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부동산 세제, 유튜브 여론으로 다룰 일인지…
다음주 부동산 국민 토론회를 앞두고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초고가 1주택자'에 대한 보유세 인상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거론했다. 유튜브 생중계 시청자를 대상으로 얼마짜리 주택을 초고가로 볼 것인지 즉석 설문 조사를 진행하고, 구체적인 가격 기준도 언급했다. 부동산 문제에 관한 국민, 전문가의 의견을 폭넓게 듣겠다며 토론회를 예고해 놓고 정책의 방향과 내용을 미리 내비친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14일 생중계된 국무회의에서 "소위 '똘똘한 한 채'나 100억 원 이상 하는 초고가 주택에 대해 똑같이 하는 게 맞느냐는 논란이 있다"면서 "초고가 주택에 대해서는 차별적으로 부담을 지우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면 1번을, 그게 아니라고 생각하면 2번을 눌러 달라"며 유튜브 댓글을 이용한 실시간 설문 조사를 제안했다. 또 댓글 90%가량이 1번이란 보고를 받고는 "실거주 1주택이라도 초고가 주택에는 (보유세를) 더 강화하자는 데 대체로 공감하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초고가 주택 기준에 대한 즉석 조사도 이어졌다. 이 대통령은 "10억 원 이상이면 1번, 20억 원 이상이면 2번, 30억 원 이상이면 3번을 눌러 달라"고 시청자들에게 요청했다. 10억 단위별로 번호를 고르라는 것이었다. 30억 원을 고른 이들이 많다는 보고를 받자 이 대통령은 "너무 가혹한 것 아닌가. 시가 기준으로 30억 원이면 공시지가로는 십 몇 억 원밖에 안 되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이 때문에 7월 말 나올 정부 세제개편안에 시가 40억 원 또는 그 이상 가격인 1주택자 보유세율 인상안이 담길 거란 관측이 나왔다. 중요한 세금인상 사안을 논의하면서 소수의 유튜브 동시 접속자 의견을 참고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논란도 제기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자기가 부담해야 하는 세금에는 한 푼이라도 민감하지만, 다른 이들에게 부과되는 세금에는 쉽게 동의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국내 전체 주택 2000만 채 중 시가 30억 원 이상의 주택은 18만 채 정도로 1%에 못 미치는 것으로 추산된다. 상당수 국민은 '초고가 주택'의 세금을 올려도 자신에겐 영향이 없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매년 수 천 만 원의 보유세를 내는 건 고가 주택 소유자에게도 적지 않은 부담이다. 집값 상승의 이익은 현실화하지 않았는데, 매년 자기 지갑에서 현금으로 세금을 납부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한 집에 평생 살다가 재건축·재개발로 집값이 올랐을 뿐 현재 소득은 없는 고령 은퇴자들에겐 큰 걱정거리다. 지금까지 실거주 1주택자에 대해선 집값이 비싸도 일정 부분 세금 부담을 덜어줬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국민 실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부동산 세제 개편은 최대한 신중히, 부작용을 줄이는 쪽으로 이뤄져야 한다. 이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는 국민 토론회의 장을 마련한 만큼 참석한 전문가, 국민들의 의견을 경청한 뒤 정책의 구체적 방향을 결정해도 늦지 않다. 토론회가 시작되기도 전에 정부가 이미 결론을 내린 듯한 인상을 주면 여론 수렴의 모양새만 낸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사설]'촉법 소년' 연령 하향 가닥…'처벌과 교화' 균형점 찾아야
성평등가족부가 14일 국무회의에서 '강력·중대·반복' 범죄에 한해 촉법소년 기준을 현행 14세 미만에서 13세 미만으로 낮추는 방안을 보고했다. 소년범죄에 대한 국민적 불안과 제도 개선 요구를 반영해 '조건부'로 연령 기준을 내리겠다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기준 하향에는 이견이 없는 것 같다"고 했다. 다만 이 대통령은 "특정 범죄만 부분적으로 한 살 낮추는 건 너무 미약하지 않나"라며 "국민 의견 수렴과 토론을 추가로 거치자"고 했다. 이에 따라 촉법 소년 기준을 조건부로 하향할지, 일률적으로 낮출지 등 세부 결정은 추가 절차를 밟게 됐다. 지난해 경찰에 검거된 촉법소년은 2만1000여 명으로 5년 전의 두 배 수준으로 크게 늘었다. 절도와 폭력 비중이 여전히 크지만 성폭행 같은 강력범죄도 점점 늘고 있는 추세다. 이와 관련, 갈수록 늘고 있고 흉포화 우려도 커지고 있는 소년범죄에 대응해 형사처벌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과 처벌보다 교화가 우선이라며 현행 기준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왔다. 정부 부처 내에서도 법무부와 교육부 등을 중심으로 다양한 의견이 개진된 가운데 성평등가족부가 공론화 과정을 토대로 절충안을 제시한 셈이다.13세는 대부분 중학교 1학년에 해당한다. 대통령이 특정 범죄만 부분적으로 낮추는 것에 대해 일단 신중한 태도를 보였지만 '제한적' 연령 기준 인하는 검토해볼 만하다. 실제로 성평등가족부가 관계 부처와 전문가, 시민이 참여하는 공론화 절차를 진행한 결과 부처∙전문가로 구성된 사회적 대화 협의체는 현행 유지에 무게를 실은 반면 온라인 공청회에서는 '일괄 하향'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고 한다. 반면 숙의 토론 등을 거친 시민참여단 212명은 '조건부 하향'에 손을 들어줬다. 사회적 수용성 등을 감안할 때 현행 유지나 일률적 인하 보다는 일단 강력 범죄에 한해 촉법소년 기준을 인하하는 게 현실적이라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진 것이다. 연령 기준 논의에만 매몰돼 교화와 재범 방지 대책에 대한 논의가 소홀해져서는 안 된다. 성평등가족부는 보호처분 개선과 과밀 소년원 해소 등 보완 대책도 함께 보고했는데 이런 조치 역시 차질 없이 추진해야 한다. 소년범죄를 줄이는 길은 처벌 강화만으로도, 교화만으로도 완성되지 않는다. 응당한 책임과 실효성 있는 교화의 정교한 균형점을 찾을 때 갈수록 늘고 있는 소년 범죄 예방이라는 제도 개선의 목적도 달성될 수 있을 것이다.
