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500만명 무너진 학생 수…반도체만 미래인가
전국의 초중고 학생 수가 사상 처음으로 500만명 아래로 떨어진 가운데, 정부가 '학교 통폐합'과 '소규모 혁신 학교' 운영이 보다 용이하도록 정책 수정에 나섰다고 한다. 올해 학생 수는 484만명으로 10년 전과 비교하면 100만명 넘게 감소했다. 학교는 그대로인데 아이들이 크게 줄면서 교육 체계의 변화도 불가피한 상황이다.급변하는 현장을 감안해 이번에 교육부가 학교 통폐합과 관련한 과거 기준을 폐지한 것은 시의적절하다. 기존에는 학부모 반발 등을 감안해 학생 수가 적은 학교도 유지했지만, 앞으로는 시·도 교육청이 지역별 특수성을 감안해 자체적으로 통합 절차 등을 마련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학생 수가 감소한 지역의 학교 통합과 거점학교 육성 등에 탄력이 붙을 수 있다.이번 결정은 단순한 행정 조치가 아니라 아찔한 '인구 절벽'의 단면을 또 한 번 드러낸 상징적 사안이다. 학생 감소로 곳곳에서 폐교를 걱정하는 학부모들이 증가하고 교과목 운영이나 급우 관계 형성, 진로 교육 등이 힘든 학교가 늘고 있다. 교육 붕괴를 막고,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선 줄어드는 학생에 맞춰 학교 구조조정과 혁신이 절실하다.문제는 학령 인구의 감소 추세가 더 가파를 수 있다는 우려다. 5년 뒤에는 400만명 선이 무너지고, 2035년까지 빠른 감소가 예상된다. 학교 통폐합을 넘어 보다 근본적인 교육 시스템 재설계가 필요하다. 이는 비단 교육부만의 숙제가 아니다. 학생 수 감소를 막으려면 근본적으로 '저출산 해법'을 강화하는데 국가적 역량을 더 쏟아부어야 한다. 최근 국민적 관심이 쏠리는 반도체와 인공지능(AI) 사업을 포함해 미래의 성장 동력을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반도체 육성에 인재가 필요하다'고 외치면서도 정작 학생과 학교가 사라지면 공허한 구호일 뿐이다.정부도 심각성을 감안해 국정 과제를 통해 아동 수당을 확대하고, 돌봄 서비스 지원을 강화하는 등의 저출산 대책을 추진 중이다. 다만 지금 펼치는 정책으로 가파른 학생 감소 추세에 대응할 수 있는지 점검이 필요하다. 국가의 역량 배분 측면에서 이대로 충분한지, 추가적인 대책과 예산 지원이 필요한지 등을 다시 짚어보자는 것이다. 민간이나 산업계와 공조할 수도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한∙일 저출산 대책 교류위원회'를 출범시켜 양국의 저출산 정책과 연구 경험을 공유키로 했다. 산업계 스스로가 저출산과 노동력 감소를 심각한 걸림돌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공장은 몇 년이면 지을 수 있지만, 아이들 교육과 인재 육성에는 십수 년이 걸린다. 학생 수 감소가 보내는 경고음을 흘려들어선 안 된다.
[사설]쿠팡 6247억 과징금, 책임 엄중히 묻되 법과 원칙은 냉정히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쿠팡에 6247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3750만 명의 개인정보가 외부로 새고 온라인 활동기록도 무단 수집한 데 따른 조치다. 단일 개인정보 사건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수천만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심각성을 고려하면 엄중한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하다. 개인정보 보호는 기업의 선택사항이 아니라 국민 기본권과 직결된 공적 의무다.조사 과정에서 드러난 사실들도 가볍게 넘길 수 없다. 퇴직자의 인증키가 장기간 방치됐고, 비정상적인 접속이 수개월 동안 이어졌는데도 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파기해야 할 탈퇴 회원의 개인 정보도 적절히 삭제되지 않은 채 남아 있었다. 내부 통제와 개인정보 관리 체계에 구멍이 뚫렸다고 볼 수밖에 없다. 플랫폼 기업이 방대한 이용자 정보를 기반으로 성장해 왔다면, 그 정보의 안전을 보장할 책임 역시 성장의 규모만큼 커져야 한다.다만 책임의 중대성과 제재의 적정성은 구분해 따져야 한다. 이번 과징금은 쿠팡의 연간 영업이익에 육박한다. SK텔레콤이나 카카오페이, 해외 빅테크 기업 등 국내외 유사사례와 비교해도 이례적으로 큰 액수다. 한 결혼정보업체의 경우 더 예민한 개인정보가 유출됐지만 과징금은 10억원대였다.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은 기업 매출액을 기준으로 과징금을 산정하고 있다. 유출 정보의 민감성이나 실제 피해 규모, 사고 이후 기업의 대응 노력 등이 얼마나 정교하게 반영되는지는 여전히 논란의 여지가 있다.결국 이번 처분의 최종 판단은 법정에서 가려질 가능성이 크다. 쿠팡이 행정소송 방침을 밝힌 만큼 과징금 산정 방식, 감경 사유, 유사 사건과의 형평성, 법 적용의 일관성을 놓고 치열한 법적 공방이 예상된다. 정부는 여론의 분노에 기대지 말고 법률과 증거로 처분의 정당성을 입증해야 한다. 쿠팡 역시 소송을 방패 삼아 책임을 희석하려 해서는 안 된다. 이용자 피해 구제와 재발 방지 대책, 독립적 보안 감사 등 신뢰 회복 조치를 병행해야 한다.이와 함께 경제와 통상에 미칠 영향도 면밀히 살펴야 한다. 쿠팡은 전국 물류망 확대와 대규모 고용을 진행하고 있는 기업이다. 일부 미국 정치권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만큼 불필요한 통상 마찰로 번지지 않도록 관리할 필요도 있다. 정부는 국내법에 따른 정당한 집행이라는 원칙을 분명히 하면서도 국제적 논란은 최소화해야 한다.이번 사건은 한 기업의 일탈을 넘어 디지털 경제의 규제 원칙을 묻는다. 개인정보 보호의 실효성을 높이면서도 제재의 형평성과 예측 가능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라는 과제를 던지고 있다. 상당 기간 이어질 법적 공방 속에서 우리가 얻어야 할 결론은 감정적 찬반이 아니라 보다 합리적이고 일관된 규제 기준일 것이다.
