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30돌 맞는 코스닥의 부진…성장 사다리부터 복원해야
코스닥 시장이 다음 달 1일 개설 30주년을 맞지만 시장 분위기는 냉랭하다. 코스피는 올들어 2배 가까이 상승했다. 최근 급등락세를 반복하고 있지만, 지난 6개월간 누적 상승률은 기록적이다. 반면 코스닥은 연초보다 8%가량 떨어졌다. 1월에는 '천스닥' 기대감이 넘쳤으나 최근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며 투자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코스닥은 차세대 성장 동력인 벤처 기업과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중요한 통로이면서, 동시에 투자자들의 선택지를 넓혀주는 시장이다. 하지만 주목받는 기업들이 많지 않고, 거래 대금도 줄면서 2부 리그 취급을 받고 있다. 그 이유로 '반도체 쏠림' 현상을 꼽는 이들이 많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투자가 집중되면서 코스닥이 외면받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반도체 열풍만으로 최근 코스닥 부진을 모두 설명할 수는 없다. 코스닥에 수익성과 성장성이 풍부한 기업들이 더 많다면 지금처럼 소외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과거 네이버와 셀트리온 같은 코스닥 유망주들은 이미 코스피로 옮겨갔다. 현재 시가총액 1위인 제약바이오 기업 알테오젠도 코스피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코스닥 기업 중 절반이 수익을 못 낸다고 한다. 검증이 되지 않은 기업들이 상장된 뒤 부실이 커지면서 좀비 기업으로 전락한 사례도 많다. 시장의 활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올 초 '코스닥 3000 시대'를 외쳤던 정부도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7월부터 1000원 미만의 동전주가 퇴출당하고, 기업 정보를 제대로 알리는 공시 의무도 강화된다. 관심을 끄는 것은 이른바 '승강제' 도입이다. 상장 기업을 프리미엄과 스탠더드 등으로 나눠 우량 기업을 투자자들에게 더 적극적으로 알린다는 것이다. 그러나 벤처업계는 "현재의 외형만 보고 비우량 기업으로 낙인찍는 것은 코스닥 취지에 맞지 않는다"며 보다 정교한 제도 설계를 요구하고 있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특히 벤처 업계에서는 정부의 자금 지원이 인공지능(AI) 중심으로 쏠리면서 제조업, 바이오, 소재 등 다른 산업이 홀대받는 현실부터 시정해 달라고 호소한다. 코스닥이 부진에서 탈출하려면 퇴출 같은 규제도 필요하지만, 성장 지원은 더욱 중요하다. 예컨대 최근 민관 합동으로 출범한 150조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펀드에서 올해 10조원 규모의 지원금이 코스닥에 유입될 전망이라는데 이를 확대하는 것이다. 코스닥의 경쟁력 회복은 결국 얼마나 많은 유망 기업들이 진입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사설]안전·복지 챙겼더니 '진짜 사장'…노란봉투법의 역설
이른바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개정 노동조합법이 시행 100일을 넘긴 가운데 산업 현장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다수의 하청 노조가 원청 기업에 노사교섭을 요구하면서 대기업들이 여러 노조와 동시에 협상해야 하는 상황은 이미 현실이 됐다. 특히 최근에는 하청 노동자에 대한 안전관리를 강화하거나 복지 지원을 했다는 이유로 원청 기업이 '진짜 사장'으로 인정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원청 기업들이 이런 상황을 피하려고 안전, 복지 지원을 줄일 경우 하청 노동자를 보호하겠다며 만든 법이 오히려 이들의 근무 환경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실제로 사업장에서 하청 노동자의 음주 여부를 확인하거나 안전수칙 위반 사실을 문자메시지로 통보한 것까지 사용자성 판단의 근거로 활용되고 있다고 한다. 원청 기업으로서는 난처한 처지에 놓일 수밖에 없다. 하청 노동자의 안전을 챙기면 노사교섭 대상이 될 수 있고, 그렇다고 안전관리를 소홀히 하면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상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안전을 강화할수록 노동관계법상 부담이 커지고, 안전관리를 줄이면 형사처벌 위험이 커지는 모순적 구조가 만들어진 셈이다.복지 지원도 마찬가지다. 코레일은 하청 직원들에게 제공한 휴게공간이 노사교섭 사유가 될 수 있다는 외부 법률자문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소 노동자를 위해 휴게실을 마련한 일부 대학은 이미 사용자로 인정돼 교섭을 진행하고 있다. 선의로 제공한 복지 지원이 오히려 새로운 법적 의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이런 논란은 법 도입 당시부터 예견됐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의 정의를 기존의 '근로계약 당사자'에서 '근로조건을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하는 자'로 넓혔다. 경제계는 그때부터 사용자성 인정 범위가 불명확해 현장의 혼란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런데도 정부와 여당은 문제가 생기면 시행 이후 보완하면 된다는 식으로 지난해 법을 통과시켰고, 법은 올해 3월 10일부터 시행됐다. 그러나 어디까지를 실질적 지배로 볼 것인지에 대한 기준은 여전히 모호하다. 현장의 사정을 살펴 법의 미비점을 보완해야 할 노동위원회는 하청 노조가 원청을 상대로 제기한 교섭 요구 대부분에서 노조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기업들이 기댈 곳은 결국 법원의 판단뿐인 상황이다.노란봉투법은 사용자 정의의 과도한 확대뿐 아니라 구조조정과 조직개편 등 경영판단 영역까지 쟁의 대상을 넓힌 점, 불법 쟁의행위에 대한 노조의 손해배상 책임을 제한한 점 등으로 도입 전부터 논란이 많았다. 그중에서도 원청에 대한 하청 노조의 무리한 교섭 요구 문제가 먼저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하청 노동자의 안전을 챙기고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려던 원청 기업이 예기치 못한 노사협상에 불려 나가야 한다면, 어느 기업이 적극적으로 산업현장 개선에 나서겠는가.노란봉투법은 일단 시행됐지만 전체적인 점검과 재논의가 필요하다는 게 재계 지적이다. 다만 당장 현장의 혼란을 줄이기 위한 보완책은 서둘러야 한다. 정부는 사용자성 인정 기준을 엄격히 적용하도록 지방노동위원회에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안전점검, 복지 확대 등 하청 노동자에 대한 공익적 조치와 관련해 원청을 사용자로 간주하지 않는 내용을 법과 시행령에 반영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사설]수사권 개편 100일 앞, 경찰청장 공석 무슨 곡절인가
검찰청 폐지와 중대범죄수사청 출범이 약 100일 앞으로 다가왔다. 아울러 경찰의 권한과 책임도 그만큼 커지게 된다. 그런데 정작 국가 치안을 책임질 경찰청장은 아직도 공석이다. 조지호 전 경찰청장이 12·3 비상계엄 당시 경찰력을 동원해 국회 봉쇄에 가담한 혐의로 직무가 정지된 뒤 지난해 말 파면됐지만, 반년이 지나도록 후임은 임명되지 않고 있다. 연초만 해도 인선이 임박했다는 관측과 하마평이 무성했지만 여태껏 자리가 비어 있다.현재는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이 조직을 이끌고 있지만 임시 체제로는 여러 면에서 한계가 있다. 먼저 적극적으로 인사권을 행사하고 조직 통솔력을 높여야 하지만 직무대행 신분으로는 여의치 않다. 마찬가지 이유로 민감한 수사 현안을 놓고서도 주도적으로 나서기 쉽지 않다. 전국경찰직장협의회가 최근 성명을 내고 만성적인 인력 부족과 교육시설 확충 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현장의 치안 공백과 조직 운영에 대한 우려를 제기한 것도 이런 한계 때문이다. 이런 요구가 공개적으로 나오는 것 자체가 불안정한 대행 체제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평상시에도 경찰 수장의 리더십이 중요하지만, 지금은 특히 그렇다. 10월부터 검찰의 직접 수사 기능이 중수청으로 이관되는 대대적인 수사권 재편이 시작된다. 경찰은 중수청으로 이동할 인력의 조정, 관할이 중복될 수 있는 사건의 수사권 조율, 일선 수사경찰의 역량 강화 등 굵직한 과제를 동시에 수행해야 한다. 이러한 변화는 직무대행 체제로 감당하기 힘들다. 조직을 대표하는 경찰청장이 전면에서 책임지고 나설 때 혼선을 줄이고 성과를 거둘 수 있다.더욱이 박성주 경찰 국가수사본부장도 이달 말 정년 퇴임을 앞두고 있다. 국회에서 국가수사본부장의 임기 중 정년을 적용하지 않는 법안을 추진 중이지만 이달 안에 처리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형사사법 체계의 대전환을 앞둔 시점에 치안과 수사의 양대 컨트롤타워인 경찰청장과 국가수사본부장이 동시에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는 이례적인 상황이 현실화할 수 있다.그런데도 정부는 경찰청장을 왜 임명하지 않는지, 공백이 장기화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분명한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적임자를 계속 찾고 있는 것인지, 다른 불가피한 사정이 있는 것인지 국민은 알 권리가 있다. 공백이 길어질수록 경찰 조직의 불안은 커지고 불필요한 의구심만 확산될 수 있다. 경찰청장 임명을 늦출 불가피한 사유가 있다면 국민에게 소상히 설명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형사사법 체계의 대전환을 앞둔 지금, 경찰 수장의 공백부터 서둘러 메워야 한다.
