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김영태의 읽는 인간②]정석과 곡선 사이: 아마존과 카프카, 그리고 설득의 기술
회의는 지루했다. 예전의 한국 축구 같았다. 빌드업만 이어졌고, 유효슛은 없었다. 중원에서 공을 돌리다 이렇다 할 순간 없이 연장으로 가는, 선수보다 해설자가 더 바쁜 그런 경기 말이다. 설명은 설명을 불렀고, 알 듯하면 잊혔다. 회의의 목적조차 흐려져 갔다. 한 시간이 지나면 습득한 정보의 거의 절반이 사라진다는 '에빙하우스의 망각곡선'을 실증하는 자리 같았다.우리는 수많은 회의에 둘러싸여 산다. 회의가 곧 일이다. 회의를 많이 하면 회의적(懷疑的)일 수밖에 없다는 걸 알면서도 그렇다. 회의의 대부분은 설명하는 자리다. 설명으로는 실행은커녕 공감조차 이끌어내기 어렵다는 것도 알고 있다.우리는 설명을 요구받아 왔다. 질문엔 정답이 있다는 전제, 논리에는 정석이 있다는 믿음에 길들여졌다. '수학의 정석'이 그렇지 않은가. 우리나라에서 성경 다음으로 많이 팔린 책. 그러나 정석은 정답을 설명하는 책이다. 남이 짠 공식을 따르는 기술이지, 나만의 길을 찾는 방법이 아니다. 남의 문을 여는 열쇠일 수는 있어도, 나의 문을 여는 지도는 되지 못한다.설명과 설득은 다르다. 설명은 원인과 결과를 직선으로 잇는다. 효율적일 수는 있지만 오래 남지 않는, 선생의 방식이다. 설득은 곡선이다. 내러티브를 던지고, 청자가 따라오게 만든다. 효과적이다. 처음엔 느려도 한 번 마음을 얻으면 오래 가는, 동료의 방식이다.설명은 잘해야 본전이지만 설득은 잘하면 대박이다. 그래서인지 요즘의 강한 기업은 설명하지 않는다. 고객을, 그리고 스스로를 설득해 간다. 아마존이 그렇다. 이 회사는 이름 자체가 신조어가 된 보기 드문 기업이다. 소비자의 습관만이 아니라 산업 생태계를 통째로 바꿔놓았다. 물론 기업에 좋은 일이 세상 모두에게 좋은 일은 아닐 수 있다.아마존 관련 책도 많다. 내 서가에 꽂힌 것만 해도 열 권 가까이 된다. 공룡, 초토화 같은 자극적 표현이 표지에, 띠지를 덮는다. 승자독식의 어두운 그림자를 고발하는 '기업판 아마존의 눈물' 다큐멘터리 같다. 하지만 드물게, 이 거대한 조직의 '일하는 방식'에 집중한 책도 있다. '순서파괴(Working Backwards)'가 그렇다. 창업자 제프 베조스와 함께했던 콜린 브라이어와 빌 카가, 제목 그대로 '거꾸로 일하는 방식'을 소개한다. 나는 그 방식에서 아마존의 지속성장을 이끈 에너지, 설득의 힘이 만들어진다고 본다.아마존은 파워포인트(PPT)를 금지한다. 대신 여섯 페이지짜리 보도자료 형식의 내러티브 문서를 쓴다. 회의는 발표자가 설명하는 대신, 모두가 이 문서를 조용히 읽으며 시작된다. 그리고 질문이 오간다. 발표 → 질문 → 결론이 아니라, 결론 ⤳ 이야기 ⤻ 질문의 순서다. 설명의 직선이 아니라, 설득의 곡선을 따른다.말은 흐르지만, 글은 남는다. 말보다 글을 쓸 때 더 깊이 생각하게 된다. 무엇을 믿는지, 어디서 어긋났는지를 돌아보게 된다. 그렇게 해서 이야기, 내러티브가 만들어진다. 나는 투자유치(IR)나 프로젝트 계획을 만들 땐 숫자나 그림을 찾기에 훨씬 앞서 스토리를 쓴다. 이 스토리가 그럴듯하면 근거를 붙이고, 아니라면 버린다.설득의 곡선은 거대한 조직에서도, 개인의 생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프란츠 카프카의「법 앞에서」라는 짧은 소설이 있다. 