[사설]집권 2년차 할 일 태산인데, 심상찮은 與 파열음
6·3 지방선거가 끝나자마자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당권을 둘러싼 파열음이 터져 나오고 있다.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이재명계와 친정청래계가 선거 책임론을 놓고 정면 충돌하는 양상이다. 서울시장 선거 패배로 전체 광역단체장 선거 12대4 승리의 의미가 퇴색한 가운데 여권내 권력투쟁이 본격화하기 시작한 것이다.11일 비공개 의원총회에서는 친명계를 중심으로 정청래 대표 책임론이 쏟아졌다. 재선의 장철민 의원은 "정 대표가 당 대표에 다시 도전할 의사가 있다면 오늘이라도 사퇴해야 중립성을 유지할 수 있다"고 했다. 3선의 신정훈 의원도 지방선거 공천 과정에 대해 "결과와 과정이 굉장히 거칠었다"고 비판했다.앞서 황명선 최고위원은 "실패한 지도부의 한 사람으로 출마하지 않는 것이 도리"라며 정 대표를 겨냥했고, 대통령 측근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원로 박지원 의원은 정 대표의 사퇴와 불출마를 대놓고 촉구했다. 이에 친청계는 서울시장과 부산 북갑 등 주요 격전지 패배의 책임이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선택한 후보들에게 있다며 맞서고 있다. 선거 결과에 담긴 유권자의 뜻을 각자 유리하게 해석하며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이다.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관계가 심상치 않다는 해석도 끊이지 않는다. 이 대통령의 유럽 순방 출국 환송 행사에 정 대표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반면 차기 당권 주자로 거론되는 김민석 국무총리는 자리를 지켰다. 이 대통령이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지방선거 결과에 대해 "이겨야 할 곳을 졌다. 승리는 최소한 아니다"라고 평가한 것을 두고도 정 대표를 겨냥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급기야 정 대표와 가까운 민주당 대변인이 유튜브 방송에서 "윤석열이 당 대표를 찍어내려 한다고 비판했는데 대통령이 지금 그러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는 취지로 말했다가 사퇴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정 대표 역시 "대통령의 평가에 공감한다"면서도 "국민은 영원하고 정권은 짧다"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문제는 이런 권력 다툼이 국민에게 어떤 모습으로 비치느냐다.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는 이 대통령 국정 지지율이 9% 포인트 가량 하락했다.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지방선거를 통해 드러난 민심의 경고에도 여권이 민생과 국정보다 책임 공방과 당권 경쟁에 더 몰두하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이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국민께 죄송하다"고 언급한 것도 이런 여론의 흐름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집권 2년차는 5년 임기 중 가장 많은 성과를 내야 하는 시기다. 할 일이 태산이다. 이 귀중한 시간을 여권이 내부 권력다툼으로 허비했다간 민심의 경고는 더 큰 질타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사설]이번엔 기본소득까지…점점 더 혼란스런 '초과 이익' 논의
'초과 이익을 나누자. 사회연대임금을 하자. 초과 세수를 국부 펀드에 넣자. 기본소득의 재원으로 쓰자. 지역 균형을 위해 공장을 짓자.' 초호황 가도를 달리는 반도체 산업의 대규모 이익을 분배하자는 논의가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영국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에서 "초과 이익 일부를 일반 대중에게 분배하기 위해 기본소득 지원금과 같은 새로운 메커니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앞서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초과 이익 논쟁은 신중해야 한다'던 입장과는 결이 다르다. 청와대는 향후 직면할 수 있는 시대적 과제를 말한 것이라고 추가 설명을 내놓았다.이 대통령이 언급한 기본소득은 지난달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거론한 '사회연대임금'과는 또 다른 개념이다. 김 장관은 반도체 대기업의 초과 이익을 하청업체와 나눠 임금 격차를 축소하자면서 연대임금 논쟁을 촉발했다. 이후 논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구윤철 경제부총리는 '초과 세수' 개념을 꺼내면서 국부 펀드에 넣어 미래 투자에 활용하자고 제안했다. 며칠 전에는 대통령도 기자회견에서 초과 세수를 언급하면서 성장 잠재력을 키우는 데 쓰자고 했다. 그러더니 이번 인터뷰에선 초과 이익을 언급하며 자신의 오랜 정책 구호인 기본소득 개념을 다시 꺼낸 것이다. 기업이 거둔 초과 이익, 그리고 정부가 걷은 초과 세수는 전혀 다른 개념인데도 최근 논의에선 두 가지가 뒤섞이거나 함께 쓰이면서 혼란을 키운다. 반도체 산업이 국가적 지원을 한 축으로 삼아 성장했다는 점에서 이익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할 수 있다. 또 반도체 활황으로 늘어난 세금을 정부가 필요한 곳에 예산으로 책정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부분을, 얼마나, 어떻게 나눌지 정부 내부에서도 여러 목소리가 나오는 것에 혼란스러워하는 국민이 많다.특히 초과 이익의 경우 명확한 개념 정립부터 필요하다. 아울러 재원을 어디에 쓰려고 하는지도 더 구체적이고 통일된 내용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격차 해소, 미래 투자 등 다양한 활용처를 원한다면 그대로 국민에게 설명하고 동의를 구하면 된다. 초과 이익의 기준과 규모, 용처를 정할 때도 이익 주체인 기업들과 대화하고 협의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새롭게 떠오른 반도체 공장 문제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호남에 반도체 공장을 지을 것이라는 얘기가 정치권 안팎에서 나온다. 이에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는 환영론과 지역 안배를 벗어나 철저하게 기업 자율에 맡기라는 주문이 맞서고 있다. 최태원 회장은 "무조건 한국에만 짓는 건 아닐 수 있다"면서 일본을 후보 지역의 하나로 언급했지만, 김민석 국무총리는 한국에서 안 된다는 생각 대신 "어떻게 한국에서 되게 할 것인가를 대화해야 한다"고 했다. 오는 29일 청와대에서 정부와 주요 그룹 총수들의 간담회가 열린다고 한다. 기업 입장을 경청하면서도 필요한 지원을 제시해 국내 최적의 입지에 공장을 짓도록 하는 것이 최선책일 수 있다.이런 모든 논의에서 간과하면 안 될 것은 반도체 이익의 영속성 여부다. 지금의 호황을 새로운 밑천으로 삼아야 끊임없이 분배할 이익도 생길 수 있다. 파이를 키우는 전략보다 나누는 논의가 앞서면, 초과 이익도 반도체 신공장도 공허한 구호에 그칠 것이다.
[사설]국힘 원내대표에 '당권파' 정점식…쇄신이 우선이다
국민의힘 신임 원내대표에 3선의 정점식(경남 통영·고성) 의원이 10일 선출됐다. 국민의힘이 6·3 지방선거에서 광역단체장 16곳 중 12곳을 내주며 사실상 참패한 지 불과 일주일 만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가까운 정 신임 원내대표는 장동혁 대표 체제에서 정책위의장을 지낸 친윤 당권파로 분류된다. 이번 선출은 위기 상황에서 당내 결속과 안정을 우선시한 선택으로 읽힌다.그러나 민심의 매서운 심판 직후 치러진 당내 경선이라는 점에서 과감한 쇄신보다 현 체제 유지에 무게를 둔 것 아니냐는 비판도 피하기 어렵다. 지방선거 결과가 보여준 민심은 분명하다. 뼈를 깎는 변화다. 정 원내대표가 당선 직후 "특정 세력에 휘둘리지 않겠다"고 밝힌 만큼 계파를 넘어 당의 쇄신을 이끌어내는 것이 그의 첫 번째 과제가 돼야 한다.더 큰 문제는 선거 패배의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할 장 대표의 태도다. 장 대표는 당 안팎에서 제기되는 사퇴 요구에 대해 "객관적인 데이터를 보라"며 일축하고 있다. 서울시장 선거 등 일부 지역 승리를 근거로 전체 선거 결과를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장 대표가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빌미로 '전국 재선거' 와 사전투표제 폐지를 주장하는 것 역시 선거 패배 책임을 외부로 돌리려는 꼼수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선거 책임론을 둘러싼 갈등이 장기화될수록 당의 공백과 혼선만 깊어질 뿐이다. 적당한 봉합은 답이 아니다. 장 대표의 거취 문제 외에도 부산 북갑 보궐선거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된 한동훈 의원의 복당 문제 등 당내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는 이슈들이 한둘이 아니다. 정 원내대표는 "친윤 계파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민이 중요하게 보는 것은 계파의 명칭이 아니라 실제 운영 방식이다. 정 원내대표는 당내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본인의 다짐대로 '집단 지성'을 이끌어내야만 '도로 친윤당'이라는 안팎의 우려와 비판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국민의힘은 정부·여당을 견제하며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야당 본연의 역할도 회복해야 한다. 실력 면에서도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존재감을 보여줘야 한다. 극우 지지층이나 강성 지지층에 휘둘리지 않고 상식과 책임의 정치로 돌아가는 것, 그것이 국민의힘이 이번 선거 패배 이후 가장 먼저 답해야 할 과제다.