[사설]정부, 호남·충청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정치 논리는 안된다
김용범 대통령 정책실장이 24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비수도권 반도체 단지 조성 문제와 관련해 "논의 마무리 단계가 다가오고 있다"며 "확정되면 국민에게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수도권에 더 지으려 해도 땅도, 전력도, 용수도 없다. 그렇다고 해외로 가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비수도권 제2 반도체 클러스터 참여를 사실상 확인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김 실장은 "수도권에 짓고 있는 공장을 옮기는 게 아니다"고 했다. 이미 진행중인 경기도 용인의 반도체 클러스터와는 별개라는 것이다.청와대는 29일 '국토 공간 대전환' 민관 합동 회의를 열 예정인데, 두 기업은 이를 계기로 반도체 투자 구상을 내놓을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관련 내용을 논의했고, 25일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도 만난다. 당초 두 기업은 반도체 칩 후공정인 패키징 공장을 지방에 세우는 것을 검토해 왔다. 하지만 정치권의 요구에 따라 최첨단 회로를 그리는 팹(전 공정)까지 구축하는 방안을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음 달 1일 출범하는 전남광주특별시와 새만금, 충남 일대 등이 대상지로 거론된다. 최첨단 메모리 반도체 생산라인 하나를 구축하는데 최소 60조 원이 든다고 한다. 비수도권 반도체 클러스터에 5∼10년에 걸쳐 수 백 조 원 규모의 투자가 이뤄질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반도체 투자유치 공약이 쏟아졌을 때 기업의 판단에 맡겨야 할 투자 결정에 정치가 개입하는 데 대한 경제계의 우려가 적지 않았다. 실제로 이번 반도체 투자 결정 과정이 충분히 자율적으로 이뤄지고 있는지 의문이다. 말로는 "기업이 결정할 사안"이라면서도 시기나 규모, 지역 선정 등에 대한 각종 주문을 쏟아내며 기업을 압박하는 모양새였다. 이에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이 "정치권 논리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기업의 투자 결정은 경제적 타당성과 기업 경쟁력 차원에서 충분히 시간을 갖고 검토해야 한다는 취지였다.인공지능(AI) 시대의 폭증하는 수요에 대응해 메모리 반도체 설비확장이 급한 건 사실이다. 수도권에 편중된 제조업 투자를 다른 지역으로 분산해 지역균형 발전을 제고해야 한다는 논리도 명분이 없는 건 아니다. 그러나 지역균형 발전이라는 정책 목표와 투자가 순조롭게 진행돼 새 시설이 초격차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지는 다른 문제다. 호남·충청 지역의 전력 사정이 수도권보다는 낫지만, 생산전력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태양광·풍력 체계만으로 1년 365일 반도체 시설을 안정적으로 돌리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발전 설비 확충과 용수 확보를 위한 특단의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대규모 투자가 기대한 성과를 내기 어렵다. 지방근무를 기피하는 인재 확보도 만만치 않은 문제다. 반도체는 우리 경제의 근간이 되는 국가 전략 산업이다. '정무적 판단'으로 투자를 성급히 결정할 일이 아니다. 기업이 내려가면 어떻게든 조건은 만들어질 것이라는 식은 곤란하다. 전력·용수 공급, 정주 여건 등 과제가 한둘이 아니다. 우리 경제의 미래를 위한 '후회없는 선택'이 어떤 길인지 차분히 생각해볼 일이다.
[사설]현대차 파업 가결…AI 시대, 중국 자동차는 질주하는데
현대자동차 노동조합(금속노조 현대차지부)이 24일 전체 조합원 3만90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쟁의행위(파업) 찬반투표가 압도적 찬성으로 가결됐다. 올해 11차례 진행된 임금협상이 난항을 겪자 합법적 쟁의권 확보에 나선 것이다. 노조는 지난해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인공지능(AI) 관련 고용 및 노동조건 보장, 정년 최장 65세 연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최근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등 반도체 업계의 억대 성과급 논란이 결국 자동차 업계로 도미노처럼 확산하면서 쟁의 대상에 오른 것 자체가 우려스런 일이다. 반도체 업계 사례에서도 확인됐듯 영업이익이나 순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떼어주는 'N% 성과급'은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들다. 기업 경쟁력과 투자, 주주 가치, 노동 보상, 사회적 수용성 등이 걸린 복합적인 문제인 만큼 냉정하고 책임 있는 접근이 요구된다.AI 관련 고용 및 노동조건 보장은 전 세계도 주목하는 미래형 논쟁 사안인 것은 맞다. 로봇과 AI가 결합한 자율화 스마트 공장 시대가 현실로 다가오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현대차 노사의 AI 관련 고용 및 노동조건 협상은 한국은 물론 전 세계 공장 자율화의 기준을 정하는 중요한 선례가 될 수도 있다. 중요한 건 스마트 공장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는 점이다. 그만큼 사려 깊은 논의와 장기적 관점의 협상이 필요하다. 더욱이 이번 파업안 가결은 중국의 질주라는 글로벌 자동차 산업 환경의 급변과 한국 자동차 산업의 생존 차원에서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은 배터리 공급망과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세계 전기차 시장을 빠르게 장악하고 있다. 자동차 수출량에서 2020년대 초반 한국을 추월한 데 이어 현재 글로벌 신차 수출 1위로 떠올랐다. BYD 등 중국 브랜드는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한국 시장에도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반면 현대차는 현지 브랜드의 급성장 속에 중국 내 점유율이 1% 미만으로 떨어지면서 충칭 공장을 매각하는 등 사업 규모를 축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대차 노조가 임금과 성과급, 고용환경을 놓고 당장의 이해관계에만 매몰돼선 안 될 이유가 한둘이 아니다. AI와 로봇이 바꾸는 생산 현장의 미래, 그리고 중국의 거센 추격이라는 산업 환경의 구조적 변화를 직시하며 미래 지향적 교섭을 해야 한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을 둘러싼 외부의 칼바람이 예사롭지 않다.
