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산업스파이 기승…간첩죄 개정 넘어 처벌·방첩 강화해야
중국 등 외국 정부나 기업을 위해 국내 기업의 반도체·방산 등 핵심 기술을 빼가는 산업 스파이들이 기승을 부리는 상황에서 지난 13일부터 간첩죄 적용 대상을 기존 '적국'에서 '외국 또는 이에 준하는 단체'로 확대한 개정 형법이 시행됐다. 그동안에는 북한을 위해 활동한 간첩만 형법상 간첩죄로 처벌할 수 있었지만, 1953년 이후 73년 만의 법 개정으로 외국을 위한 간첩 행위나 산업 스파이 행위도 단죄할 근거가 마련됐다. 개정 형법이 보호 대상을 '군사상 기밀'에서 국가 안전보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국가기밀'로 넓힌 만큼 핵심 기술 유출에도 폭넓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그러나 법이 바뀌었어도 국가에 막대한 피해를 입히는 산업 스파이를 간첩죄로 처벌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국의 지령·사주'를 수사기관이 입증해야 하는데, 산업 스파이의 특성상 지령·사주의 증거가 남아 있을 가능성이 희박하고 수사기관이 이를 입증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현재 기술 유출에는 주로 산업기술보호법이 적용되고 있다. 핵심 기술을 해외로 유출하면 3년 이상의 징역과 65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지만,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로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기술 침해에 따른 피해액은 23조 원에 이르지만, 관련 범죄의 유죄 선고 가운데 집행유예 비율이 70∼80%나 되고 평균 선고 형량은 징역 1년 9개월에 불과한 실정이다.지난달 24일 박균택 의원 등 국회의원 37명이 '산업스파이 가중처벌 특별법안'을 발의한 것은 그런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개정 형법과 더불어 산업 스파이를 효과적으로 막기 위한 '투트랙 법안'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법안은 위반한 개인에게는 최고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의 징역과 100억 원 이하의 벌금을, 법인에는 최대 200억 원의 벌금을 병과할 수 있도록 했다. 범죄수익의 몰수·추징 규정도 담았다. 개인에게 최고 50만 달러, 법인에 1000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한 미국의 1996년 경제스파이방지법을 떠올리게 한다. 국회는 법안 처리를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핵심 기술 하나가 국가와 기업의 명운을 가를 수 있는 시대다. 막대한 이익을 노린 기술 탈취 범죄에 솜방망이 처벌을 내려서는 범죄 유인을 꺾을 수 없다.국민의 재산과 국가경쟁력을 좀먹는 산업 스파이를 근절하려면 법률과 사법 체계 정비만으로는 부족하다. 현장의 방첩·수사 역량과 정보 분석·평가 능력을 함께 강화해야 한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이 해외 방첩망을 운용하는 국가정보원과 긴밀히 협력해 수사와 정보의 시너지를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 미국이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마련한 '2005년 국가방첩전략'은 자국의 안보와 경제, 핵심 인프라에 조직적으로 위해를 가하는 해외 위협을 선별해 방첩 역량을 집중하도록 했다. 중국을 비롯한 외국의 산업 스파이 활동이 갈수록 대담해지고 조직화하는 상황에서 우리도 적극적으로 참고할 만한 '선택과 집중' 전략이다.
[사설]58년 무분규 깨진 포스코…철강 산업 자체가 생존 위기인데
포스코 노조가 9일 48시간 파업에 돌입했다. 1968년 창사 이후 첫 파업으로, 포스코의 '58년 무분규' 기록이 깨졌다. 작년 영업이익의 80%를 임금인상 등으로 나눠달라는 노조 요구에 회사가 "과도하다"는 반응을 보이면서 노사 양측은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보호무역 기조 확산으로 철강 수출이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한국의 기간산업을 대표하는 포스코가 노사 갈등이란 추가 악재를 만났다.파업을 강행한 한국노총 금속노련 소속 포스코노조는 기본급 7.1% 인상과 격려금 600% 등을 요구하고 있다. 기본급과 연동되는 600% 격려금은 직원 1인당 2000만 원 수준이다. 기본급 2.0% 인상과 목표달성 격려금 350만 원 등을 제시한 사측과 의견 차이가 크다. 회사 측은 경쟁업체를 웃도는 업계 최고 수준의 조건을 제시했다고 한다. 하지만 노조는 누적된 낮은 임금인상과 인력 부족 해소 없인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철강 산업은 현재 유례 없는 수익성 악화로 생존 위기에 처해 있다. 중국산 저가 철강의 범람과 미국·유럽연합(EU) 등의 철강 수입규제로 포스포의 영업이익은 2021년 6조7000억 원에서 지난해 1조7800억 원으로 급감했다.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도 4800억 원에 그쳤다. 이런 상황에서 노조 요구를 그대로 수용할 경우 작년 영업이익의 약 80%를 인건비로 써야 한다. 최근엔 원화 강세까지 한국산 철강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파업 첫날 참가자 100여 명은 전체 직원 1만7000명에 비해 소수여서 아직 생산 차질은 크지 않다고 한다. 노조원들의 참여 열기도 아직은 높지 않은 상태라고 한다. 하지만 노조는 교섭에 진전이 없을 경우 16일 범위를 확대한 2차 파업을, 다음 달에는 전면파업을 이어갈 계획이다. 그렇다 해도 '좋은 제조업 일자리'의 대표이자, 무분규를 60년 가까이 이어온 '노사관계 모범기업' 포스코의 파업 소식에 국민들의 마음은 착잡할 수밖에 없다.한국 철강산업이 당면한 최대 과제는 신속한 친환경 제철로의 전환과 인공지능(AI) 도입을 통한 생산성 혁신이다. 포스포 구성원들이 눈앞의 이익 챙기기에만 연연한다면 국내 철강업 기반 약화와 일자리 감소를 피하기 어렵다. 파업 확산으로 철강재 공급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자동차·조선 산업로 파장이 번져 경제 전반의 악영향도 예상된다. 포스코 노조는 회사와 철강산업이 처한 엄중한 현실을 직시해 합리적인 수준의 요구안을 제시해야 한다.
