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오세훈 승리, 한동훈 당선…장 대표는 뭘 느끼나
6·3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최대 승부처인 서울시장 선거를 막판 대역전으로 가까스로 지켜냈다. 엎치락뒤치락하던 보수 텃밭 대구도 수성했다. 그러나 그것이 이번 선거 결과의 본질을 바꾸지는 못한다. 국민의힘은 16개 광역단체장 가운데 4곳에서만 승리했을 뿐이다. 전통적 강세 지역이자 당 지도부가 공을 들였던 충청과 강원도 여당에 내줬다. 4년 전 지방선거에서 17곳 중 12곳을 차지했던 것과 비교하면 사실상 참패에 가깝다.서울 승리는 더욱 역설적이다. 오세훈 후보는 선거 과정 내내 장동혁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와 거리를 두며 독자 행보를 걸었다. '절윤'(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과 당 쇄신을 공개적으로 요구했고, 지난 3월에는 후보 등록을 미루는 강수까지 두며 지도부를 압박했다. 선거운동 기간에도 장 대표와 따로 움직였다. 서울 승리는 국민의힘의 경쟁력이라기보다 오 후보 개인의 정치력과 중도 확장 전략, 상대 후보의 낮은 인지도 등이 만들어낸 성과라는 평가가 나온다.국민의힘의 패배는 자업자득 측면이 크다. 계엄과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겪고도 뼈저린 반성과 쇄신을 외면했다. 민심에 역행한 장 대표의 책임이 크다. 그는 대선 패배 이후 당을 재건할 기회를 가졌지만 쇄신 보다 오히려 '윤 어게인' 세력에 의존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지난 3월 뒤늦게 절윤을 선언했지만 국민이 체감할 만한 후속 조치는 없었다. 반면 장 대표와 각을 세운 한동훈 전 대표는 부산 북갑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이 곳에서 장 대표가 내세운 국민의힘 후보는 10% 대 득표율에 머물며 3위에 그쳤다. 경기 평택을에서 당선된 유의동 후보도 장 대표의 도움을 일절 받지 않았다. 이게 무엇을 뜻하는가. 그런데도 장 대표는 선거 직후 "희망의 불씨를 지켜냈다" "제게 주어진 책임을 외면하지 않고 새 길을 찾겠다"고 밝혔다. 서울 승리와 일부 국회의원 재보선 성과를 앞세워 선거 참패를 부인하고 사퇴하지 않을 뜻을 내비친 것이다. 국민의힘이 '내란 동조 세력'이라는 오명을 씻고 보수 정당으로 다시 서기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혁신이 필요하다. 친윤 정치와 결별하고 새로운 비전과 리더십을 세워야 한다. 당장 한 전 대표의 복당 문제를 놓고 당이 내홍에 휩싸일 공산이 커 보인다. 한 전 대표는 "반드시 돌아가 당을 바꾸고, 보수를 바꾸고, 대한민국을 바꾸겠다"고 말해 왔다. 평택을 유 당선자는 "장 대표가 거취를 당연히 고민할 것"이라고 했다. 당권 경쟁과 지도체제 개편 과정에서 적지 않은 갈등이 예상되지만, 분명한 건 현재의 장 대표 체제로는 보수 재건은 요원하다는 점이다.
[사설]투표용지 파문, 실무 혼선으로 덮을 일 아니다
사상 초유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놓고 후폭풍이 거세다. 4일에는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나서 "납득하기 쉽지 않은 허점이 발생했다"며 유감을 표명하고 철저한 조사를 지시했다. 정치권 역시 일제히 선관위를 질타했다. 민주당은 중선관위 사무총장의 거취 고민을 요구하며, 흐지부지 끝내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은 노태악 선관위원장을 비롯한 책임자 전원의 사퇴를 촉구하고, 긴급 국정조사 필요성도 주장했다.선관위는 아직 현장의 혼란조차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고 있다. 문제의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에서는 항의하는 시민들로 인해 투표함 반출이 지연되고 있다. 투표함 이송과 개표가 완료돼야 서울시장 선거가 최종 마무리되고 법적 효력이 발생한다. 중앙선관위의 해명도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사전투표율을 제외하고 현장에 유권자들이 추가로 50%가량 나올 것을 감안해 충분히 인쇄 지침을 내렸는데 시군구의 배분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는 취지다. 그러나 이를 단순한 실무 착오로만 보기는 어렵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한 곳도 아닌 총 14개 투표소에서 발생했기 때문이다. 지역도 송파뿐 아니라 강남과 광진에 걸쳐 있다. 선거 지휘와 관리 체계에 심각한 결함이 있던 것은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선거 무효와 재선거 가능성까지 거론한다. 2021년 독일 베를린에서도 투표용지 부족으로 투표소 가동이 중단됐고, 결국 연방헌법재판소가 재선거를 결정한 전례가 있다. 이번에도 법적 공방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민주당 정원오 후보가 패배 선언을 했지만 파장은 서울시장 선거에만 그치지 않는다. 시의원과 구의원 선거를 비롯해 다른 후보자들 역시 참정권 침해와 선거 공정성 훼손을 주장하며 문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투표 기회를 박탈당했다고 주장하는 유권자들의 집단 소송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 법적 공방으로 이어질지 여부를 떠나 이번 사태가 단순한 행정 실수인지, 아니면 선관위의 누적된 기강 해이와 역량 저하가 빚어낸 구조적 결과인지 따져봐야 한다. 선관위는 그동안 여러 차례 스스로 국민 신뢰를 허물어 왔다. 2022년 대선 때는 코로나를 이유로 투표용지를 소쿠리에 담아 옮기는 촌극으로 공정성 논란을 자초했다. 2023년에는 전·현직 간부 자녀 특혜 채용 의혹이 불거져 수뇌부가 수사를 받기도 했다. 외부에선 선관위가 헌법상 독립성과 권한을 보장받으면서도 정작 내부의 기율과 업무 체계에 엄격하지 못했다는 시선이 강하다. 중요한 선거가 있을 때마다 휴직자가 늘어난다는 비판도 있다. 선관위는 이번 사태를 조사하기 위해 외부 전문가 중심의 진상규명위원회를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조사가 몇몇 실무자의 과실을 확인하는 선에서 끝나선 안 된다. 특히 엄정한 진상 조사는 기본이고, 대대적인 조직 혁신 방안도 국민 앞에 내놓아야 한다.