[사설]김정은 "세계 압도 핵 강화" … 냉철한 대북정책 절실하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우리의 원자력 추진 잠수함 보유 추진과 북핵·미사일 위협 대응을 위한 한·미 핵협의그룹(NCG) 활동을 비난하며 한반도 정세를 "극도로 악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핵 무력을 끊임없이 확대하고 세계를 압도할 수준으로 강화하겠다"며 핵보유국 지위를 기정사실로 하려는 의도를 재차 드러냈다. 북한 국무위원장이기도 한 김 총비서는 지난 20∼22일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9기 제2차 전원회의 확대회의에서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북한 지도자의 핵 위협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지만, 이번 발언은 노동당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전원회의에서 나왔다는 점, 그리고 핵전력뿐 아니라 재래식 군사력 증강까지 함께 강조했다는 점에서 예사롭지 않다. 특히 1만t급 전략유도탄순양함 건조 사업에 속도를 내라고 지시한 대목은 주목할 만하다. 이 군함이 실전 배치될 경우 핵탄두 미사일과 순항미사일 운용이 가능한 전략자산으로 활용돼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와 미국에도 위협이 될 수 있다. 이는 북한이 러시아 파병의 대가로 확보한 군사기술 등을 바탕으로 핵전력과 재래식 전력을 동시에 강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북한은 이미 헌법 개정을 통해 통일 조항을 삭제하고 남한을 '적대국'으로 규정했다. 이번 전원회의에서도 김 총비서는 대남 적대 노선을 재확인하며 남부 국경(군사분계선·MDL) 요새화 공사와 해군 기지 건설 등에 박차를 가하라는 지시도 내렸다. MDL 일대를 난공불락의 요새로 만들라는 김 총비서의 지시에 따라 그동안 철조망 설치와 지뢰 매립으로 비무장지대(DMZ)를 사실상 무장지대로 만들어온 북한이 군사적 대결 구도를 더욱 공고히 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셈이다.이는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추진해온 대화 재개 노력에 대한 사실상의 거부 신호로도 읽힌다. 이 대통령은 최근 유럽 순방 중 교황 레오 14세에게 북한 방문을 제안하고,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만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도 북·미 대화 재개 필요성을 강조하는 등 대화 분위기 조성에 공을 들여왔다. 그러나 북한은 이에 호응하기보다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와 군사력 증강 의지를 더욱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북한이 이런 태도를 지속한다면 '한반도 평화 공존'을 기조로 한 정부의 대북정책도 현실에 맞는 점검이 불가피하다. 북한 도발에 대응할 독자적 억제력 및 방위태세 강화와 한·미 동맹 기반의 협력 체제 공고화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우리의 원잠 보유 추진과 한·미 NCG에 대한 김 총비서의 공개 비난은 역설적으로 그 필요성을 입증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이런 상황에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22일 '2026 국제 한반도 포럼' 개회사에서 "트럼프 대통령 생일을 계기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가 전달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한 것은 신중하지 못했다. 통일부 장관이라면 막연한 추측보다 공신력 있는 정보와 냉철한 정세 판단을 바탕으로 메시지를 내놓아야 한다. 북한이 핵과 재래식 전력을 앞세워 대남 위협을 노골화하는 상황일수록 정부의 언행은 더욱 정교하고 무게감이 있어야 한다.
[사설]"2배 ETF, 드러누워 막을 걸" … 이제라도 면밀한 대책을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22일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도입과 관련해 "어떻게든 그때 드러누워서 막았어야 했나 개인적으로 반성하는 상황이고, 후회를 많이 하고 있다"고 했다. '삼전닉스' 주가가 상승 또는 하락할 때 2배를 반영하는 ETF를 도입한 후 증시 변동성이 커지고, 증권사만 막대한 수수료를 챙기고 있다는 비판을 인정한 것이다. 금감원장이 공개적으로 '반성' '후회' 등의 입장을 밝힌 것은 이례적이지만, 5월 말 도입 당시 증시의 투기성을 키울 거란 지적과 우려가 적지 않았던 만큼 책임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삼전닉스 2배 ETF의 부작용은 날로 커지고 있다. 2배의 수익을 기대하고 상품을 샀다가 반복되는 등락 과정에서 이른바 '음(陰)의 복리효과'로 원금이 녹아나는 투자자들이 속출하는 상황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두 종목이 시가총액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코스피는 2배 ETF 허용 후 변동성이 더 커졌다. 실제로 거래 시작 직후부터 2배 ETF에는 투자자들의 돈이 폭발적으로 유입됐다. 하루 거래대금이 100조 원을 훌쩍 넘겼고, 거래 회전율도 100%를 크게 웃돌아 매일 한 번 이상 손 바꿈이 일어났다. 그 사이 증권사들은 꼬박꼬박 매매 수수료를 떼어 적게는 5조 원, 많게는 10조 원의 수익을 챙긴 것으로 추산된다. 금감원이 뒤늦게 소비자경보를 발령하며 하루 최대 60%까지 손실을 볼 수 있다고 경고했지만 이미 많은 투자자들이 위험에 노출된 뒤였다. 가뜩이나 출럼임이 심한 코스피는 2배 ETF 도입 후 하루 4∼5% 등락이 놀랍지 않을 정도로 변동성이 커져 '선진국 증시'란 말이 무색해졌다는 지적이다. 시장 활성화도 중요하지만 그 전제는 투자자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위험이 관리되는 시장이어야 한다는 점을 이번 사태가 보여주고 있다. 늦었지만 정책의 문제점을 면밀히 따져보고 투자자 보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또 주식시장을 띄우겠다는 의욕이 앞서면서 투기성 강한 금융상품이 초래할 수 있는 위험을 금융당국이 간과한 것은 아닌지 스스로 되돌아보고 비슷한 일이 반복되는 일만은 막아야 한다.