[사설]대미투자 1,2호 윤곽…韓 기업의 참여 확대가 관건
정부가 작년 한미 무역협상을 통해 약속한 3500억 달러(한화 약 470조 원) 대미투자의 '1호 프로젝트'로 미국 텍사스주 가스복합화력발전소 건설사업을 선정해 국회에 보고했다. 2차 투자 사업으로는 한국형 원자력발전소 2기를 포함해 원전 8기를 미국에 짓는 사업이 유력하다고 한다. 앞서 투자 프로젝트를 결정한 일본 등과 비교되면서 미국 측으로부터 "가장 느린 협상가들"이란 말까지 들었던 한국이 대미투자의 속도를 바짝 끌어올리고 있다.정부는 7일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당정협의회에서 1호 대미투자 프로젝트 진행상황을 보고했다. 텍사스주 엔시날 지역에 30조 원을 투자해 6.3GW(기가와트) 규모 가스복합화력발전소를 짓는 사업이다. 한국은 당초 27조 원을 제안했는데 미국 측 증액요구로 사업비가 증가했다. 2호 사업으로는 161조 원을 들여 미국에 총 8기의 원전을 짓는 프로젝트가 검토되고 있다. 이 중 2기는 한국이 개발한 'APR1400' 모델로 건설하는 방안을 미국 측과 협의하고 있다고 한다.우리 국민의 소중한 세금을 투자하면서도 사업 확정이 지연된다는 이유로 미국 정부의 압박을 받는 현실을 고려할 때 대미투자의 첫 단추를 꿸 1호 프로젝트를 더 늦기 전에 결정한 건 적절해 보인다. 가스발전·원전은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분야이고, 관련한 생산 기반이 취약한 미국에 우리 기업이 본격적으로 진출할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발전소 주변에 들어설 예정인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들을 통해 안정적 전력 판매처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도 유리하다. 향후 투자의 성패는 미국 정부의 간섭 속에서 우리가 얼마나 주도권을 행사하면서 중장기적인 수익구조를 갖추느냐에 달렸다. 그런 점에서 우리 기업들의 현지 진출과 맞물려 정교한 사업전략을 짜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중국, 러시아, 프랑스를 제외하고 현재 세계에서 대형 원전 원자로를 제작하고, 발전소를 건설할 수 있는 나라가 한국 뿐이란 상황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첨단 송·배전 설비와 전선, 가스터빈 분야에서도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은 최고 수준이고 최근 관련 기업들은 미국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원천기술을 보유한 미국 기업과 함께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우리 기업이 단순한 하청업체 역할을 하는 상황은 피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2호 투자 프로젝트에 한국형 원전 2기를 포함시키는 것은 반드시 관철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압박에 떠밀려 서두르다가 당연히 확보해야 할 이익을 양보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사설]檢 출신 중수청장 후보, '수사공백' 최소화 방안부터 찾아야
김지용 초대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자는 8일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첫 출근을 하면서 "엄중한 시기에 중수청이 조기 안착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개청을 불과 3주 남짓 남겨둔 상황에서 준비가 부족하다는 우려를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김 후보자는 형사와 특수수사 등을 두루 거친 검찰 출신으로 정치색이 옅은 인물로 알려져 있다. '검수완박'으로 중수청을 출범시켜놓고 검찰 출신을 청장으로 지명한 것 자체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일단 기존 검찰 조직과 수사 실무에 밝은 인물을 기용해 조직 혼란을 줄이고 수사 역량을 조기에 안정시키려는 뜻으로 풀이된다.김 후보자의 발언처럼 중수청을 조기에 안착시키려면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10월 2일 출범을 앞뒀지만 인력과 장비, 조직 구성 등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준비됐다고 보기 어렵다. 가장 급한 것은 수사 인력 확보다. 개청 준비단은 검사와 검찰 수사관을 상대로 특례 임용에 나섰지만, 지원자가 1761명에 그쳐 비상이다. 전체 정원의 40% 가량을 추가로 선발해야 한다. 전산, 통신 등 수사에 필요한 핵심 장비들도 12월에 납품되거나 완비될 예정이다. 이대로라면 수사 공백 우려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크다. 중수청이 담당할 사건은 연간 2만~3만건에 달할 전망이다. 더구나 문을 여는 순간부터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특수 수사를 처리해야 한다. 숙련 인력과 장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사건이 쌓이면, 수사 지연이 또 다른 적체를 부르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현재 상황에서 수사 공백을 최소화하려면 먼저 중수청의 초기 업무 혼선과 부담을 줄일 필요가 있다. 기존 검찰이 맡은 사건 가운데 개청 전에 끝낼 수 있는 것은 최대한 빨리 마무리하도록 독려해야 한다. 최근 정부는 공소 시효가 임박했거나, 기존에 검사가 영장을 청구한 사건 등에 대해 중수청 출범 뒤에도 최장 90일간 검사가 수사를 이어갈 수 있도록 했다. 이처럼 검사가 계속 수사할 사건과 중수청, 경찰에 넘길 사건을 명확히 가르고 이관 절차 등도 촘촘히 점검해 개청 초기 중수청에 사건이 한 번에 몰리지 않게 해야 한다. 동시에 특례 채용 설명회 등 인력 확보에도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 충원 속도를 높여야 한다.확보한 인력을 수사팀으로 제대로 묶는 작업도 서둘러야 한다. 전국 검찰에서 넘어온 대규모 인력을 본청과 6개 지방청에 배치한 뒤, 보직을 정하고 수사팀을 짜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기존 수사 조직을 해체해 새로 구성하는 만큼 초기부터 수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치밀한 조직 운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김 후보자도 인사청문회와 별개로 개청 준비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고, 필요한 보완책을 적극 제시할 필요가 있다. 그래도 정상적인 수사가 어렵다고 판단된다면 관련 법을 고쳐 개청 시기를 조정하는 방안까지 '플랜 B'로 검토하겠다는 각오가 필요하다. 형사사법 체계의 대수술을 정치가 정한 날짜에 억지로 맞추다가 그 피해를 국민에게 떠넘겨서는 안 된다. 김 후보자 말처럼 현 상황을 엄중하다고 인식할수록 말이 아니라 준비로 보여줘야 한다.