[사설]"정말 어렵다"…다시 시험대 오른 부동산 세제
부동산 시장의 이목이 다음 달 발표될 '세제 개편안'으로 쏠리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우리나라의 보유세가 대체로 낮다"며 세금 강화 의지를 재차 천명했다. 구체적인 정책 방향도 하나둘 거론되고 있다. 보유세의 경우 이른바 '똘똘한 한 채'로 불리는 고가 1주택자와 다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강화에 무게가 실린다. 거래세와 관련해선 비거주 소유자의 양도소득세 혜택을 축소하는 방안 등이 언급된다.이 대통령은 대선 당시 세금으로 집값을 잡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올해 들어서는 보유세와 장기보유특별공제 등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취지의 글을 계속 올려왔다. 세제 손질 의지를 공개적으로 강조한 것이다. 이번 기자회견에서도 "(부동산은) 정말 어렵다. 묘하게 소위 개혁 정부가 들어서면 올라간다"고 토로했는데, 기대와 달리 좀처럼 잡히지 않는 시장 상황이 잇따른 세금 관련 발언의 배경으로 보인다.정부의 목표는 세제를 통해 투기적 수요를 억제하는 것이다. 그래야 부동산 시장이 실거주 위주로 재편되고, 가격도 안정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다만 몇 가지 짚어볼 대목이 있다. 우선 보유세와 거래세 부담을 동시에 강화할 경우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이다. 매물의 퇴로를 막아 정책 효과는 거두지 못한 채 오히려 가격 상승을 부추길 가능성을 면밀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예컨대 종부세 부담이 커진 집주인이 주택 매도 대신 '버티기'를 선택할 경우 임차인에게 부담을 전가해 전월세 가격을 자극할 수도 있다. 양도소득세 강화 역시 자연스럽게 거래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지난달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재개된 이후 매물이 잠기면서 서울 아파트값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억울한 1주택자들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실거주하지 못한 이들은 투기 세력과 같은 잣대로 평가받으며 세금을 더 내야 하는 상황을 납득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은퇴자들 역시 수십 년 살아온 집의 보유세 부담이 늘어나는 데 강한 불만을 가질 수 있다. 재정경제부는 주택의 '매입-보유-매도'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서 부담하는 '총 세금'을 기준으로 제도를 설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다양한 시장 불만과 요구, 집값 안정 효과 등을 면밀히 따져 합리적이고 지속 가능한 대안을 내놓길 바란다. 더 중요한 문제는 공급이다. 투기적 수요만으로 주택 가격이 상승한 것은 아니다. 정부는 2030년까지 수도권에 135만 가구를 짓기로 했고, 도시형 생활주택 같은 비아파트 공급을 확대해 주거 사다리를 놓겠다고 했지만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다. 특히 가격 상승의 진원지인 서울에서는 신규 택지가 부족하고, 실수요자들이 선호하는 지역의 아파트 공급도 충분치 않다. 이 대통령도 기자회견에서 "신축이든, 택지 개발이든, 재건축·재개발이든 속도를 내서 빨리 하자"고 했다. 균형 있는 세제 개편과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공급 대책을 지속적으로 일관성있게 추진하는 것, 그것이 궁극적으로 집값 안정의 목표를 달성하는 해법일 것이다.
[사설]선관위 사태, 정쟁 소비 말고 시스템 혁신 집중해야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계기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총체적인 관리 부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선관위는 투표용지가 부족했던 투표소를 처음 14곳이라고 밝혔다가 50곳, 다시 91곳으로 정정했다. 선거 당일 준비 부족에 이어 사후 현황 파악 과정에서도 혼선을 빚은 셈이다. 주요 선거 때마다 휴직자가 급증해 온 실태도 확인됐다. 선거가 끝난 뒤에도 문제점이 잇따라 불거지면서 국민적 불신은 커지고 있다. 2030 청년들을 중심으로 개표소 항의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 점은 예사롭게 넘길 일이 아니다.이번 사태는 특정 직원이나 개별 투표소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 운영과 관리 체계 전반의 구조적 허점을 드러낸다. 선관위를 둘러싼 논란 역시 채용 비리와 내부 통제 부실, 폐쇄적 조직 문화 등 수년째 이어져 온 문제들이다. 그럼에도 개혁 논의는 매번 동력을 잃어왔다. 특히 헌법재판소가 감사원의 직무감찰에 대해 독립성 침해를 이유로 위헌 결정을 내린 이후, 선관위는 외부 통제 강화나 감사 제도 도입에 대해 소극적이거나 반대 입장을 보여 왔다. 결국 개혁 논의는 독립성과 통제의 충돌 속에서 실질적 진전을 이루지 못한 채 제자리걸음을 이어왔다.이제 필요한 것은 철저한 진상 규명과 제도 개혁이다. 선관위 관련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정치권은 각종 개혁 법안을 쏟아냈지만 실제 입법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선거 관리 실태를 상시 점검하는 특별감사관 제도, 외부 인사 중심의 감사위원회 설치 방안도 국회 상임위에 장기간 계류돼 있다. 선관위의 책임이 가장 크지만 개혁 과제를 방치해 온 정치권의 책임 역시 가볍지 않다. 말뿐인 쇄신으로 끝난다면 유사한 논란은 다음 선거에서도 반복될 수밖에 없다.개혁의 방향은 분명하다. 선거 준비와 위기 대응 절차를 표준화하고 투표용지와 선거인명부, 개표 관리 전 과정을 외부에서 상시 점검할 수 있는 감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관리 소홀이나 보고 누락이 확인될 경우 책임을 명확히 묻는 제도적 장치도 필요하다. 대법관과 지역 법원장이 선관위원장을 비상임으로 겸직하는 관행 역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독립성은 지키되 책임성과 투명성은 높이는 방향으로 선관위 운영과 선거 관리 체계를 전면 재설계해야 한다.다만 개혁 논의가 부정선거 음모론이나 정파적 공방으로 흐르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전국 단위 재선거 주장이나 근거 없는 의혹 확산은 문제 해결보다 사회적 불신을 키울 가능성이 크다. 재선거 여부는 법률이 정한 절차와 증거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국정조사와 수사 역시 정치적 유불리가 아니라 사실관계 규명과 제도 개선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별건 수사나 책임 떠넘기기식 결론으로 끝나서도 안 된다.이번 논란의 본질은 특정 정당의 이해관계가 아니라 국가 선거 시스템의 실패에 있다. 정치권과 선관위는 책임 공방에 머물 것이 아니라 국민이 안심하고 투표할 수 있는 선거 관리 체계를 복원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그런 기본 시스템을 바로 세우라는 게 개표소 항의 시위에 나선 2030 청년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이다. 이번 일을 또 하나의 정쟁 소재로 소비한다면 무너진 신뢰를 회복할 기회마저 잃게 될 것이다.
