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 행정실 직원 A씨(26)는 직장 내 과도한 업무량으로 불안감이 커질 때마다 스마트폰을 켜고 온라인 가상 사찰인 '산사'에 접속한다. 동자승 아바타로 회색 방석에 앉아 108배를 올리다 보면 정서적으로 차분해진다.
미디어 회사 프리랜서 B씨(32)도 귀가하면 노트북 화면 앞에 찻잔을 두고 앉아 가상 노천탕으로 들어간다. B씨는 "도시인은 누구나 아무도 없는 공간을 원하면서도 여전히 사람들과 연결되길 바라는 이중적 마음을 갖고 있다. 내가 가상 노천탕을 찾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일상 속 위안을 얻거나 휴식을 취하기 위해 온라인 가상 공간을 찾는 이들이 크게 늘고 있다. 지난달 26일 서비스를 시작한 온라인 사찰 '산사'가 메타버스(가상현실) 공간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높였다. 산사는 서비스 공개 2주도 안 돼 누적 방문자가 150만명을 넘었다.
산사의 개발자 박진원씨(26)는 "집 근처에 절이 없어 온라인 절을 만들었는데 실제로 사람들이 들어오니 신기하다. 하루 평균 10만명 이상 방문하고 있다. 한국뿐 아니라 베트남, 대만 등 해외 이용객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산사의 개발자 박진원씨(26)는 "집 근처에 절이 없어 온라인 절을 만들었는데 실제로 사람들이 들어오니 신기하다. 하루 평균 10만명 이상 방문하고 있다. 한국뿐 아니라 베트남, 대만 등 해외 이용객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산사가 화제를 모으면서 산티아고 순례길, 노천탕, 찜질방, 병원, 수영장 등 힐링을 키워드로 내세운 온라인 가상 공간이 잇따라 문을 열었다. 가상 공간을 한 곳에 모아둔 웹사이트 '바이브 차트'에 따르면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8일까지 등록된 가상 공간 홈페이지는 224곳에 이른다.
생성형 AI를 이용하면 짧으면 30분, 길어도 하루 반나절이면 자신이 원하는 가상 공간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그 가상 공간을 찾아가기 위한 별도의 프로그램도 필요 없다.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열어 웹사이트 주소만 입력하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쉽게 만들고, 쉽게 찾아갈 수 있는 편의성이 가상 공간을 새로운 힐링 장소로 떠오르게 만든 것이다.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서 가정의학과 전문의로 근무하는 C씨(38)도 최근 AI로 온라인 가상 병원인 '무토의 진료실'을 만들었다. 자율신경계 질환과 통증 환자를 주로 대하다 보니 스마트폰 안에서 혈압과 호흡, 심박수 등을 조절할 방법이 없을지 고민했다고 한다.
무토의 진료실에선 자신의 증상을 말하면 가상의 처방전을 준다. 다른 이용자들과 함께 수액을 맞으며 마음의 위안을 얻기도 한다. C씨는 "방문객들이 가상 공간을 다른 사람들과 유대감을 느끼기 위한 도구로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서 가정의학과 전문의로 근무하는 C씨(38)도 최근 AI로 온라인 가상 병원인 '무토의 진료실'을 만들었다. 자율신경계 질환과 통증 환자를 주로 대하다 보니 스마트폰 안에서 혈압과 호흡, 심박수 등을 조절할 방법이 없을지 고민했다고 한다.
무토의 진료실에선 자신의 증상을 말하면 가상의 처방전을 준다. 다른 이용자들과 함께 수액을 맞으며 마음의 위안을 얻기도 한다. C씨는 "방문객들이 가상 공간을 다른 사람들과 유대감을 느끼기 위한 도구로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5년 사회조사 결과'에서는 국민 10명 중 4명이 외로움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 3만4000여 명 중 38.2%가 '평소 외롭다'고 답했고, '자주 외롭다'고 한 비율은 4.7%였다. 성별로는 여성(41.0%)이 남성(35.4%)보다 외로움을 느끼는 비율이 5.6%포인트 높았다.
전문가들은 온라인 가상 공간의 급속한 확산을 타인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도 '느슨한 연대감'을 얻으려는 심리와 외로움이 반영된 사회적 현상으로 보고 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많은 현대인이) 개인주의가 강하지만 외로움도 크게 느끼기 때문에 가상 공간을 공유하는 문화가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낯선 사람들과 공간을 공유하면서 집중력을 높이는 '보디더블링'(Body doubling) 문화가 이젠 가상 공간에서 휴식과 연결되는 형태로 넓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젊은 세대도 기성세대 못지않게 연대하고 싶은 욕구가 크지만 좁은 취업문을 통과해야 하는 현실적 어려움과 제약 때문에 사람들과 여유롭게 관계를 맺지 못한다. 채워지지 않는 갈망을 별다른 비용 없이 접근하기 쉬운 온라인 공간을 통해 해소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