[사설]'64년 독점'에 막힌 남산 곤돌라… '공공재의 사유화' 언제까지
서울 남산 케이블카의 고질적인 정체를 해소하기 위한 서울시의 남산 곤돌라 사업이 2년째 중단돼 있다. 60년 넘게 남산 케이블카를 독점 운영해 온 민간 업체 한국삭도공업㈜과의 법적 분쟁 때문이다. 업체가 제기한 소송에서 1심 법원은 서울시가 곤돌라 설치를 위해 도시자연공원구역을 변경한 조치가 공원녹지법상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선고는 오는 9월 17일로 예정돼 있다.남산공원은 외국인 관광객이 크게 늘면서 서울을 대표하는 관광 명소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내외국인을 합쳐 1192만 명이 남산공원을 찾았다. 2019년 982만 명에서 6년 새 21% 증가한 규모다. 최근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남산공원이 등장한 것도 외국인 관광객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하지만 남산을 오가는 케이블카는 이미 포화 상태다. 이용객은 2005년 41만7000명에서 지난해 170만 명으로 20년 새 4배 넘게 늘었다. 그러나 1962년 개통 당시 20인승이던 캐빈이 48인승으로 커졌을 뿐, 단 두 대가 한 선로를 오가는 운영 방식에는 근본적인 변화가 없었다. 주말과 성수기에는 탑승을 위해 1∼2시간씩 기다려야 한다. 장애인과 노약자, 유모차 이용객 등 교통약자가 이용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서울의 대표 관광시설이라기에는 접근성과 서비스 수준 모두 낙후돼 있는 것이다.서울시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명동역 인근 예장공원과 남산 정상을 연결해 시간당 2000명 이상을 나를 수 있는 친환경 공공 곤돌라 설치를 추진했다. 그러나 기존 케이블카 운영업체가 소송을 제기하면서 사업 자체가 발이 묶였다. 이 업체는 연간 약 200억 원의 매출과 수십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면서도 국유지 사용료는 연간 1억 원 안팎만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공재를 사유화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더욱이 이 업체는 1961년 군사쿠데타 직후 사업 허가를 받은 뒤 3대째 가족 경영을 이어오고 있다. 허가에 유효기간이 명시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실상 '무기한 독점'이 60년 넘게 지속된 것이다. 행정의 허점을 등에 업은 채 시민과 관광객의 불편을 키우고 새로운 교통수단의 도입까지 가로막는 상황은 정상적이라고 보기 어렵다.1심 판결의 쟁점은 곤돌라 철탑의 높이가 도시자연공원구역 내 건축물 높이 제한인 12m를 넘자 서울시가 도시관리계획을 변경해 해당 부지를 구역에서 해제한 조치가 적법했는지 여부였다. 법원은 법정 해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우회적 조치라고 판단했다. 업체 측의 소송 제기 의도가 명확한 상황에서 1심 법원이 공공성 측면을 간과한 채 지나치게 협소하게 법조문을 해석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서울시는 항소심에서 도시관리계획 변경의 적법성과 곤돌라 사업의 공익성을 충분히 입증해야 한다. 동시에 현행 공원녹지법 시행령의 미비점을 보완해 사업의 제도적 근거를 명확히 다질 필요가 있다. 소송 결과와 별개로 60년 넘게 이어진 독점 운영의 적정성과 국유재산 사용 조건도 전면적으로 점검할 때가 됐다. 남산은 특정 업체의 수익 기반이 아니라 시민 모두의 공공재이자 서울의 얼굴이다.
