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관통하는 어젠다를 제시하고, 구체적 해법을 모색하는 미디어 싱크탱크입니다.
지난주 캘리포니아 휴양지의 토스카나풍 별장. 하객 대상 토론회에 숲속 스파 피로연까지, 며칠에 걸쳐 이어질 결혼식 준비가 한창이었다. 신랑은 24세의 AI 전문 헤지펀드 설립자, 신부는 AI 선두 기업 앤스로픽 CEO의 비서실장이다. 신부가 주문한 콘셉트는 "유럽식 정원에 특이점 직전의 분위기"였다. 미국 경제매체 포천은 이들을 "AI 파워 커플"이라 불렀다.같은 시각 신랑은 자신을 스타로 만든 펀드가 보유한 상장 주식 전량을 헐값에 팔아치우고 있었다.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아는 사람은 극소수다." 신랑 레오폴드 아셴브레너가 2024년 인터넷에 공개한 165쪽짜리 에세이의 한 구절이다. 제목은 "상황 인식(Situational Awareness)", 그가 세운 펀드의 이름이기도 하다. 논문도 보고서도 아닌 이 글은 공개 직후 실리콘밸리의 필독서가 됐다.석 달 뒤 그는 펀드를 세웠다. 운용 경험은 전혀 없었지만 컬럼비아대 19세 수석 졸업, 오픈AI 연구원 출신이라는 이력..
시대를 관통하는 어젠다를 제시하고,구체적 해법을 모색하는 미디어 싱크탱크입니다.
"새로운 정부 모델이 출범합니다. 2년 내 정부 서비스, 운영의 50%가 AI 에이전트로 대체됩니다. 세계 최초의 자율 시스템 정부로 만들 것입니다." 2026년 4월 23일, 아랍에미리트(UAE) 총리 셰이크 무함마드가 자신의 X 계정을 통해 선언했다. 이어진 문장은 더 단호했다. "2년 뒤부터 정부의 성과는 AI 도입 속도, 실행의 질, 업무 재설계 역량으로 측정합니다."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시한과 측정 지표가 박힌, 국가 운영체제를 통째로 갈아 끼우겠다는 비전 발표였다. 15년 전 넷스케이프 창업자이자 실리콘밸리의 대표적인 벤처투자자 마크 안드리센은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문에서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집어삼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후 애플·구글·아마존이 산업의 지형을 다시 그렸다. 2017년 젠슨 황은 한 발 더 나아갔다. "이제는 AI가 소프트웨어를 먹어 치울 것이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다. '코드(Code)' 한 줄이 공장 하나를, 알고리즘 한 묶음이 부처 하나를 대체할 수 있다. UAE 총리의 선언은 그 흐름의 한 변곡점일 뿐이다. 미국은 2026 회계연도 국방예산을 사상 처음 1조 달러(약 1400조원)까지 끌어올렸고, 2027년에는 1.5조 달러를 제안했다. 이 돈의 상당 부분이 무인기와 AI, 자율 시스템으로 흘러간다. 세상의 중심이 빠르게 '코드'로 옮겨가는 중이다. "어우 정말 난장판이다. 정말 난장판이야 …." 한 특위위원장의 자조 섞인 독백이 마이크를 타고 흐른다. 삿대질을 이어가는 여당과 야당의 의원들 사이에서 카메라는 누구의 얼굴도 잡지 못한 채 회의장 전경을 비춘다. 4월 30일 한국 국회의 풍경이다. 고성이 30분 넘게 이어지고 나서야 회의가 다시 시작됐다.AI·과학·통신을 다루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서도 난장 같은 모습이 자주 펼쳐진다. 과방위는 22대 국회 출범 직후부터 방송4법을 둘러싼 극한 정쟁의 장이 됐다. AI 기본법은 가까스로 통과시켰지만, 그 외 과학·AI 분야 법안은 줄줄이 밀려 표류 중이다. 지난해 12월부터 최근까지 84시간에 걸친 과방위 속기록을 분석해봤다.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한 것은 '쿠팡 혼내기'였다(38%, 30시간). 최대 현안이자 미래 먹거리인 AI(20%), 우주항공(5%) 분야의 시간 점유율은 초라하다. 한국 정치의 핵심은 '코드'가 아니라 '데시벨'이다.