소설에서 법은 하나의 건축물로 그려지는데, 종교적으로는 구원과 영생을, 사회적으로는 자유와 해방 등을 상징한다.한 시골 사람이 법을 찾아 먼 길을 걸어왔다. 그러나 문지기는 "지금은 안 된다"며 문을 막는다. 그는 묻지 않고 기다린다, 평생을. 죽음이 다가오자, 그는 문지기에게 묻는다. "모두가 법에 들어가려 하는데, 왜 아무도 오지 않았죠?" 문지기는 말한다. "이 문은 자네만을 위한 문이었지." 그 문은 결국 열리지 않는다.설명에 길들여진 사람은 자신을 설득하지 못한다. 정답을 좇는 정석이 아니라,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었다면 어땠을까. 문을 열고(문이 열리고), 문을 지나,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나는 문제에 부딪히면 거꾸로 읽는다. 결과에서 시작해 원인과 행위 사이에 어떤 이야기의 곡선이 필요한지를 상상하며 써내려 간다. 그렇게 하면 나부터 설득할 수 있다. 나를 설득하지 못하면, 남은 더 이상 말할 것도 없다. ━김영태은행원, 신문기자와 방송기자, 벤처 창업가, 대기업 임원과 CEO, 공무원 등을 지냈다. 새로운 언어와 생태계를 만날 때마다, 책을 읽고, 문장을 쓰며 방향을 찾았다. 경영혁신과 커뮤니케이션 부문에서 경험과 성과를 쌓았다. 현재 컨설팅회사 아케이드 프로젝트를 설립, 대표를 맡고 있다.
[김영태의 읽는 인간①]이디스 워튼과 댄 히스의 선택 : 염색은 업스트림이다
일년에 서너번쯤 머리카락을 염색한다. 새치가 절반쯤 올라오면서부터다. 미용실에 가 검은색과 흰색을 섞은 회색, 애쉬그레이를 고른다. 이 색깔이 나오려면 머리카락에서 색소를 제거하는 탈색 과정을 두차례 거쳐야 한다. 각각의 과정은 숙성의 시간을 포함하고 있어 서너시간은 족히 걸린다. 공을 들여 염색을 해도 오래 가지 않는데, 열흘쯤 지나면 애쉬그레이에서 카키그레이로 변한다. 그 뒤 또 열흘 후엔 옐로우그레이로 변하는데, 늦가을 이른 저녁 시간의 들판 같은 색깔이다. 머리를 자주 감으면 이 과정이 빨리 지나가고, 덜 감으면 천천히 간다.다니엘 데이 루이스가 출연한 영화 중 '순수의 시대'(The Age of Innocence)라는 작품이 있다. 마틴 스코세이지가 감독이었고, 루이스와 미셸 파이퍼, 위노나 라이더 등이 출연했다. 1993년작. 원전은 미국 최초로 퓰리처상을 받은 여성작가 이디스 워튼의 동명의 장편소설이다.다니엘 데이 루이스가 분했던 아처 뉴랜드의 삶은 계산된 선택으로 만들어졌다. 사회적 지위, 가문, 심지어 도덕성까지도. 하지만 그의 속마음-사랑이라는 이름의-은 충분히 계산되지도, 선택되지도 못했다. (영화의 마지막은 쉰 일곱이 된 아처가 젊은 날 선택하지 않았던 사랑을 찾아가지만 또다시 선택하지 못하고 돌아서는 장면이다. 그의 백발이 모자 아래에서 빛난다.)아처는 그래왔다. '미래를 알 수 없는 것'은 내려놓았고, '지금은 최선인 선택'을 붙잡았다. 그는 모범 시민이 되었고, 가문의 명예를 지켰다. 성공적인 삶이라는 평판을 보상으로 받았다. 그리고 함께 하지 못한 세월에 대한, 깊은 후회를 남겼다. (돌아섬 또한 사랑의 표현일지도 모를 일이다만.)다른 각도에서 이 문제를 보는 방법도 있다. 경영전문가 댄 히스의 '업스트림'(Upstream)도 그중 하나겠다.우리는 흔히 문제가 발생한 뒤에야 그것을 해결한다. 아이가 물에 빠지면 구한다. 두 번째 아이도, 세 번째 아이도. 그런데 누군가는 물가를 거슬러 달려가기 시작한다."어디 가?" "상류에 가서 도대체 누가 아이들을 물에 빠뜨리는지 보러."