[사설]'유조선 척당 450억'…'트럼프 통행세' 부담까지 닥치나
'사실상 전쟁 재개'란 분석이 나올 정도로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미국과 이란의 군사충돌이 격화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8일 발효된 이란과의 종전 양해각서(MOU)를 당장 폐기할 듯한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나아가 미국이 해협을 군사적으로 통제하고, 이곳을 지나는 배에 '통행세'까지 받겠다고 한다. 이 해협을 통해 원유의 70%를 수입하는 한국으로선 인플레이션 압력을 낮출 빠른 유가 하락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트럼프 대통령은 13일 트루스소셜에 "이란 봉쇄를 재개한다. 이란 선박이나 이란과 거래하는 선박은 해협을 드나들지 못한다"고 썼다. 앞서 이란이 해협을 지나는 민간 상선을 공격한 데 대응해 미국은 이란에 대한 대대적 야간공습을 4일 연속 진행했다. 같은 날 라디오에 출연한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적 적대 행위를 60일간 중단하기로 한 종전 MOU와 관련해 "그것은 (이란을) 시험하기 위해 만든 것일 뿐"이라며 의미를 깎아내렸다.트럼프 대통령의 강도 높은 발언들은 이란의 추가도발을 차단하고, 이란 지도부의 백기투항을 압박하기 위해 의도된 것이란 분석이 있다. 하지만 이란 측은 민간 선박과 주변 걸프국 내 미군기지를 향한 보복 공격을 좀처럼 멈출 기색이 없다. 2월 말 시작된 미·이란 전쟁이 예상보다 장기화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한술 더 떠 트럼프 대통령은 "공정성 차원에서 미국은 (해협을 지나) 운송되는 모든 화물에 대해 20% 비율로 보상을 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구체적 방안이 나오지 않았지만 '해협의 수호자' 역할을 맡는 대신 '보호비'를 받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원유를 가득 실은 초대형 유조선에 실제로 20%가 부과될 경우 척 당 통행세만 450억 원이다. 이란이 요구했던 통행료의 15배다. 한 해 해협을 통과해 한국에 들어올 선박의 전체 통행료는 최대 17조5000억 원으로 추정된다. 관련 업계의 수익성을 악화시킬 뿐 아니라, 원유도입 비용을 높여 한국의 물가에 충격을 줄 수 있는 수준이다.군사 갈등이 다시 격화하면서 국제유가는 하루 만에 10% 급등해 배럴당 80달러 대로 올라섰다. 전년 동월 대비 25% 올라 전체 소비자물가를 3%대로 끌어올린 석유류 가격 하락은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석유 최고가격제를 유지하는 데 드는 재정부담도 불어날 것이다. 국내에 필요한 두 달 치 원유가 확보됐다지만, 정부는 중동 긴장의 장기화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특히 '트럼프 통행세'가 현실화할 경우 이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과 국제 공조체계도 점검해야 한다.
[사설]코스피 7,000 두 달 만에 붕괴…ETF 투자 문턱 당장 높여야
SK하이닉스 주식예탁증서(ADR)의 성공적인 나스닥 데뷔가 국내 증시를 끌어올릴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13일 코스피는 9% 가까이 폭락하며 7,000선이 무너졌다. 미국·이란 전쟁 재개 우려, 미국 빅테크들의 인공지능(AI) 투자 축소 가능성 등이 원인으로 거론되지만, 그것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복합적인 장세다. '롤러코스피'라는 말이 나올 정도의 지나친 변동성에 피로감을 느낀 외국인 투자자의 이탈, 개인투자자의 공포 심리 확산 등이 낙폭을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코스피는 오전에는 5% 이상 하락 시 적용되는 매도 사이드카가, 오후에는 8% 이상 급락 시 적용되는 서킷브레이커가 각각 발동됐을 정도로 하루 종일 급락을 계속하다 전날보다 8.95% 하락한 6,806.93에 마감했다. 코스피가 7,000선 아래로 내려앉은 것은 지난 5월 6일 사상 처음 7,000선을 돌파한 이후 두 달여 만이다. 지난 10일 미국 나스닥 상장 첫날 13% 급등했던 SK하이닉스는 이날 국내 시장에서는 15.37% 폭락한 184만5,000원에 장을 마치며 한 달여 만에 200만 원 선이 무너졌다. 삼성전자도 10.7% 하락한 25만4,500원에 마감했다.저가매수 기회를 노린 개인이 3조8000억 원 넘게 샀지만, 기관과 외국인이 각각 2조2000억, 1조7000억 원 어치 주식을 내던지면서 주가는 급락세를 탔다. 7,000선이 무너지자 사모펀드 등 기관의 프로그램 매도가 급증했고, SK하이닉스 ADR 상장으로 미국에서도 직접 투자할 수 있게 된 외국인이 국내 반도체주를 팔면서 낙폭이 커졌다. 반면 개인투자자의 대기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은 최근 한 달 동안 30조 원 가까이 줄면서 시장을 떠받칠 매수 여력도 약해지고 있다.코스피가 지난주 8,000선에 이어 7,000선마저 내주면서 주가 회복을 기대하며 돈을 넣은 투자자들이 받을 충격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2배 레버리지 ETF에 빚까지 낸 투자자의 경우 하루 손실액이 원금의 절반을 넘을 수도 있다. SK하이닉스 레버리지 ETF의 수익률이 상장가 아래로 떨어지면서 손실 구간에 접어든 만큼, 빚을 내 투자한 개미 계좌의 강제청산(반대매매) 규모는 가파르게 증가할 것이다.이런 장에서 개인투자자의 무리한 저가 매수 시도는 위험하다. 이달 말 실적 발표가 예정된 알파벳·마이크로소프트·메타·아마존 가운데 단 한 곳이라도 AI 인프라 투자 축소 가능성을 시사할 경우 반도체주는 다시 크게 출렁일 수 있다. 금융당국은 극도로 위험성이 커진 시장의 안정성 회복에 주력해야 한다. 레버리지 ETF의 예탁금을 올려 투자의 문턱을 높이거나, 하루 거래 횟수를 제한하는 등 투자자 보호를 위해 쓸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시행해야 한다.
[사설]"생명을 위협하는 더위"…'행동 요령'만으론 충분치 않다
극심한 무더위로 '폭염 중대 경보'가 처음 발령되면서 경각심이 고조되고 있다. 기상청과 질병관리청이 함께 발표한 행동 요령에는 '생명을 위협하는 더위'라는 문구까지 등장했다. '살인적 더위'라는 표현이 이제는 과장이 아닌 것이다. 기상청은 지난 일요일 경북 포항시와 경산시에 중대 경보를 발령했다. 체감온도가 이틀간 최고 35도 이상인 지역에서, 추가로 체감온도 38도 또는 최고기온 39도가 하루를 넘길 것으로 예상될 때 중대 경보가 내려진다.폭염 중대 경보는 지난달부터 처음 시행됐다. 경보 조건이 까다로운데도 한 달여 만에 바로 발령된 것이다. 이제는 40도 가까운 극단적 폭염이 언제든 찾아올 수 있다는 경고이기도 하다. 특히 이번 폭염은 장마 도중에 갑자기 발생했다. 북태평양 고기압과 티베트 고기압이 한반도 상공을 두 겹으로 뒤덮는 '열돔 현상'이 나타난데다, 평소보다 바다 온도가 높아지면서 뜨거운 바람이 유입됐다. 이상 기후가 일상화하면서 정부 예측과 대응력을 압도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당초 기상청은 폭염 중대 경보가 10년 정도에 한 번 내려질 것으로 내다봤다. 폭염이 일상화하면 노인과 빈곤층, 야외 작업자 등이 큰 타격을 받는다. 특히 65세 이상은 체감온도 38도 이상에서 사망 위험이 19% 높아진다고 한다. 경보가 울리면 지방자치단체가 쪽방촌 노인 관찰, 무더위 쉼터의 연장 운영, 야외 작업의 중단 권고 등 조치에 나선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무더위 쉼터만 해도 접근이 어렵거나, 운영 시간이 짧다는 지적이 나온다. 야외 작업 중단도 무시될 때가 다반사다. 정부가 제시하는 '폭염 행동 요령'도 필요하지만, 여기서 나아가 도시 재설계와 인프라 확충의 문제로 폭염 위협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최근 열돔 현상으로 수천 명이 숨진 유럽은 반면교사 사례다. 과거 날씨를 기준 삼아 설계된 인프라와 제도 때문에 온 국민이 고통받고 있다. 냉방 인프라가 미비한 프랑스에선 시민들의 에어컨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 생존을 위해 주택 창문을 은박으로 가려 햇볕을 차단할 정도다. 학교, 철도, 발전소 등 기반 시설 곳곳도 운영에 지장을 받고 있다.이제 폭염은 상시 위협이라는 전제를 깔고 지속적인 정책 정비에 나서야 한다. 도심 쉼터가 제대로 작동하도록 운영 실효성을 높이고, 야외 작업 중단의 대상과 기준을 명확히 정해 현장에서 지키게 해야 한다. 또한 교통망 같은 핵심 시설의 내열성 강화도 서둘러야 한다. 개인이 알아서 대피하는 대신 사회 전반의 인프라가 폭염을 견디도록 만드는 것이 국가의 책무다.
