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지난 6월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최태원 SK그룹 회장과의 이혼소송 파기환송심 변론에 출석하고 있다. 노 관장이 제출한 '김옥숙 메모'를 계기로 노태우 전 대통령 일가의 비자금 의혹이 다시 수사선상에 올랐다. /사진=뉴스1


30년 전 마무리된 것으로 여겨졌던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의혹이 다시 수사선상에 올랐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과정에서 공개된 이른바 '김옥숙 메모'가 불씨가 됐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 부인 김옥숙 여사의 자금 흐름을 추적하는 한편 노 관장에 대한 참고인 조사 일정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중앙지검 범죄수익환수부는 지난달 서울 연희동 김 여사 자택과 재단법인 동아시아문화센터, 노태우센터 등을 압수수색한 뒤 확보 자료를 분석하고 있다. 수사 과정에서 노 관장 조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수사는 노 관장이 2024년 최 회장과의 이혼소송 과정에서 법원에 제출한 '김옥숙 메모'에서 시작됐다. 해당 메모에는 비자금으로 추정되는 자금 규모가 적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5·18기념재단 등이 김 여사와 노재헌 주중대사, 노 관장 등을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 등으로 고발했고 검찰은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노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은 1995년 검찰 수사와 1997년 대법원 판결을 거쳐 추징금 2628억원이 확정되면서 일단락되는 듯했다. 미납 상태였던 추징금은 2013년 전액 납부됐다. 그러나 당시 정치권 안팎에서는 검찰이 확인한 자금 외에 김 여사와 친인척 측이 별도로 관리한 자금이 있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이른바 '안방 비자금' 의혹이다.

실제 김 여사와 관련된 자금은 이후 여러 차례 드러났다. 2005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김 여사 명의 은행 계좌에서 11억9900만원을 발견했다. 해당 자금은 2002년과 2004년 현금으로 입금된 뒤 사실상 방치돼 있었고 추징금 납부에 사용됐다.



2007년에는 국세청 조사 과정에서 김 여사가 타인 명의로 농협 보험상품에 210억원을 납입한 사실이 확인됐다. 김 여사 측은 당시 기업들이 보관하다 넘겨준 자금, 친인척 및 보좌진 명의 자금, 본인 계좌 자금 등을 합친 돈이라고 설명했다. 2008년에는 김 여사의 장외주식 거래 정황이 알려지면서 자금 출처를 둘러싼 의문이 이어졌다.

검찰이 들여다보는 부분은 김 여사의 최근 자금 흐름이다. 고발인 측에 따르면 김 여사는 2016년부터 2021년까지 동아시아문화센터에 147억원을, 2022년에는 노태우센터에 5억원을 기부했다. 검찰은 이 자금의 형성 과정과 출처를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30여 년 전 수사 당시 규명되지 못한 '안방 비자금' 의혹이 이번 수사에서 풀릴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