[사설]민주당 찜찜한 승리, 절제하라는 6·3 민의
6·3 지방선거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승리를 거뒀다. 민주당은 전국 16개 시도지사 선거에서 대구 경북 경남 등 영남 일부를 제외하고 12곳의 승리를 확정지었다. 이재명 정부 출범 1년 만에 치러진 첫 전국 선거에서 국민은 국정 안정에 힘을 실어준 셈이다. 교육감 선거에서도 진보 후보들이 대거 당선됐다. 그러나 최대 격전지인 서울에선 초박빙 접전 속에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간발의 차로 승리했다. 서울을 탈환하지 못하면서 민주당 승리는 빛이 바랬다. '찜찜한 승리'인 셈이다. 부산 북갑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서는 무소속 한동훈 후보가 당선됐다. 전반적으로 이번 선거는 탄핵과 조기 대선, 정권 교체를 거치며 형성된 '기울어진 정치지형'이 다시 한번 확인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지난 1년간 높은 국정 지지율을 유지해 온 이재명 정부에 대해 유권자들이 우선 국정 운영의 연속성과 안정에 무게를 실어준 결과인 것이다. 이로써 현 여권은 행정권력과 입법권력에 이어 서울을 제외한 지방권력도 상당수 확보했다. 민주화 이후 보기 드문 강력한 권력 기반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서울시장 선거에서 보듯 이번 승리가 곧 무조건적인 신임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민주당의 승리로 끝났지만 그 격차가 크지 않은 곳도 적지 않았다. 민주당의 '공소취소 특검' 추진 등을 계기로 선거 막판 일부 지역에서 나타난 추격전은 정부·여당의 독주 가능성에 대한 경계심이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대통령은 이런 민심을 신중히 헤아리길 바란다. 역대 정권에서 보듯 '승자의 오만'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른다. 지난 1년 동안 경제 회복과 실용 노선을 앞세워 높은 지지를 얻었지만 현재의 경제 지표가 마냥 견고한 것은 아니다. 반도체 초호황의 이면에는 자산 양극화와 물가 부담, 산업 간 격차라는 그늘도 짙게 드리워져 있다. 이재명 정부가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절제된 자세로 국민 통합과 협치에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대선과 총선에 이어 지방권력까지 대부분 넘겨주게 된 국민의힘은 더 큰 혼돈의 상황으로 내몰릴 처지에 놓였다. 패배는 예견된 일이었다. 국민의힘은 시대착오적인 비상계엄으로 정권을 내준 뒤에도 반성과 쇄신 의지를 보여주지 못했다. 혁신 노력은커녕 '윤석열 어게인' 세력과 절연하지 못한 채 불명예 퇴진한 전직 대통령의 후광에 기대려고 했다. 전면적인 노선 전환과 과감한 인적 쇄신에 나서지 않는다면 보수의 재기는 요원하다. 한동훈 후보의 당선은 야권 내에선 장동혁 대표에 대한 심판의 성격이 있다. 장 대표부터 물러나야 한다.이번 선거는 거대 양당의 극한 대립 속에 지방자치의 본질이 크게 훼손됐다는 점에서 짙은 아쉬움을 남긴다. 유권자들의 삶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챙기는 기초 의원·단체장 선출의 장이 중앙정치의 '대리전'으로 소비된 것이다. 이제 여야 모두 당장의 승패를 떠나 민심의 흐름을 냉철히 읽어야 한다. 투표율(잠정 61%)이 4년 전보다 많이 높아진 것도 정치 본연의 조정 기능과 역할에 대한 민심의 갈증이 그만큼 크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 긴 흐름으로 보면 민심은 늘 균형추 역할을 해 왔다. 대외적 경제안보 여건은 그 어느 때보다 위태위태한데, 언젠가부터 국론은 진영에 갇혀 갈수록 양극화하고 있다. 그럴수록 합리적 중도 세력의 민심을 중심에 두고 나라의 미래를 생각하는 정치 세력이 결국은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 2028년 4월 총선까지 전국 선거가 없다. 정쟁과 갈등을 뒤로 하고 나라살림과 민생을 챙기는 협력과 경쟁의 장을 펼칠 기간이다.
[사설]초유의 투표용지 부족…어처구니없는 선관위
6·3 지방선거가 치러진 일부 지역에서 투표용지 부족으로 투표가 중단되는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벌어졌다. 서울 송파·강남·광진구 등에서 선관위가 유권자 수보다 적은 수의 투표용지를 준비하면서 투표용지가 동난 투표소가 10여 곳에 달했다는 것이다. 이들 투표소는 운영을 일시 중단했다가 뒤늦게 재개해 법정 투표 종료 시각인 오후 6시를 넘겨 투표를 진행했다.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는 밤 10시까지 투표가 연장됐다. 일부 투표소에서는 투표용지를 복사해 배부하는 일까지 벌어졌다는데, 이 용지에 기표한 표는 결국 무효 처리됐다고 한다.선관위는 당초 예상보다 투표율이 높아지면서 빚어진 일이라고 설명했다. 허철훈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은 이날 밤 대국민 사과문을 내고 "원인과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해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국 단위 선거를 관리하는 기관이 투표용지 수요조차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다는 사실 자체가 납득되지 않는다. 더욱이 선관위는 2022년 대선 당시 이른바 '소쿠리 사전투표' 논란, 지난해 대선 과정의 투표용지 관리 부실 등으로 신뢰에 상처를 입은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또다시 기본적인 선거 관리에 허점을 드러냈으니 국민의 불신이 커질 수밖에 없다.문제는 선거 절차의 공정성과 신뢰에 의문을 제기하는 빌미를 제공했다는 점이다. 국민의힘은 즉각 "중대한 투표권·참정권 침해"라며 서울시장 선거 개표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방송 3사 출구 조사는 예정대로 3일 오후 6시에 공개된 만큼 이 결과가 연장 투표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와 별개로, 선관위가 이런 논란을 자초하는 상황을 만들었다는 사실이 심각한 문제다.선관위는 이번 사태의 원인과 책임 소재를 낱낱이 밝혀야 한다. 단순한 실무 착오인지, 지휘 체계의 구조적 문제인지부터 철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 그 결과에 따라 책임질 사람은 책임지고 선거 관리 시스템도 전면 재정비해야 한다. 관리부실에 대해 말로만 사과하면서 실제로는 유야무야 넘어가는 행태가 되풀이돼서는 안된다.
[사설]티빙도 뚫렸다, 이젠 일상이 된 해킹 피해
동영상 플랫폼(OTT) 기업인 티빙에서 회원 정보가 유출되는 해킹 사고가 발생했다. SKT와 KT, 쿠팡 등 대기업에서 대형 해킹 사고로 물의를 빚은 것이 얼마 전이다. 그 여파가 가시기도 전에 이번엔 가입자 500만명이라는 OTT 서비스에서 회원 정보가 새어 나가 회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티빙은 3일 새벽 공지를 통해 회원 아이디, 생년월일, 전화번호, 이메일 등의 회원 정보가 유출됐다고 밝혔다. 해커가 개인정보를 저장한 데이터베이스(DB)에 접속해 파일을 빼간 것으로 보고 있다. 공격은 전날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확한 피해 규모조차 공개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회원들은 자신의 정보가 유출됐는지 파악할 수조차 없는 상황이다. 해킹 피해 발생 시 투명하고 신속하게 피해 규모와 범위를 알리고, 회원들에게 대처법을 안내하는 것은 기본이다. 하지만 티빙은 조사를 진행하는 대로 이용자들에게 2차 공지를 통해 구체적 내용을 알리겠다는 원론적 입장만 내놓았다. 대응 방법도 답답하다. 동일한 계정 정보를 사용하는 다른 서비스도 공격받을 수 있으니 비밀번호를 바꾸라는 간단한 안내에 그쳤다. 그 사이 인터넷 커뮤니티와 블로그 등에서는 개인 이용자들이 직접 정리한 '셀프 대응법'이 올라와 공유되고 있다.문제는 이같은 해킹 사고가 빈번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유력 기업들의 방어막이 잇따라 뚫리면서 해킹의 일상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규모 회원들을 관리하는 기업들의 보안 수준이 이 정도라면 다른 기업이나 기관들의 보안 실태는 더 열악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보안 취약점을 찾아내고 공격 경로를 파악할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각국 정부가 비상 대응책 마련에 나선 이유다.AI 기술까지 더한 해커의 공격을 막기 위해선 결국 보안 투자에 더 많은 예산과 인력을 투입해 대비해야 한다. 특히 중소·중견 기업은 보안에 더 취약하다. 사이버 공격을 당한 뒤 이를 인지하고 대응할 때까지 평균 100일 이상 걸렸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무엇보다 기업 규모를 떠나 보안을 비용으로만 여기는 낡은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 한번 유출된 고객 정보와 이 때문에 떨어진 신뢰는 되돌리기 어렵다. 보안은 기업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투자다.