[사설]'9·7 대책' 1년… '공공 주도' 강박 버려야 돌파구 열릴 것
이재명 정부의 첫 부동산 공급대책인 '9·7 대책'이 발표된 지 1년이 지났다. 주택공급 방식을 '민간 주도'에서 '공공 주도'로 바꿔 수도권에 연평균 27만 채씩, 총 135만 채를 현 정부 내에 공급한다는 게 핵심 내용이었다. 그래도 집값이 계속 들썩이자 한 달여 뒤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개 지역을 규제지역으로 묶고 대출을 옥죄는 '10·15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매매·전세·월세의 '트리플 상승'이 계속되면서 공급과 수요억제, 어느 쪽도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올해 1∼7월 착공한 아파트는 수도권 약 7만8000채, 서울 1만9500채로 정부 연간 목표치의 29% 수준이다. 내년 입주 물량도 올해보다 15% 감소한 1만6500채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대다수 부동산 전문가들은 서울의 입주 가뭄이 3∼4년 이상 이어질 것으로 본다. 한국부동산원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값은 작년 1월 셋째 주 이후 85주 연속 올랐는데, 역대 최장이었던 문재인 정부 때와 동일한 기록이다. 지난 85주 간 누적 상승률은 16.9%로 문 정부 시절 동일기간 상승률 7.7%의 2배가 넘는다. 1년 전 정부는 아파트 공급을 늘리기 위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조성한 수도권 공공택지의 민간 매각을 중단하고, LH가 직접 시행까지 맡도록 했다. 그래도 공급부족 사태가 이어지자 올해 1월엔 도심 유휴부지에 6만 채를 짓는 '1·29 대책'을, 8월엔 서울·수도권 그린벨트를 풀어 23만 채를 더 공급하는 내용의 '8·13 대책'까지 내놨다. 그러나 공급 방안 중 다수가 지방자치단체, 지역주민의 반발에 부딪치면서 주택 실수요자들 사이에서 "단기간에 아파트 공급이 늘어나지 않을 것"이란 부정적 인식만 강화시키고 있다.수요를 억누르는 대책에 대한 반발도 커지는 중이다. '비거주 1주택자'에 종합부동산세·양도소득세를 더 물리는 '8·3 세제 개편안'은 현 정부 고위 인사들의 '내로남불' 행태가 드러나면서 여론이 악화하고 있다. 차기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후보자는 2009년 매입한 경기 과천시 아파트를 16년 넘게 '비거주 1주택' 상태로 보유했다. 부동산 정책을 이끌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해 주택담보대출 등 5억 원을 '영끌'해 10억 원대 집을 사 4억 원의 시세차익을 얻었다고 한다. 법제처장은 지난해 대학원생 딸이 경기 성남시 아파트를 '비거주 갭투자' 방식으로 살 수 있도록 7억 원 이상을 증여했다.1년 전 내놓은 대책이 아직도 헛바퀴만 돌고 있는 만큼 정부는 기존 대책의 한계를 인정하고 공급방식을 바꿔야 한다. 인력도, 재원도 한계가 뚜렷한 LH에 수도권 아파트 시행을 모두 맡기는 방식은 서둘러 재고할 필요가 있다. 주택 수 증가에 도움만 된다면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파격적으로 풀어 민간의 공급능력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식도 고려해야 한다. 주택공급 가뭄을 풀 과감한 정책전환 없이 이미 불붙은 수도권 집값 상승 기대심리를 달래긴 대단히 어려울 것이다.
[사설]갈수록 커지는 김승원·용혜인 논란… 위험수위 넘어섰다
이재명 정부 2기 내각의 법무부·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각각 지명된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을 둘러싼 논란이 위험 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이번 개각이 국정 쇄신의 전기가 되기는커녕 이 대통령의 지지율을 깎아 먹는 악재로 작용하는 모양새다.김 후보자의 코로나 신약 임상 시험 승인 청탁 의혹과 관련, 6일 공개된 녹취록은 그동안 "청탁 문자는 두 번이 전부였다"던 김 후보자 측 해명과 배치되는 정황을 담고 있어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 무소속 한동훈 의원이 이날 페이스북에 공개한 2021년 10월12일 김 후보자와 브로커 양씨간 1차 통화 녹취에 따르면, 김 후보자는 양씨에게 "직접 챙겨보라고 내가 얘기 한번 해볼게"라고 했다. 2차 통화에서는 양씨가 "담당자들이 연락은 오는데 과장 선에서 넘어가지를 않는다"고 하자, 김 후보자는 "과장 선에서 막혀 있다? 알았어"라고 했다. 2022년 2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김 후보자와 양 씨, 당시 서울서부지법 영장 전담 정 모 판사가 함께 찍은 셀카 사진도 의혹을 확산시키고 있다. 정 판사는 해당 '셀카 만남'이 이뤄진 후 약 1년 10개월 뒤인 2023년 12월 사기미수 등 혐의를 받는 코로나 신약 개발업체 제넨셀 대표 강 모 씨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바 있다. 게다가 김 후보자는 과거 경기도당위원장 시절의 비자금 조성 의혹과 음주운전 전력까지 겹쳐 법과 정의를 수호해야 할 법무부 장관의 자리에 적합한지 의문이 깊어지고 있다. 김 의원 측은 "녹취의 앞뒤를 잘라 민원 확인을 승인 압력으로 둔갑시키고 있다"고 반발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법무장관 출신인 한 의원의 녹취록 입수 경위를 문제삼으며 범죄 가능성까지 제기하고 나섰다. 민주당은 한 의원이 검찰 인맥을 통해 해당 녹취록을 입수한 것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한 의원의 녹취록 입수 경위와 폭로의 위법성 여부는 명확히 가려져야 한다. 그러나 그와는 별개로 김 후보자 의혹의 실체는 마땅히 밝혀져야 하고, 명확한 해명도 필요하다. 용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국회의원직을 사퇴하지 않고 장관직을 겸직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여기에 용 후보자가 과거 "기생충 정당을 양산하는 국고보조금을 폐지하라"고 주장했던 행적이 재조명되면서 이른바 '내로남불' 논란까지 더해졌다. 위성정당을 거쳐 복당한 후 매년 수억 원의 국고보조금을 받아온 기본소득당의 행보와, 용 후보자가 의원직을 유지할 경우 연간 11억 원에 달하는 보조금을 당이 챙기게 된다는 사실은 국민에게 깊은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다.두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은 국정 지지율에도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4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이 대통령 지지율은 40%로 그 전주(42%)에 이어 다시 최저치를 기록했다. 여야는 오는 15일부터 인사청문회를 개최하기로 합의했지만 '청탁 의혹' 법무장관 후보자와 '내로남불'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민심의 흐름은 심상치 않다. 청와대와 민주당은 두 후보자의 자질 논란이 국정 동력을 갉아먹는 블랙홀이 되지 않도록 여론의 흐름을 면밀히 살펴야 할 것이다.