이런 시간 속에서 한국이 키운 AI 인재들은 짐을 싼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12월에 발간한 보고서 'AI 전문인력 현황과 수급 불균형'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국내 AI 전문인력 5만7000명 가운데 약 1만1000명이 해외에서 일한다. 한국의 AI 전문인력은 코로나19 시기를 제외하고는 매년 한국을 빠져나가고 있다. 올해 4월 발간된 스탠퍼드대 'AI 인덱스 2026'도 한국을 AI 인재 순유출국으로 분류한다. 인재 유출 속도는 조사 대상 50개국 중 8위다. 정치권의 요란한 목청 싸움 속에서 미래의 먹거리를 만들 사람들은 국경을 넘어 떠난다. 일찍이 쇼펜하우어는 '소음에 대하여'에서 이렇게 썼다. "한 인간이 묵묵히 견뎌낼 수 있는 소음의 양은, 그의 지적 능력과 반비례한다."UAE의 'AI 정부 선언'은 50%라는 자동화 목표 뿐 아니라 '2년'이라는 시한, 그리고 '도입 속도·실행의 질·재설계 역량'이라는 측정 지표도 명시했다. 한국 정치가 같은 2년 뒤 무엇으로 측정될지는 누구도 답하지 못한다. 중국 AI 모델은 지난 2월 세계 최대 AI개발자 플랫폼 허깅페이스 다운로드의 41%를 가져가며 미국(36.5%)을 처음 추월했다. '코드'는 전에 없이 맹렬한 기세로 세상을 뒤바꾸는데, 국회의 소음은 조용히 한국의 잠재력을 집어삼킨다. AI 골든타임은 이렇게 천천히, 그러나 확실히 소진되고 있다.
삼성전자 노조는 영업이익의 15% 현금 보상을 요구하며 5월 총파업을 예고했다. 노조는 "파업이 현실화되면 30조원 손실이 발생한다"고 공언했다.글로벌 빅테크·반도체 기업들에게 이런 풍경은 낯설다. 비결은 기업·노동자·주주 세 축의 이해관계를 사전에 정렬시킨 '제도' 에 있다. 선진 기업들의 지혜를 들여다본다.━기준 공개로 원천적으로 분쟁 막아━미국 상장사들은 매년 주주총회 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위임장 명세서(Proxy Statement)'를 제출해야 한다. 임직원 보상 프로그램의 철학, 성과 지표, 지급 기준, 실제 지급 금액이 모두 담긴다. 누구나 SEC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엔비디아의 2025년 위임장 명세서에 따르면 직원 보상은 기본급·현금 인센티브·주식 보상으로 구성돼 있다. 현금 인센티브는 사업부별 영업이익 목표 달성률에 따라 지급 배율이 결정된다. 2025 회계연도 엔비디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47% 급증한 815억달러를 기록했고, 이 실적이 보상 산정 근거가 됐다. 매년 주총에서 주주들이 임원 보수 전반에 대해 찬반 의사를 표시하고 해당 결과가 다음 연도 보상 설계에 반영된다.TSMC는 직원 이익배분 규모를 연간보고서에 순이익 연동 방식으로 공시한다. 정관 상 순이익의 1% 이상을 성과급으로 보장하지만 실제로는 연간 10% 수준을 꾸준히 집행해 왔다. ━외부 전문가가 보증, 주식 보상이 대세━엔비디아와 인텔의 보상위원회는 ISS, Meridian 같은 독립 외부 보상 컨설턴트를 선임해 보상 프로그램의 적정성을 매년 검토한다. 두 회사 모두 SEC 공시 문서에 외부 컨설턴트 선임 사실과 검토 결과를 명기한다. 경영진 입장에서는 "자의적으로 정한 것이 아니다"라는 근거가 생기고 직원 입장에서는 보상 프로세스를 신뢰할 수 있게 된다.결정 과정 자체도 제도화돼 있다. 보상위원회가 연간 성과 지표와 보상 설계안을 마련하면, 외부 독립 컨설턴트가 리스크와 적정성을 검토하고, 이사회 보고 후 주총에서 주주 검증을 받는다. 수정이 필요하면 보상위원회가 안을 다시 만든다. 샌디스크는 2025년 2월 웨스턴디지털에서 분사하자마자 이 프로세스를 가동했다. 2025년에는 재무지표(매출 50%·영업이익 50%)만이 기준이었지만 2026년 안은 수익성(50%)·장기 전략(25%)·현금 흐름(25%)으로 평가 항목을 세분화했다. 실리콘밸리는 현금 지출 없이 임직원의 장기 근속을 유도하는 방안으로 주식 보상을 적극 활용한다. 반도체 기업도 마찬가지다. 엔비디아는 전 직원에게 분기마다 주식 보상을 지급한다. 