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트럼프의 '북미 대화' 손짓…한국, 구경꾼으로 남아선 안 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 시작된 한미연합훈련의 대폭 축소를 지시하면서 한반도 정세에 미칠 파장이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부 장관에게 훈련 축소를 주문했다고 공개하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매우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북한에 대해 자신의 재임 기간 중 위협적이지 않았으며, 존중하는 태도를 보였다고도 했다. 김 위원장과 북한을 치켜세우면서 적극적으로 유화의 손길을 내민 셈이다. 그동안 북한은 연합훈련에 대해 침략 전쟁의 시연이라며 비난해왔고, 최근엔 항의 표시로 탄도 미사일까지 쐈다.트럼프 대통령의 조치는 다목적 포석을 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먼저 이란 전쟁을 6개월째 매듭짓지 못하고, 11월 중간 선거까지 앞둔 상황에서 북미 대화를 또 다른 외교적 성과로 활용하려 한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 등 러시아와 밀착 관계를 강화하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조건을 제시하느냐에 따라 북미 대화의 재개 가능성이 있다. 외신들은 이번 조치를 트럼프식 '거래 외교'로도 해석한다. 그가 연합훈련 축소 지시를 공개하면서 '한국이 이란전에 협조적이지 않다'는 불만을 함께 언급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선 예고 없던 훈련 축소로 한국 안보 부담을 키워 미국의 외교·안보 전략에 적극 동참할 것을 압박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이런 분석을 감안하면 이번 조치는 트럼프가 김 위원장에게 보내는 러브콜이자, 한국에 보내는 경고일 수 있다. 그만큼 정부의 대응도 다면적이고 입체적이어야 한다. 먼저 북미 대화 가능성에 대비해 미국과의 대화 채널을 더욱 긴밀하게 가동할 필요가 있다. 특히 '한미연합훈련, 주한미군 역할, 전작권 전환' 등 안보와 직결된 사안이 우리를 건너뛰고 북미 대화의 협상 카드로 등장하는 상황은 막아야 한다. 아울러 이번 훈련 축소로 한미 방위 태세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다양한 기동훈련 등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북미 대화는 한반도 긴장을 완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마다할 일이 아니다. 그러나 안보 당사자인 한국이 혹시라도 구경꾼 신세로 전락해선 안 된다. 야당에서 '코리아 패싱' 우려까지 제기하는 상황이다. 이런 우려가 현실화하지 않도록 북미 간 대화 재개 가능성을 면밀히 파악하면서, 의제와 방향에서 우리 이익이 반영되도록 미국과 선제적으로 조율해야 한다. 청와대는 트럼프 대통령 지시가 공개된 직후 입장을 내고, 북미 대화의 '페이스 메이커'가 되겠다고 했다. 그 역할이 미국과 북한을 만나게 하는데 그쳐선 안 될 것이다. 북미 대화를 촉진하되, 한미 동맹을 기반으로 대북 억지력을 지키고, 북핵 위협도 실질적으로 낮추는 역할을 해야 한다.
[사설]개헌 논의 진척 되려면 李 "연임 없다" 선언해야
이재명 대통령이 14일 "개헌을 위해 대통령 임기 단축이 필요하다면 이를 수용할 수 있다는 것이 2022년 대선 당시 저의 공식 입장이었고,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최근 야당 의원들과의 골프 회동에서 임기 단축을 언급했다는 전언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자 직접 자신의 입장을 밝힌 것이다. 이 대통령은 개헌 방향도 상당히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5·18 정신과 부마민주항쟁의 헌법 전문 수록, 감사원 관할권과 국무총리 추천권·인사권 일부의 국회 이관, 지방자치와 기본권 강화, 대통령 4년 중임 또는 연임제 도입 등을 거론했다. 반면 이원집정부제나 의원내각제에 대해서는 "바람직하지도 않고 국민 여론에 비추어 가능하지도 않다"고 선을 그었다. 대통령 권한 일부를 국회로 넘기는 것을 곧바로 분권형 대통령제나 내각제로 보는 것도 "잘못된 이해"라고 했다.이 대통령의 진짜 의도가 무엇인지는 알 수 없지만, 현직 대통령이 임기 단축을 거론하며 개헌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제기한 것은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그동안 정치권에선 이 대통령의 개헌 구상을 놓고 여러 해석이 나왔다. 앞서 조정식 국회의장이 현직 대통령의 연임 문제를 두고 "국민의 선택"이라고 말한 것도 논란을 키웠다. 이 대통령이 직접 입장을 밝힌 만큼 적어도 대통령이 염두에 둔 권력구조의 윤곽은 한층 분명해졌다.1987년 헌법이 만들어진 지 40년 가까이 흐르는 동안 한국의 사회와 경제, 민주주의는 크게 달라졌다.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한과 승자독식 정치구조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 행정부와 국회의 권한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관계를 어떻게 재설계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를 더는 미룰 이유가 없다.그럴수록 원칙이 중요하다. 4년 중임제든 연임제든 새로운 권력구조는 특정인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하지 않고 다음 대통령과 그다음 대통령에게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어야 한다. 개헌의 성패는 결국 국민적 공감대에 달려 있다. 헌법 개정은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과 국민투표라는 높은 문턱을 넘어야 한다. 어느 한 정파의 힘만으로 밀어붙일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대통령 자신도 "구체적 내용은 여야 합의로 국회에서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개헌 논의가 탄력을 받기 위해서는 현직 대통령 연임 문제에 대한 의구심을 제거하는 게 급선무다. 이 대통령 특보를 지낸 조정식 국회의장은 지난달 현직 대통령 연임 개헌에 대해 "국민 선택의 문제"라고 발언해 논란을 키웠다. 청와대 관계자는 "현행 헌법상 불가능하고, 그럴 의사도 없다는 대통령의 뜻이 확고하다"고 강조하지만, 진화에는 역부족이다. 이 대통령이 직접 나서 자기 입으로 "연임은 없다"고 천명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대통령의 개헌론 제기가 국면 전환용이라는 의심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사설]'비거주 1주택' 전세대출 차단, 與는 관련 세제 바꾸자는데…
내년부터 수도권 아파트를 세주고 다른 집에 전세 사는 1주택자는 전세대출을 새로 받거나, 만기를 연장하는 일이 사실상 금지된다. '비거주 1주택자'의 대출조건이 빡빡해지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세입자 보증금을 집 사는 데 쓰는 '갭투자'를 막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고 한다. 하지만 1주택자를 거주, 비거주로 나눠 세금에 차등을 둔 '8·3 세제 개편안'이 수정될 가능성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자칫 세제와 금융정책이 엇박자를 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금융위원회는 13일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금융 종합대책'을 통해 전세대출 제한조치를 수도권 비거주 1주택자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현재 다주택자와 투기지역·투기과열지역 등 규제지역 내의 3억 원 초과 아파트를 산 사람은 주택금융공사·주택도시보증공사 등 보증기관의 전세대출 보증이 제한돼 신규 전세대출을 받을 수 없고, 만기연장도 안 된다. 그런데 내년 1월 1일부터 규제 대상에 '투기적 목적'의 수도권 비거주 1주택자를 추가한 것이다.금융당국은 수도권에 부부 합산 기준 아파트 한 채를 보유해 임대 중이고, 본인과 배우자 모두 이 집에 실거주한 적이 없으면 '투기적 목적'으로 보겠다고 한다. 또 비거주가 불가피한 개인들의 예외적 사정은 개별 금융회사의 판단에 맡기기로 했다. 그렇게 되면 금융당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은행들은 나중에 문제 될 소지를 없애기 위해 비거주 1주택자 전세대출을 사실상 중단할 것으로 예상된다.문제는 비거주 1주택에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를 중과하는 정부 세제 개편안이 국회 심의과정에서 바뀔 수 있다는 점이다. 13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선 "국민 누구든 비거주 1주택자가 될 수 있다" "과세의 실효성이 없다"는 여당 의원들의 의견이 쏟아졌다고 한다. 김민석 민주당 당대표 후보도 14일 "양도세 1주택 비거주자 보유공제 폐지는 웬만한 서울 아파트 1주택 비거주자들에게 사실상 증세인 면이 있다"며 수정·보완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런 분위기가 반영돼 정기국회에서 세제 개편안이 대폭 수정된다면, 비거주 1주택자들에게 불이익을 주기로 한 금융정책과의 상충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집값 상승을 기대하며 전세를 끼고 집을 사두는 이른바 '갭투자'가 부동산 시장불안의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해온 건 사실이다. 그렇다고 보유한 집을 놔두고 다른 곳에 세를 얻어 사는 이들을 모두 '투기세력'으로 몰아부치는 건 과도한 일이다. 손주를 돌봐주기 위해 자기 집은 세주고 자녀 집 주변에 셋집을 얻어 사는 조부모들, 자녀가 다니는 학교나 직장에 조금이라도 가까운 곳에 살기 위해 자기 집을 놔두고 같은 지자체 안 다른 셋집에 사는 이들이 부지기수다. 개인들이 처한 특수한 사정들을 도외시하고 비슷해 보이는 사례를 모두 싸잡아서 하는 규제는 세제든, 금융정책이든 억울한 피해자들을 양산할 수밖에 없다.