[사설]지역일꾼 뽑는 날…사전투표 열기 이어가길
6·3 지방선거 본투표가 3일 실시된다. 향후 4년간 우리 삶의 터전을 일구고 지역의 미래를 설계할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 교육감 등 지역 일꾼 4227명(국회의원 14명 별도)을 선출하는 날이다. 우리 일상에는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을 뽑는 것보다 중요한 일일 수 있다. 고무적인 건 사전투표로 이미 유권자 1049만 8411여명(23.5%)이 주권을 행사했다는 점이다. 참여 열기가 이날에도 이어지기를 고대한다. 이번 지방선거는 높은 사전투표율을 기록했지만, 선거 수준은 최악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중앙 정치에 매몰돼 그저 편가르기에만 몰두한 선거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여권의 '내란 척결'과 야권의 '독재 저지' 구호가 충돌하며 지역 일꾼을 뽑는다는 취지는 희미해졌다. 무차별적 정치 공세, 허위정보 유포 등으로 선거판은 막판까지 혼탁했다. 14개 지역구의 재·보궐 선거와 함께 치러져 미니 총선 분위기가 조성되는 바람에 진영 논리는 더욱 기승을 부렸다. 우세를 보이는 여당 측의 거부로 유력 후보자간 맞토론이 무산돼 후보 검증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더욱이 후보들의 공약은 허점투성이다. 16개 광역단체장 후보 중 54명 중 44명이 반도체 또는 인공지능(AI) 공약을 내걸었고, 이중 13명만 공개한 예상투자액의 총합은 약 439조원에 달했다. 공약대로면 전 국토가 실리콘 밸리에 버금가는 첨단산업 성지가 될 판이라는 비아냥까지 나왔다. 더구나 이들 공약 대다수가 천문학적 예산이 필요하지만, 대부분의 후보는 구체적 액션 플랜에 대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유권자를 현혹하는 공약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진단이다. 전직 대통령들의 유세 참여는 일반 유권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박근혜, 이명박 두 전직 대통령은 영남 지역 유세에 나서 국민의힘 후보 지지를 호소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유세에 직접 나서진 않았지만, 사전투표 후 "이번 지방선거가 잘 하고 있는 이재명 정부에 힘을 실어주는 선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투표 포기는 중립이 아니라 내 삶과 공동체를 해치는 그들을 편드는 것"이라며 야당을 겨냥한 듯한 투표 독려 메시지를 연거푸 올렸고, 사전투표일에는 투표 용지를 기표소 밖으로 들고 나와 논란이 됐다. 더 우려되는 점은 선거 이후다. 총선·대선 전초전을 방불케 하는 진영 대립에 선거 후 여야 협치는 더욱 어려워지고 조작기소 특검법 등을 둘러싼 대치로 적대적 갈등이 증폭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격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물가와 환율 불안,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치가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제대로 된 공약이나 검증 없이 정쟁에만 몰두했던 이번 선거의 후유증이 국가경쟁력의 발목을 잡는 일이 있어서는 안되겠다. 이럴수록 준엄한 한 표로 심판하는 일이 필요하다. 유권자들은 지지 정당만 보고 '줄투표'를 하기 보다는 각 후보자가 살아온 과정과 내세운 공약의 현실성을 따져 한 표를 행사해야 한다. 위기의 지방자치를 구하는 방법은 제대로 된 지역일꾼을 뽑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투표율이 높아야 조직동원에 의한 민의 왜곡도 줄일 수 있다. 투표하지 않는 유권자는 무능하고 부패한 지방 권력을 방조하는 결과를 낳는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사설]'무관심' '혼탁' 교육감 선거, 유권자가 바로잡아야
6·3 지방선거에선 16개 시·도 교육감 선거도 함께 치러진다. 전국 58명의 후보가 출마한 가운데, 서울에서는 보수·진보 진영 모두 단일화에 실패하면서 역대 최다인 8명이 경쟁하고 있다. 그러나 선거 막판까지도 교육 정책과 비전을 둘러싼 진지한 경쟁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유권자의 무관심 속에 진영 대결과 네거티브 공방, 선심성 공약만 부각되고 있다. 지역에 따라 한 해 수조 원에서 수십조 원의 예산을 책임지는 이른바 '교육 소통령'을 이렇게 뽑아도 되나 싶은 일이 매번 반복되고 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유권자들이 후보와 정책을 제대로 알기 어렵다는 점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유권자의 60~70%가 후보를 잘 모르거나 관심이 없다고 답했다. 그 빈자리를 메운 것은 진영 논리다.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겠다며 정당 공천과 기호를 없앴지만 현실은 딴판이다. 후보들은 파란색과 빨간색 선거복으로 사실상 정당 이미지를 차용한다. '동성애 교육 반대'와 '내란 잔재 청산' 같은 구호까지 맞부딪치면서 교육감 선거도 정치적 선명성 경쟁의 장이 돼 버렸다.후보 자질 논란도 가볍지 않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후보 15명(25.9%)이 전과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음주운전·뇌물·명예훼손 등 유형도 다양하다. 최근 5년간 세금을 체납한 후보도 7명이다. 교육감은 학생 교육의 방향을 정하고 막대한 교육예산을 책임지는 자리다. 누구보다 높은 도덕성과 전문성이 요구되지만, 정작 선거에서는 기본 자질조차 충분히 검증되지 못하고 있다.단일화 과정의 혼탁상과 선심성 공약 경쟁도 후유증을 걱정하게 만든다. 일부 지역에서는 대리 등록과 참가비 대납 의혹이 불거졌고, 경선 불복과 고발·소송전이 이어졌다. 입학지원금, 지역화폐 지급, 펀드 조성, 사교육비 지원 등 각종 돈 풀기 약속이 쏟아졌지만 그 재원은 결국 국민 세금이다. 학령인구는 줄어드는데 교육재정은 늘어나고 있다. 선심성 공약을 부추기는 구조적 문제를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 교육감 선거는 부차적 선거가 아니다. 우리 아이들의 학교와 지역 교육의 방향을 결정하는 선택이다. 정치 구호와 현금성 공약에 휩쓸리지 말고 후보의 자질, 정책, 교육 철학을 철저히 따져 한표를 행사해야야 한다. 이 선거를 무관심으로 방치한다면 그 피해는 결국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공교육 전체가 떠안게 된다. 아울러 교육감을 언제까지 낮은 관심과 진영 대결, 부실 검증 속에서 뽑을 것인지 진지하게 성찰할 필요가 있다. 선거가 끝나는 대로 시·도지사와 교육감을 함께 선출하는 러닝메이트제, 결선투표제, 교육재정 제도 개편 등 가능한 대안을 폭넓게 검토해야 한다.