지난해 기준 직원 1인당 평균 주식 보상은 약 15만달러로 기본급과 맞먹는 수준이다. AMD는 2026년 위임장 명세서에서 전체 임직원의 주식 보상 비중이 총보상의 절반을 넘는다고 공시했다.CEO 보너스는 대부분 주식이다. AMD 공시에 따르면 리사 수 CEO의 2024년 총보상 3100만달러 중 기본급은 126만달러에 불과하고, 주식 보상이 2170만달러로 전체의 70%를 넘었다. 엔비디아 젠슨 황의 2025 회계연도 총보상도 4990만달러 중 기본급은 100만달러 수준이다. 주식 보상을 매개로 주주와 임직원의 이해가 구조적으로 일치하게 되는 것이다.━ 1/N은 없다, 키맨에겐 파격 보상━핵심 인재를 위해선 파격적인 보상 제도를 만들어 뒀다. AMD는 올해 이사회 결의로 리사 수 CEO에게 7500만달러 규모의 '성과 연동 주식'을 부여했다. 이 주식은 향후 5년간 주가 성장률 목표를 달성할 때만 지급되며 목표 미달 시 한 푼도 받지 못한다. TSMC는 엔비디아·인텔 등 글로벌 경쟁사와의 인재 유치 경쟁이 심화되자 2021년 일반 직원 성과급과 완전히 분리된 주식 보상 제도를 도입했다. 이사회가 매년 부여 대상과 규모를 독립적으로 결의한다. 중국 기업들의 비대칭 보상은 더 공격적이다. 텐센트의 2021년 연간보고서에 따르면 이사진에도 속하지 않는 두 명의 핵심 임원이 각각 약 2040억원(16억홍콩달러)을 받았다.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인 마화텅의 같은 해 보수(약 85억원)보다 20배 이상 많은 금액이다. 비상장사인 화웨이조차 19만명의 직원이 가상 주식을 보유하는 구조를 운영하며, 핵심 기여자에게는 5년 결산 사이클의 장기 주식매수권을 별도로 지급한다.
회장 집 앞 시위는 한국 영화와 드라마의 상투적 장면(클리셰)이다. "갑시다"라는 엑스트라 배우의 대사, 붉은 머리띠, 커다란 글씨의 피켓이 의례적으로 등장한다. 대체로 불행한 폭력 사태로 귀결되는데, 종종 '재벌집 막내아들' 진도준이나 '눈물의 여왕' 홍해인처럼 선량한 회장 가족의 온정적 도움으로 아름다운 결말을 맺기도 한다. 하지만 현실은 드라마처럼 단순하지 않다. 그렇게 쉽게 끝날 일이었으면 진작 해결됐을 것이다. 삼성전자 노조가 이재용 회장 집 앞 집회를 예고했다. 자신들이 요구하는 수준으로 성과급을 맞춰주지 않으면 서울 한남동에서 골목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한다. "이 회장이 결심하라"는 압박이다. 한국의 양대 노동조합과 노동운동 단체는 지난 30여 년 동안 '제왕적 리더십' 해체를 요구해왔다. "기업 오너 한 마디에 모든 게 좌우되는 전근대적 경영에서 벗어나자"고 했다. 투명한 시스템 경영, 민주적 경영의 필요성을 주창해왔다. 노조뿐 아니라 사회 전반이 그 방향을 지지했고, 실질적 진전이 있었다. 오너가 아닌 이사회의 경영, 주주 이해 우선 제도가 하나둘 만들어졌다. '황제 회장' 폐지를 주장해온 노조가 '오너가 결단하라'고 압박하는 것은 자기모순이다. 제왕적 대통령의 문제를 말하면서 대통령이 총리와 장관, 나아가 실무자가 할 일에까지 직접 나서길 바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 대통령이 그래서는 안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대주주가 회사의 공식 기구를 뛰어넘는 결정을 하는 것도 옳지 않다. 구시대적 운영이다. 우리 사회는 '회장 집 앞 시위'에 관대하다. 법에 정해진 기준을 벗어나도 공권력이 제지하는 경우는 드물다. 지난 한 세대 간 집회·시위 보장이 우선적 가치로 여겨졌다. 절박한 호소를 위한 최후 수단이라는 사회적 공감대가 바탕이 됐다. 비참하게 해고됐는데 법적 절차로 구제되지 못했을 때, 그 누구도 억울한 사정을 귀담아 들어주지 않는다고 생각될 때 회장 집 앞으로 갔다. 다소 물의가 빚어져도 사회가 용인했다. 언론도 대체로 대문 밖 사람 편에 섰다. 삼성전자의 성과급 갈등은 이런 일과 궤를 함께 하지 않는다. 긴급하고 억울한 사정의 사안이라고 보기가 어렵다. 임금 체불, 무단 해고와 같은 생존권의 문제가 아니다. 이재용 회장이 두문불출로 직원들을 피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정상적으로 출퇴근 하고 있다. 노조의 항의가 불가피하면 사업장에서 하면 된다. 