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이란전쟁 한 달…경제·안보 뼈대 다시 세울 때다
28일로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이 꼭 한 달을 맞았다. 정부는 위기관리능력의 시험대에 올라 있다. 전쟁의 불길이 주변 산유국과 에너지 물류 조임목인 호르무즈 해협으로 확대되면서 안보·공급망·금융·거시경제 등 다양한 영역에서 복합 위기가 분출했다. 이제 그동안 드러난 한국 경제와 안보의 '약한 고리'를 근본적으로 풀어나갈 해법을 찾아야 한다.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선 국제유가와 1500원을 웃도는 원·달러 환율은 당장의 실물경제 타격을 넘어 상당 기간에 걸친 고물가·고환율·고금리 시대를 예고한다. 주식시장도 방향성을 잃은 채 출렁이고 있다. 유가 상승 등에 따른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으로 올해 경제성장률 2% 달성도 쉽지 않아 보인다. 고물가와 경기침체라는 난제를 동시에 풀어야 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상황도 맞고 있다. 정부는 비축유 방출, 나프타 등의 수출 제한, 25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대응에 나섰다. 석유제품 최고가격제가 2차 시행에 들어갔으며, 전국 공공부문 차량 5부제도 시작됐다. 그러나 단기 처방만으로는 위기를 넘어서기 어렵다.가장 시급한 과제는 원유·천연가스와 나프타·비료·헬륨·유황 등 석유화학 원재료의 공급망 확보다. 당장은 대체 물량 확보와 호르무즈 해협 통행 보장을 위한 외교력 집중이 필요하다. 그러나 근본 해법은 도입선의 다변화다. 대부분의 에너지를 화석에너지 중심으로 중동에서 들여오는 한국엔 사활이 걸린 문제다. 중동 의존 구조를 그대로 둔 채 위기를 반복할 수는 없다는 절박한 인식이 필요하다. 화석연료·원자력·신재생에너지 등을 고루 활용해 위험을 분산하는 '에너지 믹스'의 효과적인 재정비도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다. 이를 위한 국가에너지 정책의 근본적인 새판짜기를 고민할 때다. 공급망 마비의 반복 가능성에 대비한 전략비축물량의 확대 역시 서둘러야 할 것이다. 안보 환경도 요동치고 있다. 주한미군의 핵심 방공자산 일부가 중동으로 이동한 정황은 안보공백 우려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범위에 대한 논란, 그리고 한반도 방위공약과 동맹 역할에 대한 새로운 질문은 던진다. 인공지능(AI)과 드론, 미사일과 요격미사일을 앞세운 전쟁방식의 급격한 변화도 우리 군에 미래전 대비라는 과제를 더욱 선명하게 요구하고 있다. 한 달을 맞은 이란 전쟁, 단기 대응을 넘어 국가 전략의 틀을 총체적으로 점검하고 경제·안보의 뼈대를 단단히 바로 세워야 할 때다.
[사설]KF-21도 날개…첨단기술 융합으로 미래시장 선점해야
한국 방위산업이 곳곳에서 실력을 증명하면서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맞고 있다. 방공 미사일 천궁Ⅱ가 아랍에미리트(UAE)에서 96%의 요격률로 실전 능력을 보여준 데 이어 25일에는 독자설계 초음속 전투기인 KF-21 양산 1호기가 출고됐다. 앞서 올해 초엔 고도 15~20㎞를 방어하는 천궁Ⅱ보다 상층인 고도 40~60㎞를 담당하는 L-SAM이 양산에 들어갔다. 이처럼 상호보완성을 갖춘 한국형 무기체계들을 바탕으로 우리 영공에 다층방어망을 구축해 국민을 지킬 수 있게 됐다. 준스텔스 기능을 갖춘 4.5세대 KF-21 전투기 출고는 지난 2001년 김대중 대통령이 개발 계획을 밝힌 지 21년 만에 막대한 개발비 부담과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고 이뤄낸 성과라는 점에서 더욱 뜻깊다. 범국가적 의지와 초당적 협력 덕분에 여러 정권을 거치면서도 개발이 지속적으로 진행됐다는 점도 평가할 수 있다. 방산 도약에는 기업과 과학기술자의 의지와 노력은 물론 정치권의 관심과 지원도 필요하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KF-21은 인도네시아에 국내 전투기로선 첫 수출 계약을 따낸 것 외에 UAE·사우디아라비아·필리핀·폴란드 등에서 관심을 보여 수출전망이 밝다고 한다. K-9 자주포와 K-2 전차, FA-50 경공격기 등에 이어 다시 한번 한국 방산의 저력을 보여줬다. KF-21의 신속한 5세대 도약을 기대한다. 이처럼 설계부터 제작까지 우리 손으로 진행한 첨단무기체계의 줄이은 개발에 힘입어 대한민국은 글로벌 방산대국으로 도약할 전기를 마련했다. 하지만 여기에서 만족해선 안 된다. 이 목표를 이루려면 다각적이고 적극적인 방산 외교는 물론 전방위적인 정부 지원이 필수적이다. 지속적이고 과감한 연구·개발 투자와 효율적이고 전문적인 방위사업 행정, 방산 수출을 도울 금융·예산·세제 지원 등이 그것이다. 이제는 가성비와 신속한 납기능력을 앞세웠던 K-방산 수출 패러다임의 전환을 고민할 때다. 물론 한국 특유의 재래식 무기체계 개발 능력과 제조 실력, 그리고 사후관리는 전 세계에서 비교 대상이 드물 정도로 경쟁력이 있다. 하지만 전장의 환경은 빠르게 변해 인공지능(AI)·로봇·군집드론·위성통신 등 4차산업혁명 기반의 신기술이 핵심 요소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방산이 미래에도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선제적 대응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군과 방산업체, 연구기관을 서로 긴밀하게 연결해 AI 등 첨단기술을 융합한 한국형 미래전 방산체제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미래방산 시장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비하는 신융합 체제는 한국 방산을 '제2의 반도체' 산업으로 도약시키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사설]해외도피 연 1000명…추격 넘어 선제적 차단으로
필리핀에 수감 중이던 일명 '텔레그램 마약왕' 박왕열이 25일 국내로 강제 송환됐다. 필리핀 사탕수수밭에서 한국인 세 명을 살해한 지 10년 만이다. 그는 현지에서 60년형을 선고받고도 수감 중 국내에 마약을 유통하고 호화 생활을 누린 사실이 알려져 공분을 샀다. 이번 송환은 이재명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직접 신병 인도를 요청한 지 3주 만에 성사됐다. 외국에서 재판이나 형 집행을 받는 피의자를 일정 기간 넘겨받아 수사하는 '범죄인 임시 인도' 방식이다.이날 송환은 정상외교와 범정부 공조가 빚어낸 결실이다. 흉악범을 끝까지 추적해 처벌하는 것은 사법 정의의 실현이자 공동체의 안전을 지키는 일이다. 박왕열이 해외 교도소를 거점으로 마약을 유통시킨 점을 고려하면, 범죄 연결고리를 끊어냈다는 의미도 크다. 다만 양국 정상의 '톱 다운' 결단이 있기까지 오랜 시간 송환이 지연된 건 아쉬운 대목이다. 문제는 한국 수사망을 피해 해외로 눈을 돌리는 범죄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범죄를 저지르고 출국해 돌아오지 않는 해외도피 사범은 지난해 처음으로 연간 1000명을 넘었다. 올해 1~2월에도 233명이 해외로 달아났다. 지난해 말 기준 해외에 수감돼 있는 한국인도 52개국 1163명에 달한다. 이 중 마약사범 비중이 23%로 가장 높다. 해외 범죄자 송환 실적이 늘고 있지만 빠져 나가는 사람이 더 많고, 사후 추격만으론 한계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 최근 범죄는 국경을 넘는 초국가적 네트워크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과거엔 살인 등 강력 범죄를 저지른 뒤 해외로 밀항하는 경우가 많았다. 요즘엔 처음부터 계획적으로 해외에 범죄 조직을 만드는 기업형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사회적 논란이 컸던 캄보디아 대학생 고문·살해 조직도 마찬가지였다. 해외에 조직 거점을 두고 국내를 대상으로 범죄를 실행하는 방식이 일반화되고 있다. 이번에 송환된 박왕열도 몸은 교도소에 있으면서 휴대폰을 이용해 원격으로 범죄를 주도했다. 범죄가 디지털 기술을 타고 비대면화되면서 기존 영토 중심 수사체계는 한계에 부딪힌 상황이다. 수사 패러다임을 '선제적 차단' 쪽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건 그 때문이다. 국제공조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 인프라가 됐다. 특히 단순한 정보 교환을 넘어 범죄자금 흐름을 실시간 공유하고 공동 수사를 상시화하는 체계로 끌어 올릴 필요가 있다. 동남아 범죄 사례 상당수가 취업 사기에서 시작된다는 점에서 이를 막을 경고 시스템도 갖춰야 한다. 디지털 플랫폼의 책임 역시 중요하다.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디지털 범죄 대응 역량을 높이는 일이다. 국경이 아닌 기술 위에서 작동하는 범죄를 잡으려면 수사기법 역시 기술을 앞서가야 한다. '마약왕 송환'은 끝이 아니라 출발점이다. 범죄자 송환을 위한 외교적 노력은 지속하되, 글로벌 범죄가 자라나는 토양 자체를 걷어내는 데 국가적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뒤쫓는 대응에 머무른다면 같은 유형의 범죄는 계속 나올 수밖에 없다.