[사설]주담대 죄는 은행들…청년·무주택자 숨통 틔울 대책 내놔야
시중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을 비롯한 가계대출의 통로를 바짝 조이고 있다. 가계 대출액이 금융당국에 보고한 연간 증가목표에 바짝 다가섰기 때문이다. 사실상 신규 대출을 중단한 은행도 있다. 가계부채 증가속도를 낮추기 위해 부득이한 조치라고 한다. 하지만 전세·월세난을 피해 중저가 주택을 사려고 준비하던 실수요자들로선 갑작스레 높아진 대출 문턱에 당황하지 않을 수 없다.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한 달 만에 7조6000억 원 급증해 1년 10개월 만에 증가 폭이 가장 컸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연간 증가목표의 80% 수준까지 높아졌다. 이런 추세라면 한 달 안에 연간 목표를 초과할 수 있다고 한다. 부동산 거래가 늘어 주담대 수요가 급증한 데다, 주식투자를 위해 신용대출을 받은 이들이 많아진 영향이다.이에 대응해 KB국민은행이 10일 자체적으로 주택 구입자금 대출 한도를 6억 원에서 3억 원으로 낮췄다. 수도권 규제지역 내 15억 원 이하 주택을 살 때 6억 원까지만 대출해주도록 한 정부 규제보다 훨씬 강한 통제다. 신한은행은 '모기지 보험' 가입을 제한해 실질적인 주담대 한도를 축소했고, 하나은행과 NH농협은행도 같은 방식으로 한도를 수 천 만 원씩 줄였다. 하반기 중 집을 사는 사람이 은행에서 기대했던 만큼 대출을 받기 어려워진 것이다.대출액 축소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건 중저가 아파트 매입을 고려하던 이들이다. 5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13억5000만 원으로 취득세 등 거래세, 부동산 중개 수수료 등을 고려할 때 최소 현금 12억 원 정도가 필요하다. 부모 지원 등 다른 수단이 없다면 갑자기 줄어든 은행 대출한도만큼 현금을 마련할 길이 막막할 수밖에 없다. 올해 들어 서울에서 아파트를 산 사람 10명 중 4명이 30대였던 만큼, 청년층의 주택마련 기회도 그만큼 줄어들 것이다.금융시스템의 안정을 위해서라도 가계대출 급증은 막아야 한다. 집값 상승의 풍선효과가 수도권 외곽으로 번지는 것도 차단해야 한다. 하지만 수천 채 아파트 단지에도 전세 매물이 한두 채에 불과하고, 월세 가격도 급등하는 상황에서 중저가 주택을 서둘러 장만하려는 중산층 실수요자의 대출을 옥죄는 건 지나치다. 금융당국은 투기목적의 대출은 차단하면서도 내 집 마련을 위해 무주택 실수요자가 안정적으로 자금을 조달할 길은 열어줄 대책을 내놔야 한다.
[사설]국방장관 병역 의혹, 자료 공개가 먼저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단기사병(방위병) 복무 시절 군무이탈(탈영)을 했다는 의혹이 정치권의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안 장관이 이재명 대통령의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순방을 수행한 뒤 귀국하자 야당은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12일 안 장관이 병적 기록부를 공개해 의혹을 해소하거나 자진 사퇴하지 않는다면 탄핵 소추에 나설 것이라고 압박에 나섰다. 정치 공방과는 별개로 이 문제는 명확한 규명이 필요하다. 안 장관 의혹은 김영수 청렴사회를 위한 공익신고센터장의 최근 기자회견으로 재점화되기 시작했다. 예비역 해군 소령 출신인 김 센터장은 안 장관이 1984년 방위병 복무 중 약 7개월간 무단 군무이탈을 했다가 헌병대에 체포돼 영창 처분을 받았으며, 그 결과 정상 복무 기간보다 8개월가량 더 복무했다고 주장했다. 병적기록부와 육군 인사명령서, 헌병대 수사 기록 등으로 사실관계를 입증할 수 있다고 했다. 지난해 7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도 국민의힘이 제기한 의혹이다.그동안 국방부는 이 의혹을 '40년 전 행정 착오에 따른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며 일축해 왔다. 행정 오류로 전역일이 잘못 기록되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의혹을 단번에 해소할 수 있는 병적기록부 등 핵심 증거 문서에 대해서는 여전히 비공개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잘못된 기록을 공개하면 사실과 무관하게 오해를 키울 수 있다는 해명이지만, 이는 불필요한 의구심만 키운다.국방부 장관의 병역 관련 의혹은 개인의 도덕성 문제를 넘어 45만 국군의 군령(軍令) 및 기강 확립과 직결된다. 국방부 장관은 군정(군사 행정)과 군령을 총괄하며 나라의 안위를 책임지는 엄중한 자리다. 더욱이 우려스러운 점은 안 장관은 전시작전통제권 조기 전환, 방첩사 개편, 육·해·공군 사관학교 통합 등 군 내부의 반발과 논란이 첨예한 안보 정책들을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국가 안보의 근간을 바꾸는 정책일수록 추진 주체의 신뢰도가 필수적이다.안 장관 측은 현직 신분으로 병무청에 기록 수정을 요구하는 것이 압력이 될 수 있어 '퇴임 후 정정 청구'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안 장관 탄핵을 요구하는 청원이 31만명을 넘는 등 국민적 관심사가 된 상황에서 퇴임 이후로 미루겠다는 설명은 납득하기 어렵다. 개인정보 유출이나 공정성 시비가 우려된다면 국회 국방위원회 위원들에게만이라도 관련 문서를 비공개로 제출해 검증을 받는 방법도 있다. 이미 의혹이 국정 현안으로 번진 만큼 말끔한 해소 없이는 군령의 권위를 바로 세우기 어렵다.