[사설]'재정 고삐' 얘기않고 증세로 집값 잡겠다는 정부
수도권 집값을 겨냥한 정부의 부동산 세제 강화가 가시화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보유세가 서구 선진국보다 낮다고 했고, 김용범 대통령 정책실장은 SNS에 올린 글에서 부동산세제 조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반도체, 증시 호황으로 급증한 '유동성'이 부동산 시장에 흘러드는 걸 막으려면 부동산 증세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김용범 대통령 정책실장은 "반도체가 벌어온 국부가 부동산 불로소득으로 흡수되고 성장의 과실이 소수에 집중된다면 호황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며 "보유세와 양도소득세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건 필요하고 옳은 방향"이라고 했다. 임광현 국세청장도 등록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 혜택 축소 필요성을 언급했다. 7월 말 정부가 내놓을 세제개편안에 '초고가 1주택'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중과, 임대 사업자 양도세 특혜 축소 등이 포함될 가능성이 커졌다.정책 당국자들이 부동산 세제개편을 강조하는 건 수도권 집값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방증이다. 지난주까지 서울 아파트 매매가와 전세가는 71주 연속 올랐고, 월세도 36개월 연속 상승했다. 아파트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주식으로 번 돈, 반도체 기업의 억대 성과급이 부동산 시장에 유입돼 매매·전세·월세의 '트리플 강세'를 심화시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넘치는 유동성이 집값을 흔드는 일은 과거에도 여러 번 있었다. 노무현 정부 때 수도권 2기 신도시, 행정중심복합도시, 10개 혁신도시 개발이 함께 진행되면서 5년간 약 100조 원의 토지보상금이 풀렸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수도권 3기 신도시 개발로 2021, 2022년 한 해 30조 원 안팎이 보상금으로 지급됐다. 이렇게 풀린 돈은 다주택자 보유세 강화 정책과 맞물려 수도권 집값은 물론이고, 서울의 '똘똘한 아파트 한 채' 값을 높이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올해 정부 본예산은 작년보다 54조7000억 원 늘어난 '슈퍼 확장 예산'이다. 26조2000억 원의 '전쟁 추경'이 추가돼 올해 예정된 정부 지출만 753조 원으로 늘었다. 반도체, 증시 호황의 영향으로 수십 조 원의 세금이 더 걷힐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지방선거 과정에서 '5극 3특(5개 초광역권·3개 특별자치도)'을 비롯해 전국 다수의 지방자치단체에 약속한 재정 투자 계획까지 감안하면 상당한 규모의 자금이 시중에 더 풀릴 가능성이 높다. 김 정책실장은 넘치는 유동성의 영향이 본격화하는 시점을 놓고 "진짜 고비는 연말과 내년 초"라며 "과거를 돌아보면 이런 돈은 결국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드는 경향을 반복해 왔다"고 했다. 정부가 이런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면 부동산 세제를 손보기 전에 확장적 재정이 유동성을 더 늘리는 건 아닌지, 이미 닥쳐온 인플레이션 시대에 재정의 고삐부터 죄어야 하는 건 아닌지를 냉정하게 점검해보는 게 순서일 것이다.
[사설]"민주당의 시계는 움직이질 않는다"
22일 공개된 리얼미터 정기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이 취임 후 처음으로 40%대로 떨어졌다. 오차범위 내에서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앞서는 이른바 '데드크로스'도 처음 나타났다. 지난주 발표된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조금 앞서는 결과가 나왔다. 조사 방식과 기관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집권 2년 차에 들어선 시점에 지지율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는 점은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지지율 하락의 원인은 여러 가지 있겠지만 당·청 갈등, 여권 내부의 볼썽사나운 권력 다툼을 손에 꼽지 않을 수 없다. 6·3 지방선거에서 기대에 못 미치는 찜찜한 성적을 거두고도 집권 세력 내부는 반성과 심기일전은커녕 책임론 등을 놓고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이 대통령은 정 대표를 겨냥하는 듯한 발언과 SNS 글로 당·청 갈등 논란을 키워왔고, 정 대표도 "국민은 영원하고, 정권은 짧다"는 말로 청와대에 맞섰다.이 모든 것엔 결국 차기 당권을 둘러싼 권력 다툼이 깔려 있다. '당원 1인 1표제'를 바탕으로 당내에 독자 세력을 구축한 정 대표는 당권 도전 의사를 숨기지 않고 있고, 친명계는 정 대표가 당권을 거머쥘 경우 사실상 이 대통령의 조기 레임덕이 현실화될 것이라며 불출마를 견제하는 형국이다. 그 사이 당원들은 친명과 친청으로 갈려 서로를 향해 입에 담기 어려운 수준의 '멸칭'까지 동원하며 사실상 '내전'을 벌이고 있다.유력한 당권 후보로 거론됐던 우원식 전 국회의장이 불출마를 선언하며 던진 메시지는 곱씹어볼 만하다. 우 전 의장은 "누구를 위한 민주당인가, 무엇을 위한 전당대회인가"라며 "김대중 대통령이 시작한 중산층과 서민의 정당, 지금의 민주당이 그 민주당인가. 노무현 대통령의 꿈이 담긴 전국정당, 지금의 민주당이 그 민주당인가"라고 반문했다. 또 "민생은 하루도 쉬지 않는데 민주당의 시계는 움직이질 않는다"고 지적했다.여권이 새겨 들어야 할 내부 경고다. 국제 정세는 갈수록 불안정해지고 있고 안보 환경도 녹록지 않다. 고물가와 고유가, 전·월세 상승 등 민생의 어려움도 계속되고 있다. 산적한 국정 과제를 해결하고 성과를 내려면 당·청이 힘을 모아도 부족할 판이다. 작금의 지지율 추이를 일시적 등락으로 치부한다면 더 큰 후회로 이어질 수 있다. 당·청 갈등과 당권 다툼에 허비할 시간이 없다. 여권은 '민생 시계'부터 다시 돌려야 한다.
[사설]고개 숙인 '모두의 창업'…민간 해킹처럼 엄정히 다뤄야
한성숙 국무총리 후보자가 '모두의 창업' 프로젝트 과정에서 발생한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한 후보자는 프로젝트를 총괄한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서 "정부를 믿고 창업에 도전한 분들의 신뢰를 지켜드리지 못했다"며 "무거운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총리 인사청문회를 준비 중인 상황에서 직접 고개를 숙인 것은 이번 사태가 단순한 보안 사고를 넘어 정부의 관리 책임 문제로 번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모두의 창업'은 국민 누구나 창업에 도전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하겠다는 취지로 추진된 사업이다. 6만3000명의 지원자가 몰릴 정도로 큰 관심을 모았고, 이재명 대통령도 "큰 성과에 감사하다"고 치하했다. 그러나 1차 합격자 5000명을 선정한 뒤 이들의 이메일 주소와 사업 아이디어를 요약한 정보 등이 외부로 유출되면서 파장이 커졌다. 창업을 꿈꾸는 이들이 정부를 믿고 제출한 소중한 정보가 허술한 관리 속에 노출된 것이다.더욱 심각한 점은 이번 사고가 외부 해킹이 아니라 참가자 지원을 위해 정부 프로젝트에 참여한 솔루션 업체의 소행으로 파악됐다는 사실이다. 