[사설]"수도권에 23만채 추가 공급"… 공공·민간 다같이 속도내야
정부가 공공택지 개발 기간 단축, 신규 택지 지정 등을 통해 5년 안에 23만 채의 주택을 수도권에 추가로 짓는 내용의 '8·13 공급대책'을 발표했다. 지난해 '9·7 대책', 올해 '1·29 대책'에 이은 이재명 정부의 3번째 주택공급 대책이다. 이번에 정부가 밝힌 23만 채는 1·29 대책의 6만 채를 포함해 확장한 개념으로, 지난해 9·7 대책을 통해 밝힌 135만 채에서 23만 채를 추가로 짓는다는 의미다. 다만 과거 역대 정부의 공급계획에 포함됐는데도 지역주민 반대 등에 부딪혀 무산된 지역이 다수 포함돼 있어 정부의 속도전이 얼마나 성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이날 나온 '전·월세 및 매매시장 안정을 위한 주택 신속공급 방안'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도심 자투리 땅 등 쓸 수 있는 땅을 총동원해 수도권에 집을 짓는 내용 뿐 아니라, 현 정부가 거리를 두던 재건축·재개발 등 민간 정비사업 지원책까지 포함한 종합 공급계획이다. 우선 정부는 공공택지 발표부터 착공까지의 기간을 기존 68개월에서 37개월로 단축하기로 했다. 조기 착공하는 사업장에는 세제·금융·규제 상 인센티브도 준다. 3기 신도시 사업 속도는 1∼2년 앞당기고, 1·29 대책에 포함된 과천경마장, 태릉골프장 터는 2029년에 착공할 계획이다.이전에 검토된 적 없는 경기 남양주 와부읍 일대 그린벨트는 2만1700채를 지을 신도시급 공공주택지구로 새로 지정한다. 이와 함께 민간개발 무산 후 방치된 서울 강서구 염창공원 터 등도 활용해 총 10만 채 규모의 신규 부지를 확보하기로 했다. 다만 10만 채 부지 중 구체적 후보지가 정해진 물량이 2만9000채에 그친다는 건 한계로 지적된다. 주민 반대 등이 제기될 경우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각각 내년과 내후년 착공하기로 한 용산국제업무지구, 태릉골프장도 여전히 서울시, 지역주민들과 의견차가 크다. 현 정부가 소극적 태도로 일관해온 민간 정비사업을 지원하기로 한 건 이번 대책의 제일 큰 변화다. 이주비, 잔금 등 정비사업 관련 대출은 은행 총량관리 목표에서 제외해 문턱을 낮춰주기로 했다. 지난달 대통령실 주재 부동산 정책 국민토론회 등에서 제기된 민원이 정책에 반영된 것이다. 재개발 조합설립에 필요한 동의율도 75%에서 70%로 낮춰준다. 정비사업에 대한 전향적 태도 전환은 주목할만한 일이지만, 초과이익환수제 완화같이 사업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동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공 민간 구분없이 다같이 속도를 내야 한다. 이번 대책의 성패는 계획의 빈칸으로 남겨진 부분들을 정부가 얼마나 신속히 메워갈 수 있느냐에 달렸다. 정부는 공급대책과 함께 청년층을 위한 저리 전세대출 상품 신설, 대출 한도 확대, 결혼 페널티 해소 등 금융대책도 발표했는데 주택의 공급이 늦어진다면 청년층의 주거불안 해소라는 정책 목표는 공염불이 될 수 있다. 청와대가 그린벨트 해제 등 개별 부처가 풀기 어려운 난제들을 직접 나서서 조율하고, 정부 시간표대로 공급계획이 진행되는지 꼼꼼히 챙겨야 하는 이유다.
[사설]지자체 재정 자립도 6%인데 현금 뿌려서야 …
추석을 앞두고 지방자치단체들이 앞다퉈 현금성 민생지원금 지급에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주민 가계에 도움을 주고 위축된 지역경제를 살리겠다는 명분이지만, 정작 악화된 지방재정 사정은 뒷전으로 밀렸다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충남 당진시처럼 시의회에서 제동이 걸린 곳까지 포함하면 현금 지원에 나선 지자체는 최소 16곳이 넘는다. 상당수가 지난 6·3 지방선거에서 내건 공약을 이행하는 것이어서 일각에선 "사실상 당선 사례금 아니냐"는 비판까지 나온다.전남광주특별시 함평군은 다음 달 7일부터 전체 군민 2만9300여 명에게 1인당 50만 원씩 민생지원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지난달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151억1000만 원을 확보했다. 1인당 30만 원씩 지급할 예정인 전북 부안군은 200억 원대 군유지를 매각해 재원을 마련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남광주 고흥군, 나주시, 장성군과 경남 의령군·하동군, 충북 영동군 등도 30만∼50만 원의 지원금 지급을 추진하고 있다.민생지원금이 일시적으로 소비를 늘리고 지역 상권에 온기를 돌게 하는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지원금을 뿌리는 상당수 지자체들의 재정 형편이 열악하다는 점이다. 재정자립도가 고흥군 6.4%, 함평군 8.2%, 의령군 8.3% 등 전국 최하위 수준으로 자체 수입만으론 기본적인 살림조차 꾸리기 어려운 곳들이다. 현금 지원 처방이라도 동원해야 지역 경제가 돌아가는 상황이라고 하지만 수십억, 수백억 원의 현금을 한꺼번에 풀려면 다른 사업을 줄이거나 지방교부세와 각종 기금 등 가용 재원을 끌어다 쓸 수밖에 없다. 군유지까지 팔아 현금을 마련하는 것이 지속 가능한 재정 운용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이를 견제하고 감시해야 할 지방의회도 단체장과 같은 목소리를 내는 경우가 적지 않다. 당진시 같이 지방의회라도 제동을 걸지 않으면 지자체의 재정 악화는 불을 보듯 뻔하다. 최근 경기도가 '재정 비상 상황'을 선언한 것도 지방정부의 방만한 지출에 경종을 울린다. 올 6월 기준 경기도 채무는 7조 원을 넘어섰다고 한다. 세입 여건 악화 등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그동안 지역화폐와 청년기본소득, 기회소득 등 각종 지출 사업이 잇따라 늘어나면서 재정의 경직성이 커진 것도 부인하기 어렵다. 경기도처럼 세수 기반이 상대적으로 탄탄한 대형 지자체마저 기존 사업을 줄여야 할 형편이라면 재정자립도가 한 자릿수인 지자체들은 더욱 신중해야 한다. 지방교부세와 기금을 끌어모아 일회성 지원금을 지급하고, 부족해진 재원을 다시 중앙정부 지원으로 메우는 일이 반복된다면 지방재정의 자율성과 책임성은 갈수록 멀어질 수밖에 없다.