[사설]'통합돌봄' 전국 시행…재정 확충, 지역 격차 해소가 관건
노인과 장애인이 자신이 살던 곳에서 여생을 보낼 수 있도록 돕는 '지역사회 통합돌봄' 제도가 27일 시행된다. 그동안은 필요한 서비스를 부처별로 따로 찾아 신청해야 했다. 그러다 보니 정보 부족으로 혜택을 놓치거나, 제한적 서비스 탓에 부득이 시설에 입소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앞으로는 주거·의료·요양 서비스를 지방자치단체가 하나로 묶어 지원하게 된다. 2026~2027년에는 노인과 고령 장애인을 대상으로 1단계 사업이 추진되고, 이후 대상을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통합돌봄은 단순한 거주 방식의 변화가 아니다. 핵심은 돌봄의 질적 전환에 있다. 굳이 질병 치료가 필요 없는데도 돌봄 공백 때문에 요양병원을 전전하는 '사회적 입원'이 횡행하는 게 현실이다. 병원 퇴원 후 돌봄 문제 때문에 다시 병원을 찾는 '회전문 입원'도 많다.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시점에서, 노인들이 존엄한 노후를 보낼 수 있게 뒷받침하는 건 사회적 가치가 크다.문제는 제도의 취지를 뒷받침할 재정과 인력의 현실이다. 전국 단위 사업임에도 대부분의 지자체는 예산과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 현재 229개 시군구가 직접 사업비로 쓸 수 있는 예산은 평균 2억7천만원 수준이다. 돌봄 인력 부족, 낮은 처우, 잦은 이직 문제도 해결되지 않았다. 돌봄 서비스의 상당 부분을 민간에 의존하고 있는데, 보건·의료 등 공공 인프라를 더 확충해야 한다는 현장의 목소리도 높다.통합돌봄은 주거와 재활을 아우르는 다층적 접근이 되어야 한다. 단순히 돌봄 인력을 연결하는 것만으로는 지역에서 계속 살아갈 수 있는 삶을 담보하기 어렵다. 주거 환경이 안전하지 않거나 재활이 미흡하면 결국 병원이나 시설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특히 지자체의 재정 자립도나 자치단체장의 의지에 따라 서비스 질이 천차만별이 되어서는 안 된다. 사는 지역에 따라 돌봄의 질이 달라지는 불평등을 막기 위해 정부는 지역간 격차를 면밀히 점검하고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이제 돌봄은 시혜적 복지가 아니라 사회를 지탱하는 필수 인프라다. 시행 초기에는 성과에 집착하기보다 중앙정부와 지자체, 보건·복지 기관 간의 유기적 협력으로 현장의 혼선부터 줄여야 한다. 아울러 초고령 사회에 먼저 진입한 일본처럼 돌봄 로봇, 인공지능(AI), 정보통신기술(ICT)을 적극 도입해 돌봄 노동의 부하를 줄이는 혁신도 병행해야 할 것이다. 통합돌봄의 성공은 국가가 국민의 노후를 얼마나 정교하고 책임감 있게 설계하느냐에 달려 있다.
[사설] 혼미한 중동 전황…에너지 수급 취약성 직시해야
4주 차에 접어든 이란 전쟁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후통첩' 경고를 계기로 중대한 분수령을 맞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주말 "군사작전 축소"를 언급한 지 하루 만에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지 않으면 발전소를 초토화하겠다"라고 압박했다. 이란도 중동의 에너지·IT·담수화 시설을 타격하겠다고 맞섰다. 트럼프는 23일엔 "생산적인 대화 뒤 이란의 발전소에 대한 군사 공격을 닷새간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중동의 이런 널뛰기 상황은 에너지 시장 전반에도 직접적인 충격을 주고 있다. 애초 트럼프 대통령의 "발전소 초토화" 발언이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압박 카드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분명한 건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에너지 공급 불안과 유가 급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트럼프의 예측하기 힘든 메시지가 이어지며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전황의 혼미, 에너지 공급 불안의 장기화는 각국 외교 현장의 혼선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이란이 "일본과 협의를 거쳐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허용할 용의가 있다"고 밝히자 일본이 "해당 논의를 하지 않았다"고 부인하는 일도 벌어졌다. 원유의 약 90%를 호르무즈를 통해 공급받는 일본이 에너지 확보라는 현실적 이해와 관세·투자·안보 등이 걸린 동맹국 미국과의 전략적 제약 사이에서 불안한 줄타기를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 역시 다르지 않다. 호르무즈 파병 문제를 둘러싼 정부의 신중한 태도는 에너지와 안보, 동맹이 얽힌 복합적인 딜레마를 반영한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이란산·러시아산 원유 제재를 일시 완화하며 해당 물량을 한국·일본 등 동맹국으로 돌릴 수 있다고 밝힌 것은 주목할 대목이다. 이는 공급 확대를 넘어 에너지 확보를 둘러싼 국가간 경쟁의 신호다. 정부는 외교·통상 역량을 총동원해 실질적인 물량 확보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를 중심으로 20여개 국이 호르무즈 개방을 위한 협력에 나선 것도 중요한 기회다. 해협의 안전이 곧 글로벌 에너지 질서를 좌우하는 만큼 한국 역시 적극적으로 참여해 목소리를 내야 한다. 특히 수입 에너지의 대부분이 호르무즈를 지나야 하는 한국은 의존율이 낮은 유럽이나 에너지 자립국 미국과는 차원이 다른 이해 당사자다. 이 과정에서 일본과의 적극적인 공조도 현실적인 대응 수단이다. 거듭 강조할 것은 이란 전쟁 와중에 한국의 에너지 수급 취약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는 점이다. 중동 정세가 흔들릴 때마다 한국 경제가 출렁이는 구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일이 터질 때마다 단기 대응에 그쳤을 뿐, 특정 지역과 해역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공급 구조는 그대로 유지돼 왔다. 당장은 가용 물량 확보와 수급 안정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아울러 수입선 다변화, 전략 비축 확대 등 장기적인 '에너지 안보' 전략도 서둘러 재정비해야 한다. 외부 변수에 흔들리는 공급 구조를 방치한 채 상황 관리에만 매달리는 것은 근본 해법이 될 수 없다.