[사설]혐오의 증폭, 결국 정치가 문제다
걸그룹 멤버의 '무섭노' 발언을 일베식 표현이라고 비판했던 조수진 노무현재단 이사가 공개 사과했다. 방송에 나온 경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의 설명을 듣고 생각을 바꿨다고 한다. 통상적으로 쓰였던 '와이리 무섭노'라는 표현에서 '와이리'를 생략하는 것이 젊은 세대 관행인데 이를 몰랐다는 것이다. 뒤늦게라도 잘못을 바로잡고 사과한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충분한 확인 없이 특정 표현을 혐오의 상징으로 단정하고 정치적 공방을 부추겼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렵다.이번 사과는 배재고 야구부 선수들의 응원 구호로 촉발된 혐오 표현 논란의 본질을 다시 돌아보게 한다. 온라인 공간에서 시작된 논란에 정치권이 앞다퉈 뛰어들고, 더욱 자극적이면서 날카로운 용어로 논란을 증폭시키는 악순환 고리가 일상화됐다. 동행미디어 시대가 '갈등 증폭 사회'라는 주제로 3회에 걸쳐 보도한 '시대 리포트'는 이런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무섭노 공방, GS25와 넥슨의 집게 손 논란, 배우 조진웅의 과거 이력 문제 등에서 정치권이 말 폭탄을 던지며 싸우는 동안 청소년의 혐오 표현 노출, 젠더 갈등 해소, 유명인의 사회적 책임 등 본질적 논의는 뒷전으로 밀렸다.사회 이슈의 소모적 정치화가 말싸움으로만 끝나지 않는다는 분석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국무조정실이 한 대학에 발주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이념 갈등으로 집회·시위 참가자가 늘면서 이들이 경제 활동에 참여하지 못해 생기는 손실이 지난 32년간 1981조원에 달했다고 한다. 시민들은 정치권과 지도층의 변화를 먼저 주문하고 있다. 국민통합위원회 조사에서 시민 응답자 25%는 '정치권이 지지층 결집과 대립 구도를 유지하기 위해 사회 갈등을 활용한다'고 답했다. 냉정한 평가다. 정당과 정치인들이 충분한 사실 확인과 전문가 의견을 거쳐 입장을 내놓고, 오류가 있으면 즉시 바로잡는 절차와 관행부터 마련돼야 한다. 근본적으로 혐오 표현의 생성과 일상화를 막기 위해선 체계적 교육과 함께 소셜미디어의 책임을 강화하는 조치도 필요하다. 예컨대 미국 남가주대(USC) 쇼아 재단은 홀로코스트, 르완다학살 같은 역사적 사건을 놓고 생존자와 목격자 증언을 학생들에게 들려준 뒤 토론을 통해 다원적 관점을 기를 수 있도록 한다. 소셜미디어 역시 사회적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 유해한 표현을 더욱 적극적으로 걸러내 경고하고, 삭제하며, 반복 시 제재할 필요가 있다. 정치와 교육, 플랫폼이 함께 갈등을 줄이는 구조를 끊임없이 숙의하고 이를 사회적 제도와 문화로 정착시켜야 한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갈등 증폭의 진앙이 되어온 정치권부터 깊이 반성하고 달라져야 한다.
[사설]"미국에 삼전닉스 공장"…현실로 다가온 투자 딜레마
미국 통상 주무 부처인 상무부의 하워드 러트닉 장관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미국으로 불러와 생산시설을 짓게 하고 싶다"며 한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의 대미 투자 확대를 공개적으로 압박했다. 9일(현지시간)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의 뉴욕주 생산공장 기공식에서다. 그는 "마이크론이 앞장서고 있으니 경쟁사들도 결국 따라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분이 사업을 영위해야 할 곳은 바로 미국임을 분명히 밝혔으며 세계가 이에 빠르게 반응하고 있다"고 말했다.트럼프 행정부는 임기 내 세계 반도체 생산의 40~50%를 미국에서 담당하도록 하겠다는 목표를 내걸고 관세 카드 등 강력한 보호무역 조치를 동원해 해외 기업의 미국 투자를 압박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마이크론이 미국 내 투자 규모를 2500억 달러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한 직후 러트닉 장관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직접 거론하며 투자 확대를 요구한 것은 예사롭지 않다. 지난 3월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TSMC가 애리조나주에 1000억 달러 규모의 생산시설 투자를 결정한 데 이어, 이제는 한국 기업들까지 미국 생산 확대 압박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삼성전자는 이미 텍사스주에 파운드리(위탁생산) 공장을,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에 후공정(패키징) 공장을 각각 짓고 있다. 러트닉 장관의 발언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인공지능(AI)에 필요한 메모리 반도체의 핵심 제조시설(전공정 팹)까지 자국에 세우라고 종용한 것으로 읽힌다. 미국 원천기술이 들어가고 미국 시장에서 필요한 메모리 반도체는 미국 내에서 만들라는 메시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문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미 국내에서도 막대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청주 팹 등에 대규모 국내 투자를 진행 중인 것은 물론 최근엔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에도 800억 달러 규모의 투자가 예정돼 있는 상황에서 미국 내 투자까지 고려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져들 수 있다. 미국의 투자 확대 요구가 더욱 거세질 경우 한미 통상 마찰로 확대될 가능성도 우려된다. 더욱이 미국은 높은 인건비와 건설비, 소재·부품·장비 공급망 부족 등으로 수익성 확보에 한계가 있다. 전임 바이든 행정부 시절 반도체법을 통해 약속했던 보조금마저 트럼프 행정부가 전면 재검토하는 등 정책의 연속성도 흔들리는 상황이다.정부와 기업 모두 치밀한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기업은 글로벌 공급망과 투자 포트폴리오를 재점검하고, 정부는 통상 압박 완화를 위한 다양한 레버리지와 논리를 준비해야 한다. 무엇보다 세계 최고 수준의 생산 여건을 갖춘 한국에서 반도체를 생산해 미국 시장에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형태가 미국의 경제안보에도 유리하다는 점을 설득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양국간 대화 채널이 더욱 원활하게 작동해야 할 것이다.
[사설]583일만의 첫 유죄 확정…이제는 책임질 때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583일 만에 처음으로 유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대법원은 지난해 1월 대통령경호처 직원을 동원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윤 전 대통령에게 징역 7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현재 진행 중인 내란 관련 8개 재판 가운데 첫 사법적 단죄가 이뤄진 것이다.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공수처의 수사 권한 범위였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이 경호처를 사실상 사병처럼 동원해 법원이 발부한 영장의 집행을 저지한 것은 중대한 위법 행위라고 판단했다. 반면 윤 전 대통령 측은 대통령은 재직 중 형사소추 대상이 될 수 없는 만큼 공수처가 직권남용 혐의로 수사를 개시할 수 없고, 그 과정에서 인지한 내란 혐의에 대해서도 수사권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그러나 대법원은 윤 전 대통령 측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통령에게 형사상 불소추 특권이 있다고 해도 수사 자체가 금지되는 것은 아니고, 직권남용죄와 내란죄의 직접 관련성도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윤 전 대통령의 체포 방해는 정당한 저항이 아니라 범죄라는 점을 최종 확인한 것이다. 