[사설]K방산 참사…그 어떤 것도 안전보다 우선할 수 없다
폭발 사고로 5명이 숨지고 2명이 부상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에 대한 수사당국과 노동 당국의 조사가 본격화하면서 정부와 기업의 후속 안전대책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해당 사업장에서는 2018년과 2019년, 그리고 이번 사고까지 8년 사이 세 차례의 인명사고로 모두 13명이 목숨을 잃었다. 반복된 사망사고는 이번 참사가 단순한 불운이 아니라 인재(人災)였음을 보여준다.사고가 발생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K방산의 핵심 기업 가운데 하나이자 국가보안시설이다. 시험·생산 과정에서 폭발성이 높은 로켓 추진체와 촉매제, 연료 등 위험물질을 다루는 만큼 무엇보다 엄격한 안전관리가 요구되지만 반복되는 사고를 막지 못했다. 이번 사고는 로켓용 고체 추진제 주입에 사용한 밸브와 공구 등을 세척공실에서 물로 세척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이 같은 사고는 K방산은 물론 한국 제조업 전반의 대외 신뢰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정부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기업이 안전대책에 과감하게 투자하도록 유도하고 보다 철저한 감독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국가보안시설이라는 이유로 안전관리 실태가 과도하게 가려져 있었던 것은 아닌지 점검할 필요도 있다.이전 인명사고와 관련해 업무상 과실치사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가 적용됐음에도 처벌이 벌금형과 집행유예에 그쳤다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이는 현행 제도가 기업에 충분한 경각심을 주고 안전투자를 유도하는 데 한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산재 관련 법과 행정체계를 근본적으로 재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같은 날 충북 청주의 국가기간산업체인 SK하이닉스 4캠퍼스에서도 화재가 발생해 불소 약 5.3ppm이 누출되면서 11명이 부상했다. 다행히 누출 규모가 크지 않았고 직원 3600여 명이 신속히 대피해 피해가 확대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초고농도 불소는 경련·심부전·심장마비·호흡부전 등 급성중독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경각심을 갖고 더욱 철저한 공정관리와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 어떤 것도 안전이나 근로자의 생명보다 우선할 수 없다. 정부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새로운 위험 물질과 공정을 산업안전·산업 의학적으로 재점검해야 한다. 변화하는 산업환경에 맞는 산재 방지 시스템을 구축하고 산재 방지 교육과 안전 매뉴얼, 안전 장비 기준 역시 기술변화에 맞춰 새롭게 체계화할 때다. K방산과 K반도체는 한국 경제를 이끄는 국가 전략산업이다. 기술 뿐 아니라 안전 수준에서도 세계 최고라는 평가를 받을 때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사설]한일 '군수지원협정', 필요성과 한계 냉정히 따져볼 때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30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한·일 국방장관 회담에서 양국 간 상호군수지원협정(ACSA)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고 밝혔다. 안 장관은 일본 측의 제기로 관련 의견을 교환했다고 설명했다. 우리 국방 당국자가 한·일 ACSA 논의 사실을 공식적으로 확인한 것은 이번 정부 들어 처음이다.ACSA는 유사시 탄약과 연료, 식량, 수송 등 군수물자와 용역을 상호 지원하는 협정이다. 군사협력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성격을 지닌 만큼 일본과의 과거사 문제를 고려할 때 우리 사회에서 민감하게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안 장관이 "국민의 이해와 설득이 선행돼야 할 문제"라며 신중한 입장을 밝힌 것도 이런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한·일 ACSA는 2012년 군사정보포괄보호협정(GSOMIA)과 함께 추진됐지만 비공개 처리 논란과 반대 여론 속에 무산됐다. 이후 GSOMIA는 2016년 체결됐지만 ACSA는 지금까지 보류 상태로 남아 있다. 그러나 당시와 비교하면 안보 환경은 크게 달라졌다.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은 한층 고도화됐고, 안보 위협은 더욱 복합적이고 광범위해졌다.ACSA가 체결되면 양국 군수 지원의 효율성이 커지고 연합훈련이나 인도적 지원, 재해 구호 활동 등에서 물자 확보와 작전 유지 능력이 향상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북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대응 역량과 억제력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밀유도무기·무인체계, 사이버·우주 공간 등이 결합되는 현대전일수록 군수 협력의 전략적 가치와 국제 협력의 필요성도 과거보다 커졌다고 볼 수 있다.물론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유사시 자위대의 한반도 병참 활동의 근거가 될 수 있다거나, 한·미·일 안보협력이 군사동맹 수준으로 확대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2013년 남수단에 파병된 한빛부대가 일본 자위대로부터 탄약 1만발을 지원받았다가 국내 논란 끝에 18일 만에 반환한 사례는 한·일 군사협력이 여전히 높은 사회적 민감성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준다.그렇다고 논의 자체를 금기시할 일은 아니다. 군수는 군사 작전의 성패는 물론 장병의 생존과 직결되는 핵심 요소다. 국가 안보에 도움이 되는 협력 수단이라면 그 필요성과 한계를 냉정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기대 효과와 우려 사항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공개적이고 투명한 논의를 이어가는게 바람직하다.