[사설] "한국의 뿌리에서 다시 시작"…BTS 공연에 쏠린 세계의 눈
'글로벌 K' 열풍의 원조인 방탄소년단(BTS)이 3년 9개월 만에 완전체로 모여 21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BTS 컴백 라이브: 아리랑' 공연을 펼친다. 2002년 한일월드컵 이후 최대 규모인 약 26만 명이 모이고,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190개국에 실시간으로 중계된다고 한다. BTS는 앞서 발표한 정규 5집 앨범 '아리랑(ARIRANG)'을 통해 문화적으로 한층 성숙된 방향을 제시했다. "가장 우리다운 것을 고민하고 '한국의 뿌리'에서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준비했다"는 아리랑 출사표는 이번 공연의 상징적 의미를 보여준다. 이 때문에 이번 공연은 단순한 컴백을 넘어 한류 전반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낳고 있다. 그간 글로벌 활동으로 축적한 문화적 보편성에다 한국 특유의 흥과 문화를 녹여넣어 '우리'라는 정체성을 더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어서다. 이런 시도는 한류의 지속 가능성을 가늠할 중요한 분기점이 될 수 있다. BTS는 다음 달부터 전 세계 34개 도시에서 82회에 걸쳐 월드투어를 펼칠 예정이다. 이번 공연은 한류가 문화 콘텐츠를 넘어 한식·뷰티·패션·관광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되는 '한류 4.0 시대' 진입과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초기 아시아 진출기인 1.0시대, K-팝 아이돌 문화가 확산한 2.0시대, SNS와 유튜브를 통해 문화 콘텐츠가 전 세계로 퍼진 3.0시대에 이어 이제는 성숙한 융합, 주류문화화 단계로 진입하고 있는 것이다. BTS로 상징되는 한류는 특정 그룹의 퍼포먼스나 문화산업의 양적 팽창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한국 사회가 축적해 온 역사와 경험, 그리고 이를 토대로 형성된 집단적 자신감의 발현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이번 공연은 정체성과 보편성이 결합된 한국형 문화 모델을 다시 확인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번 행사는 기존의 고품질 문화 콘텐츠에, 그간 발전을 거듭한 인공지능(AI)·플랫폼 기술을 제대로 입히면서 새로운 글로벌 주류문화를 이끄는 전기가 돼야 한다. 이를 통해 'BTS노믹스'로 불리는 경제적 파급력도 현실화되길 바란다. 다만 성공은 콘텐츠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BTS의 위상에 더해 안전과 질서, 성숙한 시민의식이 함께 어우러질 때 국가의 품격으로 이어진다. 전 세계와 국내에서 찾아온 수많은 아미에게 '안전하고 흥겨운 대한민국'이라는 추억을 안겨줄 때다.
[사설] 트럼프의 '감정 기복'까지 감당해야 하는 현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동 파병 관련 발언이 연일 번복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동맹국들에 군함 파견을 요청하며, 7개국이 참여하는 '호위 연합' 구상을 내놓았다. 우리에 대해선 주한미군 숫자를 부풀리면서까지 그동안 도와준 댓가를 내놓으라고 압박했다. 그러다 기대에 못 미치는 각국 반응에 17일(현지시간) 한국 등 어떤 나라의 도움도 필요 없다며 분노를 쏟아냈다. 트럼프와 가까운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이 "살면서 그가 그렇게 화난 걸 본 적이 없다"고 전할 정도였다.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국가들에 대해선 "매우 어리석은 실수를 하고 있다"며 나토 탈퇴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그런데 하루 뒤인 18일, 분위기가 다시 바뀌었다. 백악관은 호르무즈 연합군 카드를 여전히 추진하고 있다고 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들의 파병을 촉구하는 미국 언론의 사설을 SNS에 공유했다. 회유와 실망, 격분, 짜증 등 최근 트럼프는 다양한 감정을 여과없이 노출하고 있다. 전쟁이라는 엄중한 국면에서 드러나는 트럼프의 '감정 기복'은 전쟁의 출구를 찾지 못하는 난감한 처지를 보여준다. 현재로선 전쟁이 속전속결로 끝날 가능성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또 그 부담은 고스란히 국제사회에 전가되고 있다. 조 켄트 국가대테러센터 국장이 사표를 내는 등 친트럼프 진영의 균열상까지 드러났다. 전쟁에 대한 미국 내 여론도 악화되고 있어,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조급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레드라인'을 넘어 에너지 전면전 양상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18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이 이란 최대 해상 가스전에 폭격하자 이란은 카타르 등 주변국의 에너지 시설을 공격하며 맞불을 놓았다. 이란은 주변국과 걸프 지역 에너지 인프라를 완전히 파괴하겠다며 보복을 선언했고, 외신들은 미 해병대의 하르그섬 점령 가능성 등 지상군 투입이 임박했다는 관측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문제는 우리가 이런 상황을 관망자로만 지켜볼 수 없다는 점이다. 에너지 가격 급등 만으로도 경제에 치명적이지만 더 큰 부담은 동맹 차원에서 다가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안보와 통상을 패키지로 묶는 협상 전략을 보여왔다. 한국이 이란 전쟁과 관련한 트럼프의 요구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경우 아직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은 안보·통상 분야의 보복을 배제할 수 없다. 주한미군 감축 검토나 방위비 분담금 대폭 인상 등은 물론 자동차 관세 부과 등 통상 보복도 현실적인 시나리오로 거론된다. 우리가 트럼프의 한마디 한마디를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이유다. 무엇보다 이젠 트럼프의 감정 기복 리스크까지 감당해야 할 처지가 됐다. 우리나라는 파병 등 예민한 사안에 대해 최대한 신중하게 검토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갈수록 조급해 보이는 트럼프의 행보 앞에서 언제까지 시간을 끌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전략적 모호성만으론 버티기 어려운 국면이라는 얘기다. 그렇다고 묘책이 보이지도 않는다. 일단 19일 열리는 미·일 정상회담에서 똑같은 파병 압박을 받고 있는 일본 측이 어떤 대안을 내놓는지,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은 어떤지 냉정하게 분석하고 우리의 태도를 좀 더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사설] 검사 권한 축소만 부각…보완수사권은 어쩔 건지
범죄수사 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공소청 설치법안이 18일 민주당 주도로 국회 소관 상임위를 통과했다. 본회의 처리는 20~21일쯤이 유력하다. 앞서 당·정·청 협의를 거친 법안의 핵심은 기존 정부안 보다 공소청 검사의 권한을 더 줄인 것이다. 우선 경찰 등에 대한 공소청 검사의 영장청구·집행지휘권을 삭제했다. 중수청이 수사를 개시하면 검사에게 통보하도록 한 조항, 중수청 송치 사건에 대해 검사가 추가 입건을 요청할 수 있게 한 조항도 빠졌다. 제한적 수사 권한을 가진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을 검사가 지휘·감독하도록 한 조항도 사라졌다. 전반적으로 공소청 검사의 수사 관여 여지를 사실상 봉쇄하고, 수사와 기소의 분리를 더욱 명확히 하려는 방향이다.최종안은 정부와 여당 간의 이견을 일정 부분 절충한 결과로 보인다. 정부가 지난 1월 법안을 내놓은 이후 청와대·정부와 여당 강경파 간에 검찰총장 명칭을 포함해 개혁의 구체적 내용을 놓고 갈등이 이어졌고, 급기야 이재명 대통령이 "불필요한 과잉은 안된다"며 직접 정리에 나섰다. 결국 청와대와 정부 의견대로 검찰총장 명칭은 유지되고 검사 전원 면직 후 선별 재임용 방안도 포함되지 않았다. 반면 공소청 검사의 권한은 강경파 요구대로 대폭 축소됐다. 당·정·청은 이견이 크고 최대 쟁점이었던 검사 '보완수사권 허용' 문제는 지방선거 이후로 논의를 미뤘다. 문제는 제도 변화에 상응하는 통제 장치와 보완책이 충분히 마련됐는지 여부다. 특사경은 환경·식품·노동·관세·산림·출입국 등 50여개 분야에서 경찰관의 권한을 가진 일반 행정공무원이다. 숫자도 2만여 명이나 된다. 해당 영역 전문성은 있지만 수사·재판 경험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다. 이들이 검사 지휘 없이 독자 수사에 나설 경우 사건 처리 지연이나 완결성 저하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방자치단체장이나 행정기관장이 사실상의 수사 지휘를 하는 일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수사의 중립성이 흔들리고 정치적 공방으로 번질 소지가 있다. 행정안전부 장관의 지휘를 받는 경찰과 중수청의 정치적 중립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 하는 문제도 여전히 논란거리다. 두 기관의 권한 확대에 따른 견제와 균형 문제도 남아 있다. 수사권 남용이나 사건 은폐가 발생할 경우 이를 제어할 장치가 충분한지에 대한 검토는 아직 미흡하다. 최근 시행된 '사법 3법'이 소송 남발, 정치적 고소·고발로 혼선이 빚어지고 있는 점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 충분한 사전 설계 없이 '대법원 개혁'이란 명분에만 매달려 혼란이 더 커진 측면이 있다. 수사체계 변화 역시 대안 마련 보다 '검사 힘빼기'에만 집중한다면 비슷한 문제를 반복할 가능성이 있다. 이제 관심은 공소청의 보완수사권 존치 여부에 쏠리고 있다. 대통령과 법무장관은 그 필요성을 언급했지만, 여당 강경파의 반대는 여전하다. 그러나 형사·사법 개혁의 기준과 본질은 분명하다. 국민의 권리 보호와 절차적 정의 강화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지 여부다. 오로지 특정 기관의 영향력 약화가 목표가 되는 순간 개혁은 방향을 잃는다. 보완수사권 문제만큼은 어떻게 하는 것이 수사와 기소의 완결성을 높일 수 있는 건지, 국민의 편익 증진에 도움이 되는 건지를 염두에 두고 충분히 숙의를 거쳐 합리적이고 지속가능한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사설] "기초연금, 증액만 하후상박" 지속가능성이 관건인데…