[사설]숙제 남긴 '삼소 회동'…AI 동맹은 강화, 의존은 피해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의 3박 4일간의 방한 일정이 마무리되면서 다양한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는 국내 대기업 총수들과 잇따라 회동하며 주목을 받았고, 삼겹살과 소주를 곁들인 이른바 '삼소 회동'과 야구장 시구 등 친근한 행보로도 관심을 끌었다. '동맹'이라는 표현이 과하지 않을 정도로 그가 한국에 보낸 러브콜은 국내 인공지능(AI) 산업에 큰 기회가 될 수 있다.특히 이번 방한을 통해 AI 협력의 범위가 메모리 반도체를 넘어 산업 전반으로 확장됐다는 점은 의미가 크다. 화제를 모은 삼소 회동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뿐 아니라 이해진 네이버 의장도 참석했다. SK텔레콤과 네이버는 엔비디아 제품을 공급받아 차세대 지능형 데이터센터인 'AI 팩토리'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현대차와 LG그룹은 로보틱스를 포함한 '피지컬 AI' 분야를 주요 협력 과제로 삼고 있다.화려한 협력의 장면 뒤에는 냉철한 이해관계가 자리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AI 칩을 지속적으로 생산하고 판매해야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다. AI 생태계 역시 자사에 유리하게 짜일수록 이익이 커진다. 문제는 AI 팩토리나 로보틱스 같은 차세대 사업을 추진하려면 엔비디아에 없는 기술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그래서 손을 내민 상대가 바로 '한국 제조업'이다. 한국 기업에 칩을 공급하는 동시에 핵심 파트너로 끌어들이는 셈이다. 물론 한국 기업이 얻는 이익도 크다. AI 공급망의 절대 강자인 엔비디아 생태계 안에서 선도적 사업자로 활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AI 팩토리가 성공할 경우 SK와 네이버의 기대처럼 세계 곳곳에 수출을 할 수도 있다.그러나 여러 이해득실을 떠나 놓쳐서는 안 될 대목이 있다. 협력은 강화하되 의존은 경계해야 한다는 점이다. 조준희 한국인공지능·소프트웨어산업협회 회장의 쓴소리가 대표적이다. 그는 지배적 칩 사업자에게 한국의 독자적 로보틱스 모델이 종속되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고 했다. 현대차의 AI 로봇 사업 등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변화무쌍한 AI 생태계에서 특정 사업자와의 밀착이 지나치게 확대되면 오히려 성장 전략에 제약이 될 수 있다는 경고이기도 하다.현 시점에서 엔비디아와의 협력 구축은 선택이 아닌 필수로 보인다. 그러나 협력이 의존으로 변질되면 한국의 AI 경쟁력과 기술 주권은 약화될 수 있고, 'AI 3대 강국'이라는 국가적 목표도 빛을 바랠 것이다. 협력은 두텁게, 의존은 최소한으로. 이것이 화제의 '삼소 회동' 이후 우리가 지켜야 할 원칙이다.
[사설]李 '겸손' 다짐…공소취소는 '법과 상식' 따른다는데
이재명 대통령이 8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 대통령은 6·3 지방선거 결과와 관련해 "국민이 저 또는 이 정권에 주는 경고"라며 "더 낮은 자세로 더 겸손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여당의 기대에 못 미친 성적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민심을 무겁게 받아들이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한 청년들의 강한 문제 제기에 대해서도 "나 역시 '주권 감수성'이 부족했던 것 아닌가 하는 반성이 들었다"고 했다.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 뒤늦었지만 필요한 자세였다.하지만 일부 정책에 대한 평가는 이런 겸손한 다짐과 적지 않은 간극을 드러냈다. 특히 서민 삶과 직결된 부동산 정책에 대한 인식은 민생 현장의 체감과 괴리가 있어 보인다. 이 대통령은 지난 1년간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상승 압력을 나름 잘 막아왔다"고 자평했다. 전세 품귀 현상에 대해서는 "대한민국에만 있는 일종의 사금융인데 사라져가는 추세"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 서민들이 겪는 현실은 전·월세 불안과 주거 부담이다. 실효성 있는 공급 대책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어떤 정책적 처방도 국민의 체감 온도를 높이기 어렵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특히 가장 예민한 이슈 가운데 하나인 공소취소 문제에 대한 대통령의 발언은 아쉬움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여당이 추진 중인 이른바 '조작 기소 특별검사' 도입에 대해 "(진상규명을) 안 할 수는 없는 것", "법과 상식대로 잘못된 게 있으면 바로잡으면 되는 것이고 잘못된 게 없으면 그대로 두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의 공소 취소 권한까지 특검에 부여하는 특검법 처리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공소취소 권한을 누가 행사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은 채 "(특검 수사) 결과를 보고 판단하면 된다"는 원론적 입장만 내놓았다.공소취소 논란은 이번 선거 과정에서도 적지 않은 논란과 우려를 불러온 쟁점이었다. 그런데도 이 대통령은 "(검찰 기소에) 객관적으로 문제가 있어 보이는 것들이 꽤 많다"며 '조작기소 특검' 도입에 힘을 실으면서도 정작 특검에 공소취소 권한을 부여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러니 "결국 특검에 의한 공소취소 의지를 접지 않은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게 아니라면 공소취소 권한 문제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밝힐 필요가 있다. 그것이 대통령이 강조한 '낮은 자세'이자 법과 상식에 부합하는 태도일 것이다.이 대통령은 회견에서 '초격차 산업강국', '규범과 규칙이 지켜지는 정상사회' 등 4대 국정 목표를 제시했다. 집권 2년 차인 올해를 '대체 불가 대한민국'의 담대한 꿈이 시작되는 해로 만들겠다고도 했다. 한성숙 국무총리 후보자 지명에 대해서는 "결론은 일할 사람을 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과 중심의 국정 운영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집권 2년 차는 성과를 내야 하는 시기다. 치밀한 이행 전략으로 국정 과제의 실행력을 높여야 한다. 취임 당시 약속했던 '모두의 대통령'이라는 초심이 말이 아니라 정책과 국정 운영으로 증명되길 기대한다.
[사설]아침마다 노심초사, 37조원 빚투 어쩌나
코스피 8000선이 무너지면서 투자자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8일 증시에선 20분간 주식 매매를 중단시키는 서킷 브레이커도 석 달 만에 다시 발동됐다. 이날 '검은 월요일'은 예고됐었다. 앞서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최대인 10% 급락했기 때문이다. 이후 주말 사이 인터넷 종목 토론방은 노심초사하는 투자자들로 넘쳤다. 특히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락률을 2배로 따라가는 레버리지 상품에 투자한 이들의 공포가 확산했다.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가장 우려되는 것은 이른바 '빚투'다. 대출받아 투자한 빚투가 무려 37조원에 이른다. 통장을 깨고 증시로 향하는 투자 행렬은 최근에도 멈추지 않는다. 은행권 신용대출은 이달 들어 사흘 만에 1조원이 늘었다고 한다. 자금 상당액이 증시에 투입된 것으로 파악된다. 빚투가 늘면 주가 하락 시 대출금 상환을 못해 증권사가 강제로 매도하는 '반대매매'가 증가하고, 이것이 다시 주가 하락을 부추기는 도미노 충격을 부를 수 있다.경고음이 울리고 있는데도 개인 투자자 매수세는 수그러들지 않는 것도 걱정스럽다. 8일에도 외국인들이 21일 연속 매도에 나선 가운데, 개인이 이 물량을 받아냈다. 떨어질 때 더 산다는 이른바 '물타기' 또는 '저가 매수' 투자가 확산하면서 하락장에서도 과감하게 주식을 매입하고 있다.주가 변동에 대한 정부의 시각은 비교적 낙관적인 듯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국내 증시가 "아직도 저평가된 상태"라면서 최근 변동성 역시 대폭락이 아닌 "적정한 가격 균형점을 찾아가는" 숨 고르기로 평가했다. 모든 투자자도 그러기를 바랄 것이다. 실제로 반도체 기업을 포함해 국내 상장사들의 2분기 실적이 탄탄한 만큼 다시 상승세를 회복할 것이란 전망도 많다.하지만 증시 앞에 놓여있는 부담스러운 외부 변수들도 적지 않다.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 미국-이란 전쟁의 장기화 등이 그렇다. 17년 만에 최고치를 이어가는 원·달러 환율도 마찬가지다.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팔면서 원화 가치가 떨어지고 환율이 상승하는 가운데, 역으로 환율 상승에 따른 환차손 우려가 추가 매도를 유발하는 악순환 우려도 제기된다.금융위원회는 최근 반도체 레버리지 ETF의 과열 조짐과 관련해 투자업계 관계자들을 불러 점검 회의를 했다. 출시 직후 수조 원의 개인 자금을 빨아들인 상품이다.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금융 당국이 더 적극적으로 빚투 현황에 대한 모니터링과 관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증시 전체의 장기적 미래를 낙관할 수는 있겠지만, 빚투의 위험은 방관해선 안 된다.
