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일 충북 충주시의 한 공사현장에서 야외 작업을 하던 50대 노동자가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앞서 지난달 24일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에서도 아파트 외벽 작업 중이던 50대 노동자가 의식을 잃고 사망했다. 경찰과 관계 당국은 폭염 속 작업 환경과 온열질환 연관성 등을 조사하고 있다.
연일 40도 안팎을 오르내리는 폭염이 산업현장의 생산성과 안전, 기업 경쟁력을 위협하는 새로운 경제 리스크로 떠오르고 있다. 야외 작업 비중이 높은 건설업은 물론 조선·철강·물류업계까지 작업 중단과 휴식시간 확대, 온열질환 예방 비용 증가에 직면했다. 반복되는 폭염 속에 산업계는 이제 '폭염 경영'이라는 새로운 비용을 부담하는 시대를 맞고 있다.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올여름 온열질환 추정 사망자는 21명에 달한다. 여기에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안전관리 책임까지 강화되면서 기업들의 긴장감도 커지고 있다.
일은 줄고 비용은 늘고…폭염이 덮친 생산성 위기
폭염의 직격탄을 맞는 대표 업종은 건설·조선·철강업이다. 조선소는 대형 선박 블록 용접·조립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기와 철판 복사열이 더해지며 체감온도가 실제 기온을 크게 웃돈다. 제철소와 압연공정을 운영하는 철강업 역시 설비 열기와 외부 폭염이 겹치며 근무환경이 악화되고 있다. 건설업은 대부분의 공정이 옥외에서 이뤄지는 만큼 직사광선 노출이 불가피하다.정부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체감온도 33도 이상에서는 2시간 이내 20분 이상 휴식이 권고되며, 체감온도가 더 높아질 경우 작업시간 조정이나 작업 중지 조치가 필요하다. 작업시간이 줄어드는 만큼 생산성 저하는 불가피하다.
폭염에 따른 생산성 저하는 이미 국제기구와 연구기관이 경고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국제노동기구(ILO)는 기온 상승에 따른 열 스트레스로 2030년 전 세계 노동시간의 2.2%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전일제 일자리 약 8000만개가 사라지는 것과 같은 규모이며, 경제적 손실은 2조40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농업과 건설업 등 야외 노동 비중이 높은 산업이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서도 폭염에 따른 노동생산성 저하 우려가 제기된다. 국립기상과학원 연구진이 기상청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기후변화가 지속될 경우 국내 중노동 야외 작업의 생산성은 21세기 후반 최대 26.1% 감소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건설업 등 옥외 노동 비중이 높은 업종일수록 폭염에 따른 생산성 저하 영향을 크게 받을 것으로 분석했다.
문제는 비용이다. 공사가 지연되면 인건비와 장비 임대료가 늘어나고 공기 연장에 따른 금융비용 부담도 커진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고금리 상황까지 겹치면서 시행사와 시공사는 이중 부담을 떠안고 있다. 조선업 역시 선박 인도 지연 시 글로벌 발주처 신뢰도와 경쟁력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장마와 겨울 한파가 공기 지연의 주요 변수였다면 이제는 폭염이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며 "공사가 멈출수록 비용 부담은 고스란히 현장과 기업에 전가된다"고 말했다.
작업중지권 딜레마…재택근무도 폭염 대응책
폭염이 심화되면서 산업현장에서는 노동자 안전과 생산성 사이의 갈등도 커지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노동자는 급박한 위험이 있을 경우 작업 중지를 요구할 수 있다.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 위험 역시 작업중지 사유가 될 수 있다.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다단계 하도급 구조가 일반화된 건설현장에서는 공기 준수 압박이 여전히 강하다. 원청과 협력업체, 현장 근로자 모두 공사 지연에 대한 부담을 안고 있어 실제 작업 중지 요구가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대형 현장은 스마트 쿨링시스템이나 이동식 휴게실, 제빙기 등을 갖추고 있지만 중소·영세 현장은 사정이 다르다"며 "냉방시설과 휴게시설 설치 비용 자체가 큰 부담이 되는 곳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폭염이 장기화될수록 안전을 위해 쉬어야 하지만 쉬는 만큼 비용과 공기 부담이 커지는 구조적 딜레마가 산업현장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폭염 대응은 이제 현장 안전을 넘어 기업 운영 방식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폭염과 폭우, 태풍 등 기후위기를 일시적 재난이 아닌 상시적 경영 리스크로 인식하고 유연근무와 재택근무 체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출퇴근 과정에서의 안전 문제와 냉방 비용 증가, 업무 효율 저하 등을 고려하면 기후재난 발생 시 근무 형태를 탄력적으로 전환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고용노동부와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폭염이나 집중호우 발생 시 재택근무와 시차출퇴근제를 권고하고 있지만 대부분 권고 수준에 머물고 있다. 감염병 대응을 위해 구축된 원격근무 인프라를 기후위기 대응 체계로 확장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감염병 대응을 위해 마련된 재택근무 체계가 이제는 기후위기 대응 인프라로 활용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폭염과 집중호우가 잦아질수록 출퇴근 과정의 안전 문제와 업무 공백 위험이 커지는 만큼 기상 상황에 따라 근무 장소와 시간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는 체계가 기업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경제연구기관 관계자는 "팬데믹 이후 기업들이 업무 연속성 확보를 위해 재택근무 시스템을 구축했듯이 앞으로는 폭염에 대비한 기후 비상 경영 체계가 필요하다"며 "기후 적응 역량 자체가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폭염이 반복될수록 기업들의 비용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이제 폭염을 단순한 계절적 변수나 안전 문제가 아니라 생산성과 경쟁력, 경영 전략을 좌우하는 구조적 경제 리스크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과거의 기후를 기준으로 만들어진 산업현장의 작업 방식과 기업 운영 체계를 변화한 기후에 맞게 바꾸는 일이 '40도 뉴노멀' 시대의 새로운 과제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