해당 업체는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개인정보에 접근해 자료를 확보한 뒤 합격자들에게 홍보 메일까지 발송했다고 한다. 익명의 국내외 해커가 서버를 공격하는 일반적인 사례와 달리, 정부 사업에 참여한 기업이 정보 유출의 당사자가 됐다. 해당 업체를 어떤 기준과 절차로 선정했는지, 참여 기업들에 대한 보안 점검과 감독은 제대로 이뤄졌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유출 파문에 앞서 진행된 프로젝트 출범식 현장은 창업에 대한 열정과 희망으로 가득했다고 한다. 합격자들은 창업 경험이 전무한 30대 신혼부부, 카이스트에서 공부한 태국인, 부도 경험이 있던 60대 남성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들고 참여했다. 모두가 수개월, 수년을 준비하고 고민한 사업 아이디어였을 것이다. 이런 무형의 지적 재산을 다루는 프로젝트라면 무엇보다 철저한 보안 체계가 필수적으로 전제돼야 한다. 일각에선 정보 유출 조짐이 한 달 전부터 있었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보안 의식과 대응 전반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닌가.정부는 한 총리의 사과 직후 창업자 아이디어를 전자문서 형태의 영업비밀로 보호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여기서 그쳐서는 안 된다. 원인 규명도 분명하게 이뤄져야 한다. 유출 경위를 제대로 파악해야 재발을 막을 수 있고, 책임 소재도 분명해진다. 정부는 민간 기업이 해킹으로 뚫리면 막대한 과징금을 매기고 재발 방지 대책을 주문한다. 그런 정부가 직접 추진한 사업에서 벌어진 사고라면 더욱 엄격한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
[사설]한성숙도 '증인·참고인 0명'…'맹탕 청문회' 안된다
25~26일 열리는 한성숙 국무총리 후보자 국회 인사청문회가 증인·참고인 없이 진행될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11명의 증인·참고인을 신청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이 모두 반대했다. 총리 인사청문회가 도입된 2000년 이후 증인·참고인 없이 열린 사례는 지난해 김민석 총리 청문회가 처음이었다. 그런데 또다시 후보자만 출석하는 청문회가 열리게 된 것이다.국무총리는 행정 각부를 통할하며 국정을 총괄하는 자리다. 한 후보자는 민간 기업인 네이버에서 활동하다 이재명 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발탁됐다. 장관 재직 기간이 약 1년에 불과해 총리로서의 국정 운영 능력과 공직 가치관, 국가관 등을 충분히 검증받았다고 보기 어렵다. 그런 만큼 민간 기업인 시절의 의사결정과 리더십은 총리 자질을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인 만큼 다각도의 검증이 필요하다.제기된 의혹도 적지 않다. 이 대통령이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네이버가 성남FC에 39억원의 광고비를 후원한 경위, 본인 소유의 서울 종로구 연건동 건물을 동생에게 헐값으로 임대했다는 의혹 등이다. 다주택 논란 역시 남아 있다. 장관 임명 당시 4주택자였는데 총리 지명 즈음 1채를 매각했으며 나머지도 처분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한다. 지난해 장관 인사청문회 당시 자료 제출률이 37%에 그쳤고, 당시 "임명 후 소명하겠다"고 했던 약속이 여전히 미이행 상태라는 지적도 나온다.국민의힘은 한 후보자의 남동생과 이해진 네이버 의장, 김상헌 전 네이버 대표 등을 증인·참고인으로 신청했지만 민주당은 "신상 털기이자 정권 흠집 내기"라며 전면 거부했다. 한 후보자 관련 의혹은 지난해 장관 청문회에서 이미 충분히 다뤄졌다는 것이다. 야당의 요구에 정치 공세 성격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증인·참고인 한 명 없이 후보자 답변에만 의존하는 청문회로 실질적인 검증이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더구나 민주당은 불과 석 달 전 자신들이 추진한 '조작기소 의혹 국정조사'에서는 야당 반대에도 102명의 증인을 채택한 바 있다. 사안에 따라 기준이 달라진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연이은 '증인 없는 청문회'는 국회 다수 의석을 가진 여당의 오만으로 비칠 수 있다. 이런 관행이 굳어진다면 국회의 인사검증 시스템 자체를 무력화될 우려도 있다. 해외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이 대통령은 청와대 브리핑에서 민주당의 역할에 대해 "좀 더 포용적이고 개방적이어야 한다"고 했다. 국회 운영 과정에서부터 변화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이번 청문회가 '맹탕'으로 흐른다면 국민은 뭐가 달라졌는지 다시 묻게 될 것이다.
[사설]美 의회 전작권 견제 강화…조건·역량 충분히 갖추란 의미
미국 상원 군사위원회가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에 대한 견제를 강화한 '2027 회계연도 국방수권법안'을 가결했다. 법안은 내년 3월부터 2030년까지 90일마다 미 국방장관이 '한미 전작권 전환 로드맵' 이행 상황을 보고하도록 했다. 합참의장과 인도태평양사령관, 주한미군사령관의 독립적인 군사 위험 평가를 요구한 것도 눈에 띈다. 한국의 전작권 전환 상황을 의회 차원에서 확인하고 검증하겠다는 차원이다. 우리 정부는 임기 내 전환을 염두에 둔 일정 관리에 무게를 두고 있다. 안규백 국방장관은 최근 "부부간에도 생각이 다른데, 나라와 나라 사이 의견이 동일할 수 있겠느냐"며 한미 간 이견을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올 연말 한·미 양국 대통령에게 전환 시기를 건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선 미래연합사 완전운용능력 검증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최종 단계인 완전임무수행능력 평가를 앞당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양국 정부가 합의하더라도 미국 의회의 검증 절차를 우회한 속도전은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한반도 안보 환경은 그 어느 때보다 엄중하다.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은 고도화되고 있고, 북·중·러 협력도 강화되고 있다. 미국 역시 중동, 우크라이나, 인도태평양 등에서 전략적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이런 시기일수록 한미동맹의 안정성과 연합방위 태세는 흔들림 없이 유지돼야 한다. 전작권 전환이 동맹 약화나 지휘 공백으로 비쳐서는 안 된다.전작권 전환은 군사 주권 회복이라는 상징성을 갖지만, 더 중요한 것은 실질적 억지력이다. 북한 위협에 독자적으로 대응할 감시·정찰 능력과 지휘·통제 체계, 핵심 전력 운용 능력이 충분히 갖춰졌는지가 판단 기준이 돼야 한다. 정치적 시간표가 군사적 조건을 대신할 수는 없다. 최근 주요 7개국 정상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국방비 증액과 자주국방 기조를 설명한 것 역시 역량 강화가 전제돼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정부는 조급한 일정보다 능력 검증과 한미 간 충분한 협의에 집중해야 한다. 미국 의회의 강화된 검증 요구 역시 동맹의 불신이 아니라 전환 조건을 분명히 하라는 현실적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 진정한 자주국방은 선언이 아니라 준비된 능력과 굳건한 동맹 위에서 완성될 것이다.