이재명 대통령이 SNS에 "노인 빈곤을 줄이려면 기초연금을 좀 바꿔야 할 것 같다"며 "지금까지 지급되는 것은 그냥 두고, 향후 증액만 하후상박으로 하는 것도 방법일 듯한데 여러분 의견은 어떠신가"라는 글을 올렸다. 기초연금 수급자인 소득 하위 70% 고령층 가운데 소득이 상대적으로 높은 이들의 지급액은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고, 소득이 낮은 노인들의 지급액만 높이는 쪽으로 기초연금 제도를 바꾸자는 제안을 한 것이다.기초연금은 도입 이후 빠르게 팽창해왔다. 2014년 소득 하위 70% 노인 1인당 월 20만 원을 지급하며 시작된 기초연금의 올해 지급액은 월 34만9700원이다. 관련 예산은 2014년 5조 원에서 올해 27조 원을 넘어섰다. 수급자가 10년 사이 400만 명 이상 늘었고, 지급액도 꾸준히 오른 탓이다. 앞으로도 문제다. 고령화 속도가 세계에서 유례없이 빠르기 때문에 이대로 가면 2031년에는 지급 총액이 38조5000억 원으로 불어날 전망이다.그렇다고 기초연금의 필요성이 줄어든 것도 아니다. 노인 빈곤율은 여전히 OECD 최고 수준이다. 제도의 본래 목적이었던 노후 빈곤 완화는 여전히 유효하다. 그런 만큼 기초연금 개편은 노인 빈곤 완화라는 애초 목적에 충실하면서 효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진행될 필요가 있다. 기초연금 수급 대상자들의 소득 수준이 천차만별인 상황에서 모두에게 똑같은 액수를 지급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은 일리가 있다. 그러나 소득 하위 70% 대상과 기존 지급액은 유지하면서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은 노인들의 지급액을 증액할 경우 정부의 재정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결국 문제는 '더 줄 것이냐, 덜 줄 것이냐'가 아니라 '누구에게, 어떻게 집중할 것이냐'다. '하후상박'은 분배의 미세 조정일 뿐, 구조적 해법이 될 수 없다. 소득 수준에 따른 하후상박 논의와 함께 현재 하위 70%인 수급 대상을 좁히는 방안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제언이 나오는 이유다. 아울러 본인 부담이 없는 기초연금 급여 인상이 자칫 저소득층의 국민연금 가입률을 떨어뜨릴 우려가 있다는 지적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따라서 기초연금 개편은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하다. 재정, 연금 간 관계, 노동시장까지 함께 보는 종합적 접근이 필요하다. 근로소득과 국민·사적 연금으로 안정적인 노후 소득을 확보하는 노인의 비율을 늘리는 정책적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 이를 위해 노인 친화적인 노동환경 조성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 장기적으로 기존의 기초생활 보장제도와 기초연금을 통합해 노인 최소소득 보장제도를 신설할 필요성도 제기된다.기초연금 개편은 단순한 복지 조정이 아니라, 초고령 사회로 가는 대한민국의 재정과 사회계약을 다시 설계하는 문제다. 단기적 인기나 부분적 조정에 머물러서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 지금 필요한 것은 '얼마를 더 줄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지속가능하게 줄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 해법이다.
[사설] 호르무즈 '호위 연합' 딜레마, 시험대 오른 국가 전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일본·중국 등 약 7개 국가로 '호르무즈 호위 연합'을 구성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란의 해협 봉쇄로 원유 수송로가 막히자 이를 관리할 다국적 해군 운용 구상을 구체화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긍정적 반응을 보인 국가도 있고 꺼리는 국가도 있지만, 우리는 (참여 여부를)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에 대해선 이달 말 미·중 정상회담이 연기될 수 있다고 압박했고, 나토 국가들에 대해선 "미래에 매우 나쁜 영향"을 경고하기도 했다. 19일 백악관에서 열릴 미·일 정상회담이 '호위 연합' 구성에 중대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호르무즈 해협에 군함을 보내는 일은 우리로선 여러 변수를 함께 고려해야 하는 사안이다. 관세와 통상 문제까지 걸려 있는 동맹국 요청을 무작정 외면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특히 주한미군 역할 재조정을 포함한 '한미동맹 현대화' 협의가 진행 중인 상황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반면 미국의 일방적인 이란 공격에 대한 국제법상 논란이 존재하는 가운데 군사 자산 투입은 위험 부담이 큰 선택이다. 이란을 적으로 돌릴 수 있는 만큼 신중한 접근 필요성도 있다. 그러나 한국은 원유 수입의 70%를 중동에 의존하고 있고, 대부분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안전한 원유 수송은 곧 우리의 에너지 안보와 직결된다. 동맹관계와 안보, 경제적 국익이 복합적으로 얽힌 중층적 딜레마 상황인 셈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2020년 아덴만에 파견된 청해부대가 작전 임무 구역을 넓히는 방식으로 한국 상선 호위 임무를 수행한 전례를 거론한다. 당시 우리나라는 미국의 공동 방위 구상에 참여하지 않고 독자 파병 방식을 택했다. 일본도 자위대 정보수집 임무를 명분으로 독자 노선을 택했다. 그러나 미국이 '7개국 호위 연합' 구성을 명확히 하는 상황에서 같은 방식이 통할 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 그때는 위기 상황이었지만 지금은 전쟁 국면이다. 미국과 이란이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전쟁 장기화도 우려된다. 선박 보호 임무라도 우발적 무력 충돌로 비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냉정하게 볼 때 미국이 끝까지 군함 파견 요구를 접지 않는다면 우리의 선택지는 많지 않다. 감정이나 명분만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게 국제 현실이다. 특히 한국과 일본 등 거론된 동맹국들은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안보 무임승차' 비판을 받아온 나라들이다. 트럼프의 요구를 거부하면 관세나 방위비 협상 등 경제·안보 보복으로 되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그 점에서 섣불리 입장을 표명하기 보다는 최대한 신중히 협상에 나설 필요가 있다. 다른 국가들의 대응을 지켜보면서 제한적 참여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미국과 협의해야 한다. 한편으로 외교당국 차원에서 이란과의 대화의 끈을 놓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동맹국 입장을 최대한 고려하되 국익을 지키는 정교한 외교 역량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여야는 16일 군함 파견이 국회 비준 사안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헌법 제60조 2항은 국군을 외국에 파견할 때 반드시 국회 동의를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다. 소모적인 국론 분열을 막기 위해서라도 여야 합의와 국민 동의를 거치는 게 옳은 길이다. 파병 이슈는 이념이나 정파의 문제가 아니다. 정부는 동맹으로서의 책임과 장병들의 안전, 국가 이익을 모두 고려해 궁극적으로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전략적 결정을 내려야 한다. 정치권 역시 오로지 국익 차원에서 정부와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불확실성이 높고 선택이 어려운 순간일수록 국가의 전략적 지혜가 시험대에 오르는 법이다.
