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中 전기차 공습에 눈감은 '한국판 인플레 감축법'
정부가 반도체, 이차전지, 태양광 발전, 풍력 발전, 핵심소재, 인공지능(AI)·로봇부품 등 6개 품목에 내년부터 10년간 '국내생산세액공제' 혜택을 주기로 했다. 2022년 당시 조 바이든 정부가 미국에서 생산된 전기차·태양광 패널 등 친환경 제품에 보조금을 주기 위해 도입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서 이름을 빌려와 '한국판 IRA'로 불리는 제도다. 그런데 정부가 이 제도를 도입하면서, 국내 시장에서 중국 전기차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는 한국산 전기차를 대상에서 제외해 논란이 일고 있다. 재정경제부는 3일 '2026년 세제개편안'을 통해 정부가 지정한 6개 '전략품목'을 국내에서 직접 생산·판매한 기업에게 생산량에 비례해 법인세 등을 깎아주는 제도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가 국내 생산을 조건으로 달아 세금감면을 해주는 건 처음이다. 한국이 '무역으로 먹고사는 나라'이다보니, 국내산 제품을 우대하는 제도를 도입할 경우 교역 상대국과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있어 도입을 자제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 중국, 일본 가릴 것 없이 주요국들이 반도체 등 전략 제품의 자국 내 생산 경쟁을 벌이면서 상황이 달라졌다.문제는 중국산 전기차가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국내 자동차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는데도, 한국에서 생산된 전기차가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빠졌다는 점이다. 올해 1분기 국내에 신규 등록된 전기승용차 7만 여 대 중 중국산이 37.5%나 됐다. '중국산' 테슬라 등의 판매 호조에 힘입어 4년 만에 점유율이 8배로 늘었다. 지난해 1월 한국에 진출한 BYD는 올해 상반기에만 1만1000여대의 전기차를 팔았다. 이를 지켜본 다른 중국 전기차 업체들도 속속 한국에 매장을 열고 있다.정부는 국내생산세액공제 품목에서 전기차가 배제된 이유를 "완제품이 아닌 핵심 부품의 생산을 지원하는 제도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전기차는 빠졌지만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2차전지'가 포함됐으니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에 앞서 2024년 국내생산촉진세제를 도입한 일본은 자국 내에서 생산된 순수전기차, 수소연료차에 대당 40만 엔의 세금혜택을 주고 있다. 일본 내의 생산기반과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일본 정부는 전기, 수소 '완성차'를 생산하는 기업에도 세제 혜택을 주는 것이다. 한때 일본과 함께 세계 자동차 시장을 주도하던 독일 자동차 기업들은 가격경쟁력에 더해 기술력까지 갖춘 중국 전기차의 공세에 밀려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을 피할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중국 정부의 보조금에 힘입어 전기차를 '덤핑'한다는 이유로 유럽연합(EU)이 2024년부터 고율의 상계관세를 물리는데도 중국산 전기차는 유럽 시장에서 계속 약진하고 있다. '한국판 IRA'에서 전기차를 제외한 우리 정부의 결정이 시장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한 단견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사설]'비거주·초고가 주택' 증세…'절세 매물'로 공급난 풀릴까
초고가 주택·비거주 1주택에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 부담을 동시에 늘리는 정부의 내년도 세제 개편안이 나왔다. 지난해 '9·7 대책', 올해 '1·29 대책' 등 여러 차례 내놓은 공급대책에도 집값이 잡힐 기미를 보이지 않자 정부가 결국 '세금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하지만 높은 세금이 부과되는 초고가 아파트 중 일부 '절세 매물'이 나온다 해도, 청년과 중산층 주거문제에 실질적인 해결책이 되긴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재정경제부가 3일 발표한 '2026년 세제 개편안'은 실거주 여부, 주택 가격에 따라 세금부담에 차이를 뒀다. 현재 '공시가격 12억 원 초과'인 1주택자 종부세 과세기준을 '비거주 1주택'의 경우 공시가 9억 원, 시가 약 13억 원 초과로 낮췄다. 이에 따라 시가 25억 원 아파트의 비거주 1주택 보유세는 올해 약 353만 원에서 내년에 686만 원 정도로 오를 전망이다. 반면 '거주용 1주택' 기준은 14억 원 초과로 높아져 시가 20억∼30억 원 아파트의 세금 부담이 준다. 집값이 공시가 28억, 시가 40억 원이 넘으면 거주, 비거주 가릴 것 없이 세금이 크게 오른다. 양도세의 경우 보유기간 40%, 거주기간 40%를 합해 최고 80%까지 적용되던 세액 공제가 2028년에 보유 20%+거주 60%, 2029년부터는 거주만 80%로 바뀐다. 보유기간 공제가 폐지되는 것이다. 1인당 양도소득 공제 한도에도 상한을 둬 2028년에는 20억 원, 2029년 이후에는 10억 원까지만 공제를 받을 수 있다. 이보다 양도차익이 큰 아파트의 세금이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초고가 주택, 비거주 1주택에 세금을 더 물리는 건 이 대통령이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연초부터 예고해온 방향이다. 서울 강남 등지에 집을 보유하고도 들어가 살지 않는 이들 중 다수가 집값 상승을 노리는 '투기세력'이란 판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양도세 공제 한도를 3년 뒤 10억 원으로 축소하는 건 초고가 주택을 사고팔아 큰 이득을 올릴 경우 그에 상응하는 '부유세'를 매기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문제는 집을 사두고, 다른 곳에 거주하는 이들 모두를 투기꾼으로 보는 건 무리가 있다는 점이다. 경제력이 부족해 입주 시기를 늦춘 이들이 적지 않다. 직장·교육·부모부양 등 명백한 이유가 있으면 예외를 인정해 준다지만 구분이 쉽지 않을 수 있다. 고령 은퇴자의 경우 실현되지 않은 이익 때문에 높은 보유세를 내는 게 큰 부담이다. 집을 팔고 지방으로 이사하면 세금을 깎아준다지만, 친숙한 환경을 등지고 떠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정부는 이번 개편을 '세제 합리화'이자 '과세의 정상화'라고 한다. 하지만 높아진 세금을 부담하는 사람들에겐 명분이 무엇이든 결국 증세일 뿐이다. "세금으로 집값 잡지 않겠다"던 대선후보 시절 이 대통령의 발언과도 상반된 것이다. 보유세 부담을 높이려면 지나치게 높은 거래세 부담을 줄여 매물 잠김을 막아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국회는 향후 정부의 세제 개편안을 심의하면서 이런 문제점을 꼼꼼히 짚어, 효과나 의심되거나 무리한 과세엔 제동을 걸어야 한다.