이런 일로 집 앞 시위를 벌이면 정작 필요한 사람들이 할 때마저 행패로 간주되며 외면당한다. 정말 최후의 수단만 남은 이들을 더욱 궁지로 모는 '절박함 가로채기'라고 볼 수 있다. 최근 법원은 기업 경영진 자택 앞 시위를 제한해왔다. 집회 금지 가처분 신청에서 인용 판결이 잇따랐다. 판사들이 '그곳에서 그렇게 할 필요'에 동의하지 않는다. 법률 용어로 '상당성 부족'이다. 노조의 '망신 주기'에 불과한 행위에 가족이나 주민까지 애꿎은 피해를 입는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사적 영역에 대한 존중, 생활권 보장이 어느덧 사회적 상식으로 자리 잡았다. 그런데도 노조는 마치 정해진 수순을 밟는 것처럼 집 앞으로 몰려가 장송곡이나 상여 소리, 운동 가요가 주택가에 울려퍼지도록 한다. 노조원들은 경찰의 제지나 법원 결정 무시에 따른 처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소음 기준 위반은 수십만원의 과태료나 벌금에 그친다. 그 돈은 노조의 투쟁기금에서 조달되고, 노조 간부의 전과는 훈장이 된다. 열일하는 선명한 노조의 상징이다. 업무방해 고소 등으로 사태가 번지기도 하지만 결국 회사는 취소나 처벌 불원서 제출로 끝을 맺는다. 삼성전자 노조가 회장 집 앞 집회에서 요구하겠다는 것은 노동 가치 인정이 아니라 제왕의 결단이다. 평소에는 "독단 경영을 멈추라"고 말하더니 지금은 그 권능을 발휘해 "통 큰 결단을 하라"고 압박한다. 이런 직 거래 요구는 정당한 노조 활동의 선을 넘은, 정상적 경영에 대한 위협이자 시스템 부정이다. 투쟁이 성공하면 실무자들이 허수아비가 되고, 주요 노사 이슈가 오너의 마음에 종속된다. 기업 거버넌스 퇴보가 아닐 수 없다. 세계 산업을 이끄는 한국의 1등 기업 노조에 걸맞지 않은 부끄러운 일이다.
한때 국방 예산만 1000조원에 달한다고 붙여진 '천조국'이라는 미국의 별명도 이젠 옛말이다. '천조국'이 된 지 4년 만인 내년엔 '이천조국'의 자리에 올라설 전망이다.미 전쟁부는 현지시간 21일 공식 예산 홈페이지(comptroller.war.gov)를 통해 '2027 회계연도 전쟁부 예산 개요서(Budget Overview Book, 이하 예산안)'를 공개했다. 총액은 전년 대비 약 44% 증가한 1.5조달러(약 2265조원)다. 뉴욕타임스는 이를 "2차 대전 이후 최대 수준의 증액 시도"로 평가했다. 예산안에는 동맹국들의 자위권 확보를 강조하며 "GDP의 5% 수준의 국방비 편성"을 촉구하는 내용도 담겼다. ━드론 앞세워 무인 전투체계 '총력전' ━ 예산안은 드론의 신속한 실전 배치를 목표로 하는 '드론 주도권 이니셔티브'에 536억달러(약 78조원)를 편성했다. 여기에 무인 위협 대응을 위한 대드론(C-UAS) 방어 체계 예산 210억달러를 합산하면 드론 관련 총 투자액은 740억달러(약 109조원)를 웃돈다.드론 공격 체계 구축을 총괄하는 국방자율전투단(DAWG)의 예산은 전년 2억2500만달러에서 540억달러로 240배 급증했다. DAWG는 바이든 행정부 시절 저비용 드론 신속 배치를 목표로 추진된 '리플리케이터(Replicator)' 사업을 확대 계승한 조직으로, 소모성 소형 드론 중심에서 장거리 무인 체계까지 임무 범위를 확장해 드론 전력화를 총괄하고 있다. ━재래식 전력도 대폭 강화━해군 예산은 1962년 이후 최대 규모인 872억달러가 편성됐으며, 이 중 658억달러가 함정 건조에 투입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마러라고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신형 대형 전함 '트럼프급 전함(Trump-class)'을 핵심으로 하는 '황금 함대(Golden Fleet)' 구상을 공식 발표했다. 미 군사매체 브레이킹 디펜스는 '황금 함대'를 신규 대형 전함들을 다수의 소형 무인 함정과 결합한 신형 해군력 구상으로 소개했다. 이번 예산안에는 트럼프급 전함의 설계 및 선행 개발 비용으로 18억달러가 신규 편성됐다.미사일·탄약 예산은 이란전 등 교전 상황에 따른 재고 보충 수요를 반영해 전년 대비 약 180% 증가한 679억달러가 책정됐다.━미래전 위해 AI·우주 분야 투자 강화━ AI 분야에는 585억달러가 투자된다. 