[사설] 정치 셈법 속에 데드라인 넘어가는 '행정통합'
지역 균형발전 차원에서 추진해 온 광역 행정통합이 전남·광주를 제외하고는 사실상 좌초될 위기에 놓였다. 경북·대구와 충남·대전의 행정통합특별법은 12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여야가 법사위에서 막판 조율을 시도했지만 입장을 좁히지 못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론적으로 행정통합의 마지노선은 4월 초다. 하지만 6월 지방선거 공천과 선거 준비 일정 등을 고려할 때 12일 본회의가 사실상 데드라인으로 여겨져 왔다. 충남·대전 통합을 전제로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했던 현역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는 등 해당 지역들에선 통합이 물 건너갔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고 한다.행정통합은 소멸위기에 처한 지방을 살리고 수도권 과밀화를 억제하기 위한 국가적 과제다. 이런 중대한 문제에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고 정치권 역시 필요성에 동의했다. 하지만 선거가 가까워지자 여야는 정치적 셈법에 매달리는 모습을 보여 왔다. 누가 출마할 수 있는지, 선거 전략에 어떤 이득이 있는지 계산하는데 급급한 것이다. 논의가 지지부진해진 데에는 일차적으로 국민의힘 책임이 크다. 경북·대구 통합을 반대했다 다시 찬성하는 등 우왕좌왕한 탓에 동력을 스스로 까먹었다. 민주당도 강세지역인 광주·전남 통합에는 속도를 내면서 다른 지역엔 더 엄격한 통합 기준을 내거는 등 이중적 태도를 보여 왔다. 전남·광주는 오는 7월 인구 317만의 '전남광주통합특별시'로 모습을 바꾼다. 중앙정부에서 일부 자치재정권을 넘겨받아 지역 재정을 확충하고,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할 여력도 커진다. 반면 경북·대구와 충남·대전의 경우 통합이 무산되면 상대적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정부가 약속한 4년간 20조원의 재정지원에서 배제되는 건 물론 예정됐던 국책사업이 취소될 가능성도 있다. 공공기관 2차 이전 대상자 선정에서도 배제될 수 있다. 지역 의사에 따라 통합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몰라도, 여야 입장 차로 주민들에게 피해가 돌아가게 해서는 안된다. 수도권 1극 체제를 해소하는 건 일시적 정책이 아니라 국익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해야 할 일이다. 국토의 11.8%에 불과한 수도권에 인구의 절반 이상이 몰리는 구조로는 미래 성장동력을 찾기 어렵다. 일본 등 여러 나라가 메가시티를 만드는 것도 같은 이유다. 특히 행정체계 혁신은 단번에 완성될 수 없고, 시간을 두고 보완해 가야 한다. 그런데 여야의 정치적 계산으로 행정통합 논의가 시작부터 왜곡된다면 국가적 손실이 아닐 수 없다. 남은 시간은 많지 않다. 오는 19일과 31일 본회의가 마지막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애초 통합 효과를 키우는 차원에서 3곳의 광역 통합이 동시 추진됐던 만큼, 지금이라도 경북·대구와 충남·대전을 함께 처리하는 게 원칙적으로 옳다. 그러나 끝내 동시 처리가 어렵다면 주민 찬성 여론이 높은 경북·대구 통합부터 먼저 처리하는 게 현실적 방안일 수 있다. 여야는 행정통합을 추진했던 초심으로 돌아가 당장이라도 초당적 협의에 나서야 한다. 여야가 '원포인트 합의'에 이른다면 3월 국회 내 법안 처리가 가능하다. 행정통합이 정쟁 속에 좌초된다면 그 책임은 오롯이 정치의 몫이 될 것이다.
[사설] '사법 3법' 시행…법원·헌재, 함께 법치 혼란 막아야
1987년 개헌 이후 약 40년 만에 사법제도의 근간을 바꾸는 이른바 '사법개혁 3법'이 12일 공포됐다. 법원 판결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판소원제', 판사·검사의 법 적용을 문제삼는 '법 왜곡죄'는 유예기간 없이 바로 시행에 들어갔다. 대법관 증원은 2년 후인 2028년부터 3년에 걸쳐 진행된다. 시행 첫날 조희대 대법원장이 이재명 대통령 사건 관련해 '법 왜곡죄'로 고발됐다. 난민 사건과 국가배상 지연 사건 등 10건 넘는 재판소원도 접수됐다.'사법 3법'은 국회 본회의 직전 법안 내용이 일부 수정될 정도로 충분한 공론 절차 없이 졸속 추진됐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문제는 후속 절차와 기준 역시 미비한 부분이 많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헌재가 재판소원을 받아들여 판결을 취소했는데 법원이 같은 판결을 다시 할 경우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규정이 없다. 판결 취소시 어느 심급에서 재판이 다시 열릴지도 불명확하다. 확정 판결을 소급해 취소할 경우 그 사이 이뤄진 행위의 법적효력 여부도 문제다. 법원과 헌재가 합의하지 못한 쟁점이 수두룩한데도 일단 시행하면서 보완하겠다며 '개문발차'부터 한 형국이다. 당장 우려되는 건 소송 폭주로 인한 헌재 기능의 마비 가능성이다. 헌재는 앞으로 연간 1만~1만5000건의 재판소원이 들어올 것으로 예상한다. 평균 접수 사건(약 3000건)의 3~5배 수준이다. 현재 대법원도 매년 4만 건의 사건이 몰리면서 재판 지연 문제가 심각하다. 헌재도 비슷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자칫 헌재 본연의 기능인 위헌법률심판이나 헌법소원 심리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재판소원제 역사가 오래된 독일의 경우 사전심사제도로 부적격 사건을 걸러내고 인용률도 3% 미만에 그친다. 헌재는 원칙적으로 대법원 확정 판결에 대해서만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하지만 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은 판례를 통해 만들어간다는 방침이어서 상당 기간 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법 왜곡죄'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판사·검사의 내심을 어떻게 판단해 어디까지 법 왜곡 행위로 볼 수 있을지 판별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1호로 고발된 것처럼 정치적 공방만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더 큰 문제는 시대상을 반영한 전향적 판결이 위축될 가능성이다. 법관들이 고소·고발과 형사 처벌을 우려해 기존 판례를 따르는 안전한 선택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법관의 재량권 침해를 막기 위한 보완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 이제 중요한 것은 '사법 3법'의 취지를 살리면서 혼선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재판소원이 사실상 '4심제'로 기능한다면 헌법상 사법 체계 원칙이 훼손되고 대법원의 권위 역시 약화될 수밖에 없다. 이를 막으려면 대법원과 헌재가 협력해 명확한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두 기관은 여러차례 갈등을 겪어 왔다. 과거 헌재가 '한정위헌' 방식으로 대법원의 확정판결을 뒤집은 적이 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사례도 있다. 최근 입법 과정에서 대법원은 헌재를 '정치적 재판 기관'으로 부르기도 했다. 법 시행 이후에도 두 최고 법원이 권한 다툼과 신경전을 이어간다면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 궁극적으로는 사법부에 대한 신뢰 하락으로 이어져 대법원도, 헌재도 존립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
[사설]능력 검증 K-방산, 규제 확 풀어 '성장 부스터'로 키울 때
LIG넥스원과 한화시스템 등이 만든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인 천궁Ⅱ가 중동에서 탄도미사일 요격으로 성능을 증명하면서 한국 방산이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앞서 K-9 자주포와 K-2 전차, FA-50 경공격기 수출에 이은 성과다. 제조 능력까지 전 세계에 각인시키면서 앞으로 드론·미사일 방어용 비호복합 등 다양한 한국산 무기체계의 도미노 해외 진출도 기대된다. 우리 방산은 앞으로 안보의 중추에서 미래성장산업으로 한단계 진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공지능(AI)·로봇·드론 등 4차산업혁명 기술기반의 미래 무기체계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제품을 지속적으로 내놓게 되면 그 시너지가 상당할 것이기 때문이다. 방산을 지속가능하고 안정적인 미래 핵심산업으로 키울 국가 대전략을 마련해야 할 이유다. 여기에 더해 세부적으로 드러나는 제도적 문제를 찾아내 해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국방부가 AI 무기체계나 드론 등의 신속 도입을 위해 2023년 개정한 훈령이 한 사례다. 군이 시범사업으로 특정무기체계의 활용성을 인정하면 수의계약을 허용해 계약기간을 단축하는 규제개혁 사례다. 하지만 대상을 훈령개정 이후 공모된 사업으로 한정하면서 정작 AI기술이 적용된 유·무인복합 공병전투차량, 저격용 열상조준경, 모의비행훈련체계를 비롯해 다족보행 전투로봇, 정찰드론, 저궤도 위성통신체계 등 미래형 제품이 제외됐다. 최근 방산업계가 제도 개선을 건의한 배경이다. 드론이 미래전장을 결정한다면서도 정작 국산 공격형 드론이 없는 것도 제도적 문제 때문이 아닌지 곱씹어봐야 한다. 지나친 책임추궁에 대한 우려 때문에 획득 당국이 안전한 외국산을 선호하면서 국내기업이나 스타트업이 과감하게 개발해볼 기회를 막았을 가능성이 있어서다. 기술 급변으로 군이 먼저 작전운용성능(ROC)을 제기하고 개발과 생산을 연구소·민간기업에 의뢰하는 방식은 혁신을 요구받고 있다. 미국 AI기반 방산업체 안두릴은 먼저 민간자본과 기술로 혁신적 AI 전장 운영체제와 자율무기체계, 드론 등을 개발한 뒤 미군에 역으로 도입을 제안했다는 사실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잇따른 방산 수출 성공에 샴페인을 터뜨리기에 앞서 보다 적극적인 규제개혁과 입법지원으로 '성장 부스터'를 제공할 때라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사례들이다. 능력이 증명된 K-방산에 국가 미래전략 차원에서 행정적·금융적 지원을 제공하고, 정부와 국회가 적극적으로 민원과 문제점, 입법 필요성을 찾아 해결하는 '방산 원스톱 서비스' 제공도 고려해볼만 하다. 이는 특혜가 아니라 안보 강화와 방산 성장, 미래산업 확보와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국가적 투자가 될 것이다.