[사설]'국부 펀드' '미래 투자' 이게 답인데…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자신의 대기업 초과 이익 배분 발언 논란과 관련해 언론 인터뷰에서 "공산주의가 아니라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에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다. 앞서 김 장관은 원청 기업이 하청 업체와도 이익을 나누는 '사회연대임금'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에 정부가 사기업의 이익 배분에 개입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자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라는 경제학 개념을 들고나와 추가 설명에 나선 것이다. 김 장관의 발언은 오히려 혼란을 키우고 있다. 기업의 주인은 주주라는 '주주 자본주의'와 달리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는 주주뿐 아니라 협력 업체와 고객, 지역사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함께 고려하는 경영 철학이다. ESG 경영이 그 사례다.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는 기업의 자율적 경영 철학과 관련된 문제로 노동부 장관이 관여할 영역도 아니고 이번 상황과 맞지도 않는다. 김 장관의 사회연대임금 발상을 공산주의라고 비판하는 것은 물론 과하다고 본다. 하지만 "반도체는 공공재" 운운하며 우리 실정에 맞지도 않는 사회연대임금을 꺼낸 것 자체가 시장경제와 동떨어진 발상이다. 보다 본질적인 문제는 정책 취지는 차치하더라도 정부 메시지가 일관성을 잃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AI 시대의 구조적 성장으로 '초과 세수'가 발생할 경우 국민배당금 형태로 배분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이를 기업의 '초과 이윤' 환수 논의로 받아들이며 논란이 확산했다. 여기에 삼성전자 노사의 억대 성과급 합의를 놓고 사회적 논란이 번지자 이번에는 노동부 장관이 사회연대임금, 초과 이익 배분 문제를 제기했다. 초과 이윤과 초과 세수, 기업의 역할과 정부의 역할이 뒤섞이면서 정책 방향이 뭔지 헷갈리게 된 것이다.정부가 먼저 정리해야 할 것은 기본 원칙이다. 기업이 막대한 이익을 거뒀다면 이른바 '초과 이윤' 활용이나 사회 환원은 기업이 판단할 문제이고, 초과 세수는 정부가 책임 있게 활용할 문제라는 점이다. 기업은 연구개발 투자와 생산시설 확충,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이익을 재투자할 권리와 책임을 갖고 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금은 미래를 위한 생산적 재투자로 연결할 절체절명의 시간"이라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초과 세수의 활용 방안 역시 정부 내부의 정리가 필요하다. 구윤철 경제부총리는 최근 초과 세수의 상당 부분을 국부펀드 재원으로 활용해 미래 산업을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국민배당금 구상과는 결이 다르다. 답은 명확한데, 정부 내에서조차 활용 방향이 엇갈린다면 시장과 국민의 혼란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사설]들쭉날쭉 조사, 그마저 '블랙아웃', 딥페이크는 기승 조짐
6·3 지방선거 사전투표가 30일까지 이틀간 진행된다. 이번 사전투표에서도 높은 투표율이 예상되지만, 유권자들의 혼란도 적지 않다. 마지막으로 공표된 여론조사 결과가 조사 기관과 방식에 따라 크게 엇갈린다. 최대 승부처인 서울시장 선거만 해도 최대 두 자릿수 격차부터 오차범위 내 접전, 심지어 동률까지 나타나며 들쭉날쭉이다. 유권자로서는 실제 민심의 흐름이 무엇인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그나마도 지난 28일부터는 여론조사 결과 발표와 보도가 금지됐다. 선거법은 선거일 6일 전부터 투표 종료 시까지 여론조사 결과를 공표하거나 보도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여론조사가 선거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 규정이다. 사전투표까지 시행되며 여론조사 공표는 더욱 어려워졌다. 문제는 이 기간을 틈타 각 후보 진영에서 검증되지 않은 아전인수식 조사 결과를 돌리거나 상대 후보에 대한 흑색선전을 벌이는 일이 반복돼 왔다.더 심각한 것은 딥페이크를 비롯한 AI발 허위정보의 확산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행정안전부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7일 기준 삭제 요청 건수는 1만319건으로, 벌써 지난 21대 대선 기간 전체 삭제 요청 건수(1만510건)의 98.2%에 달했다. AI 발전으로 딥페이크 등 허위정보 기술은 더욱 정교해졌다. 딥페이크의 특성상 선거일이 가까워질수록 파급력과 혼란은 더욱 커질 수 있다. 그만큼 철저한 대응이 필요하다.이번 선거는 유력 후보들의 토론 기피 논란까지 겹치면서 유권자들이 후보를 검증할 기회마저 충분히 보장받지 못했다. 서울시장 선거 TV 토론은 사전투표 시작 7시간 전에야 단 한 차례 열렸다. 서울뿐 아니라 울산시장 선거와 부산 북갑 국회의원 보궐선거 역시 법정토론이 한 차례에 그쳤다. 공직선거법을 개정해 토론 횟수를 늘리고, 개최 시기도 투표일 수일 전으로 앞당길 필요가 있다.결국 여론조사 공표가 금지되는 '블랙아웃' 기간에는 공신력 있는 정보는 줄어드는 반면, AI발 허위정보가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커진다. 그럼에도 유권자는 쏟아지는 정보 속에서 옥석을 가려내고 향후 4년간 지역사회를 이끌 일꾼을 선택해야 한다. 풀뿌리 민주주의를 살리는 힘은 결국 주권자의 관심과 참여 뿐이다. 정당의 공약과 후보의 자질을 꼼꼼히 비교하고 투표에 참여할 때 비로소 정책과 비전이 승리하는 선거가 가능해질 것이다.
[사설]증시 살린 국민연금…노후 자금 안전판 잊지 말길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을 보유할 수 있는 '목표 비중'을 늘리면서 시장이 우려했던 대규모 매도 사태를 피하게 됐다. 국민연금은 올해 목표로 하는 국내 주식 비중을 기존 14.9%에서 20.8%로 대폭 확대했다. 전략적으로 허용되는 추가 범위까지 포함하면 최대 28% 수준까지 보유할 수 있게 됐다.이는 최근 증시 상황을 고려할 때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예상을 뛰어넘어 빠르게 진행된 코스피 활황으로 국민연금의 주식 보유 비중이 당초 설정된 목표치를 초과하면서 최대 170조 원 규모의 주식을 매도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국민연금은 삼성전자 지분 7.8%, SK하이닉스 지분 8.1%를 보유한 '큰손'이다. 기존 비중을 맞추기 위해 두 종목을 대량 매도할 경우 증시에 상당한 충격을 줄 수 있는 상황이었다.국민연금은 이번 결정이 시장 상황을 반영한 현실적 조치이며, 장기 투자 원칙을 훼손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증시가 인공지능(AI) 열풍을 타고 구조적으로 변화하는 흐름을 반영했다는 취지다. 시장에서는 지금의 코스피 상승이 단기 과열이 아니라 기업 가치가 제대로 평가받는 전환기의 산물인 만큼 '코리아 디스카운트' 시절에 설정된 목표 비중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오히려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일본에서도 증시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던 2014년 공적연금의 주식 비중을 12%에서 25%로 높인 사례가 있다.다만 이런 결정이 향후에도 반복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국민연금의 본연의 존립 목적은 수십 년 뒤 연금을 안정적으로 지급하는 데 있다. '장기 안정성'이라는 투자 원칙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얘기다. 증시가 급등할 때 보유 비중을 늘렸다면 반대로 하락할 때는 보유 비중을 줄여야 한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결국 연금 수익률의 변동성도 커질 수밖에 없다. 재정 안정을 중시하는 전문가 모임인 연금연구회가 "향후 증시가 조정을 받으면 그 부담은 미래 연금 세대에 전가될 수 있다"고 우려한 이유다.때로는 증시를 살리는 유연성도 필요하다. 그러나 국민연금은 어디까지나 국민의 노후를 책임지는 최후의 안전판이다. 단기 시장 상황보다는 해외주식, 채권 등 적절한 포트폴리오 분산으로 꾸준하고 안정적인 수익률을 확보해야 한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번 결정을 설명하며 "원칙과 유연성이 조화를 이루도록 연금을 운용하겠다"고 밝혔다. 단기적 유연성이 불가피할 때도 있지만 장기적 원칙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