이 중 460억달러는 정부 소유의 슈퍼컴퓨팅 인프라인 '소버린 AI 병기창(Sovereign AI Arsenal)' 구축에 집중 투입된다. 우주군 예산도 전년 대비 77% 증가한 712억달러로 확대된다. 우주군은 극초음속 미사일을 실시간 추적하는 다층 위성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군사 위성 발사를 위해 연간 31회의 로켓 발사를 계획하고 있다.우주 기반의 미사일 요격 체계인 '골든돔' 프로그램에는 179억달러가 배정됐다. BBC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지구 반대편에서 발사된 미사일은 물론 우주에서 발사된 미사일까지 요격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골든돔 추진을 공식화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임기 종료(2029년 1월) 이전 실전 배치 일정도 제시했다.━불붙은 글로벌 군비 경쟁━미 전쟁부는 예산안에서 "동맹국이 GDP의 5%를 국방비로 지출하는 새로운 글로벌 표준"을 제시하고, 동맹국들이 미국의 지원 의존에서 벗어나 자국 방위를 자국이 책임지는 것을 전략적 목표로 명시했다.세계적인 국방비 증가 흐름은 이미 진행 중이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유럽 NATO 회원국의 국방비 지출은 지난해 전년 대비 11.7% 증가했으며, 32개 회원국 중 18개국이 처음으로 GDP 대비 2% 기준을 충족했다. NATO는 지난해 6월 헤이그 정상회의에서 '2035년까지 GDP의 5% 지출'을 목표로 결의했다. 아시아도 이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일본 교도통신은 지난 17일 일본의 2026 회계연도 방위 예산을 10.6조엔(약 98조원·2022 회계연도 GDP 대비 1.9%)로 보도했다. 1976년 이후 반세기 가까이 지켜온 '방위비 1% 이내 억제' 원칙을 사실상 폐기하며 군비 증강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이다. 대만 중앙통신에 따르면 대만의 올해 국방 예산은 전년 대비 23% 늘어난 약 6470억 대만달러(약 27조원)로, 2009년 이후 처음으로 GDP의 3%를 돌파했다(3.3%). 한국의 국방비는 지난해 기준 GDP의 2.3% 수준이다.
"도대체 어디에 얘기를 해야 하는 지 알 수 없었죠. 너무, 너무, 답답했어요. 지금도 그렇고요." ㈜인텔리빅스의 최은수 대표가 말했다. 사연은 이렇다. 이 회사는 업력 26년의 '관제 시스템' 설치 회사다. CCTV를 진화시키는 데 노력해왔다. 카메라 영상 속의 '이상 현상'을 인공지능(AI)이 인식해 관제 시스템에 경고 메시지를 띄우는 기술을 개발했다. 산업 현장과 주요 시설물의 위험을 CCTV로 파악해 관리자에게 바로 알려준다. 그리고 수년 전에 폭설, 폭우, 짙은 안개 속에서도 200m 이내의 사물을 식별해 영상으로 표출하는 기술을 확보했다. 이 업체는 이런 기술이 국방에 도움이 되겠다고 판단했다. 악천후에도 특이 징후를 포착하는 전방과 해안의 감시 장비로 활용되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2년 전부터 국방부와 방위사업청 문을 두드렸다. 그런데 아직도 문 턱 주변에 있다. "어렵사리 군수 관계자를 만나 설명했더니 군 품목 분류 체계 때문에 일반 CCTV만 조달 가능하고 우리 것 같은 특수 장비는 항목 자체가 없다고 했어요." 최 대표 말이다. "기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니 벽을 보고 말하는 것 같았죠." 이 회사는 '방산혁신기업 100'이라는 제도가 있음을 알게 됐다. 방위사업청이 2022년부터 올해까지 한 해 20개씩 총 100개의 방산 분야 혁신 기업을 선정해 지원하는 사업이다. 2024년에 여기에 지원했다. 온갖 서류를 갖춰서. 그러나 탈락했다. 그리고 지난해 재수를 해 성공했다. 