[사설]세금으로 갚을 '나랏빛' 4년 뒤 1300조원…무서운 증가 속도
국민 부담으로 갚아야 하는 '적자성 채무'가 빠르게 늘 것으로 보여 적극적인 관리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기획예산처에 따르면 적자성 채무는 올해 처음 1000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2030년 1312조원까지 불어날 전망이다. 적자성 채무란 상환에 사용할 자산이 따로 없는 빚을 말한다. 회수할 자산이 있는 금융성 채무와 달리 국민 세금으로 갚아야 하는 채무다.적자성 채무가 확대될 것이란 우려는 국가 채무의 질이 나빠질 것이라는 경고다. 그런데 정부는 매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해당 수치를 담아오다가, 올해에는 이를 공개하지 않았다고 한다. 기획처는 양식이 새로 바뀌면서 관련 내용이 빠졌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2006년부터 매년 빠짐없이 수록한 중요 지표를 단순히 양식 변경을 이유로 빠뜨릴 내용인지 의문이다. 정부는 당장의 채무 축소보다는 적극적인 재정의 역할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내년도 예산안과 관련해 "지금은 눈앞의 재정 수치 관리에 매몰되는 우를 범할 때가 아니다"라고 했다.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등 미래의 성장산업 투자에 지출을 확대하겠다는 취지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 역시 생산적 지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그러나 미래 세대를 위해서라면 적자성 채무 관리에도 더욱 집중할 필요가 있다. 적자성 나랏빚이 증가할수록 향후 국민의 세금 부담도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해당 채무가 국민 부담과 직결된다며, 구체적인 관리 목표와 방안을 마련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특히 고령화로 연금, 의료 같은 재정 지출도 빠르게 늘어나는 만큼 미래의 재정 여력을 확보하려면 적자성 나랏빚 관리에 더욱 신경 써야 한다. 정부는 국내총생산(GDP)에 대비해 전체 국가채무의 비율이 안정적으로 관리된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다른 모습도 눈에 띈다. 적자성 채무가 전체 채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현재 72%에 달하고, 2030년에는 75%까지 높아질 전망이다. 어떤 빚이 얼마나 빠르게 늘고 있는지도 따져봐야 하는 것이다.체계적인 채무 관리는 정확한 전망과 투명한 공개에서 출발한다. 정부가 미래를 위한 '생산적 재정'을 강조하려면, 그에 따르는 비용도 국민에게 제대로 설명하는 게 맞다. 재정에 대한 신뢰는 불편한 숫자까지 있는 그대로 공개하는 데서 시작한다. 쓸 때는 필요한 곳에 쓰더라도, 그에 따른 채무 위험을 명확히 알리면서 철저한 관리까지 병행해야 한다.
[사설]호르무즈 파병, 동맹과 국익의 기준 함께 세워야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에 해상초계기와 군수지원함 등 군 전력을 파견하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4일 "한반도 대비 태세에 큰 손상이 없는 범위 내에서는 운신할 수도 있다"며 "군사적 기여엔 전투·비전투·수색 등 다양한 옵션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 검토 단계일 뿐 정해진 방향은 없고, 국회와의 협의 단계에도 이르지 않았다고 밝혔다. 벌써부터 민주당 일부와 조국혁신당에서 반대 목소리가 나오는 등 정치권의 공감을 얻기까지 넘어야 할 산도 적지 않다. 에너지 안보와 한미동맹, 한반도 문제의 주도권이 함께 걸린 사안인 만큼 국익을 우선에 둔 열린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우리 경제의 생명선이다. 자유 항행을 지키려는 국제사회의 노력에 일정한 책임을 나누는 일은 인도주의적 명분을 넘어 국가 차원의 책무다. 동맹이라는 현실 역시 외면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우리는 대한민국을 지키고 있는데 쉬운 (이란 관련) 군사작전을 도와주지 않겠다는 것이냐"며 "기억해 두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중순 이후에만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다섯 차례 내놓으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특히 지금은 북·미 대화 재개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시기다. 미국이 북한과 직접 대화하는 과정에서 한국의 이해관계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다면, 그 대가는 호르무즈 파병의 부담보다 훨씬 클 수 있다.미국의 압박은 안보에만 그치지 않는다. 트럼프 행정부는 반도체 관세 확대를 검토하면서 미국 내 생산시설에 투자하는 기업에는 혜택을, 그렇지 않은 기업에는 부담을 지우겠다는 방침을 내비쳤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미 투자 확대를 압박하는 신호다. 미국은 이처럼 안보 기여와 통상·투자 요구를 동일선상에 놓고 있다.그러나 이런 복합적 압박이 파병 판단의 기준까지 흐려서는 안 된다. 장병의 생명과 국가의 군사적 책임을 통상 협상의 카드로 삼을 수는 없다. 파병의 목적이 미국의 압박을 피하거나 관세 협상에서 양보를 얻어내는 데 있어서도 안 된다. 우리 선박 보호와 에너지 안보, 국제 항행의 안전, 동맹에 대한 합리적 기여라는 독자적 국익에 뿌리를 둬야 한다. 그래야 파병은 굴종이 아니라 주권국가의 능동적 선택이 된다.군 파견이 이뤄진다면 원칙은 엄격해야 한다. 군수지원과 해상 감시 등 방어적·비전투적 임무를 우선으로 하고 작전구역과 지휘체계, 교전규칙, 피격 시 대응 및 철수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 비전투 자산도 실전 위험에서 자유롭지 않은 만큼 기간과 규모를 제한하고 정세 변화에 따른 재검토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 헌법이 해외 파병에 국회 동의를 요구한 것은 파병을 무조건 막으라는 뜻이 아니라, 불가피한 선택일수록 국민 앞에 근거와 책임을 분명히 하라는 요구다. 국회는 정쟁이 아니라 냉정한 심사로 답해야 한다. 호르무즈 파병은 동맹을 지키되 국익을 잃지 않는, 제한적이고 책임 있는 기여가 되어야 한다.