[사설]시진핑 방북…더 절실해진 한·미·일 공조
중국 당국과 북한 관영 매체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6월 8~9일 평양 국빈 방문을 공식 발표했다. 시 주석의 평양행은 지난 2019년 6월 이후 7년 만이자, 김정은 집권 이후 두 번째다. 이번 발표가 중국 외교부가 아닌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중련부)를 통해 나온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번 방북이 단순한 국제 외교를 넘어, 사회주의 동맹 특유의 '북·중 양측 간 전략적 교류'의 성격을 띠고 있음을 보여준다. 두 정상의 만남은 지난해 9월 베이징 정상회담 이후 9개월 만이다. 이번 방북의 일차적 배경은 북한과 러시아가 군사·안보 협력을 대폭 강화하며 밀착하는 최근의 정세와 맞물려 있다. 북·러가 밀착 행보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북한의 최대 교역국이자 후원국인 중국의 최고 지도자가 직접 등판해 우호 관계를 재확인하고 한반도 문제에서 여전한 '중국 영향력'을 과시하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올해는 '북·중 우호협조 및 상호원조조약' 체결 65주년이라는 정주년(5·10년 단위로 꺾어지는 해)이기도 하다. 양측은 이를 계기로 전통적인 우호관계와 동맹 의식을 대내외에 과시하는 상징적 무대로 이번 방북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주목해야 할 점은 이번 방북이 최근 열린 미·중 정상회담과 중·러 정상회담 직후 이뤄진다는 사실이다. 시진핑이 지난달 1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담한 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이어 김정은까지 단기간에 만나는 것은 중국을 중심으로 한 북·중·러 3각 연대를 강화하겠다는 의미다. 지난해 중국 전승절 3국 정상 동시 참석에 이어 북·중·러 연대 강화의 결정판이 이번 시 주석의 방북이라고 할 수 있다. 북·중·러 밀착과 더불어 특히 걱정스러운 대목은 시 주석 방북이 중국이 북한 핵개발을 사실상 용인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는 점이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 3일 새 핵물질 생산공장을 시찰하며 핵무력 강화 의지를 재확인했다. 시 주석의 방북 직전 핵시설 공개 방문은 핵보유국 지위를 굳히려는 의도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중·러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문제를 거론하지 않은 채 대북 제재 반대 입장을 강조한 것도 이같은 관측을 부추겼다.정부는 북한의 고도화되는 핵 위협에 비례해 북핵 폐기의 목소리를 더욱 단호하게 높여야 한다. 유엔 안보리 결의의 확고한 이행에도 앞장서며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 전선을 주도해야 한다. 이런 엄중한 시기에 한·미 동맹의 이상기류는 우려스럽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구성 핵시설' 발언, 미국의 대북 정보 공유 제한 등으로 불협화음을 낸 데 이어 한·미는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시점을 놓고 이견을 드러내고 있다. 당장 눈앞에 닥친 외교적 과제는 명확하다. 한·미 동맹의 균열을 조속히 수습하고, 한·일 안보협력은 물론 한·미·일 다자 공조 체제를 그 어느 때보다 빈틈없이 강화해야 한다. 아울러 정부는 굳건한 한·미·일 3국 안보 공조를 바탕으로, 중국을 향해 '한반도 비핵화 견인'이라는 책임 있는 역할을 압박하는 대중 외교 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사설]조정식 국회의장, '협치 복원' 책임 무겁다
제22대 국회 후반기를 이끌 국회의장단이 5일 본회의에서 선출됐다. 지금 국회는 극심한 진영 대립 속에 협치가 실종됐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입법부 수장이자 국가 의전서열 2위인 국회의장의 책임은 어느 때보다 무겁다. 국민이 신임 의장에게 거는 기대도 분명하다. 특정 정파의 이해관계를 넘어 의회민주주의의 본질인 대화와 타협을 복원하는 일이다.이번 6·3 지방선거는 정치권에 분명한 메시지를 던졌다. 민주당은 전국적으로 우위를 점하며 국정 운영의 동력을 확보했다. 그러나 정치적 상징성이 큰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다른 결과가 나왔다. 유권자들은 국정 안정에 힘을 실어주면서도 권력 집중에 대한 견제 의사를 함께 보여줬다. 여당에는 책임을, 야당에는 쇄신을 요구한 복합적 메시지였다.지방선거가 보여준 민심은 후반기 국회에도 예외일 수 없다. 여당이 압도적 의석수만 믿고 쟁점 법안을 밀어붙이거나, 야당이 대안 없는 반대와 장외투쟁에 매달리는 것은 국민이 원하는 정치가 아니다. 그 첫 시험대가 원 구성 협상이다. 법제사법위원장 등 주요 상임위원장 배분을 둘러싼 충돌이 벌써 예고되고 있다. 대통령 관련 공소취소 논란과 검찰개혁, 개헌 문제 등 여야가 첨예하게 맞설 현안도 적지 않다. 자칫 후반기 국회 역시 시작부터 정쟁의 늪에 빠질 수 있다.이럴 때일수록 국회의장의 중재 역할이 중요하다. 국회의장은 다수당을 대변하는 자리가 아니다. 다수의 힘이 민주주의의 원칙을 벗어나지 않도록 조정하고, 소수의 목소리가 배제되지 않도록 보호하는 자리다. 국회법이 의장의 당적 보유를 금지한 것도 그 때문이다. 의장석에 앉는 순간 정당이 아니라 국회 전체를 대표해야 한다.그런 점에서 조정식 신임 의장이 당선 인사에서 국민주권과 사회적 대화, 민생 입법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은 의미가 있다. 개헌 역시 후반기 국회가 외면할 수 없는 과제다. 그러나 국회의장의 역할은 입법의 속도를 높이는 데 있지 않다. 첨예한 갈등을 조정하고 여야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있다. 조 의장이 제시한 비전도 대화와 협치가 뒷받침될 때 비로소 국민적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이번 지방선거가 보여준 민의는 절제와 균형이었다. 국민은 일방적 독주도, 발목잡기도 원하지 않았다. 책임 있는 협치를 요구했다. 신임 국회의장은 그 뜻을 가장 앞에서 실천해야 할 위치에 있다. 여야의 대화를 복원하고 갈등을 조정하며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 그것이 후반기 국회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첫걸음이다.