[사설]24년만 신규 원전, 첫 SMR…'탈원전' 교훈 잊지 말아야
신규 대형 원자력발전소 건설 후보지로 경북 영덕군이, 국내 첫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I-SMR) 건설 후보지로 부산 기장군이 각각 선정됐다고 한국수력원자력이 밝혔다. 지난해 확정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영덕에는 2037~2038년까지 1.4GW(기가와트)급 대형 원전 2기가, 기장에는 2035년까지 0.7GW(700MW)급 SMR 1기가 들어설 예정이다.국내에서 신규 원전 부지가 선정된 것은 2002년 신한울 원전 이후 24년 만이다. 2011년 강원 삼척 대진 원전과 경북 영덕 천지 원전 부지가 선정됐지만, 2017년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계획이 백지화된 바 있다. 그만큼 이번 부지 선정은 한국 원전 산업 재도약을 알리는 신호탄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나아가 신규 대형 원전과 SMR 건설은 한국 경제의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다목적 포석으로 평가된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공장 등 첨단 산업의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안정적인 무탄소 전원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다. 동시에 글로벌 차세대 원전 시장 진출을 위한 경쟁력 강화의 성격도 있다. 특히 대형 원전보다 건설 기간이 짧고 출력 조절이 용이해 미래형 전력원으로 평가되는 SMR의 국내 첫 건설은 그 의미가 각별하다. SMR은 데이터센터나 반도체 공장 등 전력 수요지 인근에 맞춤형으로 건설해 송전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제 시작이지만 글로벌 시장 진출에 필수적인 '실적'을 확보하게 된다는 점이 중요하다. 두산에너빌리티와 SK㈜·SK이노베이션 등 한국 업체들이 미국·영국·캐나다 등과 협력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눈여겨볼 것은 중국의 속도다. 중국은 하이난(海南)성 창장(昌江)에 건설한 125MW급 SMR인 ACP100(링룽-1)의 시운전을 마치고 세계 최초 상업 운전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한국이 탈원전 정책으로 대형 원전과 SMR 개발을 사실상 중단한 사이 중국은 차세대 원전 시장의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한 것이다. 정부와 원자력 업계는 이번 신규 원전과 첫 SMR 부지 선정을 설계·건설·운용에 이르는 원전 기술 생태계 복원의 새로운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원전 산업을 다시 궤도에 올려 AI 시대 전기 수요 폭증에 대비하는 것은 물론, 그간 중동산 화석연료에 치중했던 '에너지 믹스(에너지원의 구성 비율)'를 개선하는 발판으로 활용할 때다. 이를 위해선 경쟁력 있는 원자력 분야를 반도체·AI 등과 함께 미래산업으로 키우겠다는 정부의 일관된 의지가 절실하다.
[사설]외유성 출장에 부부 동반…선관위 신뢰 추락 어디까지
노태악 전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재임 중 세 차례 해외 출장에 배우자를 동반하고, 관련 비용을 선관위 예산으로 집행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국가 의전서열 5위에 해당하는 선관위원장의 지위를 감안하더라도 국민의 눈높이에서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노 전 위원장은 2024년 7박 9일간 독일과 에스토니아를 방문하면서 부인을 대동했고 수천만의 선관위 예산을 썼다고 한다. 출장 명분은 해외 선거관리 기관과의 협력 방안 논의였다. 지난해 국제 네트워크를 증진한다는 목적으로 덴마크·스웨덴을 방문했을 당시에도 부부 동반으로 갔고, 한 석에 1200만원이 넘는 비즈니스석도 이용한 걸로 나타났다. 2022년 호주와 뉴질랜드를 찾았을 때도 배우자가 함께했다고 한다. 공무원 여비 규정은 공무 수행상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배우자에게도 여비를 지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배우자가 어떤 공적 역할을 수행했는지, 공식 초청이나 의전상 필요성이 있었는지가 명확히 확인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선관위는 위원장의 지위와 역할에 상응하는 '예우'를 고려해 배우자 예산을 편성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관례'를 따른 것이고, 향후 국민 눈높이에 맞게 예산을 운영하겠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전에도 위원장 출장에 배우자가 동반했는지, 비용이 근거에 맞게 제대로 지급됐는지 등에 대한 종합적 검증이 필요하다. 더욱 의아스러운 대목은 선관위가 외부에 공개한 자료에는 배우자 동반 사실이 기재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반면 내부 문건에는 '부부 동반' 문구가 적혀 있다고 한다. 단순 누락이 아니라면, 선관위 스스로도 논란의 소지가 있음을 인식하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살 수밖에 없다.이번 논란은 출장비 수천만 원의 적정성만을 따질 문제가 아니다. 헌법상 독립기관이라는 예외적 지위를 방패 삼아 조직 내부의 특권 의식과 폐쇄적 문화가 누적돼 온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한다. 얼마 전에는 선관위 직원들이 몰디브와 코타키나발루 같은 휴양지로 출장을 다녀온 사실이 알려져 문제가 됐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부실 논란을 자초했는데도 직원들에게 예정대로 특별 수고비를 지급한다는 발상도 이해하기 어렵다. 선관위 개혁은 투표 업무와 관련한 규정 몇 개를 손질하는게 전부가 아니다. 조직 전체가 청렴성을 회복하고, 업무 기강을 바로잡을 수 있는 방안이 수반돼야 한다. 선관위는 일반 행정기관과 다르다. 그 어떤 기관보다 국민의 신뢰를 자산으로 삼아야 한다. 국민에게 믿지 못할 집단으로 낙인찍히면, 선거가 의심받고, 결국 민주주의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사설]3000억弗 이란 재건 기금, 동맹에 떠넘길 일 아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핵 문제를 포함한 종전 합의의 대가로 이란 재건을 지원하기 위한 3000억달러(약 450조원) 규모의 투자기금 조성을 검토 중이라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미국 고위 관계자는 FT에 "유럽은 물론 한국·일본 등 아시아와 미국 기업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이라면 미국이 동맹국 기업들의 참여를 전제로 이란 재건 구상을 추진하고 있다는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민주당이 퍼뜨린 가짜뉴스"라고 반박했지만, J D 벤스 부통령은 다른 인터뷰에서 "이란이 (합의) 의무를 이행할 경우에만 기금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재건기금을 이란의 핵 프로그램 폐기와 합의 이행을 유도하는 당근책으로 활용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미국은 이란의 합의 이행 정도에 따라 석유 금수 등 제재 완화와 투자 허용을 단계적으로 연계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문제는 그 부담을 누가 질 것이냐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오바마 행정부의 이란 핵합의를 비판하며 현금성 보상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지만 이란은 종전 협상 과정에서 전쟁 피해에 대한 배상금 지급을 요구해 왔다. 만약 미국이 자신들은 직접 비용을 부담하지 않은 채 동맹국 기업과 민간 자본을 동원해 재건기금을 조성하려 한다면 적지 않은 논란이 불가피하다. 동맹과 상의도 없이 전쟁을 일으켜놓고 이제와서 그 뒷수습 부담을 동맹에 떠넘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란 재건기금이 필요하다면 우선 이란에 대한 석유 수출 통제를 완화하거나 동결된 이란 자금을 풀어주는 것이 보다 합리적이고 투명한 수순일 것이다. 그동안 이란 정부는 전 세계에 동결된 자국 자산이 1000억달러에 이른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여기엔 한국에 묶여 있다가 2023년 카타르 중앙은행으로 이전됐던 이란의 석유 판매 대금 60억달러도 포함된다. 또다른 문제는 기금 조성 방식이나 실체가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3000억달러라는 천문학적 규모임에도 성격이나 용도, 관리·배분 주체와 방식 등에 대한 정보가 거의 공개되지 않았다. 우리로서는 서둘러 판단할 이유가 없다. 오는 19일 예정된 종전 양해각서 서명 이후 진행될 후속 협상을 지켜보며 최종 합의 내용을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다. 한국 기업의 참여 여부도 중동 정세와 경제성 위험성 등을 따져 주체적으로 결정하면 된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가 재건기금 참여 문제를 관세나 무역 협상과 연계해 동맹국을 압박하는 상황은 경계해야 한다. 그런 식의 비상식적 '동맹 팔 비틀기'에는 일본과 유럽 등 다른 동맹국들과 공조해 원칙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사설]반도체 성과급, 주식 수익…부동산 쏠림 우려된다