특히 당시 상황은 시시각각 생중계되면서 온 국민이 똑똑히 지켜봤다. 서울 한남동 관저 주변은 대형버스로 차벽을 막아 세웠고, 경호처 직원과 군 부대원들이 육탄 저지에 투입돼 윤 전 대통령의 체포를 막았다. 헌정사 초유의 상황은 외신으로 타전되며 국격과 법치주의를 훼손했다.그동안 모든 혐의를 부인해온 윤 전 대통령 측은 대법원 판결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변호인단이 향후 재판소원을 통해 판결의 위헌성을 다투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은 다른 재판에 출석해 대법원 법정에 나오지 않았지만, 확정 판결 소식을 듣고 헛웃음을 지었다고 한다.사법 절차에 따른 권리 행사는 보장돼야 하지만 대법원 확정판결은 우리 사법 체계가 내릴 수 있는 최종 판단이다. 그 판단을 무겁게 받아들이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 전직 대통령으로서 최소한의 도리다. 윤 전 대통령에게는 가장 중요한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비롯해 아직 7건의 재판이 남아 있다. 특히 내란 우두머리 혐의는 1심에서 무기징역이 선고돼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남은 재판 역시 법과 증거에 따라 엄정하게 진행돼야 하며, 윤 전 대통령 역시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이번 판결은 한 전직 대통령의 유죄 확정에 그쳐서는 안 된다. 어떤 권력도 헌법과 법률, 나아가 국민 위에 설 수 없다는 교훈을 다시 새기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사설]SMR 3국 공조, 글로벌 진출과 중국 추격 발판으로
한·미·일 외교부 장관이 7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가 열린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만나 '소형모듈원자로(SMR) 배치에 관한 협력 각서(MOC)'를 체결했다. 이번 MOC는 3국 정부가 민간 기업의 컨소시엄 구성과 표준 노형 개발을 지원하고, SMR의 제3국 수출에 필요한 절차와 인허가를 간소화해 공급 경쟁력을 높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이를 통해 미국의 원천기술과 설계 역량, 한국의 주기기 제조 및 시공 능력, 일본의 부품·자금 조달 역량이 결합해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한·미·일이 인도·태평양을 비롯한 글로벌 SMR 시장을 공동 선점하고 민간 원자력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한 전략적 연대에 뜻을 모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한국으로서는 SMR 수출 경쟁력을 강화하고, 축적된 제조 경쟁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파운드리로 자리 잡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번 협력은 그동안 국내에서 진행돼 온 SMR 육성 정책과도 맞물려 상당한 상승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 전방위적인 행정·재정 지원과 SMR 특구 지정, 규제 혁신 로드맵 병행 등을 담은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 촉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한 데 이어, 6월에는 부산 기장이 국내 첫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I-SMR) 건설 후보지로 선정된 바 있다. 3국 공조의 외교적 가치도 작지 않다. 이번 MOC는 중동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 긴장 고조로 글로벌 에너지 안보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중국이 SMR 상용화에 속도를 내는 상황에서 체결됐다. 그동안 북핵 대응과 안보 협력에 무게를 두었던 한·미·일 공조의 범위가 SMR 공급망 구축이라는 구체적인 산업 협력으로까지 확대됐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한·미 또는 미·일 등 양자 차원에서 논의됐던 SMR 협력이 3국 협력 체제로 제도화됐다는 점도 의미 있는 진전이다.이번 육성책 마련과 3국 협력 추진은 세계 최초 상업용 SMR 운전을 눈앞에 둔 중국을 다시 추격하기 위한 본격적인 출발점이기도 하다. 중국은 하이난성 창장에 125MW급 ACP-1(링룽-1)을 건설해 시운전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의 원전 생태계가 멈춘 사이 중국은 개발-건설-운전에 이르기까지 전 분야에서 빠르게 속도를 내 왔다. 이제 필요한 것은 더욱 치밀하고 과감한 행정적·제도적 정비와 민간 투자 활성화다. 정부는 SMR이 앞으로 반도체·인공지능(AI)·로봇·항공우주·바이오 등과 함께 차세대 핵심 먹거리 산업의 하나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탄탄하게 뒷받침해야 한다.
[사설]'오징어 게임' 경고까지 나온 증시…'방어 운전' 집중할 때
89조4000억원의 분기 영업이익을 내 '세계에서 돈 제일 많이 버는 기업'이 된 삼성전자 주가가 실적 발표 당일 7% 폭락하는 등 한국 증시가 이해하기 힘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과도한 변동성과 높아진 투기성 때문에 "코스피가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처럼 돼가고 있다"는 외신의 경고까지 나왔다. '반도체 고점론'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이상 장세가 이어지면서 외국인은 팔고, 개미와 국민연금이 받아내는 증시의 수급 구조가 한계에 이른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8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5.35% 급락한 7,246.79에 마감했다. 코스닥은 5.56% 내린 785.0으로 10개월 만에 800선이 붕괴됐다. 코스피는 3일 연속 하락하며 하루 내리면 다음날 곧바로 반등하던 최근의 리듬이 깨진 모양새다. 지난주 메타가 남는 컴퓨팅 자원을 다른 기업에 빌려주겠다고 발표한 데 이어 이번 주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가 "반도체 중심 상승장이 마무리되고 있다"는 보고서를 내면서 반도체 정점론이 재부각된 게 일단 현상적인 원인으로 지목된다. 끝날 듯 끝나지 않는 미·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군사충돌도 악재였다. 나아가 삼성전자 초유의 실적과 한국은행의 5월 역대 최대 경상수지 흑자 발표 등 호재가 주가하락에 전혀 제동을 걸지 못하면서 우리 증시의 수급구조에 대한 근본적 질문도 제기되고 있다. 우선 올해 들어 코스피에서 이미 160조원 넘게 팔고 나간 외국인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매도를 이어갈 전망이다. 현재 코스피 시총 중 외국인의 비중은 작년 말부터 이어진 주가 급등의 영향으로 40%에 육박해 예년의 30∼35%보다 크게 높은 수준이다. 해외 연기금 등은 자체 국가별 투자 비중을 맞추기 위해서라도 한국 주식을 팔 수밖에 없다. 반면 외국인 매도 물량을 받아내던 개미들의 투자 여력은 위축되고 있다. 지난달 4일 139조7000억원까지 늘었던 증권사 투자자 예탁금은 이달 들어 20조원 넘게 감소했다. 증시에 투자하려고 대기 중인 자금이 그만큼 줄어든 것이다. 주가가 추락할 때 안전판 역할을 해야 하는 국민연금은 투자액 중 국내주식 비중이 목표치인 20.8%를 크게 웃돌고 있어 더 사기는커녕 오히려 주식을 처분해야 하는 상황이다.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은 "파티가 끝났을 때 손실은 대부분 개인 투자자들의 몫"이라고 했다. 실제로 빚까지 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 '베팅'한 개미들의 투자금이 증거금 부족으로 강제청산 당하는 일이 속출하고 있다. 현재 증시 상황과 관련해 금융당국의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과속 도입, 미리 국내주식 비중을 줄여두지 않은 국민연금의 기금운용 문제 등 책임을 따져봐야 할 사안이 적지 않다. 당장은 투자자 스스로 투자금을 지켜내기 위해 최대한 '방어 운전'에 집중해야 한다.