[사설]72년만의 형사사법 대수술…이제부터가 더 중요하다
검찰 수사권을 72년 만에 완전 폐지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오는 10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형사소송법의 목적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범죄의 실체를 밝히는 데 있다. 국가의 형벌권 남용을 막아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는 것 또한 핵심 가치다. 그만큼 국민의 일상과 권리에 큰 영향을 미친다. 민주당은 3일 국민보고회를 열어 개정된 형소법이 "훨씬 좋아졌다"고 자평했지만, 여러 논란과 쟁점에도 불구하고 '빛의 속도'로 개정안이 통과된 만큼 국민적 우려가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예상되는 허점을 미리 보완하고 형사사법 체계 전반의 정합성을 갖추는 일이 지금부터의 과제다. 우선 검사의 보완수사권 폐지와 관련해 경찰의 '암장' 가능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경찰이 사건을 송치하지 않으면 검사는 사건 자체를 인지하기 어렵다. 이런 우려를 의식해 개정안은 아동학대와 성범죄 등 사회적 약자 대상 7대 범죄는 모두 검사에게 송치하도록 했다. 검사가 필요하면 재수사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경찰이 혐의없음으로 결론 낸 사건을 얼마나 적극적으로 다시 수사할지는 의문시된다. 특히 전세사기와 보이스피싱 등 급증하는 민생범죄 피해자들이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일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문제가 생기면 즉각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권한이 커진 경찰을 견제할 장치도 실효성을 갖춰야 한다. 개정안은 검사가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도록 했지만, 1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안에 충분한 보완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보완수사가 부실할 경우 검사가 해당 경찰관의 직무 배제를 요구할 수 있지만, 경찰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강제할 방법도 마땅치 않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이 "사건의 완결성을 최대한 높여 검사에게 송치하겠다"고 밝히고, 경찰이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시행 과정의 미비점을 보완하기로 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경찰 스스로 국민 신뢰를 얻기 위한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피해자 권리 보호 장치도 보다 정교해질 필요가 있다. 검사가 사건 관계인의 의견을 듣고 고소인을 면담할 수 있도록 했지만, 이렇게 확보한 진술과 자료를 재판에서 증거로 활용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사건 처리가 지연될 경우 피해자가 이의를 제기할 수 있지만 법률 지식이 부족한 일반인이 이를 직접 활용하기는 쉽지 않다. 결국 변호사 선임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 특히 서민에게 돌아갈 수 있다.개정안의 국회 통과와 별개로 '헌법의 강'을 넘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대표적인 쟁점이 검사의 영장 신청권이다. 헌법 12조3항은 체포·구속·압수수색시 '검사의 신청에 의해' 영장이 발부돼야 한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개정 형소법은 '경찰이 신청해야' 검사가 청구하도록 했다. 검사의 헌법상 영장 신청권을 사실상 경찰의 판단에 종속시킨 것 아니냐는 위헌 논란이 제기되는 이유다. 반면 법원에 영장을 청구하는 주체는 여전히 검사인 만큼 문제 없다는 반론도 있다. 어느 쪽이든 헌법재판소의 판단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큰 만큼, 수사 현장의 혼선을 최소화할 보완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형사사법 체계의 정합성을 맞추는 작업도 시급하다. 현재 검사의 수사권을 전제로 만들어진 법률만 180여 건에 이른다고 한다. 성폭력범죄에서 전담 검사가 피해자를 조사하도록 한 규정 등이 대표적이다. 특검 제도와의 관계도 명확히 정리해야 한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수사하는 특별검사팀에 파견된 검사는 공소청 소속 검사와 달리 직접수사를 할 수 있다. 특검이 사실상 상설화되는 현실에서 개정 형소법과의 관계를 명확히 정리할 필요가 있다. 경찰 조직의 전문성과 책임성 강화도 뒤따라야 한다. 경찰청은 최근 내부 인력 재배치를 통해 1차로 1900명을 수사 부서에 배치했다고 한다. 하지만 숫자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확대된 권한에 걸맞은 수사 전문성과 역량을 갖추고, 이를 효율적으로 작동시키고 통제할 시스템을 함께 구축해야 한다.무엇보다 막판에 추가된 '공소기각' 사유 확대 논란은 어떤 방식으로든 반드시 해소해야 한다. 법원이 유무죄 판단 없이 재판을 종결할 수 있는 사유를 충분한 사회적 논의 없이 '중대한 위법 수사', '소추 재량권을 현저히 일탈' 등으로 확대한 것은 이재명 대통령의 사법 이슈와 맞물려 불필요한 정치적 의심을 자초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형소법 전반에 대해 "부작용이 생기거나 실상과 맞지 않다면 빨리 고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수사권 폐지는 70여 년간 유지돼 온 형사사법 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대수술이다. 가보지 않은 길인 만큼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이 법적 혼란을 겪거나 억울한 피해를 보지 않는 일이다. 시행 전이라도 예상 가능한 허점부터 최대한 메우고, 문제가 드러나면 신속히 보완하는 것이 입법의 마지막 책임이다.
[사설]서울 전세난 키운 공급 부족…청약제도 개편도 고려해야
서울 전셋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서울의 아파트 평균 전세가는 지난달 7억458만 원으로 사상 처음 7억 원을 돌파했다. 수천 가구 대단지에도 매물이 없어, 어쩌다 전세 매물이 나오면 집을 보지도 않고 계약하는 일이 빈번하다고 한다. 그런데도 전세의 공급자였던 다주택자를 집값상승을 초래하는 세력으로, 전세는 '사라져가는 제도'로 보는 현 정부가 전세난 대책 마련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KB부동산에 따르면 7월 서울의 아파트 전세가격 지수는 105.9로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86년 이후 최고였다. 서울의 평균 전세가는 지난해 6월에 비해 9.3% 올라 4.4%인 전국 평균의 2배가 넘었다. 송파구 24평형 아파트, 서대문구 30평형 아파트 전세가 11억5000만 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고 한다. 다른 지역보다 서울 전세난이 유난히 심하고, 서울 안에서도 지역을 가리지 않고 가격이 오르고 있다는 의미다.더 큰 문제는 전세난이 완화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새로 입주하는 아파트 단지가 많아야 전세매물이 늘어나는데, 올해 서울의 아파트 입주 예상 물량은 과거 평균치의 80% 수준인 2만7000여 채다. 내년은 1만7000채로 이보다도 훨씬 적다. 기존 세입자 대다수가 계약갱신권을 사용해 눌러앉으면서 매물은 더 감소하고 있다. 경제적 부담이 커지는데도 전세 수요자들이 반전세·월세로 갈아타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올해 들어 정부는 다주택자의 양도소득세 중과를 강하게 밀어붙였다. 이를 통해 주택매물이 늘고, 그 집을 전·월세 세입자들이 사면 임대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의도한 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신혼부부, 1인 가구의 전세수요는 계속 늘고, 주택담보대출이 축소돼 집을 사는 것도 더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일단 연립·다세대 주택을 사면 '유주택자'가 돼 아파트 청약자격을 잃기 때문에 매입을 꺼리는 것도 전세난 심화의 원인 중 하나다.정부는 택지확보 문제로 서울 아파트 공급 확대가 벽에 부딪치자, 대신 빌라·오피스텔 등 빨리 지을 수 있는 주택의 공급부터 늘리겠다고 한다. 이런 주택들이 전세난 완화에 도움이 되도록 하려면 '전세 사기' 예방책 강화를 전제로, 민간 임대사업에 대한 정부의 부정적 시각부터 바꿔야 한다. 빌라·오피스텔을 사더라도 나중에 아파트 청약 때 불이익을 받지 않게 해 달라는 청년, 서민층 요구를 반영한 청약제도 개편도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사설]특별감찰관 '10년 유명무실' 이번엔 끝내야
더불어민주당이 지난달 31일 청와대 특별감찰관 후보로 검사 출신 최길수 변호사를 추천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7월 특별감찰관 임명 의지를 밝힌 지 1년이 넘어서야 여당이 비로소 선임 절차를 밟기 시작한 것이다. 매우 늦었지만 다행이다. 최 변호사는 문재인 정부 때 야당이던 바른미래당이 이미 특별감찰관 후보로 추천했던 인물이다. 과거 야당이 낙점한 인물을 다시 선택한 것은 정치적 중립성 논란을 피하고 청와대의 감찰 수용 의지를 보여주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특별감찰관은 대통령 배우자와 친인척, 수석비서관급 이상의 비리를 감찰하는 독립 기구다. 국회가 후보자를 3명 추천하면 대통령이 3일 안에 1명을 지명하게 돼 있다. 이번 여당 추천으로 10년간 유명무실했던 특별감찰관 제도가 재가동될 길이 열렸다. 특별감찰관은 2015년 박근혜 정부 때 임명됐다 1년 만에 물러난 이석수 초대 감찰관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이후 문재인·윤석열 정부는 임명 약속을 했지만 모두 흐지부지됐다. 이 대통령과 청와대는 지난해 7월과 12월, 올해 4월 국회에 후보자 추천을 요청했지만 그때마다 민주당은 그때마다 미온적인 태도로 공백상태를 방치해 왔다. 국민의힘은 올 4월 이 대통령의 재요청 뒤 야당 몫 후보(강지식 변호사)를 추천했다. 여당이 특별감찰관 선임을 미루는 사이, 청와대 비서관이 여당 의원의 부적절한 인사 청탁 문자를 받고 청와대 실세들의 이름을 거론하며 추천하겠다고 답한 문자가 공개되어 논란이 일기도 했다. 당시 청와대는 자체 조사를 통해 문제가 없다고 결론을 내렸지만, 만약 독립적인 특별감찰관이 있었다면 다른 결과가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여당이 특별감찰관 추천을 전격 발표한 시점을 두고는 뒷말이 나온다. 이 대통령이 해외 순방으로 국내를 비우고, 야당이 검사의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골자로 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반대해 국회 본회의장에서 필리버스터를 벌이던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발표 타이밍에 아무런 정략적 의도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최근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세와 단일 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여론 반전용 카드라는 해석도 나온다. 그러나 추천 시점을 둘러싼 논란보다 더 중요한 것은 특별감찰관이 정치적 유불리에 상관없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여부다.특별감찰관은 권력에 불편한 존재일 수 있지만 대통령 가족과 측근이 비위에 연루되지 않도록 하는 안전판이기도 하다. 민주당은 8월 중 임명 절차를 끝내자고 했다. 국회는 남은 추천 절차를 서둘러 마무리하고, 이 대통령은 감찰관을 신속히 임명해야 한다. 특히 이석수 감찰관이 정권 실세(우병우 민정수석) 감찰 문제로 물러난 점을 상기해야 한다. 특별감찰관이 제 역할을 다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폭넓은 권한과 재량을 보장해야 할 것이다.