문제가 발생한 뒤에 대응하는 것, 다운스트림만으론 부족하다. 눈앞의 문제만 처리하다 보면, 구명조끼는 될 수 있지만, 구조선은 되지 못한다. 원인을 찾아 없애야 한다. 이게 업스트림이다. 댄 히스는 책에서 업스트림에 성공한 다양한 사례를 소개한다. 어렵지만 해보라는, 보상이 꽤 크다는 주장과 함께.업스트림 접근법은 품이 많이 든다. 알아주지 않을 때도 많다. 홍보(PR)와 대관(GR) 업무 총괄 시절, 조직과 예산을 유지(확대)하기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빈 카운터(Bean Counter) 재무책임자(CFO)를 만나면 얼마나 좀스럽게 논쟁해야 했는지. 평화의 시기는, 아무 일도 없어서가 아니라 아무 일이 없게 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는데 말이다.아처가 업스트림을 알았다면 어땠을까. 그의 계산 속에 원인을 포함시켜 놓고, 그 원인이 시간에 따라 어떤 작은 변화들을 만들고, 최종적으로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를 미리 생각해봤다면 어땠을까. 예컨대 당장의 결혼으로 얻을 수 있는 지위 가문 도덕성 같은 것들도, 추후 노력으로 가질 수 있는 것임을 사전에 알았다면 어땠을까. 달라졌을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은 아처의 선택이 실패한 것도 아니겠지만, 그래도 후회는 줄어들지 않았을까.중요한 것은 지금 이 순간의 계산된 선택이나 계획이 아니라, 넓게 오래 볼 수 있는, 기다림이 가져다 줄 수 있는 시야(視野)가 아닐까 싶다. 눈앞의 현상이 아니라 그 원인을 찾으려는 행동, 이미 지나간 결정이 남긴 무늬까지 되짚으려는 겸손, 애초에 누가, 언제, 무엇을 놓쳤는지를 기꺼이 질문하는 자세 같은 것들 말이다. 다만 그런 삶은 느리고, 비효율적이라서 종종 앞서가는 이들에게 조롱당할 수도 있다. 그래도 여전히 나는 믿는다, 시야의 힘을. 계획보다 중요한 것은 방향이고 태도라는 것을.염색에 대한 이야기로 마무리할까 한다. 다시 말하지만, 애쉬그레이로 염색하려면 탈색 과정을 거쳐야 한다. 머리카락에 뿌리 깊게 박힌 색소를 다스리는 기다림의 시간이다. 염색의 업스트림이다. ━김영태은행원, 신문기자와 방송기자, 벤처 창업가, 대기업 임원과 CEO, 공무원 등을 지냈다. 새로운 언어와 생태계를 만날 때마다, 책을 읽고, 문장을 쓰며 방향을 찾았다. 경영혁신과 커뮤니케이션 부문에서 경험과 성과를 쌓았다. 현재 컨설팅회사 아케이드 프로젝트를 설립, 대표를 맡고 있다.
[정유신의 스타트업스토리] 딥테크, 보다 적극적인 민관학 협력과 투자 기대
최근 글로벌 벤처시장에선 딥테크(Deep Tech)가 화두 중 하나다. 딥테크란 첨단 과학을 바탕으로 한 AI, 바이오테크, 양자컴퓨팅, 로보틱스, 우주기술 등 기존 기술보다 훨씬 혁신적이고 복잡한 기술이다. 따라서 장기간의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며, 기대 투자수익이 크지만, 위험도 크다는 게 시장 평가다. 그만큼 시장 실패 가능성도 꽤 있어서, 민간 외에 공공 자금이 투입되는 경우도 많다.시장현황은 어떤가. 2025년 초 기준 글로벌 딥테크시장의 시장 규모는 7527억달러(1069조원), 연평균 성장률(2020~2024년)은 25~30%의 빠른 성장세다. 