[사설]전투기 교신 도청해놓고 "취미" 운운한 中 스파이
경찰이 한·미 공군기지 주변에 도청시설을 설치해 전투기와 관제탑 간 교신을 엿들은 60대와, 주한미군기지에서 한·미 연합훈련 자료 등을 빼돌린 40대 중국인을 이적활동 등의 혐의로 각각 구속했다. 조사 결과 두 사람 모두 중국 인민해방군 출신으로 드러나 조직적인 스파이 활동 가능성이 의심되고 있다. 60대 중국인은 한·미 공군이 주둔한 전북 군산공항에서 불과 수백m 떨어진 호텔 객실에 수신기와 안테나 등 전문 장비를 설치하고 공군 교신을 도청해왔다. 2024년부터 2년 넘게 한·미 훈련 시점에 맞춰 방한해온 것으로도 조사됐다. 40대 중국인은 평택 미군기지 정문 근처에서 군용물품 가게를 운영하며 기지에 근무하는 한국인 여성에게 접근해 한·미 연합군사연습인 '을지자유의방패(UFS)' 자료와 미군 지휘부 인사자료 등을 입수하고, 기지 내 무기 이동 상황을 직접 촬영하기도 했다.군산공항은 평상시 서해안 지역 영공 방어를, 유사시 한반도 증원 공중전력의 전개와 작전을 지원하는 군사요충지다. 이런 곳에서 군 교신을 도청한 것은 명백한 스파이 행위다. 그런데도 60대 중국인은 경찰 조사에서 "항공기 교신을 듣는게 취미" 운운했다고 한다. 한미연합군·주한미군·미8군·유엔군 등 한·미 연합전력의 핵심 지휘부가 자리 잡은 평택 미군기지 주변에서 상인으로 신분을 위장하고 한국인을 포섭해 정보를 수집한 것 역시 전형적인 고정간첩의 수법과 닮았다. 경찰은 휴대전화·노트북 포렌식 등을 통해 사건의 배후와 수집한 기밀 데이터의 중국 유출 여부, 공범과 여죄 등을 철저히 밝혀내야 한다.문제는 적국인 북한이 아닌 외국을 위한 군사기밀 유출 등도 처벌할 수 있도록 개정된 간첩법이 다음 달 13일부터 시행돼 이번에 구속된 용의자들에게는 적용할 수 없다는 점이다. 대신 간첩죄보다 법정형이 가벼운 일반이적죄나 통신비밀보호법·군사기지법 위반 혐의 등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수사·보안 당국은 새로운 간첩법이 시행되는 다음 달 13일부터 외국을 위한 스파이 행위에 더욱 적극적으로 대응해 합당한 죗값을 치르게 해야 한다. 이번 사건은 우리 국익을 해치는 외국의 정보활동에 대한 보안·방첩 태세를 강화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군사기밀 탈취뿐 아니라 반도체·배터리 등 국가 핵심 산업기술을 노리는 산업스파이, 정치·경제·사회계 주요 인사에 대한 포섭과 영향력 공작 등 다양한 비밀활동이 모두 대상이다. 특히 국가보안법·데이터보안법·반간첩법 등을 통해 중국인과 중국계의 국가 정보활동에 대한 협조 의무화하고, 응하지 않으면 처벌까지 하는 중국의 특성을 각별히 경계할 필요가 있다. 협력할 것은 협력하되 불법적인 스파이 활동만큼은 주권과 국익, 국민 보호 차원에서 철저히 감시하고 근절해야 한다.
[사설]수사권 경찰로 넘긴다니 이젠 '전경예우' 꿈틀
수사권의 무게중심이 검찰에서 경찰로 넘어가면서 이른바 '전경예우'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내 5대 로펌의 경우 올들어 영입한 경찰 출신 변호사만 18명으로 지난해의 두배로 늘었다고 한다. 중소 로펌으로 넓히면 그 숫자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변호사가 아니지만 고문·전문위원으로 합류한 경찰까지 더하면 전체 영입 규모는 훨씬 클 것이다.로펌들이 경찰 영입에 뛰어드는 이유는 분명하다. 10월부터 검사 수사권이 폐지되면 경찰 내부의 수사 실무와 관행에 능통한 인력 확보가 사건 수임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앞서 인력 영입에 성공한 로펌들은 '경찰 수사 초기의 골든타임에 대응이 가능하다'는 등의 홍보 문구를 내세워 의뢰인 유치에 나서고 있다.직업 선택의 자유는 보장돼야 하고, 경찰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전경예우로 억울한 피해자가 생기거나, 수사의 공정성 시비가 불거진다면 얘기가 다르다. 이런 우려는 기우가 아니다. 지난 2월 방송인 박나래씨의 '매니저 갑질 의혹' 사건을 수사한 강남경찰서에선 형사과장이 퇴직 직후 박씨 측 로펌에 합류해 이해충돌 논란을 불렀다.경찰 스스로도 문제를 잘 알고 있다. 유재성 경찰청장 대행은 지난주 경찰 지휘부 회의에서 "전경예우 우려를 확실히 끊어내겠다"며 특정 사건에 대해 묻고 답하는 것을 금지하고, 사건 관련 청탁이 들어오면 고발 조치하겠다고 했다. 강남경찰서는 최근 "로펌 관계자와 사적으로 접촉하지 말라"며 내부 단속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조치만으로 전현직 경찰의 유착이나 수사 공정성 훼손을 완전히 차단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사건 문의 금지만 해도 6년 전 도입된 제도지만, 적발돼도 경고에 그치는 등 실효성이 부족하다.현행 공직자윤리법은 퇴직 공무원들이 재취업을 할 때 심사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전관예우를 막고, 정부 행정에 대한 공정성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변호사·회계사 등 전문 자격증이 있을 경우에는 예외다. 이 때문에 변호사 자격증을 소유한 치안감 아래 직급의 경찰은 로펌 취업이 가능하다. 이를 막기 위해 변호사 자격을 가진 경정 이상의 수사 경찰에 대해 심사를 받도록 하는 법안이 지난 3월 국회에 제출됐지만 아직 제대로 논의조차 못 하고 있다.경찰 권한이 커지는 만큼 퇴직 경찰의 취업과 사건 관여 단속을 더 엄격하게 관리하는 것은 당연하다. 국회는 법안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 경찰 조직도 국회만 바라보고 있어선 안 된다. 감찰 기구를 확대해 부당한 사건 문의와 압력 등을 차단할 제도적 장치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 72년 만의 수사권 대전환을 놓고 이런저런 우려가 큰데 문제 많은 법조계 전관예우를 경찰의 전경예우로 옮겨 놓는 폐단까지 빚어져서야 되겠나.