[사설]'메가 특구' 52시간제 예외, 기간제 연장…반대할 명분 없다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를 포함한 '3대 메가 프로젝트' 특구에서 노동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밤낮없이 일해야 하는 R&D(연구개발) 인력의 주 52시간 근무제를 완화하고, 기간제 근로자의 업무 지속성을 높이기 위해 채용 기간을 현행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는 것이 골자다. 노동계가 반대해 온 근로시간과 고용의 유연성을 국가 전략산업에 한해 제한적 범위에서 시범적으로 시행한다는 데 의미가 크다. 경쟁국들이 반도체 공장 건설을 위한 지원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만 기존의 경직된 근로 제도를 고수할 수는 없다.노동부가 여당에 보고한 '메가 특구 특별법'에 따르면 소득 상위 3% 이상 관리자와 R&D 인력에 대해 주 52시간을 넘겨 근무할 수 있도록 했다. 이들이 연장·휴일 근무를 할 때 가산 수당을 적용하지 않고, 일반 수당을 주는 이른바 '화이트 칼라 이그젬션(면제)'도 포함됐다. 앞서 지난 1월 국회에서 반도체 특별법이 통과됐지만, 주 52시간 적용 예외는 노동계와 민주당의 반대로 제외됐던 내용이다. 기간제 근로자의 사용 기간을 노사 당사자 합의를 전제로 2년 연장하는 방안도 담겼다. 업무에 적응한 인력을 2년마다 내보내고 새로 뽑는 비효율을 줄이겠다는 취지다.반도체 산업은 특정한 개발 단계에 업무가 집중되는 특성이 있다. 획일적인 근로 시간 적용이 어렵다는 게 업계의 일관된 호소다. 실제로 산업통상부가 지난달 3대 메가 프로젝트 발표 후 기업들의 요구 사항을 수렴한 결과도 그렇고 한국경영자총협회 조사에서도 첨단 기업들은 메가 특구 성공의 핵심 과제로 52시간 적용의 예외를 포함한 '근로시간 유연화'를 가장 많이 꼽았다. 특별법은 이런 현장의 목소리를 제도화하려는 시도다. 그런데도 노동계는 장시간 근로의 물꼬가 트일 수 있다며 벌써 반대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성명을 내고 "특정 지역에서 제도를 시행한 뒤 전국 확산의 발판으로 삼으려는 시도"라며 철회를 요구했다. 하지만 특별법은 이름처럼 메가 특구에서만 시행되는 것이고, 고소득 전문인력에 한정된다는 점에서 반대할 명분이 없다. 첨단 산업에 필수적인 고용 제도의 도입과 근로자 보호는 충분히 양립할 수 있는 가치다. 근로 시간 단축에만 매몰된다면 결국 산업 경쟁력 약화에 따른 일자리 축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노동계 반발에 "추가 협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반도체 패권을 내건 여당이라면 주저하거나 눈치 보지 말고, 메가 특구의 근로 규제 완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
[사설]美 무인기 격추할 뻔…또 아찔한 소통 혼선
지난 30일 경기 파주 접경지역에서 미확인 비행체가 포착되자 군은 북한 무인기 침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공작전 '두루미'를 발령했다. 방공 자산과 헬기가 출동했고 접경지역 주민들에게는 긴급 대피 문자까지 발송됐다. 그러나 1시간 30분 넘는 추적 끝에 해당 비행체는 한미 해병대 연합훈련에 참가한 미군 무인기로 확인됐다. 실제 사격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자칫 동맹국 군사 자산을 공격하는 초유의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그 점에서 이번 사건은 결코 해프닝으로 넘길 일이 아니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으로는 미군이 한국군 일선 관할 부대에 무인기 비행계획을 사전 통보했지만, 관련 정보가 상급 지휘부까지 제대로 전파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과정에서 우리 군의 승인 절차도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훈련에는 우리 해병대도 참가하고 있었지만 육군과 해병대 간에도 상황 공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보 전달과 지휘체계가 동시에 흔들렸다면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시스템의 문제다.피아 식별 체계 역시 우려스럽다. 동맹국 무인기를 적성 항적으로 인식했다면 무기체계 관련 정보가 제대로 공유되지 않았거나, 공유됐더라도 현장에서 충분히 활용되지 못했다는 의미다. 어느 경우든 실제 북한 도발 상황에서는 오인 대응이나 초기 대응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 평시 훈련에서 드러난 허점은 유사시 더 큰 혼란으로 확대될 수밖에 없다.이런 혼선은 처음도 아니다. 지난 2월에도 주한미군의 서해상 공중훈련을 둘러싸고 한미 간 사전 협의 여부에 대한 설명이 엇갈렸다. 안규백 국방장관은 협의 부족을 문제 삼았고,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 사령관은 한국 측에 통보했다고 반박했다. 연합훈련 때마다 유사한 논란이 반복된다면 한미 간 정보 공유와 우리 군의 지휘·보고 체계에 구조적 허점이 있는 것은 아닌지 따져봐야 한다.군 당국은 이번 사건의 전 과정을 철저히 조사해 정보 전파, 피아 식별, 지휘 판단의 어느 단계에서 문제가 발생했는지 명확히 밝혀야 한다. 아울러 미군이 최종 승인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채 무인기를 운용한 과정에 절차상 문제는 없었는지도 함께 살펴야 한다. 안보는 구호가 아니라 시스템이다. 정확한 정보 공유와 빈틈없는 지휘체계가 작동할 때 비로소 굳건한 연합방위도 가능하다.