[사설]50년 묵은 교육 교부금, 재설계 더는 미룰 수 없다
정부가 시도 교육청에 나눠주는 '교육 교부금'이 사상 처음 80조원을 넘길 전망이다. 현행 제도는 학생 수가 급감하는데도 세수 증가에 따라 교부금이 자동으로 늘어나는 구조다. 50년 넘게 유지된 배분 방식이 시대 변화에 맞는지, 장관들이 8일 공개 토론에 나선 것은 늦었지만 꼭 필요한 일이다.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토론회에서 "고등교육, 평생교육, 영유아 교육에 대한 투자 요구가 커진다"며 교부금 제도의 개편 필요성을 주장했다. 교부금 수혜자인 일선 교육청은 초중등 교육을 담당하는데, 다른 긴요한 교육 수요도 많다는 지적이다. 현재 정부가 내국세를 걷으면 20%를 자동으로 떼서 각 교육청에 배분하고 교육감이 집행한다. 경제 성장으로 세수가 증가하면 교부금도 따라서 많아지는 구조다. 실제로 지난 10년만에 교부금 규모는 30조원 가량 순증했다.특히 올해 76조원으로 책정된 교부금은 반도체 활황에 따른 세수 증가에 힘입어 향후 80조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갑자기 교부금이 늘어나면 기존의 선심성, 복지성 지출이 확대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앞서 감사원이 시행한 실태 조사에서 서울시교육청은 입학지원금으로 960억원을 지급했고, 경기도교육청은 교복구입비로 1600억원을 나눠준 것으로 파악돼 비판이 일기도 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여러 교육감이 학생들을 상대로 현금 살포성 공약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돈이 남아도느냐'는 지적을 받았다.그러나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토론회에서 현행 20% 분배율의 고수를 주장하면서 "고등 교육 등은 초과 재원을 마련해 활용하는 방안에 지혜를 모으자"고 했다. 그동안 교육청은 재정에서 줄이기 어려운 고정 비용이 80%를 차지한다면서 현행 교부금 방식을 지지해왔다. 고정비는 대부분 인건비이고, 나머지는 학교 운영비와 시설 관리비 등으로 사용한다. 하지만 학생 수가 줄어드는데, 인력 운영과 시설은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논리는 납득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교육 투자는 변화하는 시대상을 반영해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 지금의 교부금 분배 방식은 학령 인구가 100만명이던 1972년에 도입됐다. 대규모 학령 인구에 비례해 초중고를 짓고, 교육비와 교사 채용을 대폭 늘려야 했던 시절이었고 누구도 효용성에 반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젠 학령 인구가 25만명에 그친다. 첨단 인재의 양성, 고령화 사회에 맞춘 평생 교육 등 시급한 과제도 수두룩하다. 특히 초중고 1인당 공교육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약 1.7배 수준인데, 고등교육은 0.4배에 그치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합리적인 방향으로 교부금 제도를 손질해 초중고 교육과 새로운 교육 수요를 함께 반영하는 방향으로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 교육은 미래를 위한 투자다. 그렇다면 재정도 미래를 향해 투입돼야 한다. 학생 수 감소와 첨단 인재 양성, 평생 교육 확대라는 현실을 함께 반영하는 교육 재정 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사설]장윤기 사건이 던진 질문…경찰 수사는 누가 견제하나
'광주 여고생 살해범' 장윤기 사건을 담당했던 광주 광산경찰서 수사팀장에 대해 7일 구속영장이 신청됐다. 그는 범행 차량에서 피해자 결박에 사용된 것으로 의심되는 케이블타이를 확보하지 않았고, 이를 촬영한 영상을 삭제하라고 부하 직원에게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범죄의 실체를 밝혀야 할 수사 책임자가 오히려 증거 인멸에 관여했다는 의혹만으로도 충격적이다.더 심각한 것은 사건 전반에서 드러난 각종 의혹이다. 수사팀은 현직 경찰 간부인 장윤기의 아버지에게 아들의 집 주소와 현관 비밀번호를 알려줬고, 아버지는 성인용 인형 등 성범죄 정황을 뒷받침할 물품을 반출해 폐기한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 차량도 제때 압수되지 않았고, 구속영장 신청 사실이 사전에 유출된 정황까지 드러났다. 경찰은 사건을 단순 살인 혐의로 송치했지만, 검찰은 보완수사를 거쳐 강간살인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의혹이 사실이라면 이는 단순한 부실수사를 넘어 실체적 진실 규명을 가로막은 중대한 직무유기이자 공권력 남용이다.무엇보다 성역 없는 진상 규명이 선행돼야 한다. 증거 인멸과 수사 정보 유출, 유착 의혹의 전모를 낱낱이 밝히고, 개인의 일탈인지 조직적인 개입이나 지휘·감독 부실이 있었는지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한 점 의혹도 남기지 않는 수사만이 무너진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출발점이다.이번 사건은 막강해진 경찰 수사권을 누가, 어떻게 견제할 것인지 다시 묻고 있다.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은 1차 수사의 중심 기관이 됐지만, 권한 확대에 걸맞은 통제와 책임 체계는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내부에서 사건이 축소되거나 은폐될 경우 이를 바로잡을 외부의 견제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억울한 피해자는 언제든 다시 생길 수 있다.이런 상황에서 형사사법제도 개편 논의도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의 보완수사권이든 보완수사요구권이든 수사 결과를 외부에서 검증할 장치는 반드시 필요하다. 어느 기관도 오류나 일탈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기존 견제 장치를 폐지하려면 이를 대체할 실효성 있는 교차 검증 시스템부터 마련하는 것이 순서다.형사사법제도의 핵심은 어느 기관에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하느냐가 아니다. 커진 권한을 어떻게 통제하고, 잘못에 대해 어떻게 책임을 묻느냐가 본질이다. 장윤기 사건은 견제받지 않는 수사권이 국민의 신뢰를 얼마나 쉽게 무너뜨릴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또 하나의 권력기관이 아니라, 어느 기관도 스스로를 비호하거나 사건을 은폐할 수 없는 공정하고 투명한 형사사법 시스템이다.
[사설]배재고 방문 사과…'교육적 회복'의 출발점으로
광주일고와의 야구 경기에서 '스타벅스 가야지' '탱크 데이'라는 응원 구호를 외쳤던 서울 배재고 선수들이 광주를 직접 찾아가 사과했다. 선수들과 감독은 "부적절한 행동을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야구를 떠나 인성의 중요성을 알게 됐다"고 했다. 광주일고 측도 사과를 받아들이면서 "여러분 미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마음으로 사과하고 몸으로 실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잘 살아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이렇게 방문 사과와 화해가 성사됨으로써 일단 두 학교 간의 문제는 일단락되는 계기가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문제는 정치권과 기성세대를 중심으로 증폭된 소모적 논쟁이다. 이번 사건의 기폭제가 됐던 5·18 민주화운동을 둘러싸고 대결과 갈등 유발의 언어가 난무하고 있다. 한쪽에선 혐오 발언의 단죄를 주장하고, 다른 쪽은 표현의 자유를 강조하는 대립각이 갈수록 날카로워지고 있는 것이다. 어느 여당 의원은 야구부 해체까지 거론했고, 배재고 등교길에선 볼썽사나운 응원과 근조 화환 대결이 벌어지기도 했다. 분열과 갈등을 봉합하고 치유해도 모자랄 텐데, 이를 부추기고 재촉하는 정치의 과잉화가 멈추지 않는 것이다.그사이 놓치는 것은 사안의 본질이다. 논의의 초점을 정치적 공방이 아닌 학교에서조차 일상화된 '조롱과 혐오' 표현에 맞추는 게 우선이다. 학생들이 문제의식 없이 '놀이'처럼 혐오 표현을 소비하는 문화가 왜 생겼는지부터 살펴야 한다. 조롱과 혐오는 디지털 플랫폼을 매개로 10대들에게 손쉽게 침투하고, 유행에 민감한 또래 집단 전체에 퍼지는 경우가 많다. 이같은 특성을 감안할 때 혐오 문화 자체가 바뀌도록 아이들을 가르치고 선도하는 게 먼저다. 선수들에 대한 일회성 징계와 출전 정지 등으로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의견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배재고 야구부에겐 이미 6개월 출전 정지 결정이 내려졌다. 프로구단들이 정치적 논란에 휩싸이기 싫어 향후 학생들 입단에 부정적이라는 소식도 들린다. 배재고 선수들의 조롱성 응원은 비판받아 마땅하고, 광주일고 학생들이 느꼈을 모멸감 또한 결코 가볍지 않다. 다만 선수들의 생애와 직결된 문제인 만큼 징계 방식이나 수위는 좀더 폭넓게 고려했으면 한다. 잘못에 대한 책임을 엄중히 묻는 차원을 넘어 학생들의 미래를 원천적으로 봉쇄할 정도라면, 그건 너무 가혹하다. 무엇보다 두 학교와 학생들은 '화해의 손'을 맞잡았다. 