[사설] 노란봉투법 시행…혼란 줄일 '절제와 상생의 지혜' 모아야
6개월간의 준비 기간을 거쳐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일명 '노란봉투법'이 10일 본격 시행됐다. 첫날부터 노동계 출정식과 집회가 이어지면서 산업 현장의 긴장이 커지고 있다. 민주노총은 이날 금속·공공운수·건설 등 산별노조를 중심으로 교섭 요구 공문을 원청 사업자 측에 보냈다. 900여개 사업장의 하청노조 조합원 13만7천여 명이 그 대상이다. 한국노총도 하청노조 교섭 지원 활동에 들어갔다. 산업계에선 올해 대규모 춘투(春鬪)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온다. 앞서 민주노총은 원청이 교섭에 응하지 않을 경우 7월15일 총파업을 예고했다. 경영계로선 시름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노란봉투법은 기존 노사관계의 큰 틀을 바꾸는 내용이다. 핵심은 '사용자' 기준을 원청으로 넓혀 하청 노동자의 교섭권을 보장하고, 사측의 과도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데 있다. 근로조건에 영향을 주는 경영상 결정도 쟁의 행위 대상에 포함시켰다. 2009년 쌍용자동차 파업, 2022년 대우조선해양 파업 등을 계기로 논의된 이 법은 지난해 8월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했다. 정부는 지난 6개월간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시행령을 손질하며 제도 시행에 대비해왔다. 그러나 노사 모두 문제제기를 할 정도로 법 시행 직전까지도 논란이 이어졌다. 이 법이 추진된 배경에는 노동시장 이중구조에 따른 임금 격차와 손배소 남용 논란이 있었다. 그렇다 해도 앞으로 갈등과 혼선이 예상되는 대목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법은 근로계약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실질적 지배력'이 있다면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규정했는데 그 판단 기준은 여전히 모호하다는 지적이 많다. 노동부가 지침을 통해 사용자의 예시를 들었지만 자동차·조선 등 실제 현장에선 훨씬 더 복잡한 원·하청 구조가 존재한다. 하청 노동자들 사이의 이해관계가 엇갈릴 경우 교섭단위를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역시 어려운 문제다. 경총이 노동계가 사용자 인정 가능성과 무관하게 원청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업들은 경영 활동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위기 대처 능력이 제한될 것을 우려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사업재편 과정에서 노사 갈등이 커지고 파업 리스크가 증폭될 가능성도 있다. 기존에는 임금과 근로시간 등이 주요 교섭 대상이었지만, 개정법 시행으로 인수합병, 매각, 해외생산시설 증설도 구조조정이 동반되면 파업 의제가 될 수 있게 됐다. 실제로 현대모비스 자회사 노조는 노란봉투법 시행 첫날 '램프사업 매각 불가'를 요구하며 집회를 열었다. 원청과 하청 간 임금·고용 이슈를 둘러싸고 '노노 갈등'이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회사가 줄 수 있는 파이는 어느정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이 심각할 경우 자동화나 시설 해외 이전으로 노동자 일자리가 줄어드는 역설적 현상이 벌어질 수도 있다. 노란봉투법은 노동시장의 양극화를 해소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단 노사 모두 열린 태도가 중요하다. 노조는 권한이 커진 만큼 책임도 자각하고 무리한 요구나 과도한 실력행사는 절제해야 한다. 경영계도 교섭을 회피하기보다 상생의 해법을 더 적극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필요한 건 정부의 역할이다. 분쟁의 빈틈을 줄일 상세한 지침을 마련하고, 필요하다면 보완 입법을 서둘러야 한다. 특히 교섭 대상 등 쟁점을 판단하는 노동위원회의 역할이 핵심이다. 노동위는 중재자로서 노사 어느 쪽에 치우치지 않는 공정하고 중립적인 판단으로 신뢰를 쌓아야 한다. 그런 믿음이 있어야 현장의 혼란도 줄일 수 있다. 기업의 경쟁력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건강한 노사관계를 구축하는 일에 노·사·정이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한다.
[사설] '자유의 방패' 훈련 시작…'AI 미래전' 대비 기회로
한·미가 9일부터 19일까지 진행하는 '자유의 방패' 연합훈련은 그 어느 때보다 복잡하고 불확실한 안보 환경 속에서 실시된다. 미·중 전략 경쟁과 북핵 위협,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더해 중동에선 인공지능(AI)과 미사일·드론·요격체계 등 최첨단 무기가 총동원된 새로운 전쟁 양상이 펼쳐지고 있다. 이번 훈련이 주한미군 전력의 순환배치가 가속화하는 상황에서 진행된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특히 이달 들어 오산공군기지에서 미군 대형수송기가 잇따라 이륙했다는 사실은 예사롭지 않다. 패트리엇(PAC-3),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에이태큼스(ATACMS) 전술 지대지 미사일 등 한국 내 미군기지의 핵심 전력이 중동 등지로 차출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실제로 미군은 지난해 6월 이란 핵시설을 폭격한 '미드나잇 해머' 작전 때 주한미군의 패트리엇 포대 2개를 중동으로 이동 배치했다가 같은 해 10월 복귀시킨 바 있다. 해외 주둔 미군을 필요에 따라 다른 지역으로 신속히 배치하는 것은 주한미군의 역할을 더는 한반도 방위에만 묶어두지 않고 다양한 지역에서 활용한다는 '동맹현대화'의 일환이다. 문제는 이러한 미국의 국방 전략 변화가 자칫 동북아와 한반도에서 힘의 공백을 부를 수 있다는 점이다. 이를 보완하고 북한 도발에 대비하려면 우리의 자체 방위 역량을 더욱 강화할 수밖에 없다. 아울러 육해공은 물론 사이버·우주를 포함한 전 영역에서 동맹과의 군사협력과 첨단기술 공유를 확대해 시너지를 높여야 한다. 이런 점에서 이번 연합훈련은 한층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특히 지난달 28일 시작된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격과 이란의 반격은 전쟁의 새로운 양상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AI를 활용한 집중감시와 정보 분석, 타격 대상 식별과 신속한 의사결정, 그리고 압도적인 정밀타격 능력 등이 결합된 기술집약적 속도전이 그것이다. 이러한 전쟁 방식은 한미 연합훈련을 통해 동맹으로부터 흡수해야 할 미래전의 핵심 자산이다. 드론과 미사일, 그리고 요격체계가 맞부딪히는 '창과 방패'의 소모전 양상 역시 한반도 방위 전략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야외 기동훈련까지 포함된 이번 연합훈련은 첨단 군사기술과 새로운 작전 개념을 실제 환경에서 접할 수 있는 자리다. 군은 이번 훈련을 해마다 반복해 온 의례적인 훈련이 아니라 우리 군의 독자적인 미래전 역량을 가늠해보고 첨단 전술을 적극적으로 습득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이는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준비하며 국방 역량 강화를 강조해 온 현 정부의 기조와도 맞닿아 있다. 전쟁의 양상이 급속히 변하는 시대다. 미래전을 준비하지 못한 군대는 전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사설] 기름값 단속, 시장교란 막되 가격통제는 신중히
중동 전쟁으로 인한 기름값 급등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서울 휘발유와 경유 가격은 6일 오전 기준 모두 리터(ℓ)당 1900원대를 넘어섰다. 하루 전보다 27.5~38.9원 오른 가격이다. 서울 휘발유 가격이 1900원을 넘은 건 3년7개월 만이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정부는 6일 일선 주유소를 대상으로 특별 점검에 나섰다. 이재명 대통령도 이날 "담합 가격조작은 대국민 중대범죄"라며 그 대가가 얼마나 큰지 알게 될 거라고 경고했다. 이 대통령은 전날엔 초강력 카드인 '최고가격 지정제'까지 언급했다. 한 번도 시행된 적은 없지만, 석유사업법(23조)에 따라 정부는 국민생활 안정을 위해 석유 가격을 통제할 수 있다. 대통령이 담합을 의심할 정도로 최근 기름값 상승세는 지나치게 가파른 측면이 있다. 국제유가 변동은 대개 2~3주의 시차를 두고 국내 가격에 반영된다. 그런데 중동 전쟁이 발발한 지 일주일도 지나기 전에 주유소 판매가격이 급격하게 올랐다는 것이다. 그 점에서 위기 상황을 악용하는 상술이나 시장질서 교란 행위가 없는지 살피는 건 당연한 조치다. 원가 상승분과 크게 차이나는 가격 인상이나 매점매석, 담합 행위는 엄중히 단속할 필요가 있다. 기름값 문제를 방관할 수 없는 건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고환율로 물가가 오르는 상황에서 에너지 가격 상승은 서민 경제의 어려움을 가중시킨다. 