[사설]두번째 한국계 美 대사에 대한 기대
미셀 스틸 주한 미국대사가 30일 서울에 공식 부임했다. 그의 부임으로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약 1년 6개월간 이어졌던 대사 공백 상태가 해소됐다. 성 김에 이은 두 번째 한국계 대사인 그는 1955년 한국에서 태어나 20세에 미국으로 이주해 재선 하원의원을 지낸 정치인 출신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소통이 가능한 사이인데다 미 행정부·의회 내 네트워크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현안이 산적한 한·미 관계를 풀어낼 가교로서 기대가 크다. 현재 한·미 간에는 대미 투자와 관세, 원자력 추진 잠수함 협력,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등 안보·경제 현안과 쿠팡 같은 갈등 요인이 여럿이다. 그동안 대사 대리 체제의 한계 속에서 양국 관계는 답답한 흐름을 이어왔으나, 이제 한·미 간 상시 대면 소통 채널이 강화되면서 교착된 현안 논의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스틸 대사가 부임 전부터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한국 정부와의 협력 의지를 피력해 온 점은 다행스럽다. 그는 인천공항에 도착해 발표한 성명에서도 "한·미 동맹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동맹 중 하나"라며 "어느 때보다 더욱 강하고 더 안전하며, 더 번영하는 동맹으로 만들어 가겠다"고 강조했다.지금까지 한·미 양국은 두 차례나 정상회담을 개최하고도 안보와 통상 분야에서 의미있는 진전을 이뤄내지 못했다. 미국은 대미 투자 프로젝트와 비관세 장벽 철폐에 한국이 소극적인 게 아니냐는 인식을 갖고 있다. 한국은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을 통한 농축·재처리 권한 확보에 안간힘을 쏟고 있지만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이런 현실에서 신임 대사의 중재 역할이 절실하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에는 우라늄 농축의 길을 터주면서, 70년 혈맹인 한국의 독자적 원자력 연료 주권 요구에는 침묵하는 워싱턴의 문제를 지적하고 풀어내는 역할을 그에게 기대한다. 스틸 대사가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는 쿠팡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 의회뿐 아니라 백악관조차 '한국 정부가 미국 기업 쿠팡을 차별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신임 대사가 한국 정부의 조치는 자국민의 정보 주권과 공정 거래 질서를 확립하기 위한 정당한 법 집행일 뿐, 결코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이 아니라는 점을 미국 조야에 충실히 전달해줬으면 한다. 스틸 대사의 강경 우파적 성향을 들어 한국 정부와 엇박자를 낼 수 있다고 우려하는 일각의 시선도 존재한다. 진보 진영 일부 인사들은 스틸 대사 지명이 탐탁지 않다는 기색을 노골적으로 내비쳐 왔다. 한국 내부의 정치적 양극화가 심각한 만큼, 스틸 대사가 보혁 갈등의 불씨를 제공하거나 한·미 간 마찰을 증폭시키는 언행은 자제할 것으로 믿는다. 현재 한·미 관계는 중대한 시험대 위에 서 있다. 스틸 대사 부임 후 한·미 간 소통이 진전되면서 양국 관계가 더욱 굳건해지기를 바란다.
[사설]'공소 기각' 사유 확대…왜 아무 말도 없다가 뒤늦게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전면 폐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30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됐다. 그런데 앞서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개정안에는 당초 없던 '법원의 공소기각 사유'를 추가하는 조항이 뒤늦게 포함돼 논란이 일고 있다. 공소기각은 공소 제기에 중대한 하자가 있을 때 유무죄를 가리지 않고 재판 자체를 종결하는 예외적 절차다. 현행 형사소송법은 재판권이 없거나, 공소 절차가 법률 규정을 위반한 경우 등 6가지 사유에 한해 공소기각을 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개정안은 여기에 '중대한 위법 수사에 의해 공소가 제기된 경우'와 '(검사의) 소추 재량권을 현저히 일탈해 공소가 제기된 경우'를 새로 추가했다. 범여권 강경파의 요구로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새로 추가된 요건이 추상적이고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는 점이다. 수사와 관련해 무엇을 '중대한' 위법으로 볼 것인지, 또 소추 재량권의 '현저한 일탈'은 어떻게 인정할지에 따라 법원마다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법무부는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반대하고, 대검찰청도 "예측 가능성과 법적 안정성이 저해될 것"이라고 우려했지만 민주당은 법사위 소위에서 개정을 강행했다고 한다.민주당은 "특정 사건과는 무관하다"며 검사의 공소권 남용을 막기 위해 그동안의 판례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당초 개정안에도 없던 핵심 조항을 별다른 논의도 없이 끼워 넣은 것은 적절했다고 보기 어렵다. 당장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통령 관련 재판을 종결하기 위한 우회 입법"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공소 취소 특검이 어려워지자 법원에서 공소를 기각하려 포석을 깐 것이라는 주장까지 나온다. 실제 입법 의도가 무엇인지는 단정할 수 없지만, 사전에 없던 조항이 뒤늦게 삽입된 이상 불필요한 정치적 의심과 논란을 자초했다는 비판은 피하기 힘들다.형사사법 체계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법적 명확성과 예측 가능성이다. 특히 공소기각처럼 재판 자체를 끝낼 수 있는 중대한 제도라면 적용 기준은 누구나 납득할 수 있을 만큼 구체적이어야 하고, 입법 과정 역시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거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법원 판단의 불확실성만 키우고 또 다른 갈등을 낳을 수 있다.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공소기각 사유까지 확대하는 것이 과연 불가피했는지도 의문이다.통과가 임박한 형소법 개정안은 시행 과정에서 국민의 권리 보호와 법적 안정성 유지를 함께 담보해야만 그간 숱하게 제기됐던 우려를 씻을 수 있다. 여성, 노인,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나 경제적 능력이 부족한 취약계층이 법의 사각지대로 내몰리는 일은 없는지 거듭 점검해야 할 것이다. 공소기각 사유 확대 역시 특정 사건에 정치적으로 활용될 가능성은 없는지 형사사법의 보편적 원칙과 국민적 신뢰라는 기준으로 지켜볼 필요가 있다. 검찰개혁의 성패는 법으로 조직과 권한을 바꾸는 데 그치지 않는다. 국민이 공정하다고 믿고 제대로 보호받고 있다고 체감할 수 있는 형사사법 제도를 현장에 안착시키는 데서 판가름 날 것이다.
