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증권사의 리서치센터장과 애널리스트들은 최근 증시 조정에 대해 미국 금리 등 대외 리스크를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반도체 대형주의 펀더멘털 상승과 주가 회복을 기대하면서도 추가 매수에는 신중한 의견을 보였다./그래픽=신재민 편집위원



글로벌 인공지능(AI) 기업의 고금리 충격과 외국인 대규모 매도가 국내 증시를 흔들고 있다. 코스피가 최근 장중 5400선까지 밀리는 등 거센 변동성 장세를 맞은 가운데, 주요 증권사의 리서치센터장 및 전문가들은 이번 조정이 기업 실적 악화보다 대내외 복합 악재로 나타난 위기라고 진단했다. 대다수는 반도체 대형주의 실적 펀더멘털이 여전히 견조하다면서 기업을 선별한 분할 매수 전략을 조언했다.

동행미디어 시대가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 등 13명에게 현재 증시 상황을 둘러싼 위기 요인을 진단하고 향후 전망을 물은 결과 공통적으로 고금리가 AI 투자 수익성의 우려를 키우고 외국인 수급을 악화시켜 주가 조정을 앞당겼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코어위브, 앤트로픽 등 AI 기업의 향후 신용위험과 실적 등을 주목했다.



박연주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앤트로픽의 3분기 매출 성장률이 전분기보다 둔화하면서 AI 투자가 수익으로 돌아올 수 있을지 우려가 커졌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한국 증시의 변동성 때문에 외국인 투자자가 차익 실현을 하고 금리 상승으로 글로벌 기관들이 채권으로 움직이는 현상도 나타났다. 아직까지는 주식 비중이 높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양지환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이 늘고 중국 D램 기업 CXMT(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가 기술 혁신을 발표하며 국내 반도체 2사와의 메모리 경쟁 우려로 이어졌다. 삼성전자 외국인 지분율은 46%대로 리먼 사태 이후 최저 수준까지 내려왔다"고 분석했다. 그는 "내년 1분기에 연준의 긴축 경로가 확정된 후 채권금리가 안정되며 외국인 수급 여건도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다운 LS증권 수석연구원도 "미국 장기국채 금리 상승으로 채권 투자의 매력이 높아졌다. 유동성 환경이 개선되는 시점은 내년 1분기에서 2분기로 예상한다"고 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자사주 매입 종료로 외국인 매도에 대응할 수 있는 매수 기반이 약해진 점도 언급됐다. 황승택 하나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기업들의 주주 환원이 관건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실적 발표에서 추가 배당과 자사주 매입 규모 및 실행을 구체화할지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 다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 자사주 매입 종료로 외국인 매도 방어가 약화돼 변동성이 커졌다. 반도체 기업의 생산 증가에도 가격이 훼손되지 않는 견조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어, 이번 조정은 기업 실적보다 수급 공백과 거시경제 부담의 영향이 크다"고 판단했다.

외국인 매도로 발생한 수급 공백에 대해 국민연금의 올 초 리밸런싱(자산비중 조정) 유예 조치도 다시 조명되고 있다. 국민연금이 리밸런싱을 재개한 7월 이후 증시 폭락이 커졌다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국민연금이 증시 방어 역할을 해야 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 외국인 매도에 대응하는 방안으로 국민연금이 리밸런싱 의무를 이행하면 이는 더 큰 단기 악재로 작용했을 수 있다"고 했다.

AI 산업 전망에 대해서는 여전히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보는 의견에 무게가 실린다. 메모리 수요가 견조하고 공급 부족도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최근 코어위브의 신용위험 우려에 대해 자본조달 비용이 낮아지고 있고, 재정 지원을 할 필요는 없다고 발언했다.

윤석모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내 반도체 기업의 이익 모멘텀이 훼손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김병연 NH투자증권 투자전략총괄도 "AI 산업 전체 위기라고 보지 않고 고금리 하에 수익 지연을 버틸 수 있는 기업을 선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4분기 코스피를 6000~8400포인트로 전망하며, 6000선 이하에서 머무르는 기간은 길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금리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전까지는 시간이 필요한 만큼 보수적인 대응을 조언한 이들도 적지 않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자금조달 부담이 설비투자 축소로 이어질 경우 추가 하락을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단기간 급락했다고 해서 즉각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오는 22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와 주요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 발표는 중요 이벤트"라고 덧붙였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브이(V)자 반등을 곧바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11월 초까지는 보수적인 대응이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분할 매수 전략은 유효하다는 의견이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가 저평가 구간이라고 판단하지만 신용 물타기는 위험하며 현금 보유 투자자일 경우 반도체 대형주의 분할 매수가 안전하다. 11월3일 미국 중간선거 이후 정치 리스크가 줄어 시장은 다시 경제 펀더멘털(실적, 금리, 유동성)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전망한다"고 내다봤다.

이종형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사상 최대 실적에도 주가는 하락했다. 향후 실적 유지에 대한 의문 때문"이라면서 "급락 이후 기술적 반등은 가능하겠지만 단기 변동성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재승 현대차증권 연구원도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대해 "현재 이익이 아닌 2028년 수요와 가격에 대한 의구심이 큰 상황이다. 11월 전 외국인 수급은 회복되기 쉽지 않아 추격 매수에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