[사설] 오세훈 승리, 한동훈 당선…장 대표는 뭘 느끼나
6·3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최대 승부처인 서울시장 선거를 막판 대역전으로 가까스로 지켜냈다. 엎치락뒤치락하던 보수 텃밭 대구도 수성했다. 그러나 그것이 이번 선거 결과의 본질을 바꾸지는 못한다. 국민의힘은 16개 광역단체장 가운데 4곳에서만 승리했을 뿐이다. 전통적 강세 지역이자 당 지도부가 공을 들였던 충청과 강원도 여당에 내줬다. 4년 전 지방선거에서 17곳 중 12곳을 차지했던 것과 비교하면 사실상 참패에 가깝다.서울 승리는 더욱 역설적이다. 오세훈 후보는 선거 과정 내내 장동혁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와 거리를 두며 독자 행보를 걸었다. '절윤'(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과 당 쇄신을 공개적으로 요구했고, 지난 3월에는 후보 등록을 미루는 강수까지 두며 지도부를 압박했다. 선거운동 기간에도 장 대표와 따로 움직였다. 서울 승리는 국민의힘의 경쟁력이라기보다 오 후보 개인의 정치력과 중도 확장 전략, 상대 후보의 낮은 인지도 등이 만들어낸 성과라는 평가가 나온다.국민의힘의 패배는 자업자득 측면이 크다. 계엄과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겪고도 뼈저린 반성과 쇄신을 외면했다. 민심에 역행한 장 대표의 책임이 크다. 그는 대선 패배 이후 당을 재건할 기회를 가졌지만 쇄신 보다 오히려 '윤 어게인' 세력에 의존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지난 3월 뒤늦게 절윤을 선언했지만 국민이 체감할 만한 후속 조치는 없었다. 반면 장 대표와 각을 세운 한동훈 전 대표는 부산 북갑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이 곳에서 장 대표가 내세운 국민의힘 후보는 10% 대 득표율에 머물며 3위에 그쳤다. 경기 평택을에서 당선된 유의동 후보도 장 대표의 도움을 일절 받지 않았다. 이게 무엇을 뜻하는가. 그런데도 장 대표는 선거 직후 "희망의 불씨를 지켜냈다" "제게 주어진 책임을 외면하지 않고 새 길을 찾겠다"고 밝혔다. 서울 승리와 일부 국회의원 재보선 성과를 앞세워 선거 참패를 부인하고 사퇴하지 않을 뜻을 내비친 것이다. 국민의힘이 '내란 동조 세력'이라는 오명을 씻고 보수 정당으로 다시 서기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혁신이 필요하다. 친윤 정치와 결별하고 새로운 비전과 리더십을 세워야 한다. 당장 한 전 대표의 복당 문제를 놓고 당이 내홍에 휩싸일 공산이 커 보인다. 한 전 대표는 "반드시 돌아가 당을 바꾸고, 보수를 바꾸고, 대한민국을 바꾸겠다"고 말해 왔다. 평택을 유 당선자는 "장 대표가 거취를 당연히 고민할 것"이라고 했다. 당권 경쟁과 지도체제 개편 과정에서 적지 않은 갈등이 예상되지만, 분명한 건 현재의 장 대표 체제로는 보수 재건은 요원하다는 점이다.
[사설]투표용지 파문, 실무 혼선으로 덮을 일 아니다
사상 초유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놓고 후폭풍이 거세다. 4일에는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나서 "납득하기 쉽지 않은 허점이 발생했다"며 유감을 표명하고 철저한 조사를 지시했다. 정치권 역시 일제히 선관위를 질타했다. 민주당은 중선관위 사무총장의 거취 고민을 요구하며, 흐지부지 끝내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은 노태악 선관위원장을 비롯한 책임자 전원의 사퇴를 촉구하고, 긴급 국정조사 필요성도 주장했다.선관위는 아직 현장의 혼란조차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고 있다. 문제의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에서는 항의하는 시민들로 인해 투표함 반출이 지연되고 있다. 투표함 이송과 개표가 완료돼야 서울시장 선거가 최종 마무리되고 법적 효력이 발생한다. 중앙선관위의 해명도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사전투표율을 제외하고 현장에 유권자들이 추가로 50%가량 나올 것을 감안해 충분히 인쇄 지침을 내렸는데 시군구의 배분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는 취지다. 그러나 이를 단순한 실무 착오로만 보기는 어렵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한 곳도 아닌 총 14개 투표소에서 발생했기 때문이다. 지역도 송파뿐 아니라 강남과 광진에 걸쳐 있다. 선거 지휘와 관리 체계에 심각한 결함이 있던 것은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선거 무효와 재선거 가능성까지 거론한다. 2021년 독일 베를린에서도 투표용지 부족으로 투표소 가동이 중단됐고, 결국 연방헌법재판소가 재선거를 결정한 전례가 있다. 이번에도 법적 공방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민주당 정원오 후보가 패배 선언을 했지만 파장은 서울시장 선거에만 그치지 않는다. 시의원과 구의원 선거를 비롯해 다른 후보자들 역시 참정권 침해와 선거 공정성 훼손을 주장하며 문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투표 기회를 박탈당했다고 주장하는 유권자들의 집단 소송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 법적 공방으로 이어질지 여부를 떠나 이번 사태가 단순한 행정 실수인지, 아니면 선관위의 누적된 기강 해이와 역량 저하가 빚어낸 구조적 결과인지 따져봐야 한다. 선관위는 그동안 여러 차례 스스로 국민 신뢰를 허물어 왔다. 2022년 대선 때는 코로나를 이유로 투표용지를 소쿠리에 담아 옮기는 촌극으로 공정성 논란을 자초했다. 2023년에는 전·현직 간부 자녀 특혜 채용 의혹이 불거져 수뇌부가 수사를 받기도 했다. 외부에선 선관위가 헌법상 독립성과 권한을 보장받으면서도 정작 내부의 기율과 업무 체계에 엄격하지 못했다는 시선이 강하다. 중요한 선거가 있을 때마다 휴직자가 늘어난다는 비판도 있다. 선관위는 이번 사태를 조사하기 위해 외부 전문가 중심의 진상규명위원회를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조사가 몇몇 실무자의 과실을 확인하는 선에서 끝나선 안 된다. 특히 엄정한 진상 조사는 기본이고, 대대적인 조직 혁신 방안도 국민 앞에 내놓아야 한다.
[사설]민주당 찜찜한 승리, 절제하라는 6·3 민의
6·3 지방선거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승리를 거뒀다. 민주당은 전국 16개 시도지사 선거에서 대구 경북 경남 등 영남 일부를 제외하고 12곳의 승리를 확정지었다. 이재명 정부 출범 1년 만에 치러진 첫 전국 선거에서 국민은 국정 안정에 힘을 실어준 셈이다. 교육감 선거에서도 진보 후보들이 대거 당선됐다. 그러나 최대 격전지인 서울에선 초박빙 접전 속에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간발의 차로 승리했다. 서울을 탈환하지 못하면서 민주당 승리는 빛이 바랬다. '찜찜한 승리'인 셈이다. 부산 북갑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서는 무소속 한동훈 후보가 당선됐다. 전반적으로 이번 선거는 탄핵과 조기 대선, 정권 교체를 거치며 형성된 '기울어진 정치지형'이 다시 한번 확인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지난 1년간 높은 국정 지지율을 유지해 온 이재명 정부에 대해 유권자들이 우선 국정 운영의 연속성과 안정에 무게를 실어준 결과인 것이다. 이로써 현 여권은 행정권력과 입법권력에 이어 서울을 제외한 지방권력도 상당수 확보했다. 민주화 이후 보기 드문 강력한 권력 기반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서울시장 선거에서 보듯 이번 승리가 곧 무조건적인 신임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민주당의 승리로 끝났지만 그 격차가 크지 않은 곳도 적지 않았다. 민주당의 '공소취소 특검' 추진 등을 계기로 선거 막판 일부 지역에서 나타난 추격전은 정부·여당의 독주 가능성에 대한 경계심이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대통령은 이런 민심을 신중히 헤아리길 바란다. 역대 정권에서 보듯 '승자의 오만'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른다. 지난 1년 동안 경제 회복과 실용 노선을 앞세워 높은 지지를 얻었지만 현재의 경제 지표가 마냥 견고한 것은 아니다. 반도체 초호황의 이면에는 자산 양극화와 물가 부담, 산업 간 격차라는 그늘도 짙게 드리워져 있다. 이재명 정부가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절제된 자세로 국민 통합과 협치에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대선과 총선에 이어 지방권력까지 대부분 넘겨주게 된 국민의힘은 더 큰 혼돈의 상황으로 내몰릴 처지에 놓였다. 패배는 예견된 일이었다. 국민의힘은 시대착오적인 비상계엄으로 정권을 내준 뒤에도 반성과 쇄신 의지를 보여주지 못했다. 혁신 노력은커녕 '윤석열 어게인' 세력과 절연하지 못한 채 불명예 퇴진한 전직 대통령의 후광에 기대려고 했다. 전면적인 노선 전환과 과감한 인적 쇄신에 나서지 않는다면 보수의 재기는 요원하다. 한동훈 후보의 당선은 야권 내에선 장동혁 대표에 대한 심판의 성격이 있다. 장 대표부터 물러나야 한다.이번 선거는 거대 양당의 극한 대립 속에 지방자치의 본질이 크게 훼손됐다는 점에서 짙은 아쉬움을 남긴다. 유권자들의 삶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챙기는 기초 의원·단체장 선출의 장이 중앙정치의 '대리전'으로 소비된 것이다. 이제 여야 모두 당장의 승패를 떠나 민심의 흐름을 냉철히 읽어야 한다. 투표율(잠정 61%)이 4년 전보다 많이 높아진 것도 정치 본연의 조정 기능과 역할에 대한 민심의 갈증이 그만큼 크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 긴 흐름으로 보면 민심은 늘 균형추 역할을 해 왔다. 대외적 경제안보 여건은 그 어느 때보다 위태위태한데, 언젠가부터 국론은 진영에 갇혀 갈수록 양극화하고 있다. 그럴수록 합리적 중도 세력의 민심을 중심에 두고 나라의 미래를 생각하는 정치 세력이 결국은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 2028년 4월 총선까지 전국 선거가 없다. 정쟁과 갈등을 뒤로 하고 나라살림과 민생을 챙기는 협력과 경쟁의 장을 펼칠 기간이다.