[사설]이틀 새 16% 날라간 코스피…과속 상승이 부른 고속 추락
한국 증시가 이틀 연속 폭락했다.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의 성공적인 상장으로 확인된 중국 메모리반도체의 약진, 미국 빅테크들의 현금 흐름 악화로 인한 반도체 수요위축 가능성 등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사상 최대인 SK하이닉스의 2분기 실적도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누그러뜨리지 못했다. "바닥이 어딘지 모르겠다"는 개미들의 공포심리가 주가를 끌어내리는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29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5.98% 하락한 5,663.24로 장을 마쳤다. 전날 10.84%의 하락폭을 포함해 이틀 만에 16.17%나 폭락한 것이다. 이날 유가증권 시장에선 장중 8% 이상 하락할 때 거래를 20분간 중단시키는 서킷브레이커가 전날에 이어 발동됐다. 코스피에서 서킷브레이커가 이틀 연속 발동된 건 한국거래소 출범 이후 처음이라고 한다. 지난 6월 19일 장중 9,385.59까지 상승해 고점을 찍었던 코스피는 이날 장중 5,262.77까지 밀리며 40일 만에 44%나 하락했다. 계속되는 하락장에서 "원금이라도 챙기자"는 개미투자자들이 2조 원 어치 주식을 순매도하며 폭락을 주도했다. 뒤늦게 증시에 뛰어들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2배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등 고위험 상품에 '베팅'한 개미들의 피해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고 있다. 씨티은행은 한국 주식 레버리지 상품 투자로 개인들이 떠안은 누적 손실이 387억 달러(한화 약 56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이런 상황에서 김용범 대통령 정책실장은 "모든 것이 레버리지 ETF 때문은 아니다"라고 했다. 최근 증시의 과도한 급등락에는 레버리지 ETF로 인한 효과 외에 개인투자자, 반도체주에 편중된 우리 증시의 '구조적 요인', 글로벌 증시의 변동성 확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5월 말 코스피가 사상 처음 8,000선을 돌파한 바로 다음 날 문제의 '삼전닉스' 레버리지 상품이 시장에 나왔다는 점에서 정부도 책임을 피하긴 어렵다. 증시 과열에 제동을 걸어야 할 당국이 오히려 과속을 부추긴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 증시는 국가적 경제위기 때나 나타날 법한 위험스러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불안에 휩싸인 개미들이 투자 심리를 회복되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정부는 레버리지 ETF에 대한 개인별 투자 한도 설정 등 이미 검토한 대책들을 신속히 추진해 시장의 변동성부터 줄여가야 한다.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에 이상이 없다는 사실을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납득시키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사설]"현직 대통령 연임 불가능"…더이상 논란 없도록 쐐기를
조정식 국회의장이 현직 대통령 연임과 관련한 발언을 했다가 하루 만에 해명에 나섰다. 앞서 조 의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야권이 현직 대통령의 임기 연장 개헌을 반대한다'는 질문에 "주권자인 국민 여론과 국민 선택의 문제"라고 답했다. 발언의 파장이 커지자 "권력구조 개편을 포함한 개헌은 정치권의 합의와 국민의 선택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원론적 취지였다"고 해명했다.대통령실도 즉각 진화에 나섰다. 홍익표 정무수석은 방송에 출연해 "일각에서 대통령실과 교감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음모론을 제기하는데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강훈식 비서실장도 기자들과 만나 이재명 대통령의 연임 불가 입장이 확고하다며 "헌법 체계가 허용하지 않고, 국민도 용인하지 않을 것이며, 현실적으로도 불가능하다"는 대통령의 뜻을 전했다.이로써 조 의장의 느닷없는 현직 대통령 연임 개헌 발언을 둘러싼 논란은 하루 만에 해프닝으로 정리되는 분위기다. 그러나 6선 의원이자 대통령 정무특보를 지낸 국회의장으로서는 지나치게 경솔한 발언이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정치권에 공연히 혼란만 키운 만큼 "취지가 잘못 전달됐다"는 해명만으로는 부족하다. 보다 분명한 유감 표명이 있어야 한다. 실제로 발언 직후 정치권에서는 "왜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문제를 굳이 꺼냈느냐"는 의문이 잇따랐다. 대통령실 설명대로 현직 대통령의 연임은 현행 헌법상 허용되지 않는다. 헌법 제128조 제2항은 "대통령의 임기 연장 또는 중임 변경을 위한 헌법 개정은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게는 효력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과거 임기 연장 개헌으로 장기 집권을 도모했던 전례를 원천적으로 막기 위한 '역사적 합의'이자 우리 헌정 질서의 핵심 원칙 가운데 하나다.극히 일부에서는 이 조항 자체를 개정하거나 부칙을 통해 적용 시점을 달리 정하면 현직 대통령 연임이 가능하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하지만 이는 헌법 정신에 정면으로 배치될 뿐 아니라 국민적 동의를 얻기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국회의장이 "정치 주체간 합의와 국민 선택의 문제"라고 언급했으니 원론적 발언이란 해명에도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것이다. 게다가 이 대통령의 형사사건 변론을 맡았던 조원철 법제처장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현직 대통령의 연임 적용 여부와 관련해 "국민이 결단할 문제"라고 답했던 사실까지 다시 거론되고, 야권에서는 이 대통령 형사 재판 상황을 염두에 두고 연임 개헌을 준비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불필요한 정치적 상상력만 키운 셈이다. 청와대가 명확하게 선을 그은 이상 현직 대통령의 연임 개헌 논란은 여기서 종결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문제는 정치의 영역도 아니고 여론의 영역도 아닌 헌법의 영역이다. 개헌 논의는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현직 대통령의 연임 문제만큼은 헌법 질서를 흔드는 논쟁으로 비화되지 않도록 정치권 모두가 신중해야 한다.
[사설]韓 증시 덮친 中 반도체 굴기, 이젠 턱밑까지…
중국 메모리반도체 회사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의 성공적인 상하이 증시 상장에서 비롯된 '반도체 쇼크'가 한국 증시를 강타했다. 28일 코스피는 전일 대비 10.84% 하락한 6,023.66에 거래를 마쳤다. 특히 SK하이닉스가 전날보다 14.65%, 삼성전자는 13.39% 폭락하면서 반도체발 '검은 화요일'이 연출됐다. 앞서 애플이 반도체 가격 폭등을 이유로 중국산 구입을 허용해 달라고 미국 정부에 요청한 상황에서 CXMT의 약진이 한국 반도체 기업의 미래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키웠다. 상하이 증시의 '나스닥' 격인 커촹반 상장 첫날인 27일 CXMT는 공모가의 5.7배 오른 가격에 마감하며 단번에 중국 증시 시총 1위에 올랐다. 상장을 통해 조달한 자금만 14조5000억 원이다. CXMT는 이렇게 마련한 실탄을 생산라인 확충, 기술개발에 투자해 한국과 2∼4년 벌어진 기술 격차를 좁힐 계획이다. 1분기 7.6%였던 CXMT의 글로벌 D램 시장 점유율이 올해 안에 10%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방정부가 대주주로, 사실상 국영기업인 CXMT가 수익성을 따지지 않고 저렴한 반도체를 대량 생산할 경우 1∼3위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러지가 형성해온 '메모리 삼각 구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어 전해진 중국 국영 반도체장비 기업의 '액침 심자외선(DUV) 노광장비' 생산 개시 뉴스 역시 세계 반도체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주요 변수다. 액침 DUV는 한국 기업이 현재 사용하고 있는 네덜란드 ASML의 최첨단 극자외선(EUV) 장비보다 한 단계 낮은 기술이다. 하지만 미국의 제재로 대중 수출이 금지돼 있는 반도체 노광 장비를 자체 생산한 것만으로도 '중국 반도체 굴기'는 강한 추진력을 얻게 됐다. 품질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세계적 반도체 공급부족 사태와 탄탄한 자국 내 수요에 올라타 반도체 양산 체제를 갖출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미국의 전방위 견제에도 중국 반도체 산업이 놀라운 속도의 발전을 거듭하는 데에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기업이 한몸처럼 움직이는 특유의 시스템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3차례에 걸쳐 137조 원 규모의 '빅펀드'를 조성해 반도체 기업들을 지원해 왔다. 반도체 기업의 실질적 주인인 지방정부는 부지 조성, 전력과 용수 공급 등 인프라 구축부터 인재공급까지 전폭적 지원을 책임진다. 세계적 수준의 연구인력들은 아침 9시부터 밤 9시까지 주 6일 일하는 이른바 '996′ 근무로 한국과의 기술 격차를 빠르게 좁히고 있다. 이번 증시 폭락은 중국 반도체 위협이 우리의 턱밑까지 차올랐음을 보여주는 경고나 다름없다. 한때 압도적 우위에 있던 디스플레이, 2차 전지, 전기차, 조선 산업에서 잇따라 중국에 추월당한 경험이 있는 한국으로선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경제의 주력 성장엔진인 메모리 반도체 주도권마저 중국에 빼앗기지 않으려면 잠시도 머뭇거릴 여유가 없다. 기술 초격차 유지의 걸림돌이 되는 연구개발(R&D) 인력 주 52시간제 예외인정 등으로 규제를 남김 없이 걷어내는 한편 토지보상 문제로 계속 지연되는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조성부터 속도를 내야 한다.