[사설]불 끄겠다더니 새 불씨 던진 노란봉투법 시행지침
'이익 N% 성과급' 등 노조의 과도한 요구에 분명한 선을 긋는다는 취지로 고용노동부가 마련한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 시행지침이 오히려 새로운 갈등을 부를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이번 시행지침은 대기업 노조들이 N% 성과급을 요구하며 쟁의에 나서고, 삼성전자 노조도 '호남 반도체 메가프로젝트'로 인해 직원이 지방근무를 해야할 경우 회사가 노조와 협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서자 정부가 이에 대응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고용부가 3일 내놓은 '경영 성과급 등 노동쟁의 대상 시행지침'은 매출액·영업이익·당기순이익 등 기업이익의 일정비율(N%)을 성과급 재원으로 배분하라는 노조의 요구는 회사 측이 의무적으로 받아들여야 할 교섭 대상이 아니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도 연봉·기본급의 일정 비율이나 정액 성과급을 요구하는 건 정상적인 교섭 대상이라고 했다.지침은 또 공장의 신설·이전, 해외투자, 사업 매각·인수, 인공지능(AI)같은 신기술 도입 등 회사 결정에 대한 노조의 철회·반대 요구는 원칙적으로 의무교섭 대상이 아니라고 봤다. 하지만 이런 결정이 인력 운용 계획 등으로 구체화해 직원의 근로조건 변화가 객관적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선 교섭 대상이 된다면서 파업 등 쟁의의 길을 열어뒀다.일견 이번 지침은 성과급을 이유로 벌일 수 있는 파업의 범위를 제한하고, 공장 신설 등 경영 판단에 노조가 제동을 걸지 못하게 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내용을 뜯어보면 그 한계가 분명하게 드러난다. 'N% 성과급'을 차단했지만 정액 성과급 등은 교섭 대상에 포함시킴으로써 기업이 인재확보 등 경영전략 차원에서 결정해야 할 성과급을 쟁의의 대상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경영상 결정이 인력이동 등 인력배치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칠 경우 교섭 대상으로 본다는 부분이다. 공장 신설, 해외투자 등은 필수적으로 인력이동을 동반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AI, 휴머노이드 로봇 등 신기술 도입이 인력배치 등에 영향을 미칠 경우 쟁의 대상으로 본 것은 AI 전환에 따른 산업구조 개편, 경쟁력 제고를 위한 미래형 투자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시행지침은 법이나 시행령 같은 구속력도 없다. 노조가 다른 이유를 내걸고 파업을 벌이면서 뒤로 'N% 성과급'이나 인력배치 철회를 요구할 경우 지침은 무용지물이 된다. 갈등이 소송으로 번졌을 때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 경영상 결정'을 쟁의 대상에 포함시킨 노란봉투법 조항을 법원이 어떻게 해석할지도 미지수다. 법의 부실설계에서 비롯된 문제를 구속력 없는 지침으로 해결하는 데에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 정부와 국회가 법을 재정비해 결함을 바로잡지 않으면 소모적 논란과 혼선은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설]법무장관 후보자의 '신약 로비 의혹' 적당히 넘길 일 아니다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코로나 신약 로비 의혹'이 확산하고 있다. 김 후보자가 2021년 바이오 업체 측의 청탁을 받고 당시 식품의약품안전처장에게 신속한 처리를 당부했고, 그 대가로 후원금을 받으려고 했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실제로 후원금이 오가진 않았지만 김 후보자는 알선뇌물약속 혐의로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여기에 인사청문회를 주재할 국회 법사위원장에게 해명 문자를 보낸 사실까지 드러나며 논란은 커지고 있다. 김 후보자는 초선의원 시절인 2021년 10월 바이오 업체의 코로나 치료제 임상시험 승인을 빠르게 처리해 달라고 식약처장에게 직접 요청했다. 공소장 등을 보면 브로커 양 모 씨는 김 후보자를 "오빠"로 부르며 신약 업체의 임상시험 승인을 식약처장에게 부탁해달라고 했다. 김 후보자는 "오케"라고 답하고 이를 실행에 옮긴다. 연락이 오간 지 약 2주 만에 해당 업체의 임상 계획이 승인됐고, 이 과정에서 양 씨와 김 후보자 사이에 후원금 계좌번호와 '고맙다'는 취지의 문자 메시지가 오갔다. 업체 측은 김 후보자의 정치후원금 계좌로 500만원을 보내려 했으나 후원금 한도가 차서 실제 전달되지는 않았다고 한다. 해당 제약회사는 거짓 자료를 제출해 식약처 승인을 따낸 혐의로 관계자들이 재판을 받고 있으며, 승인 직후 대주주가 지분을 매각해 막대한 시세차익을 거두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김 후보자는 "통상적인 의정 활동 차원의 민원 전달"이었으며,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이 억울해 헌법소원을 냈다고 한다. 그러나 기소유예는 무혐의와 달리 범죄 혐의 자체는 인정이 되나 전과 유무, 피해 액수 등 여러 정황을 고려해 재판에 넘기지 않는 처분을 뜻한다. 공소장에 따르면 바이오 업체는 실험에 관여하지 않은 교수가 실험을 한 것처럼 기재하는 등 거짓 자료를 제출했는데도 식약처로부터 승인을 받았다. 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서영교 국회 법사위원장에게 "송구합니다"라며 의혹 해명 자료를 보낸 행위도 부적절성 논란을 낳고 있다. 법무부 장관은 누구보다 도덕성이 엄격해야 하고 법적 결함이 없어야 한다. 기소유예 처분이 내려졌지만 수사 재개나 기소될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도 아닌 만큼 이해충돌 여지도 남아 있다. 김 후보자는 현직 대통령 관련 사건의 공소취소를 앞장서 주장해 온 이력 탓에 정치적 논란도 크다. 김 후보자 관련 의혹과 법무장관 자격 여부에 대한 엄정한 검증이 필요하다.