특히 2024년 이후로는 AI 외에 다른 분야의 투자도 빠르게 늘어나 관심 대상이다. 2024년 기준 바이오헬스케어 투자는 딥테크 총투자액의 33%로 26.7%인 AI를 앞질렀고, 양자컴퓨팅과 우주기술의 투자 증가율은 각기 125%와 95%로 AI의 46.2%를 훨씬 웃돌았다.왜 이렇게 딥테크 투자가 빠르게 늘고 있나. 전문가들은 첫째, 딥테크가 미래 성장 동력이어서, 국가 간의 기술 패권 경쟁이 심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한마디로 국가 정책 우선순위가 그만큼 높단 얘기다. 미국의 경우 2022년 8월 제정된 반도체와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 중국은 딥테크에 대한 인재, 기술, 재정 지원을 삼각축으로 하는 삼중나선계획(三螺旋计划, Triple Helix Plan), 영국의 딥테크 지원기관인 Advanced Research and Invention Agency (ARIA) 등이 대표적이다.둘째, 딥테크는 기존 기술의 한계를 뛰어넘는 근본적 혁신으로 산업 전반에 대한 시너지효과가 크다. 따라서 성공적으로 사업화되면 독보적인 시장 선도와 여타 산업과의 다양한 수익모델 창출로 엄청난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맥킨지 보고서(2024년)는 지난 18년간 미국 및 유럽 딥테크펀드의 투자수익률이 연 17%로 전통적 테크펀드보다 7~8%포인트 높다고 발표한 바 있다. 셋째, 기술혁신 인프라의 확충도 빼놓을 수 없다. 클라우드, 오픈소스, 빅데이터 구축 등으로 이전엔 상상도 할 수 없던 딥테크 개발·혁신이 가능하다고 한다. 예컨대 빅데이터 분석으로 순식간에 다양한 시나리오 시뮬레이션을 처리하는 구글의 'Big Query'라든지 나사(NASA)의 '클라우드 + 빅데이터 + 딥러닝 융합 플랫폼' 등이 있다. 국가적으론 글로벌 자금과 인재 유치에 유리한 미국이 단연 1위다. 지난 5년간(2020~2024년) 글로벌 딥테크 투자의 60%를 차지했다. 벤처투자액 중 딥테크 투자 비중(2024년)도 2014년의 10%에서 20%로 두 배로 껑충 뛰었다. 2위는 중국으로 12%. AI, 반도체 등에서 투자를 늘리고 있지만, 투자 금액은 아직 미국의 5분의 1에 불과하다. 영국, 프랑스, 독일이 3~5위로 뒤를 잇고 있다.어떤 기업들이 대표적인가. 우선 AI에선 미국의 오픈 AI와 중국의 딥시크를 꼽는다. 오픈 AI와 딥시크의 누적 투자액은 각기 500억달러(70조원)와 25억달러(3조4000억원, 추정), 기업가치는 오픈 AI가 3000억달러(426조원), 딥시크는 1500억달러(213조원)로 평가된다. 우주기술의 대표 기업은 미국의 스페이스X다. 민간 우주발사체를 상용화하고 재사용 로켓기술을 혁신해서 저비용 고성능 우주선 개발에 성공했단 평가다. 기업가치는 3500억달러(501조원)이다. 이외에 미국 바이오헬스케어 기업인 모더나, 영국의 AI기업인 옥스퍼드 나노포르 테크놀로지, 프랑스의 로보틱스기업인 이그조텍 등이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는 딥테크기업이다. 또한 현재 딥테크기업 중 유니콘은 약 142개로 총 유니콘의 12%, 딥테크 데카콘(기업가치 100억달러 이상)은 16개로 총 데카콘의 33%다. 이는 딥테크일수록 기업가치의 상승가능성이 훨씬 큼을 시사한다. 우리나라도 최근 딥테크 투자가 늘곤 있지만, 딥테크 유니콘은 AI 스타트업 리벨리온 정도다. 보다 적극적인 민관학(民官學) 협력과 투자가 이뤄지길 기대한다.