[사설]"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라더니 '필버' 무력화 나선 與
더불어민주당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제도를 손질하겠다며 국회선진화법 개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필리버스터를 사실상 무력화하고 패스트트랙 심사 기간을 대폭 단축하는 것은 물론, 상임위원장이 정당한 이유 없이 법안 심사를 지연한다고 판단되면 위원장까지 교체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2012년 여야 합의로 도입된 국회선진화법의 취지를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변화다.민주당은 국민의힘이 22대 국회 들어 필리버스터를 32차례나 신청하며 모두 750시간에 걸쳐 국회를 마비시켰다고 주장한다. 소수 의견 보호를 위한 제도가 민생 입법을 지연시키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일면 타당한 문제 제기다. 국민의힘이 습관적으로 필리버스트를 활용한 측면이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소수당의 견제 장치 자체를 제도적으로 약화시키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현행 제도에서도 필리버스터는 이미 제한적이다. 재적 의원 3분의 1 이상이 요구하면 무제한 토론을 시작할 수 있지만, 24시간이 지나면 재적 의원 5분의 3(180석) 이상이 찬성할 경우 강제 종료된다. 민주당은 지금까지 32차례의 필리버스터 가운데 28건을 하루 만에 종결시켰다. 그래서 현실적으로는 무제한 토론은 고사하고 그저 단독 통과를 하루 늦추는 수단으로만 기능하고 있다. 민주당은 노란봉투법과 방송 4법, 상법 개정안 등 주요 쟁점 법안도 이 절차를 거쳐 모두 처리했다. 절대다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이 하고자 했는데 하지 못한 것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런데 이마저도 의사당에 나와 있는 의원 수가 재적 5분의 1 아래로 줄면 필리버스터를 멈출 수 있도록 완화한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야당 시절 "의회 독재를 막는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라며 40년 만에 필리버스터를 부활시켰던 사실을 잊은 건가. 패스트트랙 제도 개편도 우려스럽다. 민주당은 현재 최장 330일인 심사 기간을 90일로 단축하겠다고 한다. 현재 패스트트랙 심사 기간은 '상임위원회 180일, 법제사법위원회 90일, 본회의 60일'인데, 이 기간을 '상임위 60일, 법사위 30일, 본회의 부의 후 첫 본회의 상정'으로 줄이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상임위원장이 회의 개최나 의사진행을 거부하거나 법안 심사를 현저히 지연한다고 판단되면 운영위 의결로 위원장을 교체하는 방안까지 추진하고 있다. 재적 위원 3분의 1 이상이 교체를 요구하고 과반이 찬성하면 위원장을 바꿀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국회선진화법은 다수당의 입법 폭주와 소수당의 물리적 저지를 동시에 막기 위해 여야가 어렵게 타협해 만든 제도다. 운영 과정에서 손질이 필요할 수는 있다. 하지만 개정의 방향이 입법의 속도와 효율성만 앞세우는 쪽이면 곤란하다. 여야의 처지는 언제든 바뀔 수 있다. 국회의 다수결 원칙은 존중돼야 하지만, 소수 의견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장치까지 허물어서는 안 된다. 그보다는 여야 모두 얼마나 대화와 타협의 노력을 했는지부터 되돌아봐야 한다.
[사설]노총 '회계공시 연동' 삭제…투명성 후퇴 조장하나
민주노총, 한국노총 등 상급단체와 산하 노동조합이 모두 회계 내용을 공개하는 경우에만 조합비를 세액공제해 주던 규정이 폐지될 전망이다. 그렇게 되면 양대 노총은 회계를 공시하지 않아도 아무런 불이익을 받지 않게 된다. 한국 경제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양대 노총 운영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된 제도가 3년 만에 유명무실해질 가능성이 커졌다.고용노동부는 상급단체가 회계를 공시하지 않아도 산하 노조만 공시에 참여하면 노조원들이 조합비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이르면 다음 달 입법예고할 방침이라고 한다. 노조 회계공시 제도는 합리적인 노사관계 정착을 목표로 2023년 도입된 윤석열 정부의 대표적인 노동개혁 정책이다. 조합원 1000명 이상인 노조가 회계를 공시하면 연말정산 때 조합비의 15%를 세액공제해 주되, 해당 노조의 상급단체가 회계 공시를 거부하면 산하 노조 조합원도 공제 대상에서 제외된다.지난 정부가 소득세법을 개정해 산하 노조와 상급단체의 회계 공시를 연동시킨 것은 민주노총 산하 노조에서 조합비 횡령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는 등 수백억 원 규모의 조합비를 다루는 거대 노총의 투명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당시 양대 노총은 "노조의 자율성을 침해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나 산하 노조 조합원들 사이에서 "상급단체 때문에 연말정산 세액공제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불만이 커지자 마지못해 회계 공시에 참여했다. 이번에 상급단체와 산하 노조의 회계 공시 연동 규정을 없앨 경우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굳이 회계 내용을 공개할 이유가 없어진다.문제는 이러한 조치가 분야를 가리지 않고 사회 전반의 투명성을 강화하는 시대적 흐름에 역행한다는 점이다. 지난해 조합원 1000명 이상 노조의 회계 공시 참여율은 89.1%로 대단히 높다. 월급에서 떼어 낸 조합비가 정당한 곳에 제대로 쓰이는지 확인하고 싶어하는 노조원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산하 노조 조합원들이 낸 조합비의 일부가 상급단체로 전달되고, 두 노총에 지난해에만 100억 원이 넘는 국고 지원까지 이뤄진 만큼 양대 노총의 돈 씀씀이 역시 투명하게 공개되는 것이 마땅하다.'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기업에는 '투명 경영'을 요구하면서 노동계의 회계공시 제도 폐지 주장을 사회적 여론 수렴 없이 그대로 받아들일 경우 이재명 정부가 노동계에만 관대한 '이중 잣대'를 적용한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회계 투명성은 기업만이 아니라 노동단체에도 동일하게 적용돼야 할 원칙이다.
[사설]사실적시 명예훼손죄 손질…'인격권' 보호 함께 가야
사실을 적시한 경우에도 명예훼손으로 처벌하는 현행 형법의 적용 범위를 대폭 축소하는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됐다. 지금은 내용이 진실이더라도 공연히 사실을 적시해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발의한 개정안은 처벌 대상을 '사생활에 관한 중대한 비밀'을 적시한 경우로 한정했다.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를 폐지하는 대신 요건을 강화하는 쪽으로 손보겠다는 취지다.이번 개정안은 표현의 자유를 보다 폭넓게 보장하려는 데 목적이 있다. 그동안 공익적 목적으로 사실을 알린 경우까지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공직자의 비리를 폭로하거나, 성폭력 피해 사실을 고발한 사람이 현행법에 따라 되레 명예훼손 혐의로 보복 소송을 당하는 사례도 반복돼 왔다.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를 떠받치는 핵심 가치이다. 아울러 명예와 인격권 역시 헌법이 보장하는 중요한 기본권이다. 특히 인터넷과 소셜미디어 시대에는 인격권 침해의 전파 속도와 파급력이 실로 엄청나다. 설령 그 내용이 진실이더라도 무분별하게 공개되면 개인의 삶을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파괴할 수 있다. 온라인에서 사생활 폭로를 돈벌이 수단으로 삼는 이른바 '사이버 렉카'가 대표적 사례다. 헌법재판소가 2021년 5대 4 의견으로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를 합헌이라고 판단한 이유도 이러한 현실을 감안한 결과였다.그 점에서 개정안이 '사생활에 관한 중대한 비밀'을 적시한 경우에만 처벌하도록 해 표현의 자유와 인격권 보호 사이에서 균형을 찾으려 한 것은 바람직해 보인다. 다만 문제는 중대한 비밀을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지, 사생활과 공적 관심사의 경계가 어디인지 등에서 논란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법안이 국회에서 논의되는 동안 이런 부분을 명확히 하고 보완함으로써 표현의 자유와 인격권 보호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제도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 공익적 사실적시와 권력 감시는 보호하되 사적 보복과 신상털기, 사이버 렉카식 인격 침해는 막을 수 있는 정교한 입법이 요구된다.