[사설]'대국민 반성' 경찰…수장 공백부터 메워야
새로 구성된 경찰 수뇌부가 3일 첫 회의에서 '대국민 반성문'을 발표했다. 김종철 신임 경찰청장 대행은 취임과 함께 지휘부를 불러 모아 '무신불립(無信不立·믿음이 없으면 설 수 없음)'을 다짐하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말 잔치에 그치지 않고 반드시 변화와 실천으로 보여드리겠다"고도 약속했다. 경찰은 최근 장윤기의 여고생 살인 사건과 제주도 실종 사건에서 부실한 대응으로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특히 다음 달 검찰 수사권이 폐지되면서 막강한 권한을 갖게 될 경찰에게 국민 생명과 안전을 이대로 맡겨도 되는지 의구심을 키웠다.지금의 경찰 모습은 총체적 난맥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고위급 간부부터 일선 경찰관까지 믿기 어려운 일들을 벌이고 있다. 장윤기 사건의 경우 전 국가수사본부장이 "강간은 조용히 하자"며 수사 축소를 지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제주도 사건을 허위로 종결한 경장은 업무 부담을 덜기 위해 피해자를 외면했다고 한다. 모두 경찰의 조직 기강과 지휘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의문을 갖게 만든다. 경찰의 기강 확립을 위해서는 먼저 수장 공백부터 해소하고, 지휘 체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2024년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경찰청장 없는 직무대행 체제만 벌써 세 번째다. 이래서는 조직 쇄신과 정책 연속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13만명에 달하는 경찰이 정식 지휘관 없이 움직이는 상황은 누가 봐도 비정상적이다. 김종철 대행이 반성문을 통해 혁신을 다짐했지만, 청장의 약속과는 무게감이 다를 수밖에 없다.최근 정부는 김 대행과 서울청장·인천청장 등 수뇌부 인사를 단행했다. 차기 청장 인선을 위해 후보군을 좁혀놨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중대범죄수사청 출범을 앞두고, 경찰청장 인선을 중수청장 인사와 함께 마무리하려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수사 체계의 대개편을 앞둔 만큼, 두 조직의 수장 후보를 함께 놓고 적임자를 고심할 필요는 있다. 그렇더라도 경찰 수장의 장기 공백을 더 방치해선 안 된다. 특히 경찰은 '개혁 추진단'을 설치해 현장 업무방식부터 조직문화까지 모든 것을 재점검하겠다고 했다. 원점에서 문제점을 뜯어고치겠다면 책임과 권한이 온전히 주어진 청장 체제에서 진행하는 게 순리다. 경찰 개혁은 반성문이나 추진단 하나로 완성되지 않는다. 정식 수장을 세우고, 책임지는 지휘 체계를 복원하는 것부터 쇄신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
[사설]중수청 출범 '한 달' 앞…점점 커지는 '개문발차' 우려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의 출범 예정일을 한 달 앞두고 '개문발차'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가장 중요한 인력 확보에 난항을 겪는 데다, 직제 마련도 마무리되지 않았다. 이런 준비 상황이라면 다음 달 2일 문을 열어도 수사에 공백이 생기거나 혼선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형사사법 체계의 대전환을 예고해 놓고, 준비 단계부터 차질을 빚어 국민이 피해를 떠안게 해선 안 된다.중수청의 경우 부패·경제·마약 등 7대 범죄를 수사할 인력을 뽑는 게 급선무다. 이를 위해 기존 검찰청 소속의 인원을 대상으로 특례 임용하는 절차를 밟았다. 그러나 당초 지원자 2376명 가운데 615명이 지원을 철회했다고 한다. 지원자 사이에서 신생 조직인 중수청에 합류하는 것보다, 검찰청의 기소 기능을 넘겨받는 공소청에 남는 게 낫다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한다. 그 결과 최종 지원자는 2800여명인 중수청 정원의 60% 수준에 그치게 됐다.남은 지원자들이 모두 임용되는 것도 아니다. 추가 심사를 거쳐야 하는 만큼 실제 충원 규모는 더 줄어들 수 있다. 중수청은 변호사, 전직 검사, 공인회계사 등 외부 전문가 충원도 병행할 방침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번 특례 임용처럼 초기 합류를 꺼리는 기류가 확산할 경우 역량 있는 인력을 확보한다고 장담하기 어렵다. 외부 인력을 현장에 투입해 성과를 내려면 상당한 시간도 필요하다. 수사기관 경쟁력은 결국 사람에 달렸는데, 간판부터 달고 정작 인력 충원에 차질을 빚는다면 일의 앞뒤가 바뀐 것이다.수사를 총괄 지휘할 중수청장의 인선도 시간에 쫓기고 있다. 중수청장 후보추천위원회는 조만간 3명 이상을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추천할 예정이다. 이후 장관이 1명을 제청하면 대통령이 지명하고,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한다. 한 달 안에 후보 추천부터 청문회, 임명까지 일사천리로 마쳐야 한다. 청장 임명 이후의 지휘부 구성과 실무 인력 배치까지 고려하면 일정은 더 촉박하다. 시한에 쫓길 경우 적임자 여부를 검증하는 작업도 소홀해질 우려가 있다.공소청의 준비 작업도 갈 길이 멀어 보인다. 대검찰청은 지난 5월 개청 준비단을 발족했지만, 아직까지 직제와 검사∙수사관 정원 규모도 공개하지 않았다. 기존의 검사 2300명과 검찰 수사관 6000명 가운데 몇 명이 공소청에 남는지, 중수청에 가지 않는 수사관들은 어떤 업무를 맡게 되는지, 조직은 얼마나 축소·통폐합될지 분명하지 않다. 이번 주 직제 방안을 발표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지만, 인력 배치부터 업무 분장 등 후속 작업을 마치려면 시간이 많지 않다.정부와 국회는 남은 한 달간 비상한 각오로 임해야 한다. 수사 인력 확보에 전력하면서, 중수청장 임명도 서두르되 검증에는 한 치의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필요할 경우 기관별 준비 상황과 예상되는 수사 공백에 대한 대책도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 새로운 형사사법 체계의 성패는 간판을 올리는 데 있지 않다. 문을 여는 첫날부터 국민이 불편을 떠안는 일은 피해야 한다.
