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은 많은 인파가 몰리면서 발 딛을 틈이 없었다./황지민 기자


말끝마다 "이씨~"를 붙인다. 충청도 방언으로 툴툴대다가 농담을 던진다. 눈은 크고 눈꼬리는 살짝 처졌다. 다른 상인들이 "골라 골라"를 외칠 때 정반대로 "사지 마"라며 타박한다. 그런데도 전국에서 구름 인파가 몰린다. 배우 차은우와 리어나도 디캐프리오에 빗대 '스은우', '스카프리오'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요즘 남대문시장을 뒤흔드는 '스카프 아저씨' 얘기다.

지난 6일 오전 10시20분 서울 남대문시장 중앙상가. 스카프 가게 '한양사'엔 '금일 휴업' 안내문이 붙었다. 그런데도 가게 앞엔 수십 명이 모여 있었다. 2분 뒤 검은 모자에 흰색 패딩 조끼를 입은 스카프 아저씨가 모습을 드러내자 환호성이 터졌다. 휴대전화 카메라 수십 대가 일제히 '찰칵' 소리를 냈다.

그는 입담 하나로 남대문시장을 평정했다. 이런 식이다. 계산하려는 손님에겐 "왜 그렇게 깨끗하게 살아. 그냥 갖고 도망가"라고 말한다. 갑자기 입을 닫은 그에게 한 손님이 "왜 말을 안 하느냐"고 묻자 "여기가 제주도야? 왜 말을 찾아? 이씨~"라고 되받는다.

지난 6일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의 한 스카프 매장 앞에서 '스카프 아저씨'가 휴대전화를 든 방문객에 둘러싸여 있다./황지민 기자


서울 압구정동에서 온 김모씨(74)는 "유튜브로 보니까 순발력과 재치가 넘쳐 직접 보러 왔다"고 말했다. 충남 천안에서 온 60대 여성은 "남을 깎아내리지 않고 웃기잖아요. 정겹고 순수한 것 같아요"라며 웃었다.

정작 스카프 아저씨의 신상에 대해선 알려진 게 별로 없다. 주변 상인에게 나이를 묻자 "85년생인가? 팔십 몇 년생으로 들었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남대문시장 상인회 관계자는 "가게 사장님은 따로 있고, 스카프 아저씨는 오래 일한 직원이다. 방송사에서 몇 번이고 인터뷰하자고 제안했는데도 본인이 고사한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스카프 아저씨의 인기에 힘입어 남대문시장은 매일같이 들썩인다. 이날도 경찰관 3명과 서울 중구청 직원, '한양사'에서 직접 고용한 사설 경호원 3명이 안전 관리에 나설 정도였다. 서울 남대문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4일에도 안전 관련 112 신고가 접수돼 경찰 4명이 출동했다. 서울시 실시간 도시데이터를 보면, 지난 6일 오후 2시 기준 남대문시장 일대 추정 인구는 2만4000~2만6000명으로, 혼잡도 '붐빔' 단계였다.

지난 6일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의 한 스카프 매장 앞에서 '스카프 아저씨'가 휴대전화를 든 방문객에 둘러싸여 있다./황지민 기자


1897년 문을 연 우리나라 최초의 도시 상설시장인 남대문시장은 130년이 다 된 오늘날 다시 '핫 플레이스'로 떠올랐다. 젊은 세대는 연예인이 소개한 그릇과 때수건을 사러 몰린다. 먹거리 골목은 외국인 관광객들 차지다.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8월 남대문 상권의 주말·공휴일 카드 결제 건수는 2024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20대 이하에선 44%, 30대에선 53% 증가했다. 서울시가 집계한 올해 1~9월 남대문시장의 외국인 카드 소비액은 157억58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5.6% 늘었다.

지난 6일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은 많은 인파가 몰리면서 발 딛을 틈이 없었다./황지민 기자


주변 가게도 반사이익을 누린다. 남대문시장 인근 카페 직원 김모씨는 "지난주에는 시장 안에서 줄을 선 손님들에게 음료를 배달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50대 꽃집 상인은 "스카프 아저씨를 보러 온 손님이 꽃도 한 묶음씩 사 간다"고 전했다.

인파가 몰리면서 안전에 대한 우려는 커지고 있다. 상인회 관계자는 "시장이다 보니 차량 통행을 완전히 막기 어렵다. 차량과 인파가 무질서하게 몰릴 때마다 교통사고가 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