[사설]방만 논란 교부금 개편, 靑이 나서 정리해야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이 내국세의 20.7%를 시도 교육청에 나눠주는 현행 '교육 교부금' 제도의 개편안을 마련 중이며, 조만간 법안도 발의하겠다고 방송에 나와 밝혔다. 앞서 그는 지난 8일 열린 교육계와의 공개 토론에서도 시대에 맞지 않는 제도의 개편 필요성을 강조했다. 교육계가 강하게 반발하는 가운데 50년 묵은 교육 재정의 근간을 바꾸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것이다.현재 교부금 제도는 초중고 교육을 담당하는 일선 교육청에 예산을 나눠주고, 이를 교육감이 집행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문제는 학령 인구가 100만명이던 1972년 도입된 제도라는 점이다. 당시엔 초중고 학교 시설과 교사가 많이 필요했고, 내국세를 걷어 일정 비율의 막대한 예산을 자동으로 지원하는 제도의 효과가 컸다. 하지만 지금은 학령 인구가 25만명으로 줄었다. 게다가 초중고 외에 첨단 인재 배출, 평생 교육 같은 새로운 예산 용처가 갈수록 늘고 있다.특히 교부금은 경제성장에 따라 매년 크게 증가하면서 운영의 방만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교육감이 마치 쌈짓돈처럼 쓴다는 것이다. 교육감 선거 때마다 현금성 지원금 공약이 난무했고, 적립금으로 쌓아두는 금액도 상당했다. 그때마다 개편 여론이 일었지만 교육계 표심을 고려한 정치권과 정부의 소극적 움직임으로 흐지부지됐다. 최근 교부금 논란이 다시 점화한 것은 반도체 호황 때문이다. 수출 증가로 세금이 늘면서 교부금이 역대 최대인 80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급증한 교부금을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자는 것이 기획처 입장이다. 그러나 교육부는 현행 분배율의 고수를 주장하고 있다. 인건비와 학교 운영비 등을 감안할 때 줄이기 어렵다는 논리다.교부금 논쟁이 힘겨루기로 흘러선 안 된다. 우선 순위로 고려할 것은 국민 세금이 낭비되지 않도록 하는 일이다. 학생 수는 주는데 교부금은 갈수록 증가하는 구조라면 합리적인 조정안을 마련하는 것이 불가피할 것이다. 그러나 교육계 반발이 거세지면서 내년도 예산 편성 시한인 8월 말까지 교부금 개편안 마련이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이런 사안일수록 청와대의 적극적인 조정 역량이 필요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말 국무회의에서 기획처와 교육부의 공개토론회를 제안했다. 하지만 교육계 반발은 토론 이후 더욱 강하게 전개되는 양상이다. 전국 교육감들이 긴급 회의를 열어 개편에 반대했고, 전국 176개 교육지원청 교육장들이 모여 내국세 연동률의 유지를 주장했다. 청와대가 적극 나서 입장 차이를 정리하고 교육계를 설득할 필요가 있다. 교육 재정은 어느 한쪽의 전유물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국가 자산이다. 학생 수와 교육 수요의 변화에 맞춰 재설계를 끌어내는 것이 정부의 책무다.
[사설]'집권당 전대'인지, '신천지 전쟁'인지
더불어민주당 대표·최고위원 경선이 '신천지' 논란으로 얼룩지고 있다. 당권 경쟁이 일찌감치 네거티브로 흘러간 가운데 특정 후보를 겨냥한 '신천지 개입설'까지 더해져 경선은 말 그대로 이전투구 양상이다. 국정의 한 축을 책임진 집권당 전당대회라고 보기 민망할 정도로 정책비전 경쟁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예비경선을 통과한 후보들이 이번주 순회 경선에 돌입하는 가운데 민주당은 지난 주말에도 신천지 논란으로 시끄러웠다. 김민석 의원은 25일 신천지 의혹을 거듭 언급하며 "계엄을 경고했을 때처럼 신천지 의혹을 꺼내놓은 것은 당과 미래를 위해서"라고 주장했다. 이에 유착 당사자로 의심받는 정청래 의원은 26일 "당을 위험에 빠트린 해당 행위를 당에서 철저히 진상을 규명해 달라"고 촉구했다. 급기야 당내에선 "(전당대회가) 명청 갈등만 조장하고 신천지 전쟁"이라는 우려까지 나왔다.신천지 개입설은 김 후보가 20일 합동연설회에서 "반명, 분열주의, 신천지의 3자 비밀 연합을 깨는 것이 이번 전당대회의 본질"이라고 주장하면서 본격화됐다. 21일엔 라디오 방송에서 "3자가 사실상의 연합으로 형성돼 핵심 배후가 되는 상황"이라고 발언 수위를 높였고, 진행자가 근거를 묻자 "적절한 시기에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이에 정 후보와 친청계 최고위원 후보들은 "근거가 없으면 책임지고 사퇴하라"며 반발했다. 신천지 측은 "어떠한 개입도 하지 않았다"고, 강준현 수석대변인은 "수상한 입당자도, 의도적 개입도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특정 종교 단체가 조직적으로 정당 활동에 개입했다면 정당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범죄행위로 묵과할 수 없다. 이재명 대통령도 올해 신년 기자회견에서 정교 유착은 "나라가 망하는 길"이라고 했다. 더구나 신천지는 무리한 교세 확장 과정에서 나타난 반사회적 일탈 행위들로 인해 사회적 물의를 빚은 종파다. 따라서 신천지 연루설은 해당 정치인에게는 실제 '유착' 여부와는 무관하게 그 자체로 치명적 타격이 된다. 그럴수록 의혹제기는 신중해야 하고 사실이라면 끝까지 규명해야 한다.그런데도 김 후보는 의혹을 제기한 지 일주일이 넘어가는데도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 22일에는 기자들에게 "나는 신천지 정치개입 문제점만 지적했고 특정 후보를 연결 짓는 것까지 책임질 필요가 없는 것 같다"고 했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특정 후보를 연상시키는 듯한 태도를 보이며 의혹을 제기한 이유가 무엇인지 되묻지 않을수 없다. 물론 검경 합동수사본부 가 신천지의 조직적 민주당 집단 가입 정황을 발견했다는 보도까지 나온 만큼 관련 의혹을 가볍게 여길 일은 아니다. 그럴수록 김 후보는 시간을 끌지 말고 근거 조속히 공개해 타당성을 검증받기를 바란다. 이번 사안은 의혹만으로도 정당 민주주의를 교란하는 엄중한 사안인 만큼 사실관계가 분명하게 밝혀져야 한다. 의혹은 명명백백히 가리고 경선은 미래를 놓고 경쟁하는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야 한다.