[정유신의 스타트업스토리] 변화하고 있는 '유니콘'의 글로벌 트렌드
'유니콘'은 비상장기업인데도 기업 가치가 10억 달러(1조 4000억원)를 웃도니, 벤처창업자에겐 당연히 꿈의 대상이다. 그뿐 아니라 첨단 기술의 상징으로 미래 성장동력의 핵심인 데다, 단기간에 급성장하기 때문에 부가가치와 고용 창출 효과도 커서, 그만큼 국가적으로도 중요하다.따라서 벤처기업과 벤처캐피탈은 물론, 국가 간의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최근 글로벌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유니콘의 특징적 트렌드를 간단히 살펴보자.첫째, 지난 3년간의 금리상승으로 벤처기업의 자금압박은 컸지만, 그럼에도 불구 유니콘은 매년 빠르게 늘고 있다. 유니콘이 처음 시작된 2013년의 유니콘 수는 43개에 불과했다. 그랬던 것이 2020년엔 586개, 2022년 963개, 2024년 말에는 무려 1,565개로 연간 38.7%의 급증세, 기업 가치로는 2013년 782억 달러(860조원)에서 2024년엔 3.8조 달러(5487조원)로 연간 12.5%의 증가세다. 둘째, 미국의 일방적 주도에서 점차 국가적으로 다양화되는 추세도 중요한 특징 중 하나다. 예컨대 2013~2014년만 해도 유니콘의 80% 이상이 미국일 정도로 미국 주도였다. 하지만, 2020년엔 미국 48.0%, 중국 24.3%로 중국이 양강으로 뛰어 올랐고, 2024년엔 미국 48.3%, 중국 21.3% 외에 인도가 6.9%, 이스라엘도 5.2%로 유니콘 강국에 합류하고 있다. 또한 비중이 한 자릿 수이긴 하지만, 유럽도 영국(3.0%), 독일(2.0%), 프랑스(1.8%) 등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셋째, 유니콘의 글로벌화도 눈에 띄는 추세다. 왜냐면 기업 가치를 10억 달러 이상으로 높이려면, 무엇보다 시장의 확대 특히 해외 시장 확대가 중요하며, 이를 위해 해외 시장과 연결된 글로벌 투자자의 자금 유치가 핵심 요소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 인도와 같은 내수시장이 크지 않은 국가들의 경우 벤처가 유니콘이 되기 위해선 글로벌화가 필수적이라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실례를 봐도 중국과 인도의 경우는 내수와 자체 투자만으로 유니콘이 되는 경우도 30~40%나 되지만, 그 외 유니콘 수 '톱 10'에 이름을 올린 국가들은 거의 예외 없이 글로벌 시장진출과 글로벌 자금 유치로 유니콘을 탄생시키고 있다. 예컨대 프랑스(28개), 캐나다(21개), 싱가포르(15개)의 모든 유니콘들이 이에 해당한다. 아울러 유니콘 글로벌화의 영향으로 기업 가치 100억 달러 이상인 데카콘과 1,000억 달러 이상인 헥토콘도 출현하고 있다. 데카콘은 2024년 기준 50개로 총 유니콘의 3.2%, 미국의 Stripe, 데이터브릭스 등이 대표적이며, 헥토콘은 2개로 중국의 ByteDance와 미국의 SpaceX를 꼽는다.넷째, 유니콘의 중점 섹터도 최근 2~3년 사이에 두드러진 변화를 보이고 있다. 유니콘이 나타나기 시작한 2013년부터 유니콘 중 가장 많은 분야는 플랫폼 기업들이었다. 2024년 기준 유니콘 중 플랫폼 기업의 비중은 약 40%로 추정된다. 그중 기업 가치가 무려 2,250억 달러에 달하는 중국의 ByteDance(틱톡), 미국의 온라인 결제 플랫폼인 Stripe(650억 달러), 미국의 온라인 협업 화이트보드 플랫폼인 Miro(175억 달러)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2020년을 전후로 코로나19가 터지고, 금리가 상승한 이후로는 딥테크(Deep Tech) 비중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예컨대 2020년만 해도 14% 내외였던 딥테크 비중이 2024년에는 25%로 11%포인트나 증가했다. 특히 인공지능의 유니콘 증가가 빨라서 2020년엔 유니콘 기업이 63개(10.7%)였으나, 2024년엔 214개(17%)까지 상승했다. 특히 2024년엔 새로 탄생한 유니콘의 45%가 인공지능 유니콘일 정도였다. 대표 기업으로는 기업가치가 1570억 달러와 600억 달러에 달하는 오픈AI와 앤트로픽이 있다. 딥테크 중 2위는 환경테크(80개)로 총 유니콘의 5.1%, 3위는 바이오테크(65개)로 4.2%다. 2020년 14개(2.8%)였다가, 2024년 14개(0.9%)로 비중이 하락하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정책당국과 벤처업계의 상호협력과 분발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라 하겠다.