경기도 동탄이 부동산 시장의 새로운 불씨로 떠오르고 있다. 경기도 화성시 동탄구의 아파트 가격은 최근 1주일 만에 2% 가까이 급등했다. 전국 최고 상승률로, 서울 평균 상승률(0.27%)을 크게 웃돈다. 전용면적 84㎡인 한 아파트는 최근 22억원을 넘겨 거래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넉 달 전보다 3억원 이상 오른 가격이다.현지 중개업소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직원들의 발길이 크게 늘었다고 한다. 반도체 호황이 동탄 집값 상승의 촉매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시장 분위기도 하루가 다르게 달아오르고 있다. 가계약서를 썼다가 가격이 오르자 집주인이 위약금을 물고 더 높은 가격에 다시 매물을 내놓는 사례까지 나온다고 한다.반도체 호황에 따른 부동산 시장 자극은 어느 정도 예상됐던 일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수억원대 성과급과 5억원 규모의 저리 주택자금 대출 등이 직원들의 아파트 매수 심리를 부추길 것이란 전망이 적지 않았다. 거액 성과급 지급이 예상된 SK하이닉스도 마찬가지다. 여기에 동탄은 여전히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이른바 '갭투자'가 가능하기 때문에 외부에서 투자 목적의 수요까지 가세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문제는 동탄의 불씨가 다른 지역으로 번질 가능성이다. 조짐은 심상치 않아 보인다. 이미 용인 기흥과 수원 영통 등 반도체 종사자들이 많이 거주하는 이른바 '셔세권'(셔틀버스+역세권) 지역에서도 상승세가 나타나고 있다. 수도권 남부 집값이 들썩이면 서울은 물론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특히 반도체 성과급만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부터 급등한 주식시장의 '차익 실현' 자금이 부동산으로 유입되고 있다는 분석이 잇따른다. 올들어 4월까지 증시에서 경기도 부동산으로 유입된 자금은 9659억원으로 이미 지난해 연간 규모의 72%에 달했다. 서울 역시 같은 기간 2조4396억원이 유입돼 지난해의 62% 수준에 이르렀다. 최근 주택산업연구원은 서울의 주택사업자들이 증시 수익금의 부동산 유입 가능성에 주목해 사업 전망을 밝게 본다는 취지의 자료를 내놓기도 했다.정부는 출범 이후 부동산에 쏠린 자금 시장 구조를 바꾸겠다며 증시 활성화 정책을 펼쳐 왔고, 실제로 상당한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이동했다. 그러나 최근 주택 가격이 다시 꿈틀대고 전·월세 시장까지 불안 조짐을 보이는 상황에서 일부 증시 수익금이 다시 부동산으로 향하는 '머니 역주행'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우려되는 신호다. 주식 투자 수익이나 반도체 성과급 등의 '부동산 회귀'가 확산하는지 여부를 면밀히 살펴가며 좀 더 입체적인 정책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 어렵게 형성된 자본시장 활력이 다시 아파트 시장으로 빨려 들어가는 악순환만큼은 경계해야 한다.
[사설]최저임금 '차등적용', 제한적 시범실시 어떤가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다르게 적용할지 여부를 놓고 경영계와 노동계가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갔다. 최저임금 '차등 적용' 문제는 양측이 해마다 첨예하게 맞서는 대표적 쟁점이다. 경영계는 업종마다 임금 지급 능력이 다른 만큼 최저임금도 달리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음식·숙박업, 택시업 등 일부 영세 업종은 일률적으로 정해 놓은 최저임금을 감당하기 어려우니 기준을 낮추자는 것이다. 반면 노동계는 업종별로 최저임금이 제각각이면 저임금 근로자들이 제대로 보호받지 못할 것이라고 반박한다. 모든 근로자의 기본적 생존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제도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이번에도 양측의 공방은 팽팽할 전망이다. 경영계는 회의에 앞서 발표한 보고서에서 음식·숙박업의 평균 임금은 시간당 1만1513원인 반면 금융·보험업은 2만3026원에 달한다며 업종별 임금 수준과 지급 여력의 차이를 강조했다. 반면 노동계는 최저임금의 기준은 사용자의 지급 능력이 아니라 노동자의 최소 생계 보장이라고 맞선다. 업종별 차등 적용은 저임금 업종에 대한 '낙인 효과'를 유발해 오히려 구인난을 초래할 것이라는 주장이다.이 같은 논쟁은 해마다 협상 테이블에 오르지만 표결로 무산되곤 했다. 매년 비슷한 다툼이 반복되는 데에는 현행 최저임금법도 한 원인으로 작용한다. 경영계는 '사업 종류별로 구분해 제도를 적용할 수 있다'는 조항을 들어 차등 적용을 요구한다. 하지만 업종별 기준을 정하기 어렵고 노동계도 반발하면서 차등 적용은 최저임금이 처음 시행된 1988년 한 차례 실시된 뒤 사실상 사라졌다. 이후 지금까지 단일 최저임금 체계가 유지되고 있다.올해는 현실적인 접점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경영계는 일부 업종이 최저임금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주장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보다 세밀하고 구체적인 실태를 제시해야 한다. 나아가 정부로부터 소상공인을 위한 세금이나 영업 지원을 끌어내고, 생산성 향상 대책을 통해 최저임금 지급 여력을 강화하는 방안도 내놔야 한다. 노동계 역시 무조건 반대만 할 게 아니라 업종별 경영 현실에 더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사용자의 영업 기반이 지속적이지 않다면, 해당 업종의 최저임금 지급이 존속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일자리 자체가 없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그런 맥락에서 특정 업종을 시범적으로 정한 뒤, 제한적으로 차등 적용을 시행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만하다. 과거에도 경영계가 이·미용, 편의점, 택시 등 업종에 대해 시범 실시를 주장한 적이 있지만 이뤄지진 않았다. 이번에는 가장 피해가 큰 업종을 대상으로 일정 기간에 걸쳐 차등 적용을 시행해 '사업자 부담 완화, 근로자 소득 수준, 구인난' 등 정책 효과를 면밀히 분석하면 보다 생산적 논의가 가능할 수 있을 것이다. 구체적 데이터가 도출되면 쟁점도 좁혀질 수 있지 않겠나. 올해만큼은 찬반 공방을 넘어 생산적 해법을 모색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
[사설]선관위 개혁 본질 흐리는 장동혁의 '재선거 정치'
6·3 지방선거는 여야 모두에 변화와 쇄신을 요구하는 민심을 보여줬다. 특히 국민의힘을 향해서는 강성 지지층에 기대는 정치를 넘어 새로운 보수의 길을 모색하라는 경고가 담겨 있었다. '윤 어게인' 논란과 거리를 두고 중도 확장과 실용 노선을 내세운 후보들이 상대적으로 선전한 것은 그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그런 점에서 연일 전국 재선거를 주장하는 장동혁 대표의 행보는 민심의 흐름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어 보인다.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결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유권자의 참정권을 침해하고 선거 관리의 신뢰를 흔든 중대한 사건이다.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문책,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은 반드시 해야 할 과제다. 여야가 45일간 국정조사를 실시하기로 합의하고 국민의힘이 특위위원장을 맡기로 한 것도 그런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정치적 공방보다 사실 규명과 제도 개선에 집중해야 할 이유다.그러나 선관위의 관리 부실과 전국 단위 재선거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특정 투표소에서 절차상 하자가 있었다면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판단을 구하면 된다. 공직선거법 역시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만 선거 무효를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선관위의 잘못을 바로잡는 일과 선거 결과 자체를 뒤집는 일은 동일선상에 놓을 수 없다.무엇보다 우려스러운 것은 장 대표가 당내 충분한 공감대도 없이 재선거 주장을 사실상 당론처럼 밀어붙이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의힘은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서울 등 6개 지역에 대해 재선거를 요구하는 선거소청 제기를 의결했지만 당내에선 신중론이 적지 않다. 의원총회 소집 요구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긴급 최고위 결정만으로 중대한 정치적 방향을 정한 것은 절차적 정당성 측면에서도 논란의 소지가 있다. 더욱이 전국 재선거론은 당내 총의를 거쳐 확립된 당론으로 보기 어려운데도 장 대표는 "소청은 시작일 뿐"이라며 이를 당의 공식 목표인 양 내세우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선관위 개혁이라는 중대한 과제가 특정 당의 당권과 지도체제 논란과 맞물려 자칫 동력을 잃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장 대표가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은 전국 재선거론을 앞세워 강성 지지층을 결집하고 당내 리더십 논란을 돌파하려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선관위 개혁이라는 본질은 뒷전이고 잠실 개표소에 모여 참정권 시위를 벌이는 2030의 목소리를 정치적 방패로 삼으려 한다는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소모적인 재선거 공방이 아니다. 국정조사를 통해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진상을 낱낱이 밝히고 선거 관리 시스템의 허점을 보완하는 일이다.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고 선거 관리 체계와 관련 법·제도를 정비해 같은 혼란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장 대표 역시 이제라도 '재선거 정치'보다 선관위 개혁과 당 쇄신이라는 본질적 과제에 집중해야 한다. 그것이 국민이 요구한 변화에 조금이라도 응답하는 길이다.