[사설]이번엔 노동장관이 "초과 이익 배분"…왜 자꾸 정부가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대기업의 초과 이익 분배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긴급 토론회'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삼성전자의 성공은 노사의 헌신적 노력에 더해 각종 사회적 지원이 함께 만든 결과"라며 토론회 개최 배경을 설명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반도체 호황으로 발생한 '초과 세수' 국민배당금을 거론한데 이어 이번엔 노동부장관이 '초과 이윤'을 분배 대상으로 삼자는 구상을 내놓은 것이다.노동부가 토론회에서 다루겠다고 밝힌 주제는 '한국형 사회연대임금 정책 가능성'이다. 같은 업종 종사자들의 임금 격차를 줄이고 원청·하청 간 불균형을 완화하기 위해 대기업 이윤 일부를 기금 형태로 공유하는 방식 등이 거론된다. 일각에서 말하는 '스웨덴 모델'이다. 김 장관은 이를 한국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면서도 그 정신을 높이 평가해 구체적 방법을 찾아가겠다고 했다. 연대임금 구상에 대한 관심과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최근 삼성전자 노사의 성과급 갈등을 계기로 임금 격차 문제가 사회적 쟁점으로 떠오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민간 기업의 이윤을 어느 수준까지, 어디에 나눌지 여부는 기본적으로 기업과 시장의 자율 영역에 속한다. 김 장관은 "정부가 기업의 정당한 이익에 관여할 권한은 없고 그럴 생각도 없다"고 선을 긋긴 했다. 그러면서도 "전통적 문법을 뛰어넘어 발생한 수익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의 문제"라고 말해 사실상 초과 이윤의 사회적 분배 필요성을 내비쳤다. 문제는 어디까지를 '정당한 이익'으로 보고, 무엇을 '전통적 문법을 뛰어넘는 초과 이윤'으로 규정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산업 구조와 기술 변화, 글로벌 경기 흐름에 따라 기업 실적은 크게 달라진다. 특히 반도체와 AI 산업처럼 막대한 선행 투자와 높은 위험을 감수하는 업종에서는 특정 시기의 초과 이익만을 떼어내 사회적 분배 대상으로 삼겠다는 접근 자체가 자칫 기업 활동의 동력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전문가들은 스웨덴 모델의 경우 노조총연맹이 주도하는 교섭으로 연대임금 제도가 가능했지만 기업별 노조 체제인 한국에서는 이런 구조를 적용하는 것이 어렵다고 본다. 김 장관은 비판이 이어지자 소셜미디어를 통해 "대기업 이윤을 빼앗아 나눠주자는 취지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정부가 직접 토론회를 주관하는 모습은 기업들 입장에서 부담스럽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 더욱이 사안이 중요하다면 단기간의 '긴급 토론회' 형식보다는 보다 긴 호흡 속에서 산업계·노동계·학계의 다양한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는 접근이 바람직하다. 김 장관이 토론회 개최를 밝힌 날 삼성전자는 5조 원 규모의 사회 환원 계획을 발표했다. 반도체 이윤을 활용해 향후 5년간 2·3차 협력사를 지원하고, 영세 자영업자를 위한 포용 금융 확대에도 나서겠다는 것이다. AI 인재 육성을 위한 산학협력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상생과 연대의 생태계를 만드는 길이 반드시 정부 주도의 새로운 분배 체계에서만 가능한 것은 아니다. 민간의 자율적 상생 노력, 미래 세대를 위한 인프라 조성이 훨씬 유효하고 지속 가능한 해법일 수 있다.
[사설]전·현직 대통령의 우려되는 선거 행보
사전투표가 29일부터 이틀간 실시되는 등 6·3 지방선거가 임박한 가운데 전·현직 대통령이 잇달아 격전지를 찾아 선거 지원 행보를 보이며 논란을 빚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6~27일 부산을 방문했다. 이 대통령은 27일 부산에서 열린 '바다의 날' 기념식에서 "부산을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해양 수도로, 동남권을 남부 해양 수도권으로 완성하겠다"고 말했다. 전날 국무회의에서는 해양수산부와 해운선사 HMM의 부산 이전에 더해 다른 공공기관과 기업의 추가 이전 가능성까지 언급했다.이 대통령은 이달 들어 부산·경남 지역을 네 차례 방문했다. 지난 13일 울산, 24일 김해, 26일 창원에서 각각 행사를 가진 뒤 전통시장을 찾아 주민들과 만났다. 부산·울산·경남은 이번 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꼽힌다.과거에도 현직 대통령이 선거를 앞두고 각종 지방 행사를 통해 정치적 시비를 부른 적이 있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21년 4·7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가덕도 신공항 예정지를 찾아 "가덕도를 보니 가슴이 뛴다"고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역시 2024년 총선을 앞두고 전국을 돌며 민생토론회를 열어 야당의 반발을 샀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최근 행보는 과거 사례와 비교해도 훨씬 노골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박근혜 전 대통령도 27일 부산·울산·경남 지역을 찾아 국민의힘 후보들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박 전 대통령은 부산 기장시장을 찾아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 박민식 후보 등과 동행했다. 지난 23일 대구 방문을 시작으로 25일에는 충북 옥천의 육영수 여사 생가를 찾았고, 이어 대전·충남 지역 유세 지원에도 나섰다.국정농단 사태로 헌정 사상 처음 파면되고 징역 20년형이 확정됐던 박 전 대통령이 특별사면 뒤 다시 특정 정당 지원 유세에 나선 모습 역시 정치적 도의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다. 전·현직 대통령의 선거 개입 논란은 우리 정치가 여전히 진영 대결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대통령은 선거의 공정한 관리자이자 국민 통합의 상징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남은 선거운동 기간이라도 이 대통령은 논란을 자초하는 지방 행보를 자제해야 하며, 박 전 대통령 역시 자중할 필요가 있다.
[사설]'수억대 성과급' 가결…'나비 효과' 어디까지