[사설]대통령 지시에 장관은 어정쩡… 노란봉투법 '예고된 혼선'
논란이 많은 노란봉투법의 노동 쟁의 대상과 관련해 이재명 대통령이 시행령을 통해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명확한 쟁의 기준이 필요하다"는 대통령 주문에 따라 기존의 해석 지침에 추가 사례 등을 넣어 보강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그러나 지침의 경우 시행령과 달리 법적 구속력이 없어 실효성이 의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되자, 이번에는 대통령이 재차 시행령 마련을 주문한 것이다.당초 이 대통령은 호남 반도체 공장과 관련해 삼성전자 노조가 직원의 전보 가능성을 들어 "노사 협상 대상"이라고 주장한 것을 놓고 대응책 마련을 지시했다. "이런 식으로 하면 끝이 없다"며 노동부에 명확하게 기준을 정하라고 한 것이다.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경영상 결정을 쟁의 대상으로 보는 노란봉투법의 기준이 논란이 된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 4월 삼성전자 노조가 '영업이익 15%'를 배분하라고 요구하자 경영상 판단에 노조 쟁의권이 어디까지 미칠 수 있는지를 놓고 거센 논쟁이 벌어졌다.노동부는 곤혹스러운 분위기다. 노란봉투법에 '구체적 내용을 시행령으로 정한다'는 위임 조항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법률 시행에 필요한 세부 사항을 정하는 것은 헌법이 정한 행정부의 권한"이라고 했다. 대통령이 같은 문제를 거듭 지적하고 노동부가 그제야 시행령 마련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이런 상황 자체가 노란봉투법이 초래한 혼란상을 보여준다. 노동부는 앞서 합병·매각 등 경영상 결정 자체는 쟁의 대상이 아니지만, 그에 따른 정리해고와 재배치 등 근로조건 변화는 대상이 될 수 있다는 해석 지침을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이같은 결정의 상당수가 근로조건 변화를 수반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결국 경영상 판단 자체가 사실상 쟁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비단 쟁의 대상뿐이 아니다. 이른바 '진짜 사장'을 가린다는 사용자성 문제도 비슷하다. 노란봉투법은 근로계약 체결의 당사자가 아니어도 근로조건을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하고 결정하는 사람도 사용자로 본다. 그러나 실질적·구체적이라는 추상적 기준의 모호함이 분쟁과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 최근까지 중앙노동위원회에 접수된 사용자 판단 신청만 450여건이라고 한다. 노란봉투법 시행 6개월 만에 대통령까지 나서 잇따라 보완책을 지시한 것은 우려가 현실이 됐음을 보여준다. 시행령이 마련될 경우 당장의 혼란이 일부 해소될 수는 있겠지만, 법의 빈틈까지 온전히 메울 수는 없을 것이다. 향후 예상되는 모든 노사 갈등을 시행령으로 규정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미 예고됐던 혼선을 법 시행 뒤에야 수습하는 일이 언제까지 반복돼야 하나.
[사설]쏟아지는 세제개편 불만…땜질 처방으로 해결될지
지난주 발표된 정부의 내년도 세제 개편안 가운데 부동산 세제에 대한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부부가 공동명의로 보유한 집을 '다주택'으로 봐서 종합부동산세를 매기기로 한 데 대해 분통을 터뜨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 개인마다 처한 사정이 다른데도 1주택 보유자를 '거주'와 '비거주'로 나눠 세금에 차등을 두겠다는 발상 자체를 납득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높다.'8·3 세제 개편안'에 따르면 2028년부터는 현재 60%인 조정대상지역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이 단독명의 1주택자는 70%, 공동명의 1주택자는 '다주택자'와 같은 80%로 커져 부부 공동명의 주택 보유자의 세금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또 1인당 9억 원씩 18억 원까지 공제해주던 부부 공동명의 '비거주 1주택'의 기본공제액은 4억 원씩 8억 원으로 줄어든다. 단독명 비거주 1주택 기본공제는 12억 원에서 9억 억 원으로 축소된다.지금까지 공동명의 주택에 혜택을 줬던 건 재산형성 과정에서 부부 양쪽의 기여를 동등하게 인정한다는 취지였다. 그런데 이번 세제개편으로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가구별 과세'였던 종부세가 '인별 과세'로 바뀐 2008년 이후 20년 만에 공동명의 공제가 단독명의보다 낮아졌다. 정부는 실거주자의 경우 공동명의가 여전히 유리하고, 공동명의 때문에 불이익이 예상되면 부부 중 한쪽을 단독명의자로 지정해 세금을 낼 수 있어 문제가 없다고 한다. 그럼에도 '비거주 1주택'에 불이익을 주기 위한 무리수가 괜한 문제를 만들었다는 비판을 피하긴 어렵다.취학·직장 변경과 전근·질병·해외 체류·부모 봉양 등으로 제한한 실거주 예외 요건에 대한 불만도 끊이질 않는다. 물려받은 고향 땅에서 농사를 지으려고 서울 집을 세주고 이사했는데 불이익을 받게 됐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자기 집은 세주고, 손주를 봐줄 처가 주변 셋집을 얻은 청년들도 걱정이 많다. 구윤철 경제부총리는 "합리적인 범위, 법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국민 의견을 반영할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개인들이 자기 가정의 특수한 사정을 입증하는 건 쉽지 않을 것이다. 통상 4년인 전세 계약 기간보다 짧은 3년으로 실거주 인정 기간을 정한 것도 현실과 동떨어진 조치란 지적이 나온다.정부는 입법 예고가 끝나는 이달 20일까지 접수된 국민의 의견을 반영해 9월 초 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하지만 국민들이 의문을 제기할 때마다 예외를 만드는 '땜질 처방'으로 정해진 시한 내에 세제 개편안의 총체적 문제를 모두 바로잡는 건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이재명 대통령은 어제 국무회의에서 구 부총리에게 "(세제를) 바꿔서 혜택을 보는 쪽은 가만히 있고, 바꿔서 부담이 늘어나는 쪽은 엄청나게 반감을 가지게 돼 있으니, 무조건 기어서 다니라"고 했다. 부작용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계속 커지고 있는 세제 개편안 문제가 정책 당국자가 몸을 낮추는 정도로 해결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사설]李 "결혼 페널티 없어야"…'내집 마련' 기회 없인 다 공염불
이재명 대통령이 청년·신혼부부의 '결혼 페널티'를 없애기 위해 개선이 필요한 22개 과제를 콕 집어 지목했다. 결혼해 합산소득이 늘면 정책 대출 대상에서 배제되거나, 청약·세제 혜택이 줄어 결혼을 꺼리는 일이 없도록 관련 제도들을 손질하겠다는 것이다. 신혼부부들이 결혼식을 치르고도 내 집 장만을 위해 혼인신고를 미루는 이른바 '위장 미혼' 관행을 극복할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 대통령은 8일 "청년들이 국가 정책으로 결혼을 망설이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면서 '청년들의 목소리로 찾은 결혼 페널티 22개'라는 글을 소셜미디어(SNS) 엑스(X)에 올렸다. 대출과 관련해선 결혼 후 부부 양쪽의 소득이 더해지면서 디딤돌, 보금자리론, 버팀목 전세자금 등의 대출에서 불이익을 받는 문제가 개선과제로 꼽혔다. 집을 소유한 적 있는 배우자와 무주택자가 결혼했을 때 생애 최초 대출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도 청년층의 불만이 큰 사안이었다.아파트에 청약할 때 신혼부부 특별공급 대상이 되려면 '혼인신고일로부터 7년 이내' 요건을 맞춰야 하다보니, 아이를 낳을 때까지 최대한 혼인신고를 미루는 문제도 제기됐다. 아파트 공공분양을 받을 때 혼인 기간이 길수록 신혼부부 가점이 낮아지는 것도 청년들이 납득하지 못하는 부분이다. 12억 원 이하 주택을 생애 처음 살 경우 취득세를 300만 원까지 감면해주는데, 배우자가 집을 소유한 적이 있으면 혜택을 주지 않는 등 세제와 관련해서도 청년들이 불합리하게 느끼는 요소가 여럿이다. 결혼과 혼인신고가 내 집 마련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건 청년층에겐 이미 일반 상식이나 마찬가지다. 결혼 후 1년을 넘겨 혼인신고를 한 신혼부부 비중이 2020년 12.8%에서 지난해 19.6%로 높아진 이유 중 하나로 '결혼 페널티'가 꼽힌다. 반면 청년층의 니즈를 제대로 짚은 주거지원 방안은 결혼 건수, 출산율 증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많은 인구 전문가들이 2023년 0.72명으로 저점을 찍은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2024년 0.75명, 2025년 0.8명으로 반등한 직접적 원인 중 하나로 2024년 초부터 문턱은 낮추고, 대출액은 늘린 신생아 특례대출 등 주거 지원제도 강화를 든다. 내 집 마련 등 주거 문제 해결은 청년층의 가장 큰 관심사일 뿐 아니라,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수준인 한국의 저출생 문제를 해결할 핵심 열쇠다. 올해 2월 "(결혼 페널티를) 반드치 찾아내 고쳐야 한다"고 지시했던 이 대통령이 구체적 개선과제를 하나하나 짚어 제시할 때까지 정부 관계 부처들이 효과적인 해법을 찾아내지 못한 것이 답답할 뿐이다. 우리 청년세대가 결혼을 경제적 손해를 감수해야 할 힘든 선택이 아니라, 두 사람의 삶의 수준이 한 계단 도약하는 기회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관련한 모든 제도를 기초부터 꼼꼼하게 손봐야 한다.
