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드사들이 포화 상태인 개인 결제 시장을 넘어 기업 간 거래(B2B) 결제로 눈을 돌리고 있지만 기업들은 여전히 계좌이체를 고집하고 있다. 법인카드로 대금을 치르면 결제일까지 운전자금을 굴릴 수 있는데도 송금 관행과 납품업체의 수수료 부담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30일 여신금융협회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법인카드 승인금액은 63조4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8.7% 늘어 개인카드(7.4%)보다 증가 폭이 컸다. 하지만 기업 간 대금 결제 중심은 여전히 송금이다. 법인용 이체 시스템인 펌뱅킹 이체 규모는 상반기 하루 평균 51조1000억원으로 법인 신용카드 이용액(6450억원)의 80배에 가깝다.
비자(Visa)가 공개한 '국내 성장 중견기업의 운전자본 실태조사'에서도 이런 흐름이 드러난다. 매출 500억원 이상 기업 재무 담당자 150명 가운데 90%는 법인카드로 결제하면 대금 지급을 늦출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절반(51%)은 국내 거래처에 대금을 줄 때 카드를 거의 쓰지 않았다.
기업들이 손쉬운 자금 운용 수단을 두고도 쓰지 않는 셈이다. 이상윤 비자코리아 전무는 "카드로 결제하면 보통 30~45일 뒤 카드값을 내는데 기업 입장에선 그 기간 무이자로 운전자금을 쓰는 것과 같다"며 "대출을 받아 송금하는 것과 비용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카드를 외면하는 가장 큰 이유는 계좌이체에 익숙한 거래 관행(21%)이었다. 효과를 알면서도 쓰지 않는 기업들로 좁혀 보면 수수료 부담(30%)이 가장 큰 이유로 꼽혔다. 기업 간 카드 거래에선 카드를 받는 납품업체가 가맹점 수수료를 내기 때문이다. 이 전무는 "보내는 쪽은 거래 금액이 커 카드 한도가 부족한 경우가 많고 받는 쪽은 금액이 클수록 수수료가 커지니 카드를 꺼린다"며 "결국 많은 기업이 대출을 받아 송금한다"고 설명했다.
거래 환경 영향은 해외 거래와 비교하면 뚜렷하다. 조사 대상 기업들이 해외 거래처와 거래할 때는 카드를 주 결제수단으로 쓰는 비율이 27%로 국내(15%)의 두 배 가까이 됐다.
기업 자금 사정은 빠듯해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8월 중소기업 대출금리는 연 4.38%로 한 달 새 0.16%포인트 올랐다. 금융감독원 집계로 7월 말 중소법인 대출 연체율도 1.00%로 1%대에 올라섰다.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선 추석 부족 자금 마련 방법으로 납품대금 조기 회수(40.6%)와 결제 연기(29.9%)가 꼽혔다. 카드 결제는 이론상 두 요구를 함께 풀 수 있지만 그 대가인 수수료는 고스란히 납품업체 몫이다.
결국 카드 결제가 기업 간 거래로 퍼지려면 수수료 문제부터 풀어야 한다. 구매 기업의 자금 부담을 납품업체의 수수료 부담으로 옮기는 데 그친다면 납품업체가 카드를 받을 이유가 없다. 공은 수수료율을 정하는 카드사로 넘어간다. 이 전무는 "국내 거래 수수료는 카드사가 결정하는 영역"이라며 "기업들의 인식 변화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카드업계로서 외면하기 어려운 시장이다. 개인 결제는 성장이 더딘 반면 기업 간 송금 가운데 카드 결제 비중은 5~6%에 그쳐 성장 여지가 크다는 게 이 전무의 설명이다. 비자 조사에서도 제약만 풀리면 카드를 도입하거나 늘리겠다는 기업이 88%에 달했다. 그는 "기업 간 거래엔 아직 현금 결제가 많아 카드사들이 전환에 공을 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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