌다. 코스피200처럼 시장 전체를 따라가는 대표 ETF도 30개 중 28개가 코스피보다 더 내렸다. 한 종목만 담은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는 삼성전자형이 최대 26.6%, SK하이닉스형이 최대 35.6% 하락했다.

ETF는 여러 종목을 한 바구니에 담아 주식처럼 사고파는 펀드다. 담는 종목이 많을수록 변동성이 줄어 단일 종목보다 안전하다고 평가된다. 그 믿음과 달리 바구니 속 종목은 한쪽으로 쏠렸다. 알아서 나눠 담았으니 안전할 것이라 믿고 사던 ETF도 이제는 속을 들여다봐야 하는 상황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코스피 시가총액에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비중은 지난해 말 34%에서 7월 52%로 커졌다. ETF에서도 특정 산업이나 주제에만 투자하는 '테마형' 상품이 빠르게 늘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테마형 ETF 순자산은 2019년 1조8000억원에서 올해 6월 말 96조원으로 50배 넘게 불었고, 이 가운데 약 65%가 반도체·AI(인공지능) 관련 상품이었다. 김재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개인투자자들은 그나마 분산투자된다고 믿는 테마형 ETF를 적극 매입하게 된다"고 진단했다.

채권을 섞은 상품도 예외가 아니다. '채권혼합형' ETF는 지난해 말 24개에서 이달 43개로 늘었다. 주식을 절반 가까이 담는 '채권혼합50'은 같은 기간 3개에서 22개로 늘었다. 채권혼합형 순자산 가운데 채권혼합50의 비중도 5.7%에서 62.3%로 뛰었다. KB·삼성·키움·하나자산운용이 내놓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 채권혼합 ETF 4종은 두 종목을 각각 25% 안팎씩, 합쳐 48.6~50.4% 담았다. 6월 30일 이후 지난 6일까지 이들 4개 ETF의 수익률은 평균 -28.3%이지만 채권만 담은 ETF는 6월 말 이후 148개 중 112개가 플러스 수익률을 냈다.

하나금융연구소는 퇴직연금 계좌의 위험자산 한도 규제를 채권혼합형 ETF가 늘어난 이유 중 하나로 꼽았다. 확정기여형(DC)·개인형퇴직연금(IRP) 계좌는 변동성이 큰 위험자산을 70%까지만 담을 수 있다. 나머지 30% 안전자산 칸에는 약관상 주식 비중 50% 미만인 채권혼합형도 넣을 수 있다. 70%를 주식형으로, 30%를 채권혼합50으로 채우면 주식 비중은 85% 가까이 된다.

운용사는 이 점을 홍보에 내세웠다. 예컨대 KB자산운용은 홈페이지에 '주식 노출을 어떻게 85%까지 높일까'라는 안내를 올리고 "강세장에선 이 30% 규정이 아쉬울 때가 있다"며 채권혼합형 ETF를 해법으로 소개했다. 이 회사는 해당 상품 투자설명서에 종목·섹터 집중투자에 따른 위험을 기재하고도 위험등급은 6단계 중 4등급(보통 위험)으로 매겼다.

손실이 커진 폭락장에서도 개인은 ETF를 놓지 않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6일 개인은 ETF를 판 것보다 2조3176억원어치 더 샀고, 기관은 2조5208억원어치를 더 팔았다. 금융감독원은 "ETF의 구성종목이 투자설명서에 기재된 운용전략에 부합하는지 확인하라"고 안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