[사설]초유의 투표용지 부족…어처구니없는 선관위
6·3 지방선거가 치러진 일부 지역에서 투표용지 부족으로 투표가 중단되는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벌어졌다. 서울 송파·강남·광진구 등에서 선관위가 유권자 수보다 적은 수의 투표용지를 준비하면서 투표용지가 동난 투표소가 10여 곳에 달했다는 것이다. 이들 투표소는 운영을 일시 중단했다가 뒤늦게 재개해 법정 투표 종료 시각인 오후 6시를 넘겨 투표를 진행했다.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는 밤 10시까지 투표가 연장됐다. 일부 투표소에서는 투표용지를 복사해 배부하는 일까지 벌어졌다는데, 이 용지에 기표한 표는 결국 무효 처리됐다고 한다.선관위는 당초 예상보다 투표율이 높아지면서 빚어진 일이라고 설명했다. 허철훈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은 이날 밤 대국민 사과문을 내고 "원인과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해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국 단위 선거를 관리하는 기관이 투표용지 수요조차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다는 사실 자체가 납득되지 않는다. 더욱이 선관위는 2022년 대선 당시 이른바 '소쿠리 사전투표' 논란, 지난해 대선 과정의 투표용지 관리 부실 등으로 신뢰에 상처를 입은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또다시 기본적인 선거 관리에 허점을 드러냈으니 국민의 불신이 커질 수밖에 없다.문제는 선거 절차의 공정성과 신뢰에 의문을 제기하는 빌미를 제공했다는 점이다. 국민의힘은 즉각 "중대한 투표권·참정권 침해"라며 서울시장 선거 개표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방송 3사 출구 조사는 예정대로 3일 오후 6시에 공개된 만큼 이 결과가 연장 투표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와 별개로, 선관위가 이런 논란을 자초하는 상황을 만들었다는 사실이 심각한 문제다.선관위는 이번 사태의 원인과 책임 소재를 낱낱이 밝혀야 한다. 단순한 실무 착오인지, 지휘 체계의 구조적 문제인지부터 철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 그 결과에 따라 책임질 사람은 책임지고 선거 관리 시스템도 전면 재정비해야 한다. 관리부실에 대해 말로만 사과하면서 실제로는 유야무야 넘어가는 행태가 되풀이돼서는 안된다.
[사설]티빙도 뚫렸다, 이젠 일상이 된 해킹 피해
동영상 플랫폼(OTT) 기업인 티빙에서 회원 정보가 유출되는 해킹 사고가 발생했다. SKT와 KT, 쿠팡 등 대기업에서 대형 해킹 사고로 물의를 빚은 것이 얼마 전이다. 그 여파가 가시기도 전에 이번엔 가입자 500만명이라는 OTT 서비스에서 회원 정보가 새어 나가 회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티빙은 3일 새벽 공지를 통해 회원 아이디, 생년월일, 전화번호, 이메일 등의 회원 정보가 유출됐다고 밝혔다. 해커가 개인정보를 저장한 데이터베이스(DB)에 접속해 파일을 빼간 것으로 보고 있다. 공격은 전날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확한 피해 규모조차 공개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회원들은 자신의 정보가 유출됐는지 파악할 수조차 없는 상황이다. 해킹 피해 발생 시 투명하고 신속하게 피해 규모와 범위를 알리고, 회원들에게 대처법을 안내하는 것은 기본이다. 하지만 티빙은 조사를 진행하는 대로 이용자들에게 2차 공지를 통해 구체적 내용을 알리겠다는 원론적 입장만 내놓았다. 대응 방법도 답답하다. 동일한 계정 정보를 사용하는 다른 서비스도 공격받을 수 있으니 비밀번호를 바꾸라는 간단한 안내에 그쳤다. 그 사이 인터넷 커뮤니티와 블로그 등에서는 개인 이용자들이 직접 정리한 '셀프 대응법'이 올라와 공유되고 있다.문제는 이같은 해킹 사고가 빈번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유력 기업들의 방어막이 잇따라 뚫리면서 해킹의 일상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규모 회원들을 관리하는 기업들의 보안 수준이 이 정도라면 다른 기업이나 기관들의 보안 실태는 더 열악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보안 취약점을 찾아내고 공격 경로를 파악할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각국 정부가 비상 대응책 마련에 나선 이유다.AI 기술까지 더한 해커의 공격을 막기 위해선 결국 보안 투자에 더 많은 예산과 인력을 투입해 대비해야 한다. 특히 중소·중견 기업은 보안에 더 취약하다. 사이버 공격을 당한 뒤 이를 인지하고 대응할 때까지 평균 100일 이상 걸렸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무엇보다 기업 규모를 떠나 보안을 비용으로만 여기는 낡은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 한번 유출된 고객 정보와 이 때문에 떨어진 신뢰는 되돌리기 어렵다. 보안은 기업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투자다.