[사설]美 미사일 부족에 전술핵 카드… 안보 지형 급변 대비해야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안보 지형이 급변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러시아·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단거리 전술핵의 역할 확대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동 전쟁 장기화로 정밀유도무기와 방공 자산 소모도 심각한 수준이다. 확장억제 전략이 변하는 동시에 이를 뒷받침할 미국의 군사적 여력에도 한계가 드러나는 상황이다. 한국은 동맹을 굳건히 하면서 동맹의 현실적 한계까지 따져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미국의 무기 부족은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다. 뉴욕타임스는 미국의 패트리엇 미사일 재고가 급격히 줄면서 주한미군 등이 보유한 미사일 수백 발이 중동으로 차출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방공 전력 철수로 주한미군의 대북 대비 태세가 취약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또 패트리엇뿐 아니라 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인 사드 미사일도 중동으로 이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패트리엇 등 주요 무기는 단기간에 재고를 회복하기 어렵다. 미국의 군사력이 여전히 압도적이라 해도 무한하지는 않다. 유사시 한반도에 투입될 증원 전력의 규모와 지속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전술핵 비중 확대는 중대한 변수다. 엘브리지 콜비 미 국방부 정책차관은 최근 비공개 연설에서 미국에 '합리적인 핵 옵션'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NBC방송도 미 국방부가 전술핵의 역할을 대폭 확대하는 핵전략 개편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술핵은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억제력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한반도 재배치는 북한의 반발과 중국의 강경 대응을 부를 가능성이 크다. 사드 배치 당시의 외교·경제적 파장을 감안하면 군사적 실익뿐 아니라 외교적 비용, 우발적 충돌 위험까지 함께 따져야 한다.정부는 전술핵 재배치를 찬반 구호로 다룰 것이 아니라 모든 억제 옵션의 비용과 효과를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한미 핵협의그룹을 실질적 핵억제 협의체로 발전시켜 한국의 안보 이익과 판단이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 확대될 경우 한반도 방위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사전 협의 장치도 분명히 해야 한다. 동시에 자강 능력을 키우는 일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 천궁-Ⅱ 전력화 확대와 L-SAM(장거리 지대공 유도무기) 개발·배치를 서둘러 독자적 다층 미사일 방어망을 촘촘히 구축해야 한다.동맹의 힘은 선언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미국의 무기 재고, 전력 이동, 증원 계획, 탄약 운용에 관한 정보를 평시부터 정확히 공유해야 위기 때 같은 그림을 보고 움직일 수 있다. 확장억제의 기반은 핵우산 자체만이 아니라 신뢰와 소통, 그리고 우리가 스스로 버틸 수 있는 자강 능력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전술핵을 둘러싼 정쟁이 아니다. 급변하는 안보 환경에 맞춰 한미 공조를 정교화하고, 미국의 전력 공백에도 흔들리지 않을 통합적 안보 전략을 세우는 일이다.
[사설]'폐버스 청년주택', 정책 빈곤 드러낸 황당 발상
더불어민주당 황희(서울 양천갑) 의원이 최근 페이스북에 "폐기되는 버스를 주거 공간으로 리모델링해 청년들의 단기 주거 공간으로 제공하자"고 제안해 비난 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황 의원이 해당 글을 2시간 만에 삭제하고 "아이디어 차원이었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청년들이 마주한 주거 절벽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이해한다면 여당 중진으로서 결코 내놓을 수 없는 극히 황당하고 모욕적인 발상이기 때문이다.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3선인 황 의원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운하에 보트하우스가 즐비한 것을 본 적이 있다"며 "우리도 폐기 버스를 주거 공간으로 리모델링해 청년들을 위한 임시 주거 시설로 활용해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리모델링 비용을 5000만원으로 잡아도 1만 세대를 공급하는 데 총 5000억원 수준"이라며 "청년들이 안정적인 주택을 마련하기 전 단계까지 임시 주거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고, 신속한 공급이 가능한 장점이 있어 충분히 검토할 가치가 있다"고도 했다.그러자 온라인상에서는 "자신은 아파트에 살면서 청년들은 버려진 버스에서 살라는 것이냐"는 비판이 이어졌다. 국회의원 재산신고 목록에 따르면 황 의원은 서울 양천구 목동 아파트를 임차해 살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청년이 난민인가", "의원님부터 들어가서 사시라", "세금 말고 의원님 재산으로 만들면 인정해 드리겠다" 등의 댓글이 이어졌다. 또 인공지능(AI)으로 생성한 '버스 하우스' 관련 밈(meme·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콘텐츠)도 SNS 등을 통해 확산했다. 정치권에서도 논란이 됐다. 국민의힘은 공세를 퍼부었고, 민주당은 "개인적 의견"이라며 사과하는 등 부랴부랴 진화에 나섰다.청년들의 주거 여건은 갈수록 열악해지고 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39세 이하 청년 가운데 거주 주택 보유 비율은 지난해 27.7%다.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17년에는 40.1%였으나 2020년 39.1%로 40% 선이 무너진 데 이어 5년 만에 30% 선마저 무너졌다. 이런 상황에서 '폐기 버스 주택' 운운하며 정책 빈곤을 드러냈으니 청년들의 분노를 부를 수밖에 없다.이번 폐버스 논란은 정책 입안자들이 청년들의 현실을 얼마나 왜곡된 시선으로 보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동안 청년 주거 정책은 늘 공급 물량 채우기식 실적주의에 갇혀 실패를 반복해 왔다. 민주당은 황 의원 발언에 쏟아진 따끔한 비판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임기응변식 아이디어로 청년들의 눈을 가리려 하지 말고 도심 내 유휴 부지 활용, 역세권 공공임대 확대, 실질적인 주거비 지원 등 근본적이고 실행 가능한 주거 대책을 수립하는 데 집중해야 할 것이다.