[정유신의 스타트업스토리] 퇴직연금의 벤처투자, 적극 검토할 필요 있어
최근 대표적 연기금의 하나인 퇴직연금의 벤처투자 허용 여부가 연기금과 벤처 업계의 화두다. 지난 10월 정부가 관계 장관 회의에서 '선진 벤처투자 시장도약방안'에서 신규 벤처투자 주체의 확대, 특히 퇴직연금의 벤처투자 허용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물론 벤처 업계의 '환영'과는 달리, 연기금 업계에선 '노후 자산을 벤처에 투자하면 위험하지 않나' 하는 분들도 여전히 많은 듯하다. 하지만, 퇴직연금을 너무 보수적으로 운용해서 그런지 수익률이 낮아, 실질 가치를 보존하지 못한다는 소리도 커지고 있다. 예컨대 물가상승률을 뺀 현재 1000만원은 20년 후에 반토막, 만약 부동산가격 상승까지 고려하면 10년 후에 이미 반토막으로 된다는 의견이다. 퇴직연금 현황부터 살펴보자. 2023년 기준 규모는 382조4000억원으로 세계 3대 연기금인 국민연금(1147조원)의 3분의 1이다. 1%만 해도 4조원 가까운 엄청난 규모다. 지난 5년간 성장률은 연평균 15%, 향후 10년간도 연 9.4%의 고성장이 예상된다고 한다. 하지만, 수익률은 높지 않다. 2023년은 5.26%로 다소 호전됐지만, 지난 5년과 10년간 연 환산 수익률은 각각 2.35%, 2.07%로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2017~2021년의 5년간 수익률을 국민연금과 비교한 분석을 보면 국민연금은 연평균 7.63%, 퇴직연금은 그의 4분의 1에 불과한 1.94%였다.그럼 벤처투자의 성과는 어떤가. 벤처펀드 기준 우리나라 벤처투자의 성과는 고위험 투자라는 인식과 달리, 벤처투자조합을 제도화한 1987년부터 2024년 상반기까지 무려 연평균 8.7%였다. 이는 그동안 청산된 1107개 펀드를 전수 분석한 결과로, 특히 전체 펀드의 3분의 2가 연평균 15.7%의 수익률을 올렸다는 점에서 적절한 펀드 선택에 따라선 위험도 상당히 줄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공공성이 높은 분야(창업 초기 등)에 투자하는 한국벤처투자(주)의 모태펀드도 청산 펀드 277개를 기준시, 원금의 1.5배를 회수하고 연평균 9.0%의 수익을 실현했다. 이는 동기간 국고채금리의 약 2배에 해당할 정도로 높은 수익률이다.퇴직연금에 앞서 벤처에 투자한 연기금의 성과는 어떤가. 연기금 벤처투자가 시작된 2014년부터 2023년까지의 연평균 수익률은 국민연금 13.9%, 사학연금 10.1%, 공무원 연금 9.2%이었고, 과학기술공제회는 11.9%, 고용보험 기금은 무려 17.2%의 수익률을 실현했다고 한다. 이들 연기금의 벤처투자수익률이 벤처투자 전반의 평균 수익률보다 훨씬 높은 이유는 뭘까. 여러 가지 분석이 있지만, 자금력과 신용도가 좋아서 그만큼 경쟁력 있는 벤처기업과 벤처캐피탈을 선택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다수 의견이다.해외로 눈을 돌려보자. 퇴직연금의 벤처투자는 미국, 캐나다 등 북미지역이 주도하는 모습이다. 2008년 리만 위기와 그 후 저금리 상황에서 수익률을 높이려고 부동산, 사모펀드, 벤처투자 등 대체투자를 확대한 것이 계기가 됐다. 대표적인 사례는 미국의 공무원 퇴직연금(CalPERS)이다. 규모는 2024년 6월 5029억달러(699조원)로 우리나라 퇴직연금의 1.8배. 벤처투자 규모는 2020~2023년 연평균 18억3000달러, 연금 총규모의 약 3%를 벤처투자에 할당했다. 2677억달러(372조원) 규모의 뉴욕주 공동 퇴직기금도 2023년 기준 11억달러(2.9%)를 투자하고 있다. 벤처투자가 활발하지 않았던 유럽도 최근 변화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독일이 2023년 10억유로(약 1조4000억원)의 독일 성장 펀드를 조성했고, 프랑스의 연금준비기금(327억유로)은 2022년까지 벤처 후기단계 및 성장펀드 등에 5억유로(약 7000억원, 총기금의 1.5%)를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영국은 더 적극적이어서, 지난 7월 2030년까지 벤처투자를 포함한 비상장 주식을 500억파운드(퇴직연금의 2~2.5% 수준)까지 늘리고,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 기본펀드의 5%를 비상장 주식에 투자하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있다.이처럼 해외 퇴직연금들도 미국을 중심으로 벤처투자에 대해 적극적인 정책으로 바뀌고 있는 모양새다. 우리나라도 퇴직자 노후 자산의 보다 높은 수익률을 위해서도, 또 미래 성장동력인 벤처 산업의 활성화를 위해서도 '퇴직연금의 벤처투자'를 보다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정유신의 스타트업스토리] 실리콘밸리, 어떻게 50년 이상 신성장동력을 만들어낼 수 있었을까
