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기업들의 수익성과 재무건전성이 개선됐지만, 영업이익으로 이자 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기업 비중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대기업 중심의 실적 개선이 전체 지표를 끌어올린 반면 기업 간 양극화는 심화된 모습이다.
1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5년 기업경영분석 결과(속보)'에 따르면 외부감사 대상 비금융 영리법인기업 3만4456곳의 지난해 매출액영업이익률은 6.2%로 전년(5.4%)보다 0.8%포인트 상승했다. 매출액세전순이익률도 5.2%에서 6.3%로 높아졌다. 이는 각각 2021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업종별로 제조업의 매출액영업이익률은 5.5%에서 6.9%로, 비제조업은 5.2%에서 5.4%로 상승했다. 제조업에서는 전자·영상·통신장비 업종의 영업이익률이 8.8%에서 15.0%로 뛰며 전체 수익성 개선을 이끌었다.
이미주 한은 경제통계1국 기업통계팀장은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 확대와 반도체 가격 상승으로 반도체 생산 주요 대기업의 영업이익률이 크게 높아진 영향"이라며 "비제조업은 전기요금 인상과 에너지 가격 하락 등에 힘입어 전기·가스업을 중심으로 수익성이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하면 전체 기업의 매출액영업이익률은 2024년과 지난해 모두 4.9%로 동일했다. 일부 반도체 대기업의 실적 개선이 전체 지표를 끌어올린 셈이다.
기업 규모별로도 차이가 뚜렷했다. 대기업의 매출액영업이익률은 5.6%에서 6.6%로 상승한 반면 중소기업은 4.8%에서 4.6%로 하락했다.
평균적인 수익성 개선에도 취약 기업은 늘었다.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으로 이자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정도를 나타내는 이자보상비율은 369.8%로 전년(305.8%)보다 상승했다. 하지만 이자보상비율이 100% 미만인 기업 비중은 39.9%로 전년보다 1.4%포인트 늘어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13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영업적자를 기록해 이자보상비율이 0% 미만인 기업 비중도 26.2%에서 28.2%로 확대됐다. 무차입 기업 비중은 11.0%에서 9.7%로 축소됐다.
성장성은 둔화했다. 지난해 매출액 증가율은 2.5%로 전년(4.2%)보다 낮아졌다. 제조업은 5.2%에서 3.2%로, 비제조업은 3.0%에서 1.6%로 각각 둔화됐다.
제조업에서는 석유정제·코크스와 화학물질·제품 업종을 중심으로 성장세가 약해졌다. 중국발 공급 과잉 여파로 석유화학 제품 가격과 마진이 하락한 영향이다.
이 팀장은 "석유화학 시장이 중국발 공급 과잉 여파로 가격이 많이 떨어지고 마진도 축소되면서 관련 업종의 매출액 증가율이 크게 하락했다"고 말했다.
건설업(-3.2→-9.6%)과 운수·창고업(12.8→2.9%)을 중심으로 비제조업 성장세도 둔화했다. 한은은 미국 관세 부과에 따른 통상 환경 악화와 운임 하락 등이 운수·창고업 부진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자·영상·통신장비 업종의 매출액 증가율은 지난해 15.1%로 전년(21.6%)보다 낮아졌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이 팀장은 "2023년 증가율이 -15.9%였던 데 따른 기저효과 영향으로 지난해 증가율이 낮아 보이는 측면이 있다"며 "15.1% 역시 절대적인 수준으로 보면 매우 높은 수치"라고 말했다.
재무 건전성은 개선됐다. 부채비율은 103.4%에서 98.3%로, 차입금의존도는 28.4%에서 27.3%로 각각 하락했다. 전 산업 기준 부채비율이 100% 아래로 내려간 것은 2020년 이후 5년 만이다.
한편 지난해 기업들의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증가한 반면 투자활동은 다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차입금 상환과 배당 지급 확대 등으로 재무활동 현금 유출은 늘었지만, 영업활동 현금 유입 증가에 힘입어 업체당 평균 순현금흐름은 9억원 순유입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