이번 사과와 화해가 '교육적 회복'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 난무하는 정치적 공방이나 처벌 중심의 마무리는 교육적 회복의 길과는 거리가 멀다. 아이들에게 책임을 묻기에 앞서 혐오와 조롱을 일상처럼 소비하는 사회를 만든 어른들의 책임도 함께 돌아봐야 한다. 이번 사안을 정치적 잣대로 소비하지 말고, 아이들의 진지한 성찰을 유도하고 혐오 문화로부터 벗어날 방법을 찾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사설]與 당권 경쟁, 과거 아닌 미래로 승부해야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의원이 6일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하면서 여당의 당권 레이스가 본격화됐다. 경쟁자인 정청래, 송영길 의원의 출마도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관측이다. 김 의원은 출마 선언 일성으로 '당정 일치'를 내걸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검찰개혁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추진 등을 둘러싸고 당·청 간 이견을 노출했던 전임 '정청래 지도부'와의 차별화를 시도한 것이다. 그는 "지난 1년 자기 정치의 폐해가 당과 당정 협력을 혼선에 빠뜨렸다"며 정 의원을 여러차례 겨냥했다. 이번 전당대회가 격렬한 난타전으로 흐를 가능성을 예고하는 대목이다.이미 당권 경쟁은 조기 과열 조짐을 보여왔다. 당권 주자들은 한결같이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전면에 내걸고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펼쳐진 양상은 국정 성공을 위한 미래 비전 경쟁과는 거리가 멀다. 2028년 총선 공천권을 쥘 수 있는 당권 향배를 놓고 과거 행적을 들추는 소모적인 '적통 논쟁'과 계파 낙인찍기만 난무할 뿐이다. 비전과 정책에서 내세울 만한 내용이 없고 차별성 부각이 힘드니, 자꾸 과거의 사소한 이력이나 행적을 '파묘'하며 경쟁자를 공격하는 행태를 보이는 것이다.당권 주자들은 저마다 민주당의 역사를 짚으며 자신이 정권의 '적자'임을 강변한다. 정 의원이 '노사모' 출신임을 강조하며 정통성을 강조하자, 송 의원은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이 추진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정 의원이 반대한 이력 등을 소환하며 맞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팩트가 틀린 폭로와 유감 표명이 이어지는 촌극마저 벌어졌다. 당원들이 '친청'과 '친명' 세력으로 갈라져 서로에게 멸칭을 퍼붓는 볼쌍사나운 모습도 연출됐다. 이런 권력 투쟁 속에서 6·3 지방선거 결과에 대한 진지한 반성이나 민생 경제에 대한 깊은 고민은 사실상 실종됐다. 집권 여당의 전당대회가 미래가 아닌 과거에 발목 잡힌 채 진흙탕 싸움으로 흐르면 국정 동력만 갉아먹게 된다. 민심의 시선은 이미 냉랭하다. 지방선거 이후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지율은 하향 곡선을 그리며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지금은 과거를 파헤치며 싸울 때가 아니다. 현재 대한민국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 에너지 안보, 반도체 초호황 속 양극화 심화 등 복합적 도전에 직면해 있다. 여당의 새 사령탑이 되겠다고 나섰다면 이재명 정부의 국정 과제를 어떻게 성공적으로 뒷받침할 것인지, 민생을 살릴 복안이 무엇인지로 승부하는 게 마땅하다. 당권 주자들이 정말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원한다면 미래에 대한 정책을 내놓고 통합의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 집권당에 국민이 허락한 기회의 시간은 생각보다 길지 않다.
[사설]고환율 시대 '24시간' 외환시장 개방… 초반 안착이 관건
국내 원·달러 시장이 외환위기 이후 30년 만에 '24시간 거래' 체제로 전환된다. 기존의 오전 9시~다음 날 오전 2시이던 거래 시간이 6일부터 월요일 오전 6시~토요일 오전 6시로 확대되는 것이다. 그동안 야간의 7시간 거래 공백을 해소하는 것은 외환 당국의 숙제였다. 특히 당국의 규제를 받지 않는 역외 시장에서 거래가 이뤄지면서 원화 가치가 왜곡되고, 다음날 정규장 개장과 동시에 충격이 한 번에 반영되는 일이 되풀이됐다.반복되던 부작용을 막는다는 점에서 시장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수출입 업체들은 원하는 시간에 거래할 수 있어 환리스크 관리에 도움이 되고, 해외 투자자들의 경우 원화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나아가 이번 조치가 모건스탠리캐피털 인터내셔널(MSCI)의 선진국 지수 편입에 도움이 될지도 주목된다. MSCI 선진국 지수에 포함되면 외국인 자금의 증시 유입 확대를 기대할 수 있지만, 지난달 편입 시도가 실패했다. MSCI는 한국의 시급한 과제로 외환시장 접근성을 꼽고 있다.다만 중장기적인 기대감과 별개로 현재 불안한 원·달러 환율은 예의주시할 변수다. 지난 2분기의 평균 환율은 1501원으로, 외환위기 직후였던 1998년 1분기 이후 처음으로 1500원을 넘었다. 외국인들이 국내 주식을 팔아 달러로 바꾸면서 원화 약세를 부추겼고, 미국의 금리 인상 전망에 따른 달러화 강세도 복합적으로 환율 불안을 부채질하고 있다. 외환 당국이 다섯차례나 구두 개입에 나섰지만 큰 효과는 보이지 않는다.24시간 거래가 환율 불안을 재촉하지 않으려면 초기 변동성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초기에 야간 거래량이 충분하지 않으면 환율의 단기 변동성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자본시장연구원이 해외의 외국환 업무 취급기관을 포함해 다양한 시장 참여자들의 야간 거래를 활성화하는 방안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아울러 시장에서는 실시간 모니터링 체계를 고도화하라는 주문도 나오는데, 이 역시 외환 당국이 주의 깊게 새겨들어야 할 부분이다. 이번 제도는 '원화 국제화'를 위한 새로운 시금석이기도 하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트라우마에 갇혀 빗장을 잠가왔던 외환 시장이 글로벌 무대로 영역을 넓히려는 시도다. 정부는 이달 중 '원화 국제화 로드맵'을 발표하고 외국인들이 해외 시장에서 자유롭게 원화를 거래하는 방안도 내놓을 예정이다. 24시간 거래 제도가 디딤돌이 되도록 초기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사설]국힘 '징계' 윤리위 재가동…언제까지 퇴행적 분열만
국민의힘 중앙당 윤리위원회가 6일 재가동되며 당내에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장동혁 대표 체제가 '당의 영속성과 기강 확립'을 명분으로 내걸고 친한(친한동훈)계를 비롯해 반(反) 장동혁 진영을 향해 내부 숙청의 칼을 뽑아 드는 모양새다. 그러나 정치적 갈등을 법적 단죄로 해결하려는 '징계 정치'는 하책(下策) 중의 하책이다. 6·3 지방선거에서 패배한 국민의힘은 선거 패인을 분석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게 급선무다. 보수 재건과 당 쇄신이라는 본연의 책무는 내팽개쳐 놓고 당 주도권 싸움에 매몰된 모습은 절망감을 안겨준다.징계 대상 1순위로 거론되는 이들은 지방선거 국면에서 무소속 한동훈 의원의 대구 일정에 동행했던 친한계 의원들이다. 장 대표의 사퇴를 촉구했던 개혁 성향 모임 '대안과미래' 소속 의원들의 징계 가능성도 제기된다. 당 지도부는 이를 '해당 행위'에 대한 단죄라고 주장하지만, 이를 순수한 기강 잡기로 바라보기는 힘들다. 더구나 장 대표는 6·3 지방선거에서 패배했음에도 강성 지지층과 주변 당권파의 비호 아래 온갖 억지 논리를 들어 대표직 사수를 고수하고 있다. 장 대표는 최근 "의총에서 어떤 결정을 하든, 최고위에서 누가 어떤 발언을 하든 나는 사퇴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징계 정치에 대해 당 안팎에서는 거센 반발과 우려가 터져 나온다. 한동훈 의원은 "당권파라는 사람들이 책임지고 퇴진해야 하는 상황에서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말도 안 되는 징계를 꺼내 눈을 가리고 있다"며 "괴기스럽다"고 직격했다. 원내 사령탑인 정점식 원내대표와 당 중진들도 "의원 징계는 신중해야 한다"며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고 있다. 올해 초 친한동훈계에 대한 장 대표의 징계 정치는 이미 두 차례나 법원의 가처분 신청 인용으로 제동이 걸린 바 있다. 잠깐 반등했던 국민의힘 지지율이 한 달만에 지방선거 이전으로 곤두박질친 것도 이런 퇴행적인 모습에 국민이 실망했기 때문일 것이다.선거 패배나 당의 위기 국면마다 징계라는 손쉬운 수단으로 내부 비판 세력의 입을 막으려 했던 시도들은 예외 없이 당의 분열을 가속화했다. 2008년 친이·친박 갈등과 2016년 '진박 감별사' 파동은 계파 보복에 매몰되었을 때 보수 진영 전체가 어떻게 궤멸했는지 생생하게 보여주었다. 지금 국민의힘에 필요한 것은 획일적인 기강잡기가 아니라, 무너진 민심을 회복할 정책적 역량과 포용의 리더십이다. 반대파를 품지 못하고 징계로만 다스리려 한다면, 장 대표 체제는 '독선과 불통'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더욱 입지가 좁아들 것이다.