벤처 신산업 하면 미국의 실리콘밸리를 빼놓을 수 없다. 1970년대 이후 반도체, 인터넷, 빅테크, 유니콘과 같은 신산업과 신분야를 탄생, 성장시켰고, 최근엔 생성형 AI 급성장의 산실이 되고 있다. 물론 최근 와선 중국, 인도 등의 벤처산업 비중도 높아지곤 있지만, '벤처의 메카' 하면, 역시 실리콘밸리다. 어떻게 해서 50년 이상 신성장동력을 만들어낼 수 있었을까. 전문가들은 실리콘밸리 생태계의 특징으로 다음 네 가지를 꼽는다.첫째, 뭐니 뭐니해도 스타트업과 같은 고위험·고수익 벤처에 적극 투자해주는 벤처캐피털 자금줄이 풍부하다는 것. 2023년 기준 미국 전체 벤처캐피털 투자액은 856억 달러(약 119조원)인데, 그중 거의 85.7%인 749억 달러(약 104조 원)가 실리콘밸리 지역에 투자됐다. 이는 전 세계 벤처캐피털 투자액의 무려 53.3%고, 미국 내에서 벤처투자 기준 2, 3위를 달리고 있는 뉴욕과 보스턴 대비로는 각각 5, 9배, 중국 전체 대비로도 약 3배일 정도로 엄청난 규모다.둘째, GAFA(구글·아마존·페이스북·애플), 인텔과 같은 대형 글로벌기업의 스타트업 인수·합병(M&A) 매수가 많다는 점이다. 투자 회수(EXIT) 수단으로서의 M&A는 상장(IPO)까지의 장시간을 요하지 않는 이점이 있는 데다, GAFA와 같은 세계적 기업에 의한 M&A나 투자는 그 가능성만으로도 스타트업 창업자에게 대단한 매력이다. 실제 미국 스타트업들의 투자 회수는 IPO에 대부분을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와 달리, 90%가 M&A다. 또한 대기업뿐 아니라 유니콘으로 덩치를 키운 비상장기업들이 M&A 주체가 되는 사례도 종종 나오고 있다. 예컨대 2024년 기준 기업 가치 약 1,200억 달러의 에어비엔비(Airbnb)는 지금까지 20개 이상의 기업을 인수했다고 한다. 셋째, 특히 실리콘밸리의 장점으로 꼽히는 액셀러레이터(Accelerator)의 존재다. 액셀러레이터는 창업자가 벤처캐피털로부터 투자를 받을 때까지 일종의 가교역할을 하며,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자문, 멘토링, 초기투자 등을 담당한다. Crunchbase에 의하면 캘리포니아를 중심으로 한 실리콘밸리 지역에는 VC의 직접 투자를 받은 초기단계 이상 스타트업 수가 2만 여개나 된다. 최근 중국 등 전 세계에서 액셀러레이터들이 늘고 있지만, 실리콘밸리와 같은 '빅샷' 성공 사례는 흔치 않다. 시장에서 손꼽는 대표선수는 Y콤비네이터, 500스타트업, 플러그앤플레이, 테크스타. 그중에서도 Y콤비네이터는 미국 액셀러레이터 평가 1위로, 에어비엔비, 도어대시, 드롭박스, 코인베이스, 레딧 등을 키워냈고, 이 5개사의 기업가치는 합계 2,354억 달러(353조원, 2023년 말 기준)이다.마지막으로 또 하나 꼽는다면, 전 세계에서 몰려들고 있는 젊은이들의 창업정신과 이를 뒷받침하는 실리콘밸리의 창업문화다. 우선 실리콘밸리 벤처기업의 약 40%가 외국인 창업자이고, 대부분 스탠퍼드, 버클리대학 등의 유학 경험이 있다. 그만큼 국내외로 열린 창업문화란 얘기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창업자와 투자자 간의 프레젠테이션과 토론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공식·비공식 만남을 통한 상호 신뢰 구축,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 등이 실리콘밸리를 특징짓는 단면이라고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출생률 저하와 고령화 등으로 잠재성장률이 1%대까지 하락한 상태다. 보다 적극적인 개방으로 풍부한 해외 자금줄을 확보하고, 산학과 투자자의 열린 창업문화 등으로 제대로 된 '한국판 실리콘밸리 생태계'를 구축해보자. '창업 국가 코리아'를 맘껏 구가해보기를 기대해 본다.