삼성전자 노사의 성과급 합의안이 조합원 투표를 통과하면서 총파업 우려를 씻어냈다. 부결됐을 경우 불어닥칠 매출 손실과 반도체 공급망 훼손을 막아낸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이번 성과급 후폭풍이 회사 내부는 물론 경제와 사회 전반에 미칠 '나비 효과'에 벌써 우려가 나오고 있다.우선 시급한 과제는 반도체 본업 경쟁력을 지키기 위한 노노 갈등의 봉합이다. 이번 투표에서 전체 찬성률은 73%였지만, 반도체 중심 노조는 80%가 찬성한 반면 휴대전화·가전을 담당하는 DX 중심 노조는 찬성이 21%에 그쳤다. DX 직원들은 그간 강한 불만을 드러내 왔다. 반도체 부문은 최대 6억원대 보상을 받는데 DX 부문은 600만원 상당의 자사주에 그쳤기 때문이다. 특히 DX 부문에선 과거 휴대전화 사업으로 벌어들인 수익이 오늘날 반도체 경쟁력의 밑거름이 됐다는 인식이 강하다. 실제 반도체 부문이 지난 15년간 영업이익의 1.7배에 달하는 투자를 이어갈 수 있었던 것도 전사적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논리다. 합의안 통과 직후 DX 부문장이 이메일로 조직 달래기에 나섰지만, 균열을 봉합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나아가 성과급 분배 협상이 기업마다 도미노처럼 확산할 가능성도 우려스럽다. 이미 현대자동차 노조는 순이익의 30% 수준 성과급을 요구하고 있고, 파업을 예고한 카카오 노조 역시 영업이익의 최대 15% 지급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마다 경영 환경이나 산업 구조가 전혀 다른데도 '이익의 일정 비율'을 일률적으로 성과급으로 떼어달라고 하면 노사 갈등 악화는 물론 미래 투자까지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 이제는 부동산 시장에 미칠 파장까지 거론된다. 삼성전자 노사는 성과급과 별도로 최대 5억원 규모의 주택 대출 지원에도 합의했다. 자금 여력이 커진 직원들이 경기 남부 반도체 벨트 지역의 아파트 매입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해외 연구기관도 반도체 종사자들의 소비 성향이 낮아 성과급이 즉각 소비로 이어지기보다 용인·동탄 등 자산시장으로 흘러들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한다. 최근 부동산 시장은 매매가격과 전세·월세가 함께 오르는 이른바 '트리플 상승' 조짐까지 나타나는 상황이다.물론 삼성발 성과급의 후폭풍이 어떤 강도로, 얼마나 영향을 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그러나 성과 체계가 조직 내부의 균열과 투자 위축, 사회적 부작용으로 이어지기 시작하면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성과급도 결국 기업 경쟁력과 사회적 수용성 위에서 작동해야 모두가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사설]10년 안에 '원잠' 건조, 동맹 신뢰와 협력이 관건
정부는 약 10년 뒤인 2030년대 중반까지 원자력 추진 잠수함(원잠) 1번 함을 진수하고, 2030년대 후반 전력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국방부는 26일 열린 제1회 미래국방전략위원회에서 이런 내용의 원잠 확보 원칙과 방향을 담은 '장보고 N사업' 기본계획을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지난해 10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지를 확보했지만 후속 조치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먼저 로드맵을 발표한 것이다.이 대통령은 이날 원잠에 대해 "한반도 평화와 안보를 우리 힘으로 책임지겠다는 의지의 상징"이라며 "자주국방이 확고한 나라가 완성된 국가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위원회에선 원잠과 함께 전시작전통제권 조기 전환, 인공지능(AI)·무인전투체계 중심의 군 전환 문제도 함께 논의됐다.정부가 미래 핵심 전력인 원잠 확보 계획을 공식화한 것은 강력한 자주국방 의지를 다지는 의미가 있다. 원잠은 장기간 잠항 능력과 높은 은밀성을 바탕으로 평시에는 강력한 억제력을 제공하고, 유사시에는 적 핵심 전력을 타격할 수 있는 전략 자산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동맹 현대화'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요구, 미·중 패권 경쟁 심화 등 복합 안보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선택이라는 점도 분명하다. 국가의 전략적 위상을 높이는 동시에 동맹 안에서도 보다 주도적인 방위 역량을 확보하는 기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하지만 원잠 확보까지는 갈 길이 멀고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연료로 사용할 저농축우라늄을 미국에서 받아와야 하는데 한미 간 별도의 협정과 미 의회 승인 등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 건조 장소를 둘러싼 한·미 간 이견도 조율해야 한다. 한미는 향후 10년간 약 28조9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건조 비용 역시 적지 않은 부담이다. 아울러 북한·중국·러시아의 반발과 견제, 일본 등 주변국의 시선에도 대응해야 한다.결국 관건은 자주국방과 동맹 강화의 균형이다. 이번 위원회에선 전작권 조기 전환도 논의됐지만, 원잠 확보와 미래 안보체제 구축이 안정적으로 추진되려면 시기 못지않게 한·미 간 신뢰 강화와 전략 조율이 중요하다. 우리가 원잠을 추진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핵을 지닌 북한의 위협에 맞서 전쟁을 억제하고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다. 확고한 억제력과 국민적 의지, 그리고 굳건한 한미동맹이 함께할 때 한반도의 평화 역시 더욱 단단해질 수 있을 것이다.
[사설]반도체 투톱에 2배 베팅…'빚투' '시장왜곡' 경계해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 등락률을 2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의 출시에 맞춰 개인 투자자들이 큰 관심을 보인다. 투자 위험성이 크기 때문에 온라인 심화 교육까지 의무화했는데 벌써 10만명이 신청했을 정도다. 그동안 반도체 주식 상승에 합류하지 못한 투자자들이 수익률 만회의 기회로 보는 듯하다.문제는 상품의 투기성이 우려된다는 점이다. 다수의 종목을 편입해 투자 위험을 분산시킨 기존 ETF 상품과 달리 단일종목을 기초로 삼은 만큼 손실 확률이 높다. 국내 주식의 일일 가격 제한폭이 ±30%라는 점에서, 이론적으로 하루 만에 최대 60% 손실도 가능하다. 오르면 2배지만 떨어지면 대규모 계좌 손실을 각오해야 하는 것이다.상품의 출시 배경은 수긍할 만하다. 지난해 증시가 급등한 가운데 '서학 개미'의 자금 이탈을 막기 위해 연초부터 도입 논의가 본격화했다. 앞서 홍콩 증시에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대상으로 레버리지 ETF가 상장돼 크게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국내에선 10개 이상의 종목을 편입하도록 의무화돼있어 투자자 불만이 컸다.그런데 자금 이탈을 막고 투자자 선택지를 넓힌다는 취지가 무색하게, 정작 금융 당국은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금융감독원은 이달에만 두 차례 보도자료를 내고 투자 주의를 당부했다. 철저하게 단기용으로만 투자할 것을 권고했다. 최근 시장 상황을 보면 금감원이 긴장할 만하다. 증권사에서 대출받아 투자한 '빚투'가 36조원에 이른다. 마이너스 통장 고금리를 감수하고 돈을 빌리는 투자자들도 많다. 특히 하락 시에도 손절매하지 않고 '조정 시 매수'를 외치며 외국인 투자자 물량을 받아내고 있다. 이렇듯 공격적 투자 행태를 보이는 개인들이 레버리지까지 활용하면 손실 위험은 그만큼 커진다.나아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레버리지로 자금이 더 몰릴 경우 시장 전체를 왜곡할 가능성이 있다. 지금 증시는 '반도체 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고, 두 종목의 시가총액 비중은 전체의 절반을 차지한다. 반도체 투톱에 대한 레버리지 투자까지 늘면서 단기 수익 추구 성향이 확대되면 등락에 따라 시장 건전성이 위협받을 가능성이 크다.금융 당국은 이번 레버리지 ETF 출시가 건전한 자산시장 육성이라는 정책 취지와 충돌하지 않게 거래 동향을 주시하고 감독해야 한다. 온라인 교육도 위험도를 충분히 인지할 수 있도록 내실을 강화하길 바란다. 단기 고수익 심리로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결국 개인 투자자들이다.