[사설]日 '적극재정' 추진하자 '엔' 폭락…나랏빚이 이렇게 무섭다
일본 엔화 가치가 40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중동 전쟁 재확산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 미국보다 2.75%포인트 낮은 기준금리의 영향 등이 누적된 결과다. 하지만 이번 주 들어 나타난 엔화 가치 급락에는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나랏빚을 늘려서라도 재정 지출을 확대하겠다는 다카이치 사나에 정부의 '적극재정' 방침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24일 달러 당 엔화 환율은 163.9엔까지 상승(엔화 가치는 하락)했다. 대미 무역흑자 축소를 압박한 미국의 요구로 일본이 엔화 가치를 급하게 끌어올리던 1986년 연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올해 초 156엔에서 출발한 엔-달러 환율은 지난달 초 160엔을 넘어선 데 이어 이번 주 들어서는 163엔대에 진입했다. 일본은행(BOJ)과 정부가 환율 방어에 나서 한 달 간 무려 12조 엔을 쏟아부었지만 별 효과를 보지 못했다.21일 각의에서 확정된 '경제·재정 운영과 개혁의 기본 방침(일명 호네부토·骨太, 굵은 뼈대)'이 엔화 약세에 가속도를 붙였다. 일본 정부는 올해 통과시킨 방침에서 '책임 있는 적극재정'을 강조하는 한편, 25년간 사용되던 '재정 건전화' 표현을 '재정의 지속 가능성'으로 완화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일본 국채금리가 급등하고, 엔화 가치는 급락하는 '호네부토 쇼크'가 발생했다. 선진국 중 빚이 가장 많은 나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200%가 넘는 일본이 '빚을 더 내 돈을 풀겠다'고 나선 데 대해 시장이 경고를 보낸 것이다. 이로 인해 줄곧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던 엔화와 원화의 '디커플링'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SK하이닉스 주식예탁증서(ADR)의 미 나스닥 상장으로 인해 한국에 달러가 유입되는 효과까지 겹치면서 엔화 대비 원화 환율은 1년 8개월 만에 900원 선 아래로 떨어졌다. 반도체 초호황 으로 세수가 급증하고 있는 한국은 일본과 달리 올해 추가로 나랏빚을 낼 필요가 없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한국은 정부부채 비율이 51% 정도로 일본에 비해 재정 여력이 있는 편인데도, 올해 들어 원화는 엔화와 함께 주요 통화 중에서 유난히 약세를 보여 왔다. 게다가 한국에는 '선진국 중 나랏빚 증가속도가 가장 빠른 나라'라는 꼬리표가 늘 따라 다닌다. 언제 꺾일지 예측하기 힘든 반도체 호황만 믿고 정부 지출을 늘린다면 우리도 언제든 원화 가치 급락 등 시장의 역습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사설]투표율 허위 입력까지…선관위 일탈, 끝은 어디인가
검경 합동수사본부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지역 선관위를 연이틀 압수수색했다. 6·3 지방선거 당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일부 직원의 투표율 허위 입력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사실이라면 단순한 행정 잘못을 넘어 선거 관리의 공정성과 정확성을 훼손한 법 위반 행위다. 게다가 압수수색 대상이 된 서울·경기권 외에 충청권에서도 추가 조작 정황이 드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직원들은 선거 당일 투표자 수를 잘못 입력하자 이를 감추기 위해 전산상 통계 수치를 임의로 수정했다고 한다. 잘못 기재된 인원을 다른 투표소에 분산 입력해 시간이 지나며 수치가 맞춰지도록 했다는 것이다. 합수본에 따르면 이들은 내부 메신저를 통해 상부 보고나 공식 결재 없이 숫자를 맞추자고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압수수색 과정에서는 "최종 투표율이 중요한 것 아니냐"는 취지의 납득하기 어려운 해명까지 내놨다고 한다. 입력 오류는 있을 수 있지만, 이를 바로잡는 과정은 정해진 절차를 따르고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 한심하고 기막힌 일이 아닐 수 없다. 헌법상 독립기관이라는 지위를 방패 삼아 온 선관위의 무능과 부실, 일탈과 기만적 행위는 이제 끝을 알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고위직 자녀 특혜 채용으로 공정성에 상처를 입었고, '소쿠리 투표'와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관리 능력에도 의문을 남겼다. 이번에는 시간대별 투표율 통계까지 임의로 수정이 가능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내부 통제와 전산 관리 체계 전반에 대한 신뢰마저 흔들리고 있다. 유권자의 판단과 정당의 선거 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실시간 투표율이 자의적으로 수정될 수 있었다면 선거 관리 시스템에 심각한 허점이 있었다는 방증이다. 합수본은 관리 책임자의 묵인이나 조직적 관행이 있었는지, 다른 선거에서도 유사 사례가 있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다만 이번 사건을 곧바로 부정선거 주장으로 확대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현재까지 드러난 것은 투표율 통계 수정 의혹이지 후보별 득표수를 조작했다는 증거는 아니다. 근거 없는 음모론은 또 다른 사회적 혼란만 키울 뿐이다. 외부 감시 확대, 감사·보고 체계 강화, 전산 시스템 재설계 등 해체적 수준의 선관위 쇄신을 서둘러야 한다.
[사설]사우디에 '우라늄 농축' 길 터준 美, 한국은…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사우디아라비아와 원자력 협정을 체결했다. 미 에너지부는 22일 "양국이 '평화적 핵 협력 협정'과 '양자 핵 안전조치 협정'에 서명했다"며 "높은 수준의 핵 안전, 안보, 핵 비확산 기준을 유지하게 된다"고 밝혔다. 문제는 미국 원자력법 123조에 따른 외국의 '독자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를 금지하는 '황금 기준'이 이번 협정에선 빠졌다는 사실이다. 미국은 지금까지 한국·아랍에미리트(UAE)와 국제원자력기구(IAEA)·유럽원자력공동체(EURATOM) 등 51개 국가·국제기구와 원자력협정을 맺으면서 단 한 번의 예외도 없이 이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해왔다.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이번 협정으로 미국은 사우디에 원전을 건설하고 원전 연료용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기술을 이전한다. 기존 국제 원자력 원칙·규범을 포기한 이번 협정은 사우디 원전 건설 사업에 러시아와 중국의 진출을 봉쇄하면서 미국 참여를 보장받는 일종의 '딜'로 보인다. 사우디에 사실상 '우라늄 농축'의 길을 터준 셈이다. 다만 농축과 재처리엔 미국 인력만 접근하도록 제한하는 '블랙박스' 방식으로 사우디 핵 개발 시도를 견제할 제동장치는 남겨뒀다. 사우디의 선례가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을 통한 한국의 우라늄 농축 및 재처리 권한 확보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협의를 통해 이 권한을 포괄적으로 확보해야 우리 원전산업이 핵연료 주기를 완성하고 핵연료 공급망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현재 사용후핵연료 임시 저장시설 포화상태로 가동 중단 위기를 맞고 있는 국내 원전에 숨통을 틔워줄 수 있다. 지난해 10월 경주 한·미 정상회담 공동 팩트시트에는 '미국은 한국의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핵연료 처리 절차를 지지한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도 지난해 12월 워싱턴 등에서 미국 측과 원자력 잠수함 협력, 농축 및 재처리 등 후속 협의를 진행했다. 지난 1월엔 '한·미 원자력 협력 범정부 협의체(TF)'도 출범했다. 이후 지난달 1차 실무 협상이 이뤄졌지만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우라늄 농축 및 재처리 권한 확보를 위해선 긴밀한 한·미 신뢰와 협력이 중요하다. 하지만 최근 강경화 주미대사가 이례적으로 귀국해 국가안보회의(NSC) 상임위에 참석하는 등 한·미 관계에 이상징후가 엿보이는 것은 우려스런 흐름이다. 관세, 남북관계, 동북아 정세, 쿠팡 문제 등 양국 간 현안을 적극적으로 관리하면서 원자력 질서 변화에 따른 양국 협력을 새롭게 도모할 필요가 있다. 중동 원전 진출 경험이 있는 한국과 기술은 보유하고 있지만 오랫동안 원전 건설을 중단했던 미국은 사우디 공동진출로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최상의 파트너다.


![[시대포럼] AI 대전환의 시대, AI 풀스택 대한민국의 도약](https://i.ytimg.com/vi/VcbpSJtXg6o/maxresdefault.jpg?width=1920&quality=75)




.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