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화를 정리하고 있다./사진=뉴스1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에서 고공행진을 이어가자 외환당국이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을 정조준하고 나섰다. 역외 NDF 거래를 통한 쏠림 현상이 국내 외환시장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고 보고 거래 투명성을 높이는 동시에 역외 NDF 거래를 국내 외환시장으로 흡수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기로 했다.

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5.6원 내린 1529.4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이 전날 "최근 외환시장에서 환율은 수급 요인 이외에도 NDF 등 일부 투기적 외환거래가 변동성을 증대시킨 것으로 판단한다"며 "펀더멘털 대비 과도한 변동성과 일방향의 쏠림을 결코 용인하지 않고 강력히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힌 이후 상승세가 일단 진정된 모습이다.


NDF는 만기 때 실제 원화를 주고받지 않고 약정환율과 만기환율의 차액만 달러로 정산하는 선물환 거래다. 실제 원화 현물이 오가지 않더라도 역외 NDF 시장에서 형성된 원화 약세 기대는 서울 외환시장 개장 전후 원/달러 환율 흐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신현송 한은 총재는 앞서 "NDF 거래가 환율 상승을 부추기는 경우가 있다"며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현상"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한은의 '2026년 1분기 중 외국환은행의 외환거래 동향'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외국환은행의 일평균 외환거래 규모는 1026억5000만달러로 전분기보다 21.3% 증가했다. 2008년 통계 개편 이후 분기 기준 최대치다.

현물환과 외환파생상품 거래가 모두 늘었다. 올해 1분기 현물환 거래규모는 일평균 423억9000만달러로 전분기보다 26.2% 증가했고, 외환파생상품 거래규모는 602억7000만달러로 18.1% 늘었다. 한은은 계절적 요인에 더해 외국인 국내 증권투자 매매액 증가와 원/달러 환율 변동성 확대에 따른 환위험 헤지 수요 등이 외환거래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표=한국은행

특히 NDF 거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올해 1분기 NDF 일평균 거래규모는 155억5000만달러로 전분기보다 33억8000만달러(27.7%) 증가했다. 전체 선물환 거래규모(189억4000만달러) 중 대부분을 NDF가 차지했다. 한은은 선물환 거래가 NDF 거래 증가를 중심으로 전분기 대비 23.9% 늘었다고 분석했다.


특히 원/달러 환율 오름세와 맞물려 비거주자의 NDF 순매입 규모도 확대됐다. 한은의 '2026년 3월 이후 국제금융·외환시장 동향'에 따르면 비거주자의 NDF 순거래는 지난해 4분기 53억7000만달러 순매입에서 올해 1분기 270억3000만달러 순매입으로 확대됐다.

월별로는 1월 19억3000만달러, 2월 76억5000만달러, 3월 174억5000만달러 순매입으로 갈수록 규모가 커졌다. 이 기간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4분기 평균 1452.0원에서 올해 1분기 평균 1466.9원으로 상승했고, 3월에는 평균 1492.5원까지 올랐다.

정부 "역외 NDF 거래 흡수 방안 마련"

정부는 역외 NDF 거래를 우리 외환시장, 즉 DF 거래로 흡수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한 외환시장 관계자는 "NDF는 차액만 결제하면 되는 거래 구조상 투기적 거래에 활용되기 쉬운 상품"이라며 "투기적 거래가 늘어나면 환율 변동성도 커질 수 있는 만큼 정부가 역외 NDF를 역내 DF로 흡수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합리적인 의사결정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NDF 거래가 DF로 흡수되면 외환당국의 시장 대응 여력도 높아질 수 있다"며 "환율 변동성 안정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다만, NDF 거래를 모두 환율 상승을 자극하는 투기성 거래로 해석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다른 외환시장 관계자는 "주문이나 물량 흐름만 봐서는 투기 여부를 정확히 알기 어렵다"며 "실제 거래 내용을 들여다봐야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국 입장에서는 구두개입이나 실개입 외에 시장을 안정시킬 수단이 제한적인 만큼 투기성 거래 점검 메시지를 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의 근본 배경은 NDF 거래뿐 아니라 달러 수급 요인에서도 찾아야 한다는 진단도 나온다. 외국인의 국내 주식 순매도와 이에 따른 달러 환전 수요가 원화 약세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시장 관계자는 "최근 환율 상승을 NDF 투기세력의 영향으로만 보기는 어렵다"며 "원/달러 환율이 이미 1500원대까지 올라온 상황에서 시장이 추가 급등에 일방적으로 베팅하는 분위기도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