[사설]지역일꾼 뽑는 날…사전투표 열기 이어가길
6·3 지방선거 본투표가 3일 실시된다. 향후 4년간 우리 삶의 터전을 일구고 지역의 미래를 설계할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 교육감 등 지역 일꾼 4227명(국회의원 14명 별도)을 선출하는 날이다. 우리 일상에는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을 뽑는 것보다 중요한 일일 수 있다. 고무적인 건 사전투표로 이미 유권자 1049만 8411여명(23.5%)이 주권을 행사했다는 점이다. 참여 열기가 이날에도 이어지기를 고대한다. 이번 지방선거는 높은 사전투표율을 기록했지만, 선거 수준은 최악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중앙 정치에 매몰돼 그저 편가르기에만 몰두한 선거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여권의 '내란 척결'과 야권의 '독재 저지' 구호가 충돌하며 지역 일꾼을 뽑는다는 취지는 희미해졌다. 무차별적 정치 공세, 허위정보 유포 등으로 선거판은 막판까지 혼탁했다. 14개 지역구의 재·보궐 선거와 함께 치러져 미니 총선 분위기가 조성되는 바람에 진영 논리는 더욱 기승을 부렸다. 우세를 보이는 여당 측의 거부로 유력 후보자간 맞토론이 무산돼 후보 검증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더욱이 후보들의 공약은 허점투성이다. 16개 광역단체장 후보 중 54명 중 44명이 반도체 또는 인공지능(AI) 공약을 내걸었고, 이중 13명만 공개한 예상투자액의 총합은 약 439조원에 달했다. 공약대로면 전 국토가 실리콘 밸리에 버금가는 첨단산업 성지가 될 판이라는 비아냥까지 나왔다. 더구나 이들 공약 대다수가 천문학적 예산이 필요하지만, 대부분의 후보는 구체적 액션 플랜에 대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유권자를 현혹하는 공약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진단이다. 전직 대통령들의 유세 참여는 일반 유권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박근혜, 이명박 두 전직 대통령은 영남 지역 유세에 나서 국민의힘 후보 지지를 호소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유세에 직접 나서진 않았지만, 사전투표 후 "이번 지방선거가 잘 하고 있는 이재명 정부에 힘을 실어주는 선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투표 포기는 중립이 아니라 내 삶과 공동체를 해치는 그들을 편드는 것"이라며 야당을 겨냥한 듯한 투표 독려 메시지를 연거푸 올렸고, 사전투표일에는 투표 용지를 기표소 밖으로 들고 나와 논란이 됐다. 더 우려되는 점은 선거 이후다. 총선·대선 전초전을 방불케 하는 진영 대립에 선거 후 여야 협치는 더욱 어려워지고 조작기소 특검법 등을 둘러싼 대치로 적대적 갈등이 증폭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격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물가와 환율 불안,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치가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제대로 된 공약이나 검증 없이 정쟁에만 몰두했던 이번 선거의 후유증이 국가경쟁력의 발목을 잡는 일이 있어서는 안되겠다. 이럴수록 준엄한 한 표로 심판하는 일이 필요하다. 유권자들은 지지 정당만 보고 '줄투표'를 하기 보다는 각 후보자가 살아온 과정과 내세운 공약의 현실성을 따져 한 표를 행사해야 한다. 위기의 지방자치를 구하는 방법은 제대로 된 지역일꾼을 뽑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투표율이 높아야 조직동원에 의한 민의 왜곡도 줄일 수 있다. 투표하지 않는 유권자는 무능하고 부패한 지방 권력을 방조하는 결과를 낳는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사설]'무관심' '혼탁' 교육감 선거, 유권자가 바로잡아야
6·3 지방선거에선 16개 시·도 교육감 선거도 함께 치러진다. 전국 58명의 후보가 출마한 가운데, 서울에서는 보수·진보 진영 모두 단일화에 실패하면서 역대 최다인 8명이 경쟁하고 있다. 그러나 선거 막판까지도 교육 정책과 비전을 둘러싼 진지한 경쟁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유권자의 무관심 속에 진영 대결과 네거티브 공방, 선심성 공약만 부각되고 있다. 지역에 따라 한 해 수조 원에서 수십조 원의 예산을 책임지는 이른바 '교육 소통령'을 이렇게 뽑아도 되나 싶은 일이 매번 반복되고 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유권자들이 후보와 정책을 제대로 알기 어렵다는 점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유권자의 60~70%가 후보를 잘 모르거나 관심이 없다고 답했다. 그 빈자리를 메운 것은 진영 논리다.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겠다며 정당 공천과 기호를 없앴지만 현실은 딴판이다. 후보들은 파란색과 빨간색 선거복으로 사실상 정당 이미지를 차용한다. '동성애 교육 반대'와 '내란 잔재 청산' 같은 구호까지 맞부딪치면서 교육감 선거도 정치적 선명성 경쟁의 장이 돼 버렸다.후보 자질 논란도 가볍지 않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후보 15명(25.9%)이 전과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음주운전·뇌물·명예훼손 등 유형도 다양하다. 최근 5년간 세금을 체납한 후보도 7명이다. 교육감은 학생 교육의 방향을 정하고 막대한 교육예산을 책임지는 자리다. 누구보다 높은 도덕성과 전문성이 요구되지만, 정작 선거에서는 기본 자질조차 충분히 검증되지 못하고 있다.단일화 과정의 혼탁상과 선심성 공약 경쟁도 후유증을 걱정하게 만든다. 일부 지역에서는 대리 등록과 참가비 대납 의혹이 불거졌고, 경선 불복과 고발·소송전이 이어졌다. 입학지원금, 지역화폐 지급, 펀드 조성, 사교육비 지원 등 각종 돈 풀기 약속이 쏟아졌지만 그 재원은 결국 국민 세금이다. 학령인구는 줄어드는데 교육재정은 늘어나고 있다. 선심성 공약을 부추기는 구조적 문제를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 교육감 선거는 부차적 선거가 아니다. 우리 아이들의 학교와 지역 교육의 방향을 결정하는 선택이다. 정치 구호와 현금성 공약에 휩쓸리지 말고 후보의 자질, 정책, 교육 철학을 철저히 따져 한표를 행사해야야 한다. 이 선거를 무관심으로 방치한다면 그 피해는 결국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공교육 전체가 떠안게 된다. 아울러 교육감을 언제까지 낮은 관심과 진영 대결, 부실 검증 속에서 뽑을 것인지 진지하게 성찰할 필요가 있다. 선거가 끝나는 대로 시·도지사와 교육감을 함께 선출하는 러닝메이트제, 결선투표제, 교육재정 제도 개편 등 가능한 대안을 폭넓게 검토해야 한다.
[사설]K방산 참사…그 어떤 것도 안전보다 우선할 수 없다
폭발 사고로 5명이 숨지고 2명이 부상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에 대한 수사당국과 노동 당국의 조사가 본격화하면서 정부와 기업의 후속 안전대책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해당 사업장에서는 2018년과 2019년, 그리고 이번 사고까지 8년 사이 세 차례의 인명사고로 모두 13명이 목숨을 잃었다. 반복된 사망사고는 이번 참사가 단순한 불운이 아니라 인재(人災)였음을 보여준다.사고가 발생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K방산의 핵심 기업 가운데 하나이자 국가보안시설이다. 시험·생산 과정에서 폭발성이 높은 로켓 추진체와 촉매제, 연료 등 위험물질을 다루는 만큼 무엇보다 엄격한 안전관리가 요구되지만 반복되는 사고를 막지 못했다. 이번 사고는 로켓용 고체 추진제 주입에 사용한 밸브와 공구 등을 세척공실에서 물로 세척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이 같은 사고는 K방산은 물론 한국 제조업 전반의 대외 신뢰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정부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기업이 안전대책에 과감하게 투자하도록 유도하고 보다 철저한 감독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국가보안시설이라는 이유로 안전관리 실태가 과도하게 가려져 있었던 것은 아닌지 점검할 필요도 있다.이전 인명사고와 관련해 업무상 과실치사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가 적용됐음에도 처벌이 벌금형과 집행유예에 그쳤다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이는 현행 제도가 기업에 충분한 경각심을 주고 안전투자를 유도하는 데 한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산재 관련 법과 행정체계를 근본적으로 재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같은 날 충북 청주의 국가기간산업체인 SK하이닉스 4캠퍼스에서도 화재가 발생해 불소 약 5.3ppm이 누출되면서 11명이 부상했다. 다행히 누출 규모가 크지 않았고 직원 3600여 명이 신속히 대피해 피해가 확대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초고농도 불소는 경련·심부전·심장마비·호흡부전 등 급성중독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경각심을 갖고 더욱 철저한 공정관리와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 어떤 것도 안전이나 근로자의 생명보다 우선할 수 없다. 정부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새로운 위험 물질과 공정을 산업안전·산업 의학적으로 재점검해야 한다. 변화하는 산업환경에 맞는 산재 방지 시스템을 구축하고 산재 방지 교육과 안전 매뉴얼, 안전 장비 기준 역시 기술변화에 맞춰 새롭게 체계화할 때다. K방산과 K반도체는 한국 경제를 이끄는 국가 전략산업이다. 기술 뿐 아니라 안전 수준에서도 세계 최고라는 평가를 받을 때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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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포럼] AI 대전환의 시대, AI 풀스택 대한민국의 도약](https://i.ytimg.com/vi/VcbpSJtXg6o/maxresdefault.jpg?width=1920&quality=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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