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 '3대 메가 프로젝트'를 발표하면서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이 하반기 증시 주도주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이 본격화될 경우 소부장 업게가 가장 먼저 혜택을 받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몰리는 모습이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6월 코스닥 지수가 14.76% 하락한 사이 반도체 소부장주는 강세를 이어가며 시가총액 상위를 점령했다. 바이오와 2차전지 중심이던 코스닥 시장의 무게중심이 반도체 소부장으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코스닥 시총 상위 20위 내 바이오 기업 비중은 올해 초 12개에서 7개로 줄었지만 반도체 소부장 기업은 같은 기간 4개에서 10개로 늘었다. 특히 20위권 밖이었던 주성엔지니어링이 4위로 뛰어올랐고 피에스케이도 27위에서 10위까지 상승했다.
특히 증권가는 반도체 소부장 가운데서도 장비업체를 가장 유력한 수혜주로 꼽는다. 웨이퍼 식각·증착·세정 등 전공정 장비를 공급하는 업체들이 소재·부품 업체보다 먼저 투자 효과를 누릴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이종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소재와 부품은 가동률에 따라 수요가 달라지지만 장비는 선제적 투자 요소"라며 "선제적인 생산능력 확보를 위한 투자 성격인 만큼 장비업종을 우선적으로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반도체 장비주는 정부의 메가 프로젝트 발표를 계기로 상승세가 한층 가팔라졌다. 6월 한 달간 85.57%가 오른 브이엠은 수혜 기대감이 더해지며 1일 9.52% 오른 11만9700원에 마감했다. 유진테크는 발표 당일인 6월 30일 17만3000원으로 거래를 시작해 12.68% 오른 데 이어, 1일에도 11.20% 상승한 20만6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주성엔지니어링(20.40%), 피에스케이(7.85%) 등도 나란히 상승세를 이어갔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메가 프로젝트를 국내 반도체 투자 사이클 장기화의 신호탄으로 평가한다. 삼성전자 평택 P5 팹과 SK하이닉스 용인 Y1 팹에 이어 신규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까지 추진되면서 소부장 기업들의 중장기 수주 기반도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장기 성장성이 한층 뚜렷해진 만큼 이전보다 높은 기업 가치를 적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NH투자증권은 지난달 30일 보고서를 통해 "이번 프로젝트는 단기적인 측면보다는 중장기 수요에 대비하기 위한 준비라 판단한다"며 "메모리 업체에는 안정적인 생산 거점확보가 예상되며 소부장 업체들에게는 중장기 수요처가 확대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실제 실적에 반영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반도체 산업단지 조성과 관련 인프라 구축이 선행돼야 하는데다 클린룸 구축 이후 장비 발주까지 통상 6~12개월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팹 건설 일정을 고려할 때 관련 매출이 2028년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예산 집행 속도와 지자체 간 인허가 조율이 이번 반도체 투자의 실질적인 실행 가능성을 좌우할 핵심 변수"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