[사설]강한 권력일수록 강한 견제가 필요하다
미국 연방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권한 행사에 잇따라 제동을 걸고 있다. 최근 대법원은 출생 시민권을 제한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위헌 결정을 내렸다. 출생 시민권은 미국에서 태어난 아이에게 시민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은 행정부가 자의적으로 침해할 수 없다는 원칙을 분명히 했다. 행정부의 정책 목표가 아무리 중요하더라도 헌법적 가치를 넘어설 수는 없다는 취지다.최근 대법원이 헌법적 잣대로 행정부를 견제한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국가 안보를 명분으로 추진한 상호 관세 조치에는 위법 판단을 내렸고, 연방준비제도 이사에 대한 일방적 해임 시도를 막아 중앙은행의 독립성도 지켜냈다. 선거일 이후 도착한 우편투표를 유효표로 인정하며 선거 제도를 바꾸려는 대통령의 압박에도 제동을 걸었다. 이 같은 일련의 판결은 권력은 누구도 헌법 위에 설 수 없으며, 모든 권력은 견제와 통제를 받아야 한다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을 재확인한 것이다.더 주목할 점은 이런 판단이 보수 우위의 연방대법원에서 나왔다는 사실이다. 현재 미국 대법원은 보수 성향 대법관 6명, 진보 성향 3명으로 구성돼 있다. 그런데도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임명한 보수 성향 대법관들 가운데 일부는 주요 사건에서 행정부를 견제하는 데 동참했다. 정치적 성향이나 임명권자보다 헌법 원칙과 사법부의 독립을 우선한 것이다. 우리 현실은 어떠한가. 올해 초 여당은 이른바 '사법 3법'을 충분한 사회적 논의 없이 추진해 사법부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았다. 판결이 나올 때마다 정치권은 진영 논리로 재판 결과를 재단하며 재판부를 압박하는 일도 반복되고 있다. 다수 의석을 앞세운 입법권의 과도한 행사가 삼권분립의 기본 원칙을 흔들고 있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물론 사법부 역시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국민의 신뢰를 지키기 위해서는 어떤 권력과 진영에도 흔들리지 않는 독립성과 공정성을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 민주주의는 선거로만 구현되는 게 아니다. 다수 의석도, 대통령의 권한도, 사법부의 권위도 모두 헌법이 정한 한계 안에서만 정당성을 갖는다. 입법부가 다수의 힘만 앞세우고, 행정부가 권한 확대에 몰두하며, 사법부가 독립성과 신뢰를 잃는다면 삼권분립은 형식만 남게 된다. 강한 권력일수록 더 강한 견제를 받아야 하고, 강한 기관일수록 더 큰 절제를 보여야 한다. 그것이 민주주의를 지키는 가장 확실한 원칙이다.
[사설]"탈원전, 이것은 아니다"…'신규 원전' 속도내야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전력공급 방안과 관련해 "탈원전, 이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호남 지역 태양광·풍력 전력의 간헐성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진보 진영에서 오랫 동안 금기시해왔던 신규 원전 건설까지 고려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던 중 나온 말이다. '계획된 원전은 짓되, 추가로 세우진 않는다'는 이재명 정부의 '감(減) 원전' 기조가 호남 클러스터 추진을 계기로 달라질 것인지 주목된다.김 장관은 2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호남 클러스터 전력공급에) 원전을 기저 전원으로 활용하고 재생에너지와 에너지저장장치(ESS)를 결합하는 새로운 에너지믹스가 필요하다"면서 "'용인급'으로 더 지어야 한다면 (신규 원전 건설을) 고민해 봐야 한다"고 했다. 3일 다른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와서도 '추가원전 건설계획이 나올 수 있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호남에 지을 4개 반도체 팹에 우선은 한빛원전과 태양광 발전으로 전력을 공급하지만, 전력수요가 더 커지면 원전 추가 건설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호남 클러스터 실현 가능성과 관련해 제일 많이 제기되는 의문이 24시간 365일 돌아가는 반도체 공장에 대규모 전력공급이 가능한가 하는 것이다. 전남 영광군 한빛원전의 6개 원자로가 생산하는 총 6GW(기가와트)의 전력을 모두 써도 반도체 팹 4개를 돌리기엔 빠듯한 수준이다. 게다가 1호기는 40년 설계수명이 끝나 정지됐고, 2호기도 올해 9월 수명이 끝난다. 3~6호기 역시 2034년부터 차례로 설계수명을 다할 예정이다. 계속운전 허가를 받지 못하면 호남 반도체 공장이 완공될 때 쯤 상당수 원전의 가동이 중단된다는 의미다.결국 안정적 전력을 확보하려면 한빛원전 수명부터 연장해야 한다. 작년 9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이 대통령이 "가동 기간 지난 것도 안전성이 담보되면 연장해서 쓰고, 짓던 건 잘 짓고 그러면 된다"고 했던 만큼 가능성이 작지 않다. 하지만 그것만으론 충분치 않다. 반도체 공장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들어설 AI데이터센터까지 돌리려면 작년 초 확정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지난달 경북 영덕군에 짓기로 결정한 원전 2기 외에도 다수의 새 원전이 필요한 상황이다.정부는 향후 15년간 전력공급 방식과 에너지원을 정하는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올해 말 내놓는다. '메가 프로젝트'라는 전례 없는 대규모 국가 성장전략을 내놓은만큼 그에 걸맞은 에너지 공급 전략이 필요하다. 현실적으로 탄소 배출 없이 대규모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수단은 원전이 유일하다. 정부는 신규 원전 건설, 기존 원전 수명 연장의 명확한 청사진을 12차 계획에서 상세한 일정까지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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