[사설]'성 접대'로 나라 망신 축구협회, 뿌리부터 뜯어고쳐야
대한축구협회가 조중연 전 회장 재임 시절인 2011년 3월부터 2012년 3월 사이 국내에서 열린 월드컵·올림픽 예선 및 A매치 평가전 등 7경기 때 외국인 심판진과 경기 감독관 10여 명을 상대로 성 접대를 한 의혹이 불거졌다. 이미 2016년 문화체육관광부의 감사에서 이런 정황이 드러났지만, 오랫동안 묻혔다가 지난 6일 언론 보도로 뒤늦게 공개됐다. 당시 축구협회가 법인카드로 유흥업소와 안마시술소 등의 비용을 결제하고 '심판 마사지' 등으로 항목을 위장해 부회장 등의 결재를 받아 정산한 사실이 문건으로 드러났다. 당시 한국 축구대표팀은 성 접대를 받은 외국인 심판이 관장한 경기에서 쿠웨이트 등을 상대로 5승 2무의 무패 행진을 계속했다. 특히 주요 대회 본선 진출이 걸린 예선 경기에선 2승 1무의 성적을 거뒀다. 런던 올림픽 최종예선 오만전을 2-0으로, 카타르전을 0-0으로 각각 마치면서 최종 전적 3승 3무로 본선에 오른 당시 홍명보 감독의 올림픽 대표팀은 런던에서 동메달을 땄다. 물론 이런 성적 자체를 성접대와 연결해 단정할 수는 없다. 당시 대표팀의 객관적 전력과 선수들의 기량, 팀워크 등을 감안하면 충분히 거둘수 있는 성적이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축구는 이변이 속출하는 스포츠이고, 심판의 공정성은 경기 결과에 대한 신뢰를 떠받치는 절대적 전제다. 그 심판에게 경기를 전후로 부적절한 향응을 제공했다면 실제 판정에 영향을 미쳤는지와 별개로 경기의 정당성에 대한 의심을 자초한 것이나 다름없다. 성 접대 의혹은 이미 전 세계에 보도돼 스포츠의 근간인 페어플레이 정신을 훼손한 사건으로 비난받고 있다. 그동안 한국 축구가 국제대회에서 공들여 쌓아온 소중한 성과가 폄훼될 가능성마저 제기된다. 자칫 2012년 런던올림픽의 동메달은 물론 2002년 한일 공동 월드컵의 4강 신화도 구설에 오를 수 있다. 행여나 한국 사회에 대한 신뢰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국가 차원의 이미지 관리가 필요하다. 이제 축구협회는 경기장 안팎의 행정 논란에 이어 대내외적인 신뢰 회복이라는 두 가지 난제를 동시에 안게 됐다. 해체 수준의 과감한 자정과 개혁으로 거듭나지 않으면 국내외에서 설 자리를 찾기가 어려울 것이다. 단순히 '오래전의 일이다''몰랐다'는 말로 변명하기엔 사안이 너무도 심각하다는 사실부터 받아들여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객관적인 진상 규명과 책임자 색출 및 인적 쇄신, 그리고 뼈를 깎는 자정과 개혁이다. 아울러 2016년 문광부 감사에서 드러난 성 접대 정황이 그동안 묻힌 경위도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
[사설]그린벨트 해제-재건축·재개발, 양자택일할 문제인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집값 급등에 대응하기 위한 주택공급 확대 방법론을 놓고 공공주도 개발을 강조하는 정부·여당과 재건축·재개발에 무게를 둔 서울시가 충돌하고 있다. 개발제한지역(그린벨트)를 풀어서라도 택지를 확보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주도로 임대·분양 주택을 짓겠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반면 서울시는 집 지을 땅을 확보하기 힘든 만큼 규제완화를 통해 민간 주도의 재건축·재개발을 대폭 늘리자고 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7일 청와대에서 '부동산 정책 점검 2차 회의'를 주재하며 국토교통부 등이 준비 중인 수도권 주택공급 대책을 보고받았다. 이르면 다음 주 발표될 이 대책에는 공공 주도로 수도권 핵심 유휴부지에 주택 6만 채를 짓기로 한 '1·29 대책'에 더해 서울과 수도권에 5만 채의 주택을 추가로 짓는 방안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서울 서초구 내곡동 예비군훈련장, 경기 과천경마장 등에 대한 그린벨트 해제를 검토 중이라고 한다.이날 서울시는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촉진을 주장하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최근 대통령실에 전달한 '정비사업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에는 최근 3년간 서울 주택 공급의 90% 이상을 민간사업이 담당했다는 점, 3년간 준공된 재건축 등 정비사업의 주택 수가 사업 전보다 36.4% 늘었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지난달 열린 부동산 정책 국민토론회에서 이 대통령이 재건축·재개발의 공급 확대 효과에 의문을 제기한 데 대한 반박인 셈이다. 오 시장은 정부의 그린벨트 해제 방안에 대해선 반대하고 있다.문제는 정부과 서울시 등의 엇박자 때문에 주택공급 논의가 진척을 보지 못하고 제자리걸음을 하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다시 꺼내든 그린벨트 해제 카드는 과거 지역주민 등의 반발에 부딪쳐 실패한 적이 있다. 서울시 등 지자체의 동의와 협조가 없다면 사실상 추진이 어렵다. 서울시가 중시하는 정비사업도 건축비 등이 크게 올라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제·분양가 상한제 등 정부 규제가 완화되지 않으면 속도를 내기 힘든 상황이다. 자연환경을 지키고, 미래세대가 활용할 땅을 남겨두기 위한 그린벨트 보전 노력은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이미 녹지로서 보전가치를 상실한 그린벨트의 일부를 해제해 청년·서민을 위한 주택을 짓는다는 데에는 공감하는 국민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정부의 재건축·재개발 규제가 서울과 수도권 신도시 아파트 공급의 발목을 잡아온 것도 사실이다. 정부·여당과 서울시가 정치적 이해관계에 얽매여 자기 주장만 고집하느라 수도권 주택공급을 늘릴 골든타임을 놓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사설]'엇박자' 당연시하는 노동부 장관…부처 논리 넘어서야
영업이익의 N%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려면 주주총회를 거치도록 하는 방안을 정부가 추진한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6일 관훈토론회에서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배분하는 과정에서 주주와 투자자가 배제돼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주주와 투자자의 기여를 통해 기업이 성장했는데, 이들을 제외하고 성과급 배분을 논하는 것은 '주주 자본주의'의 근본을 훼손한다는 취지다. 이를 막기 위해 자본시장법과 상법을 개정해 주총 통과를 성과급 배분의 전제 조건으로 명시하겠다는 것이다.영업이익의 분배 요구가 갈수록 확산되고 논란도 커지는 상황에서 산업부가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은 의미가 크다. 앞서 삼성전자 노조가 "영업이익의 15% 지급을 제도화하라"고 요구하면서 논쟁이 촉발됐다. 영업이익을 어떻게 사용할지는 경영상 판단의 영역인 만큼, 이를 노사 협상 테이블에 올리는 건 맞지 않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고용노동부는 이런 요구가 쟁의 대상인지 여부를 명확히 가리는 대신 조정과 중재 등에 적극 나섰고, 협상 타결로 N% 성과급 지급의 선례가 남게 됐다.영업이익 성과급 지급에 대한 주총 의결 추진을 계기로 산업부와 노동부 간의 잇단 엇박자 문제를 새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산업부는 "기업 이익은 미래의 성장 동력 재원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지만,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반도체 이익을 초과 이익으로 규정하고 '사회연대임금' 도입을 주장하며 하청업체와 성과를 나누자고 강조해왔다. 최근엔 '주 52시간제 예외'를 놓고 첨예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산업부 장관은 6일 토론회에서 반도체를 포함한 메가 특구에서 52시간제 적용의 예외가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일하려는 사람들의 의지를 막아선 안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노동부 장관은 같은 날 유튜브 방송에서 "52시간 예외가 없어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엄청난 이익을 낸다"며 반대 취지의 의견을 냈다. 그러면서 메가 특구 등과 관련해 부처 간 엇박자가 난다는 지적에 대해 "엇박자가 안 나오면 이상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그러나 노동부 장관의 이런 태도는 국무위원으로서 책임 있는 자세라 할 수 없다.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인 김 장관이 노동 현장의 목소리를 누구보다 잘 아는 것은 장점일 수 있다. 하지만 장관이 된 이상 역할은 달라진다. 노동계 이해를 대변하는 데 그쳐선 안 되고, 국무위원이자 국정의 공동 책임자로서 산업 경쟁력과 근로자 보호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 특히 반도체 기업들이 이익을 낸다는 사실만으로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한 제도 개선의 필요성까지 부정할 수는 없다. 기술 경쟁과 업황 변화가 극심한 산업에서는 오늘의 이익이 내일의 경쟁력을 보장하진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영업이익 배분 문제가 과연 쟁의의 대상인가. 아닌 쪽이 더 높다고 생각한다"고 밝히는 등 반도체 영업이익 배분을 둘러싼 논란이나 초과 세수 활용 문제, 호남 반도체 신속 추진 등에 대해 국정의 큰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각 부처 장관은 그 틀 안에서 정책의 세부 내용을 조율하고 보완해야 한다. 엇박자를 당연시할 수 없는 일이다. 노동 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하라는 것이 아니다. 그 목소리를 넘어 국가 경제와 산업, 국민 전체의 이익을 함께 바라봐야 한다. 당장의 부처 논리나 이해관계에 갇힌다면 피해를 보는 것은 결국 근로자이고 국민이다.