[사설]미·이란 종전, 경제도 북핵도 긴장 늦출 때 아니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106일 만에 사실상 종료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이란과의 협상 타결을 발표했고, 이란 외무차관도 "모든 전선에서 영구적이고 즉각적인 종전이 선언됐다"고 밝혔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양측은 오는 19일 스위스에서 종전 서명식을 열 예정이다. 이에 따라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를 비롯한 중동 위기는 해소 국면으로 접어들게 됐다. 이번 종전은 미국과 이란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당초 4~6주 안에 끝내겠다던 전쟁이 출구를 찾지 못한 채 석 달 넘게 이어진 것은 미국에도 큰 부담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 기간 내내 유가 상승 압박에 시달렸고,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냉담한 국내 여론도 추슬러야 했다. 이란 역시 치명적인 경제 제재와 국토 초토화 위기 속에서 체제 생존을 위한 타협이 절실한 상황이었다.전쟁은 멈췄지만 우리 경제를 짓눌렀던 충격이 곧바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번 합의는 이란의 핵 프로그램 제한과 미국의 제재 완화를 맞교환하는 '원칙적 양해각서(MOU)' 성격이 짙어, 향후 60일간 진행될 세부 이행 과정을 둘러싼 갈등의 불씨가 여전하다. 급등했던 국제 유가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공급망과 물류 비용이 전쟁 이전 수준으로 온전히 회복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더구나 전쟁 기간 우리 내부에서는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중동발 충격으로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를 넘어섰고, 원·달러 환율은 1500원대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 상승은 산업계 부담은 물론 공공요금 인상 압력으로 번졌다. 종전에 안도만 하지 말고 에너지 수입선 다변화와 전략 비축 확대, 해상 안보 역량 강화 등 그간 제기된 과제들에 대한 철저하고 지속적인 점검과 이행에 나서야 한다. 금융시장의 급격한 변동 가능성 등도 대비해야 한다. 중동의 군사적 부담을 덜어낸 트럼프 행정부의 시선이 이제 동아시아와 한반도로 향할 가능성에도 주목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종전 합의 발표 전날인 13일 자신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함께 찍은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2018년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당시의 모습이다. 이란 핵문제를 일단락한 뒤 북한 핵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겠다는 신호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이란의 핵물질 폐기가 어떻게 이뤄질지는 지켜봐야 하지만, 북한의 핵능력은 이란보다 훨씬 고도화돼 있다. 이미 60여개의 핵탄두를 갖고 있고 30개 이상의 핵탄두를 추가로 만들 수 있는 핵물질을 보유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그런 만큼 이란과 달리 북한은 완전한 비핵화 대신 '핵보유국 지위 인정'과 '핵동결 대가 제재 해제'를 원할 수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트럼프의 '즉흥성'이다. 자칫 우리는 관전자로 밀려날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이 사실상 북핵 용인을 전제로 군축 협상에 나서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도록 한·미 신뢰를 더욱 공고히 다지는 게 중요하다.
[사설]상용 일자리 26년만 감소…외환위기 직후도 아닌데
일자리 감소의 경고음이 심상치 않다. 향후 1년 이상 일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용 근로자'가 지난달 1674만 명으로 1년 전보다 7000명 줄었다. 단순히 감소 폭의 문제가 아니다. 상용 근로자가 감소세로 돌아선 것은 외환위기 여파가 이어지던 1999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경제성장률은 높지만 고용은 냉랭한 역설적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안정된 일자리로 여겨지는 상용직이 줄어든 탓에 체감 충격은 더 크다. 세부 통계도 우려스럽다. 상용직 감소가 20~30대 청년층에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고용 악화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대졸 이상 실업자는 지난달 50만3000명으로,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으로 50만 명을 넘어섰다. 고학력 인력이 원하는 양질의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전문·과학·기술서비스업 등의 분야에서 취업자가 크게 감소했다. 인공지능(AI)의 영향도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달 정보통신업 분야 상용직 고용은 20대에서 감소한 반면 30대에서는 증가했다. AI 전환이 본격화되면서 사회 초년생들이 노동시장 진입 단계에서부터 밀려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정부는 고용 부진의 배경으로 대외 불확실성을 꼽고 있다. 미국-이란 전쟁과 글로벌 공급망 위기 등으로 기업들이 투자와 채용을 줄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상용직 감소가 청년층에 집중되고, 정보통신과 과학 분야 등에서 일자리가 줄어드는 현상은 경기 요인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이제 전쟁은 마무리 단계다. 하반기에는 고용이 반등할 것인지, 아니면 AI 확산과 산업구조 변화라는 다른 구조적 요인이 작동하고 있는 것인지 보다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무엇보다 반도체 호황과 고용은 별개의 문제라는 인식 아래 일자리 대책을 짜야 한다. 반도체 산업이 나라 전체 성장률을 끌어올리고 있지만 그 온기가 채용시장 전반으로 확산되지는 못하고 있다. 산업별 양극화가 심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반도체는 대표적인 '자본·기술 집약적' 산업으로 취업 유발 효과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 반면 고용 기여도가 큰 다른 제조업과 서비스업 상당수는 여전히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반기에는 고용 창출 효과가 큰 업종을 중심으로 보다 촘촘한 일자리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성장과 고용은 함께 간다'는 과거의 공식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기업들의 AI 활용이 늘면서 제조업은 물론 서비스업에서도 인력 대체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성장하는데도 일자리는 늘지 않는, 과거에 경험하지 못한 고용 현실이 가속화할 수 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는 최근 "청년 고용 확대에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은 경제성장률 숫자가 아니라 일자리에서 경기를 체감한다. '외환위기 이후 처음'이라는 고용지표 경고음을 결코 가볍게 넘겨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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