[사설]철거 완료 앞두고 도심 고가 붕괴… 또 이런 일이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또다시 대형 붕괴 사고가 발생했다. 철거 공사를 진행하던 서대문구의 서소문 고가차도에서 상판 일부가 무너지면서 아래에 있던 차량과 작업자를 덮쳤다. 사고로 3명이 숨지고 3명이 다치는 등 인명 피해가 컸다. 또 잔해물이 철로 주변을 덮치면서 서울역∼신촌역 구간에서 단전이 발생해 열차 운행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사고 현장에서는 59년간 사용된 노후 고가도로를 전면 개축하기 위해 지난해 9월부터 철거 공사를 진행 중이었다. 당초 철거 공사는 6월 초 완료될 예정으로 거의 마무리 단계에서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이번 사고로 시민들은 일상 공간에서 언제든 사고를 마주할 수 있다는 불안감을 확인했다. 특히 공사 현장 주변은 출퇴근 시 차량으로 붐비던 곳이었다. 향후 비슷한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철저한 조사와 원인 규명이 우선이다. 특히 이번 사고에서 사전 징후가 없었는지도 살펴야 한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새벽에 고가도로 절단 작업을 하다 단차가 생겨 일부가 주저앉아 공사를 중단했고, 오후에 실시한 안전진단 작업 중 붕괴가 일어났다고 한다. 위험이 예고됐는데도 추가 작업을 한 것은 아닌지, 현장 통제는 제대로 됐는지 정확한 규명이 필요하다.나아가 전국 각지의 주요 구조물에 대해 진행하는 철거 공사도 긴급 점검할 것을 제안한다. 철거 공사는 노후화된 구조물을 다뤄야 하기 때문에 신축 공사보다 위험성이 큰 만큼 더욱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 비단 철거 공사 현장이 아니더라도 사용 연수가 오래된 다른 교량이나 시설물도 다시 살펴야 한다. 무엇보다 일회성 점검이 아니라 철거 공사장과 노후 시설물 관리의 매뉴얼에 빈틈은 없는지 시스템 전반의 허점도 함께 파악해야 재발 방지 효과가 있을 것이다. 시민들이 매일 다니는 도로와 시설물이 불안의 대상이 돼선 안 된다
[사설]'탱크데이' '일베'… 정치 아닌 시민의 상식으로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26일 스타벅스코리아의 '탱크데이' 마케팅 논란과 관련해 직접 사과했다. 그는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다"며 내부 시스템 점검과 사회적 책임 강화를 언급했다. 신세계그룹도 자체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5·18 민주화운동을 의도적으로 폄훼하려 한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그룹 차원의 관리 부실과 역사적 감수성 부족에 대해선 잘못을 인정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기업이 사회적 논란이나 공분을 일으켰다면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하다. 이번 사안은 단순한 마케팅 실수로만 넘기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5·18은 한국 민주주의의 역사이자 현대사의 비극이다. 이를 연상시키는 표현이 상업적 이벤트 문구로 사용됐다는 사실 만으로도 많은 시민에게 상처와 불쾌감을 안겼다. 세월호 참사 시점의 '사이렌 머그' 논란까지 다시 소환된 것도 마찬가지다. 이제 기업은 "의도가 없었다"라는 말만으로 넘어갈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 역사적 감수성과 사회적 공감 능력 역시 기업 경영의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다만 문제는 그 다음이다. 시민의 비판과 소비자 불매는 자연스러운 시장의 반응이다. 그러나 국가권력이 직접 특정 기업을 압박하거나 사회적 공격 대상으로 만드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논란 이후 공공기관의 배제 움직임이나 행정적 압박, 수사 확대 요구가 이어지는 흐름은 과잉 대응 논란을 부를 수 있다.법적 판단은 절차에 따라 이뤄지면 된다. 중요한 것은 냉정한 사실 판단이지 감정적 응징 경쟁이 아니다. 대통령까지 나서 '저질 장사치' 같은 표현을 사용하는 모습은 국가가 특정 기업에 사회적 낙인을 찍는 장면으로 비칠 수 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권력의 감정적 개입은 신중해야 한다. 반대로 '투표장에 스벅 커피잔 들고 가기' 등 이번 사태를 선거와 연결짓는 일부 야당의 태도 역시 바람직하다고 보기 어렵다. 극우 성향 커뮤니티 '일베' 폐쇄론 역시 비슷한 고민을 안긴다. 공동체의 아픔과 희생을 조롱하고 놀이로 소비하는 문화는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하지만 사이트 하나를 닫는다고 혐오와 조롱의 문화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유사 성향의 공간은 다른 플랫폼으로 이동하며 반복적으로 재생산될 가능성이 크다. 과도한 혐오와 조롱은 특정 사이트 하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극단화가 낳은 병리적 현상이기 때문이다. 기업 제재나 커뮤니티 폐쇄는 당장의 분노를 달래는 효과는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근본 해법이 되기는 어렵다.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힘은 결국 시민사회의 상식과 공론장의 자정 능력에서 나온다. 시민들이 스스로 혐오와 조롱을 부끄러운 문화로 규정하고, 역사와 재난의 희생을 소비와 놀이의 대상으로 삼는 행태를 외면할 때 극단은 비로소 주변부로 밀려난다. 정치의 과잉 대응보다 더 강한 힘은 시민의 '성숙한 상식'이다.
[사설]"집단 사고 함정에 빠지지 말아야"… 새겨들어야 할 고언
이석연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장이 21일 대통령 자문회의·위원회 비공개 간담회에서 이재명 대통령에게 "집단 사고의 함정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며 "토론과 반대 의견 개진 없이 이뤄진 정책이나 의사 결정은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또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은 국민 생활은 물론 국민통합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취지의 언급도 했다고 한다. 권력 내부에서 나온 공개적 고언이라는 점에서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일방통행식 의사결정이 굳어지면 조직은 쉽게 집단 사고의 함정에 빠질 위험이 크다. 최근 국무회의를 비롯한 주요 국정회의가 대통령의 의중과 지시를 확인하는 구조로 흐르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정부 출범 초기와 달리 정책의 부작용을 점검하거나 대안을 놓고 치열하게 토론하는 모습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부동산 정책처럼 민감한 현안에서 대통령이 개인 SNS 등을 통해 먼저 방향을 제시하면, 내각과 참모진이 공개적으로 다른 의견을 내기 어려운 분위기가 형성된다는 우려 역시 제기된다.최근 외교·안보 분야에서도 비슷한 논란이 있었다. 이 대통령이 이스라엘의 한국인 구금 문제를 비판하는 과정에서 네타냐후 총리 체포 가능성까지 언급한 것은 외교적으로 상당히 민감한 사안이었다. 생중계되는 공개 회의에서 충분한 사전 점검 없이 나온 발언이라면 파장을 신중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이 위원장은 보수 정부 시절 법제처장을 지낸 인사다. 이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그를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영입하며 "쓴소리를 아끼지 말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그런 점에서 이 위원장의 최근 발언들은 개인적 돌출 행동이라기보다 대통령이 스스로 주문했던 역할 수행에 가깝다. 이 위원장은 앞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대해 "위헌 소지가 있다"고 했고, '법 왜곡죄'에 대해서도 "문명국에서 보기 드문 입법"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그런데도 청와대 행정관이 부총리급 위원장에게 '엄중히 고지한다'는 표현을 사용하며 경고성 메시지를 보낸 것은 부적절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우연적 사건이 아니라 정권 내부의 이견이나 쓴소리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폐쇄적 기강 잡기의 일환이었다면 이는 단호히 경계해야 할 위험 신호다. 곧 취임 1년을 맞는 이 대통령은 "모두의 대통령"을 약속했던 초심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반대 의견과 비판을 제도적으로 수렴할 장치를 갖추는 것은 국정 안정과 국민통합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미국처럼 정책의 문제점과 반론을 전담하는 '레드팀' 구축도 검토할 만하다. 국정은 대통령 1인의 개인기로만 끌고 갈 수는 없다.
MO.jpg)
PC.jpg)
![[뉴스언팩] 수도권 23만 가구 공급/부동산세제개편안/오세훈vs박원순 책임공방](https://i.ytimg.com/vi/9SG7xLYbfJs/hqdefault.jpg?width=1920&quality=75)
.png)
.jpg)
.jpg)
.jpg)
.jpg)
.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