[사설]합수본 '수사 공백', 중수청 '인력난'…두 달 앞인데 첩첩산중
새로운 형사사법 체계 시행이 불과 두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곳곳에서 '수사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5일 법무부와 행정안전부의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제기된 '합동수사본부' 운영 문제가 대표적이다. 현재 검찰과 경찰은 마약·금융증권 등 9개 중대 범죄에 대해 합수본을 가동하고 있다. 검사의 지휘 아래 피의자 검거와 신병 처리 등을 유기적으로 공조해 사건을 신속히 처리하는 것이 장점이다. 하지만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검사의 수사권이 폐지되면서 현행 방식의 합수본 운영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이날 업무보고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두 부처 장관에게 합수본 문제를 집중적으로 물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일체의 법적 근거가 없어졌다"며 현행 합수본 운영이 어렵다고 답했다. 반면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경찰을 묶는 새로운 합수본 구성이 가능하다며 "검사가 직접 수사를 못 하더라도 의견은 낼 수 있다"고 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제도 시행 전까지 합수본 운영 방안을 고민해달라고 주문했다. 형사사법 체계의 허점을 인정하고 보완책 마련을 지시한 셈이다.합수본 운영은 중대 범죄 대응과 국민 안전에 직결되는 사안이다. 새로운 제도 시행을 불과 두 달 앞두고 존폐 여부부터 고민하는 상황은 결코 정상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 대통령은 질의 과정에서 "통과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읽어보지 않았다"고도 했다. 여당 강경파 주도로 처리된 개정안에 우회적으로 우려를 드러냈다는 해석도 나온다. 그러나 문제가 있었다면 법안 통과 이전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했어야 했다.새로 출범하는 중수청에도 마약·금융범죄 등 5개 분야의 합동수사과가 설치된다. 그러나 공조 방식이 애매하고 비효율적이다. 중수청 수사관은 영장 청구권과 기소권이 없어 공소청 검사와 협업해야 한다. 반면 공소청 검사는 직접 수사권이 없어 사건의 실체를 충분히 파악하기 어렵고 법리 검토와 의견 제시 등만 가능하다. 수사 공백 우려는 중수청 출범 과정에서도 감지된다. 중수청 개청준비단은 5일부터 전국 검찰청을 돌며 임용 설명회를 열고 있지만 참석자 대부분은 수사관이고 검사는 거의 없다고 한다. 근무 여건과 처우 등에 대해 시큰둥한 분위기라는 것이다. 수사를 하더라도 공소청 검사의 허락을 받아야 영장을 청구하는 구조 등도 불만이라고 한다. 중수청은 2800명 규모의 조직이다. 검찰과 경찰에서 충분한 인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공인회계사와 변호사, 전직 검사와 경찰관 등 외부에서 충원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러나 출범도 하기 전에 인력난을 걱정하는 조직이 제대로 기능할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경찰 역시 하반기 수사 인력을 880명 늘리겠다고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그러나 신규 채용이 아니라 기동대 인력 등을 전환 배치하는 방식이다.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식이라면 다른 치안 분야에 공백이 생길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기동대 인력의 수사 전문성을 어떻게 담보할 것인지도 숙제로 남는다. 72년 만의 형사사법 체계 개편은 국민의 권리와 안전을 좌우할 중대한 변화다. 졸속 개편이라는 비판을 피하려면 당장의 수사 공백과 인력 공백부터 해소해야 한다. 새로운 제도가 국민의 불안을 키우는 방향으로 작동해서는 안 된다.
[사설]군 기강 세우려면 군 사기부터 꺾지 말아야
이재명 대통령이 5일 국방부 업무보고에서 "지금까지 대한민국의 군사 쿠데타가 몇 번 있었나. 다 육군에서 벌어진 일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어 "무려 세 번이나 육군사관학교 출신들이 한 일인데, 거기에 대해 책임을 물은 일이 있나"라며 "특정 군종이 군대를 장악하고 나라를 절단 내고도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 경우가 어디 있나. (3군 사관학교를) 통합하면 이런 가능성이 줄어들지 않겠나"라고 했다.5·16과 12·12, 그리고 2024년 12·3 비상계엄을 거론하며 3군 사관학교 통합의 배경을 직접 설명한 것이다. 그동안 국방부는 통합의 명분으로 '합동성 강화'와 '융합형 인재 양성'을 내세워 왔다. 그러나 사관학교 통합의 본질적 이유는 사실상 육사 중심의 군 구조와 문화 해체에 있음을 군 통수권자가 밝힌 셈이 됐다.그간 사관학교 통합 추진을 놓고 '바다 없는 해사' '활주로 없는 공사' 등 여러 우려가 제기됐다. 이 대통령은 이날 쿠데타 발언으로 정면 돌파 의지를 밝혔지만 다수 국민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 대통령 지적대로 5·16과 12·12는 각각 김종필 등 육사 8기와 전두환 등 11기를 중심으로 한 조직적 군사 쿠데타였다. 그러나 12·3 계엄은 성격이 다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망상에 가까운 오판이 촉발한 '위로부터의' 초법적 사태였으며, 김용현 전 국방장관과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등 소수 핵심 인사를 제외하고는 당일까지 계엄 시행 여부를 알지도 못했다. 과거 전두환 세력의 '하나회' 같은 사조직이 사라진 지 오래인데도, 군 통수권자가 군의 핵심 자산을 향해 이처럼 불신감을 드러내는 것이 바람직한지 의문이다. 무엇보다 계엄 연루는 극소수의 일탈인데 육사 전체를 '쿠데타 잠재 세력'처럼 낙인 찍으면 일선 장교들의 자긍심과 사기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이런 우려는 이날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서로 이름을 불러주는 것을 첫걸음으로 주적 등 대결과 혐오의 언어는 멈춰야 한다"며 제기한 '주적' 개념 삭제와 북한의 '조선' 호칭 공론화 제안과도 전혀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 이 대통령이 "정쟁에 휘말리면 나쁜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며 속도 조절을 주문하긴 했지만, 외교·안보 라인의 메시지가 엇갈리면서 군 내부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군의 정체성과 안보 의식에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이 대통령은 최근 '빈총 경계'를 언급하며 군 기강 해이를 강하게 질책했다. "군기 문제에서 하나씩 후퇴하다 보면 화살 창고에 화살이 한 개도 없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작은 틈새도 없으면 좋겠다"는 말은 충분히 타당하다. 그러나 군의 기강은 명령만으로 세워지지 않는다. 군의 기강과 사기는 동전의 양면이다. 장병들이 자긍심을 갖고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신뢰를 보내고, 군의 정체성과 안보 의식을 분명히 세워줄 때 비로소 강한 군대도, 흔들리지 않는 군 기강도 가능하다.