[정유신의 스타트업스토리] 미 연준의 금리인하, 벤처 스타트업의 숨통 터주는 방아쇠될까
기업들은 금리상승에 민감하다. 금리가 오르면 시중 유동성이 줄어드는 데다, 기업 가치를 나타내는 주가도 할인율이 높아져서 하락하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보다 먼 미래의 수익기대가 많은 벤처 스타트업은 그만큼 할인 폭이 커서 금리상승이 클수록 타격도 크다. 현재 유망하다고 손꼽히는 몇몇 산업의 일부 기업들 빼고는 자금이 꽁꽁 얼어붙어 '겨울나기'에 힘들다고 한다. 특히 창업한 지 3년 이하의 극초기 기업의 경우 절반 이상이 직원 채용 중지는 물론, 복지·출장까지 줄이며 전사적인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단 얘기도 있다.이런 시점에서 지난 9월 17일 미 연준(Fed)이 0.5%포인트 금리를 '빅컷' 인하했다. 벤처기업들의 자금난과 투자자의 관점을 바꿨던 시발점이 2022년 3월 미 연준의 금리인상이었다고 보면, 이번 금리인하가 우리나라의 금리인하로 연결되어 벤처기업들의 숨통을 터주고 투자자의 행동 변화를 가져올 방아쇠가 될지 관심 대상이다. 우선 가장 급한 벤처 자금난은 얼마나 해갈될까. 적어도 기대감은 커지고 있는 듯하다. 약 2년 이상 투자가 얼어붙었다가 올해 들어 투자가 기지개를 켜고 있는 시점에서의 금리인하여서, 경우에 따라선 벤처투자자들의 투자 경쟁을 유발할 수 있단 의견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런 상황이 되려면 미 연준의 금리인하가 일회성이 아니라 추세적으로 계속 이어져야 한다는 단서가 필요하다. 이에 대해 미국 물가가 불안해서 지속적인 금리인하가 쉽지 않다는 의견도 있지만, 개인적으론 지속적인 금리인하가 가능하다는 데에 한 표를 던지고 싶다. 왜냐하면 미국의 높은 고용수준의 일등 공신인 서비스산업에서 실업률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데다, 그 여파로 임금과 물가상승률도 둔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미 연준 위원들의 금리 전망 점도표에서도 연말 기준금리 예측값이 지금보다 0.35~0.6%포인트 낮은 4.4%로 나와 있다. 그만큼 11, 12월의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금리가 추가 인하될 가능성이 높단 얘기다.그럼 투자자들의 투자 대상이나 패턴에는 어떤 변화가 생길까. 전문가들에 의하면 벤처 사이클은 두 가지 특징을 갖는다고 한다. 첫째, 벤처산업의 성장에는 기술 역량과 자금이 중요한 만큼, 벤처 사이클은 기술의 성장곡선('가트너의 하이프곡선')과 금리의 상승·하락 주기와 그 궤를 같이한다는 점과 둘째, 벤처 사이클은 벤처산업의 붐, 버블, 버블 붕괴, 그 후 진정한 벤처 리더가 탄생하는 네 가지 단계를 거치는데, 진정한 벤처 리더가 탄생할 때는 이전 붐 때와는 다른 혁신기술이나 새로운 분야가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그것이다.현재 버블 붕괴 후 금리 하락기에 접어들었다고 보면, 향후 어떤 신기술과 신분야가 리더가 될까. 벤처 신산업의 메카인 미국 실리콘밸리의 최근 1~2년 동향을 통해 미래의 가능성을 살짝 엿보기로 하자. 이전의 실리콘밸리에선 기술보다 시장의 혁명 즉, 디지털혁명이 강조되면서 핀테크와 이커머스 등과 같은 플랫폼 기업들의 인기가 높았었다. 하지만, 금리상승으로 유동성이 줄어든 다음부터는 기술에 방점을 둔 소위 딥테크가 대세가 되고 있다. AI(인공지능)분야에서도 새롭게 생성형 AI가 뜨고, 의료분야에서 돌풍이 예상되는 양자 컴퓨팅, 기후문제가 심각해지면서 떠오르는 클린테크, 디지털무역 증가로 새롭게 떠오르는 웹3.0과 블록체인금융 등이 그것이다. 또 투자패턴의 변화 가능성도 예상되고 있다. 고금리 땐 대규모 투자가 줄고 초기 단계보다 중후기 단계 벤처투자가 많았지만, 발빠른 엑셀러레이터 등은 그동안 덮어두었던 초기단계 벤처도 다시 열어보고 있단 전언이다. 향후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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