인텔리빅스는 지난해 가을 '서울 국제 우주항공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에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이 회사 부스에 방문해 설명을 듣는 모습이 언론에 보도됐다. 이 대통령은 이날 "민간 기술을 군에 접목해 첨단산업을 이끄는 촉매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인텔리빅스의 AI 카메라가 국군에 쓰일 지는 여전히 알 수 없다. 최 대표에 따르면 '방산혁신기업 100'에 선정된 뒤 군에서 수개월째 성능 테스트 중이다. 시험을 통과해도 갈 길이 멀다. 까다로운 군납 절차가 기다리고 있다. 군 예산 확보도 필요하다. 부지하세월이다. 민간에는 AI 카메라가 장착된 사족보행 로봇이 순찰을 도는 곳이 있다. 세상과 군의 기술 적응 속도 차가 크다. 최 대표는 지난해 10월 국회의 한 토론회에서 시대에 뒤떨어진 한국 군 획득 시스템의 현실을 생생하게 증언했다. 2000년대 중반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급조폭발물(IED)에 의한 미군 사망자가 급증했다. 군용 차량 아래에서 IED가 터지는 사건이 속출했다. 당시 미 국방부 군수 담당 차관이었던 애쉬 카터는 험비의 하부에 V자(충격 분산용) 형태의 장갑을 부착하면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예일대와 옥스퍼드대에서 물리학을 공부한 그는 방법을 찾다가 이미 그런 구조의 차량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지뢰 제거 작업에 쓰인 것이었다. 카터는 그 차량을 만든 회사가 곧바로 미군에 납품할 수 있도록 국방부 장관(로버트 게이츠)에게 '긴급 조달' 명령을 내려달라고 했다. '관료주의적 절차가 장병들의 생명보다 중요할 수 없었다.' 카터의 회고록에 이렇게 적혀 있다. 그때로부터 약 1년 뒤 '쿠거'라는 이름의 지뢰방호장갑차(MRAP)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의 미군에 공수되기 시작했다. 그 뒤 5년간 약 2만7000대가 보급됐다. 2022년 애쉬 카터가 62세에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을 때 뉴욕타임스는 MRAP 보급에 대해 '미군 역사상 가장 획기적인 조달이었다'고 평가했다. 미국 언론들이 "미군 수천 명을 살린 영웅"이라고 그를 기렸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2015년에 미국 국방부 장관으로 임명된 카터는 곧바로 실리콘밸리 인근의 스탠퍼드대로 갔다. 연설에서 '국방혁신실험단(DIUx)' 창설을 선언했다. 스타트업 신기술 탐색과 지원이 이 조직의 임무라고 말했다. DIUx 사무실을 아예 실리콘밸리에 뒀다. 이 조직의 첫 작품이 '공중급유 앱' 제작이었다. 수작업이 소프트웨어로 대체되면서 급유 계획이 정밀해졌다. 한 해 수천억원의 비용이 절감됐다. 스타트업과 계약을 맺어 북한의 KN-08 탄도미사일 이동식 발사대를 실시간으로 감시할 수 있는 위성 정찰 시스템도 마련했다. 초기 2년에만 약 50개의 민간 기술 활용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이 과정은 최근 출간된 책 '실리콘밸리와 펜타곤의 비밀 전략실 유닛X'에 자세히 기록돼 있다. 개혁가 카터는 "세상은 빛의 속도로 변한다. 국방부가 서류의 속도에 갇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동행미디어 시대가 주최한 '새로운 전쟁의 시대, K방산의 현재와 미래' 포럼이 지난 16일 열렸다. 방산 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한국 군 획득 시스템 개혁을 주문했다. 맥아더 장군은 전쟁에서 지는 이유를 단 두 단어로 요약했다. '너무 늦었다(Too late)!' 우리에겐 청의 기마술과 왜의 조총 같은 신기술에 강토를 유린당한 역사가 있다. 류성룡은 징비록에 '미리 준비하지 못한 죄가 산더미'라고 썼다. 지금 우리는 애쉬 카터처럼 틀을 깨는 혁신 리더가 몹시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