[사설]'40도 폭염' 뉴노멀…이젠 국가 시스템의 문제다
40도 폭염 시대가 현실이 됐다. 경남 양산에서는 지난 2일 1904년 근대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후 122년 만에 가장 높은 42.5도를 기록했다. 역대 최고기온이 사흘 연속 경신됐고, 닷새 연속 40도를 웃도는 극한 더위가 이어졌다. 5일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낮 최고기온이 일부 지역에서 39도까지 치솟아 40도에 육박했다. 기록적인 폭염으로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5일까지 올해 누적 온열질환자는 2441명, 사망자는 21명에 달했다.더 심각한 것은 이런 폭염이 일시적 이변이 아니라는 점이다. 폭염은 거의 매년 반복되고 있으며 강도는 더 세지고 지속 기간도 길어지고 있다. 이제 폭염은 전 세계적으로 일상화된 '기후 뉴노멀'로 자리 잡고 있다. 그때그때 응급대책을 세우는 수준을 넘어 기후 변화에 맞게 국가 정책의 틀 자체를 장기적이고 체계적으로 바꿔야 할 시점이다.물론 지금까지 정부가 반복해온 폭염특보 발령, 무더위쉼터 운영, 취약계층 보호 같은 기존 대책은 앞으로도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이제는 일시적이고 반복적인 단기 대응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최고기온이 30도 안팎이던 시대에 설계된 제도와 기준으로는 40도를 넘나드는 초고온 환경에서 나타나는 새로운 위험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폭염은 더 이상 단순한 기상 현상이 아니다. 노동과 교육, 에너지와 산업, 보건의료를 동시에 흔드는 복합 재난으로 진화하고 있다. 국민의 생명과 건강은 물론 에너지 안보와 국가 산업 경쟁력까지 좌우하는 핵심 국가 의제가 됐다. 따라서 연례화하고 있는 폭염에 대한 대응을 '사회적 재난 대책' 수준으로 격상하고 범정부적 대응에 나서야 한다. 노동·학사·보건의료·응급대응 등 사회 전반의 제도와 법령을 기후변화에 맞게 촘촘히 재설계하고, 관련 전문 인력도 확충할 필요가 있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디지털 트윈 등 첨단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폭염 위험을 사전에 예측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첨단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도 서둘러야 한다.공장과 학교, 업무용 건물과 각종 시설의 냉방 기준도 현실에 맞게 다시 짜야 한다. 에어컨 등 냉방설비 설치와 운영을 확대할 수 있도록 사회적 지원을 강화하고, 폭염 시 야외작업 중단 의무화 등 실효성 있는 제도 개선에도 나설 때다. 이제 폭염 대응은 단순한 복지나 재난 관리 차원을 넘어 국민의 생명과 사회 안정을 지키는 국가의 핵심 책무다. 마을 방송을 통해 "일 나가지 말라"고 폭염 행동 요령을 전파하는 수준으론 안 된다.
[사설]"근로자 추정제 연내 도입"…노란봉투법 갈등 심각한데
정부가 보험 설계사, 학습지 교사, 배달 라이더, 골프장 캐디 등을 폭넓게 근로자로 인정하는 '근로자 추정제'를 연내에 도입할 계획이다. 같이 일하는 보험설계사 등이 근로자가 아니라는 점을 사업자가 증명하지 못하면 일단 근로자로 판단하는 제도다. 개인사업자 신분이던 이들이 근로자로 인정받게 되면 처우와 업무환경이 개선될 전망이다. 하지만 인력 운용의 경제적 부담이 커지는 사업주들이 일감을 줄이면서 실직이 늘어날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다. 고용노동부는 4일 특수고용직·플랫폼 근로자·프리랜서에 '근로자 추정제'를 적용하기 위해 올해 12월까지 근로기준법을 고치겠다고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작년 말 여당 의원들이 관련 법안을 발의했지만 경제계의 반발에 부딪쳐 진척되지 못한 법안을 연내에 처리하기로 한 것이다. 지금까지 특고·플랫폼 근로자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받으려면 스스로 근로자임을 입증해야 했는데, 제도가 도입되면 일감을 주는 사업자가 '근로자가 아님'을 입증할 책임을 지게 된다.근로자로 인정된 특고·플랫폼 근로자에게 사업자는 4대 보험, 퇴직금, 주휴수당, 연차 유급휴가 등을 제공할 의무를 지게 된다. 주 52시간 근무제 등 근로시간 규제도 지켜야 한다. 근로자의 직업 안정성과 처우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로 인해 이들에게 일을 맡기는 보험 판매업자, 학습지 회사, 택배 대행업체 등의 사업성이 악화돼 고용을 줄이면, 취약계층을 위한 일자리가 줄어들 가능성이 적지 않다.근로자 추정제가 도입되면 근로자로 인정해달라고 요구하는 특고·플랫폼 근로자와 사업자 간의 충돌은 커질 수밖에 없다. 근로자들 사이에서 '노-노 갈등'이 불거질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본업 외에 추가 소득을 얻기 위해 퇴근 후 배달 라이더로 일하는 'N잡러', 짧은 시간 일하면서 고소득을 얻는 프리랜서 등 기업에 소속된 근로자가 되길 원치 않는 이들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전통적 고용형태에서 벗어난 플랫폼 근로자 등 '긱 워커(Gig Worker)'를 보호하기 위한 사회적 장치를 만드는 건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그 부담을 한꺼번에 기업에 떠넘긴다면 일자리 급감 등 부작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게다가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 때문에 원청 기업과 하청 노조의 갈등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근로자 추정제까지 도입한다면 우리 사회의 노사갈등이 더욱 심화할 수 있다. 지금은 사회적 파장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새 노동정책에 드라이브를 걸 때가 아니다.
[사설]대법관 인선, 정치 셈법 아닌 헌법 절차의 문제다
다음달 7일 퇴임하는 이흥구 대법관의 후임 후보군이 확정됐다. 대법관 후보추천위원회는 4일 김문관 부산지방법원장, 김성수 서울고법 부장판사, 김예영 서울남부지법 부장판사, 김정중 광주지법 부장판사 등 4명을 조희대 대법원장에게 추천했다. 대법원장이 이 가운데 1명을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하면 국회 동의를 거쳐 인선 절차가 마무리된다.새 대법관 선정이 시작됐지만 사법부 안팎의 우려는 여전하다. 지난 3월 퇴임한 노태악 전 대법관의 자리가 반년 가까이 공석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앞서 후보추천위가 현직 판사 4명을 추천했지만 조 대법원장은 아직 누구도 제청하지 않았다. 먼저 생긴 공석조차 메우지 못한 채 다음 인선에 들어간 것은 정상적인 사법 운영이라고 보기 어렵다.최고법원의 공백에 따른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간다. 대법관이 부족하면 전원합의체 운영과 상고심 사건 처리에 부담을 준다. 노경필 대법관마저 최근 법원행정처장으로 옮겨 재판 업무에서 빠지면서 그가 맡았던 사건부터 차질이 우려된다. 이흥구 대법관 퇴임 전까지 후임을 정하지 못하면 재판 지연은 더욱 심화할 수밖에 없다. 사태의 본질은 헌법이 부여한 대법원장의 제청권과 대통령의 임명권이 교착 상태에 빠졌다는 데 있다. 양측이 후임 인선을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어느 한쪽에만 책임을 돌릴 문제는 아니다. 대법원장은 왜 제청을 미루는지 국민이 납득할 만한 설명을 내놓지 못했다. 대통령 역시 임명권을 둘러싼 갈등이 사법부의 독립성과 안정성에 미칠 영향을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 제청권과 임명권은 상대를 압박하거나 힘겨루기를 위한 권한이 아니라, 상호 견제를 통해 가장 적합한 대법관을 임명하라는 헌법적 장치다.일각에서는 노태악·이흥구 대법관 후임을 함께 제청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조 대법원장도 이날 후보추천위와의 면담에서 "앞으로 합쳐서 다 열심히 잘해 보겠다"고 말했다. 다만 어떤 방식이든 그 과정이 정치적 안배나 이해관계 절충으로 비쳐서는 안 된다. 대법관 인선은 어느 한쪽의 몫을 나누는 협상이 아니라 국민의 권리를 지키는 헌법 절차다. 전문성과 독립성은 물론 다양한 경험과 균형 있는 구성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원칙이어야 한다.대법관 인선은 권력기관 사이의 협상 대상도, 정치적 셈법의 결과물도 될 수 없다. 최고법원의 공백을 최소화하고 사법부의 연속성을 유지하는 것은 헌법이 요구하는 국가의 책무다. 제청과 임명 절차가 조속히 정상화돼야 한다. 그것이 사법부의 권위를 지키고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하는 가장 책임 있는 선택이다.


![[시대포럼] AI 대전환의 시대, AI 풀스택 대한민국의 도약](https://i.ytimg.com/vi/VcbpSJtXg6o/maxresdefault.jpg?width=1920&quality=75)

.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