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물가상승률이 충분히 떨어지지 않을 경우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했다. 다만 언제, 어떤 조건에서 금리를 움직일지는 미리 정해놓지 않겠다고 했다.
29일 CNBC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워시 의장은 28일(현지시각) 잭슨홀 경제정책 심포지엄 기조연설에서 최근 미국의 물가상승률과 관련해 "우리의 책무 중 하나인 물가 안정 측면에서 볼 때 관련 지표들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현재 금융 여건에 대해서도 "긴축적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기업 대출과 금융시장 전반에서 고금리의 제약 효과가 뚜렷하지 않다는 판단이다. 실제 워시 의장은 기업 신용시장과 대출시장에서 통화정책의 긴축 효과가 거의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워시 의장은 "우리는 기조적 인플레이션이 분명하고 충분히 빠른 속도로 목표를 향해 움직이고 있다는 확신을 가져야 한다"며 "그렇지 않다면 우리에게 해야 할 일이 남아 있다. 그것은 우리의 임무이자 책무이며 우리가 지켜야 할 소명"이라고 강조했다.
연준은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상승률 2%를 물가 안정 목표로 삼고 있다. 워시 의장의 발언은 물가가 이 목표를 향해 충분히 빠르게 내려오지 않을 경우 금리 인상 등 추가 긴축에 나설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실제 미국의 7월 PCE 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7% 올라 연준 목표치를 1.7%포인트(p) 웃돌았다.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PCE 물가지수도 3.3% 상승했다.
다만 워시 의장은 금리를 언제 올릴지, 어떤 경제지표를 기준으로 움직일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금리 방향을 시장에 미리 알려주는 연준의 기존 소통 방식인 '포워드 가이던스'(선제적 지침)에도 변화를 예고했다.
워시 의장은 포워드 가이던스에 대해 "이미 그 유효 기간이 지났다"고 했다. 향후 금리 경로를 미리 약속하면 경제 상황이 달라졌을 때 정책을 유연하게 바꾸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물가나 고용지표가 특정 수준에 이르면 금리를 어떻게 움직이겠다'는 식으로 정책 기준을 미리 제시하는 '반응 함수'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워시 의장은 "지정학과 글로벌 공급망, 기술 변화가 급변하는 환경에서 우리가 무엇을 알고 모르는지 겸손해질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연준의 시장 소통도 줄이겠다고 했다. 워시 의장은 "시장 참가자들이 다음 거래를 결정하기 위해 주로 연준을 바라보는 체제를 조장해서는 안 된다"며 "소통은 줄이되 더욱 목적이 분명한 '조용한 연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금융시장은 워시 의장의 발언을 금리 인상 가능성을 높인 '매파적 신호'로 받아들였다. 연설 이후 미국 국채 금리와 달러 가치가 상승하고 증시는 하락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이 반영하는 9월 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은 전날 35.4%에서 55.7%로 높아졌다. 연준의 다음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오는 9월15~16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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