동시에 물류비와 생산비용을 끌어올려 물가 상승 압박은 더 커진다. 우리의 경우 최근 증시가 활황 국면을 보였지만 실물경제는 여전히 부진하다. 성장률은 1%대에 머물고 있고, 실질 소비지출도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경기침체 속에 물가가 계속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서라도 기름값 폭등부터 철저히 대비할 필요가 있다. 다만 취지 못지않게 방법론은 정교해야 하고, 시장 질서를 해치지 않아야 한다. 우선 정부가 가격을 직접 통제하는 방식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가격을 인위적으로 묶으면 공급 위축이나 암시장 형성, 유통 왜곡 같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과거 연탄가격을 통제했을 때도 비슷한 현상이 있었다. 일단은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는 불공정행위를 집중 단속하고, 가격 상한제는 최후의 수단으로 남겨둬야 한다. 정유사들이 시장 지배력을 이용해 국내 주유소에 가격 부담을 전가하지 않도록 할 필요도 있다. 한국주유소협회는 자료를 내 "가격 상승의 1차 요인은 정유사의 공급가격 인상"이라고 주장했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은 장기화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이 막힌 상황에서 전 세계는 에너지 확보 전쟁에 사활을 걸고 있다. 국제 유가가 계속 오르는데 국내 정유업계와 주유소를 압박해 기름값을 틀어막는 것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근본적 대책도 못 된다. 정부는 6일 아랍에미리트(UAE)로부터 600만 배럴 이상의 원유를 추가 도입키로 했다고 밝혔다. 쿠웨이트 원유 200만 배럴도 확보했다고 한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공급선 다변화와 전략비축 확대, 대체 에너지 개발 등 에너지 공급량을 늘리는 데 더 속도를 내야 한다. 그게 근본적 해법이다.
[사설]"저항군 우두머리""내란범"…대법원장에게 이런 공세까지
임기가 1년 넘게 남은 조희대 대법원장을 향한 여권의 공세가 거세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사법개혁에 대한 저항군 우두머리 역할을 하고 있다"며 "사퇴도 적절한 타이밍이 있다"고 말했다. 물러나라는 뜻을 노골적으로 밝힌 셈이다. 당 지도부에선 "역겹다" "썩은 냄새" 같은 표현까지 나왔다. 범 여권 모임은 대법원장 탄핵을 촉구하는 공청회도 열었다. 일부 참석자는 조 대법원장을 '중대 특수 범죄자' '내란범'으로 부르기도 했다. 조 대법원장이 민주당의 타깃이 된 건 지난해 5월 대선 직전 대법원이 이재명 대통령 선거법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한 게 계기가 됐다. 이후 민주당은 대법원장 청문회를 추진했고, 집권 이후에는 근거가 확인되지 않은 '조희대·한덕수 회동설'까지 제기했다. 논란이 커지자 지난해 9월 대통령실은 "대법원장 거취 문제를 논의한 적 없고, 앞으로도 계획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최근 국회를 통과한 '사법 3법'에 대해 조 대법원장이 공식적인 우려를 표하자 다시 사퇴 압박이 재개된 것이다. 위헌 논란까지 제기됐던 '사법 3법'은 5일 국무회의에서 원안대로 통과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하지만 법적 절차가 마무리됐다고 해서 바로 정당성까지 확보되는 건 아니다. 그동안 민변·참여연대 등 진보 성향 단체에서도 숙의가 더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 왔다. 이 대통령이 임명한 이석연 국민통합위원장은 "대한민국 법치의 수치"라며 강한 우려를 표했다. 이런 상황에서 여당 입법은 개혁이고, 사법부 수장의 문제제기는 저항이라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 많은 우려를 표한 정치권과 법조계, 언론, 진보성향의 단체까지 모두 '저항세력'이란 논리밖에 안된다. 정치권이 사법개혁을 논의하는 것 자체를 문제 삼을 순 없다. 사법부 역시 국민 신뢰 위에 서야 한다. 필요하면 입법을 통해 사법제도를 손질할 수 있다. 하지만 충분한 숙의 없이 제도의 근간을 바꾸는 건 위험하다. 더욱이 과격한 정치 언어로 특정 인물을 집중 공격하는 건 건설적 논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여당 지도부는 최근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 선고가 내려지자 형량이 가볍다며 "조희대 사법부를 그냥둘 순 없다"고 했다. 판사는 독립적 판결을 하도록 헌법에 규정돼 있는데, 갑자기 '조희대 책임론'이 나오는 건 비약이다. 같은 논리라면 과거 민주당 정권 때 임명한 대법원장이 하급심 판결에 영향을 미쳐 왔거나 책임을 져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법치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면 민주주의도 흔들린다. 정치권이 사법 불신을 키우고, 판결이 정치적 이해관계의 산물로 인식되기 시작하면 재판 결과에 대한 사회적 승복도 어려워질 수 있다. 헌법 제65조1항은 재판관·법관 등이 직무집행에 있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는 국회가 탄핵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만약 조 대법원장이 여기에 해당한다고 여긴다면 그 근거를 분명히 제시하고 헌법적 절차에 따라 판단을 구하는 것이 맞다. '저항 우두머리' 운운하면서 대법원장의 사퇴를 압박하는 건 또다른 '사법의 정치화'를 부르는 일이다.
[사설] 중동발 패닉, 한가한 정치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우려 속에 우리 금융시장이 크게 휘청이고 있다. 코스피는 4일 사상 최대 폭으로 떨어져 5100선마저 내줬다. 코스닥 지수도 최대 하락률을 기록했다. 올해 세계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던 한국 증시가 중동 사태 충격도 가장 크게 받고 있다. 원·달러 환율도 11개월 만에 최대폭으로 오르며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심리적 방어선인 1500선마저 뚫리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해외 출장을 늦추고 긴급 회의를 주재하기도 했다. 글로벌 투자기관들은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가 상당한 타격을 받을 거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중동 사태가 확전,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고유가·고환율·고물가 3고(高) 공포가 시장 전반에 번지고 있다. 금융시장을 넘어 실물경제 위축 우려도 커지고 있다. 그야말로 총체적 관리와 초당적 대응이 필요한 위기 상황이지만, 국익은 뒷전인 채 정쟁에만 몰두하는 한국 정치를 보면 절로 한숨부터 나온다.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기업들의 불안이 높아지고 있는데도 중동 사태의 파장 분석과 대응책 마련을 위해 머리를 맞대기는커녕 "이재명 독재 공화국" "윤 어게인을 향한 꼬리 흔들기" 운운하며 극단 대결의 관성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여론 압박에 밀려 미국 관세 압박의 빌미가 된 '대미투자특별법'을 9일까지 처리하기로 했지만 국익과 직결된 법안이 정치 거래 대상이 돼 지금까지 몇 개월째 처리되지 못했다는 사실 자체가 문제다. 이처럼 국익 보다는 당리당략만 앞세우는 행태가 만연해 있으니 중동발 경제·안보 복합 위기가 안중에나 있는지 의문이다. 앞으로 여야의 대치와 갈등은 더 심해질 공산이 크다. 지방선거가 석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정치권의 대결 수위는 더욱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당의 노선을 둘러싼 내홍 속에서도 전국 순회 집회까지 검토하며 투쟁 수위를 끌어올릴 분위기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통령 관련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를 추진 중이다. 하나같이 여야 충돌이 불가피한 사안들이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을 둘러싼 국제 환경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그야말로 초불확실성 시대다. 금융시장이 연일 '최대 충격' 기록을 새로 쓰고 있지만 앞으로의 전망도 밝지는 않다. 장기적 관점에서,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 특히 이런 때일수록 정부의 선제 대응과 국회의 협력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 우리 경제와 안보에 심대한 영향을 끼치는 사안이 발생하면 초당적 논의도 필요하다. 적어도 국가적 위기 앞에서 정치가 짐이 되는 일만큼은 없어야 한다.
[사설] 중동 전쟁 장기화 조짐…경제·안보 '복합 전략' 세워야
미국과 이스라엘 공습으로 시작된 이란 사태가 국지전을 넘어 중동 전쟁으로 번져가는 모양새다. 특히 이란의 보복 공격과 친(親)이란 무장세력 가세로 전쟁 장기화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전쟁 기간을) 4~5주로 예상했지만, 그보다 더 오래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란은 이스라엘 뿐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 등 이웃 걸프 9개국을 전방위로 공격하고 있다. 민간인 사상자가 나오고 공항이 마비되자 걸프 국가들도 보복을 검토하면서 중동 전역으로 전선이 확대되고 있다. 무력 충돌이 격화되면서 우려했던 호르무즈 해협 봉쇄도 현실화되고 있다. 이란 최정예부대인 혁명수비대(IRGC)는 2일(현지시각) "단 한 방울의 석유도 빠져나가지 못하게 모든 선박을 불태우겠다"고 위협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수송량의 20% 이상이 통과하는 곳이다. 한국은 원유의 70%, 액화천연가스(LNG)의 20%를 중동에 의존하고 있고, 이중 95%가 호르무즈 해협을 거친다. 외신에 따르면 이란 공격 전 60여 척에 달하던 통과 선박이 한자릿수로 줄었다고 한다. 이란은 1988년 이라크와 전쟁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에 기뢰 150개를 부설했다. 이번에도 기뢰로 선박 운항 속도를 늦춘 뒤 선별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미국과 이란의 충돌은 우리 경제와 안보 모두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당장 경제부터 빨간 불이 들어왔다. 코스피는 3일 큰 낙폭을 기록하며 6000선 아래로 떨어졌다. 코스피 '공포지수'도 코로나 팬데믹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1970년대 오일 쇼크가 다시 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고유가는 고물가와 고환율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연쇄적인 파장이 불가피하다. 불안한 정세 속에 방산 등 국내 기업이 중동 국가들과 진행해 온 프로젝트도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 전자·식품 등 중동에서 강세를 보이는 수출 산업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중동 관련성이 높은 산업과 수출기업에 대해 정부의 지원책이 시급해진 상황이다. 이번 사태가 한반도 안보 지형에 미칠 영향에 대한 정밀한 분석과 전략적 대비도 필요하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공개 행보를 보이며 짐짓 태연한 모습을 취하고 있지만 미국이 연달아 감행하고 있는 AI 등 새로운 차원의 군사 행동을 예의주시하며 전략적 생존 방안을 모색할 것이다. 핵무기 고도화 측면에서 이란에 비해 크게 앞서 있는 북한으로선 더욱 핵에 집착할 공산이 크다는 관측이다. 아울러 이달 말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이 예정돼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비공개 채널 가동에 나설 수도 있다. 일각에선 미국의 이란 공습이 장기화할 경우 주한미군 군사 자산이 중동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어떤 시나리오든 한국이 소외되지 않도록 미국과의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 중대 변수가 생길 때마다 허둥대는 외교로는 곤란하다.정부는 현재 경제부총리를 중심으로 비상 대응 체제에 들어갔다. 일단 정부와 민간이 보유한 2억 배럴(221일분)의 비축유가 완충장치로 작용할 것이라고 하지만, 에너지 공급을 다변화할 수 있는 방안을 늦지 않게 찾아야 한다. 중요한 건 이번 사태가 미치는 파장의 범위가 넓고 예측이 힘들다는 점이다. 과거 오일 쇼크는 공급 부족으로 시작해 금융 시장에 영향을 미쳤다. 이번엔 금융 시장이 먼저 요동치고 있다. 그만큼 위기의 결이 다르다. 특히 안보 이슈를 포함해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선제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이번 중동 전쟁은 힘의 국제질서가 본격화하는 역사적 시험대다. 단순히 상황을 관리하는 수준으로는 부족하다. 흥분하지 않되 경제와 안보를 아우르는 '복합 전략'이 나와야 한다.
[사설] 지리멸렬, 우왕좌왕…존립 기반 흔들리는 제1야당
제1야당 국민의힘이 존립을 걱정해야 할 만큼 무기력하다. 거대 여당은 법왜곡죄를 시작으로 재판소원 도입, 대법관 대폭 증원 법안까지 논란의 '사법 3법' 국회 통과를 밀어붙이고 있지만, 이를 견제해야 할 야당은 지리멸렬할 뿐이다. 대구·경북 행정통합 특별법 표결 과정에서는 당론과 소속 의원들의 입장이 뒤엉킨 채 우왕좌왕했다.민심은 냉정하다. 27일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22%로 민주당(43%)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지방선거 격전지로 꼽히는 부산·울산·경남(PK)에서는 25%에 그쳐 민주당(42%)에 17%포인트 뒤졌다. PK에서 이 정도 격차는 이례적이다. 전날 발표된 전국지표조사(NBS)에서도 국민의힘은 17%로 지난해 8월 장동혁 대표 취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12·3 비상계엄 이후 지지율보다도 낮은 수치다.이쯤이면 정당 존립 기반 자체가 흔들린다는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나 장동혁 지도부는 위기의식을 공유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 1심 선고 직후에도 "계엄은 내란이 아니다", "윤과 절연을 요구하는 세력과 절연" 등을 선언하고, 당내 비판 세력과의 건강한 노선 토론 대신 '친윤' 유튜버와 '윤 어게인' 세력에 기대는 모습까지 보였다. 의원총회는 노선과 전략을 두고 치열한 토론이 오가야 할 자리였지만 뚜렷한 방향 제시 없이 끝났다. 강성 당원 눈치를 보는 의원들의 침묵 속에 다음 총선 생존만을 염두에 둔 보신주의가 번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장 대표는 6·3 지방선거의 승패 기준을 서울·부산시장 선거로 제시하며 자신의 정치적 명운을 걸었다고 한다. 그러나 NBS 조사에서 국민의힘 대구·경북 지지율이 민주당과 같게 나올 만큼 보수의 심장부로 불려온 대구·경북에서도 균열 조짐이 감지된다. 심지어 대구시장과 경북지사 선거를 통합하지 않으면 대구시장도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마저 감돌고 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승부처는 서울·부산 운운하고 있으니 얼마나 안이한 현실 인식인가.장 대표의 정치적 운명은 알 바 아니다. 야당 역시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헌정 체제의 한 축이다. 야당이 무너지면 민주주의의 균형추도 함께 흔들린다.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오만해지고, 대안 없는 야당은 소멸의 길로 간다. 의석수의 많고 적음을 떠나 최소한의 지지 기반을 확보해 여당의 독주를 제어하고 합리적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제1야당의 존재 이유다.지금의 국민의힘은 그 책무를 다하고 있는가. 강성 지지층에 기대는 '윤 어게인' 노선으로는 중도 확장도, 정책 경쟁도 기대하기 어렵다. 입법·행정 권력에 이어 사법 영역까지 영향력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지방권력마저 일방으로 기울 경우, 권력 집중은 더욱 가속화될 수 있다. 제1야당의 붕괴는 한 정당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경고등이다. 국민의힘이 스스로를 쇄신하지 못한다면 6·3 지방선거는 심판을 넘어 구조적 재편의 분수령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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