[사설]'70% 룰' 손도 못댄 기초연금 개편… 부담은 미래 세대 몫
기초연금 수급 기준인 '65세 이상 노인 소득 하위 70%'가 내년에도 그대로 유지된다. 대신 수급자 가운데 소득 하위 30%인 348만 명은 올해보다 3만 원 많은 월 38만 원을 받게 된다. 보건복지부가 1일 공개한 기초연금 개편안의 골자다. 복지부는 올 1월 이재명 대통령이 저소득 노인에게 더 주는 '하후상박(下厚上薄·아래는 두텁고 위는 얇음)' 방식의 개편을 지시한 뒤 수급 기준 조정 방안을 검토해 왔다. 그러나 정작 핵심인 '소득 하위 70%' 기준은 건드리지 못한 채 급여액만 일부 차등화하는 데 그쳤다. '하후'도 '상박'도 아닌 용두사미식 개편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이번 개편안의 핵심은 '제한적 차등 지급'이다. 소득 하위 70%를 세 구간으로 나눠 내년 4월부터 소득이 가장 낮은 하위 0∼30%에는 월 38만 원, 30∼45%인 174만 명에게는 물가 상승률을 반영한 35만9000원을 지급한다.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은 45∼70%의 290만 명에게는 올해와 같은 35만 원을 준다. 45∼70% 구간의 연금액을 동결해 약 1700억 원을 아끼는 대신 저소득층 차등 지급에 4650억 원을 투입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올해 약 23조1000억 원인 기초연금 예산은 내년에 25조7000억 원으로 11%가량 늘어난다. 국가 재정의 총부담은 오히려 더 커지는 셈이다.현행 '70% 룰'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지적을 오래전부터 받아왔다. 고령화로 수급자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초연금 수급자는 2015년 200만 명에서 올해 779만 명으로 늘었고, 2050년에는 1330만 명에 이를 전망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기초연금 지출이 2050년 46조 원, 국내총생산(GDP)의 1.48%까지 증가할 것으로 추산했다. 반면 고령층의 경제력은 꾸준히 개선돼 중산층 이상까지 기초연금을 받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 다른 자산이 없다면 근로소득이 월 468만 원 이상인 노인도, 맞벌이 부부는 합산 소득이 연 1억 원에 육박해도 수급 대상이 될 수 있다. 생활이 어려운 노인의 노후를 보장한다는 기초연금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대목이다.이런 상황에서 복지부도 장기적으로 수급 대상을 줄이기 위해 2030년까지 '기준 중위소득 80% 이하'로 수급 문턱을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KDI에 따르면 수급 기준을 기준 중위소득 100%로 고정해도 연평균 4조2500억 원, 50%까지 단계적으로 낮추면 9조6000억 원을 절감할 수 있다. 절감한 재원을 빈곤 노인에게 집중하면 노후 소득 보장과 재정 건전성을 함께 도모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달 27일로 예정됐던 정은경 복지부 장관의 개편안 사전 브리핑이 청와대와의 협의 끝에 불과 1시간 전에 돌연 취소됐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잇따라 최저치를 경신하는 상황에서 기초연금 수급 대상 축소에 따른 정치적 부담을 의식한 조치라는 해석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정부가 개혁의 핵심을 포기한 이유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기초연금을 덜 받거나 아예 받지 못하게 될 고령층의 여론이 두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표를 의식해 수급 기준은 손대지 못한 채 급여만 올리는 일이 반복되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미래 세대에게 넘어갈 수밖에 없다. 연금은 국가 정책의 골간이자 수십 년 앞을 내다봐야 할 국가 대계다. 어려운 노인을 더 두텁게 보호하되 국가 재정이 감당 가능한 범위로 수급 대상을 조정하는 개혁이 필요한 이유다.
[사설]김용범 결국 사퇴…정책 기조도 확 바꿔야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1일 물러났다. 청와대는 1일 국무회의를 앞두고 김 실장이 전날 사의를 표명했고, 이재명 대통령이 이날 이를 수리했다고 밝혔다. 수개월 전부터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와 부동산 세제 개편안을 둘러싸고 책임론이 제기돼 온 데다 부동산 문제가 대통령 지지율 하락의 주된 원인으로 꼽혀 왔다는 점에서 뒤늦은 감이 없지 않다.김 실장은 지난 1년 3개월간 증시·부동산·환율·인공지능(AI)·반도체 등 이재명 정부의 경제·산업 정책을 지휘해 온 대통령의 핵심 참모다. 주식시장 급변동의 원인으로 지목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을 비롯해 최근 논란이 된 부동산 정책과 용산공원 개발, 비거주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액을 차등 적용하는 세제 개편안 마련도 주도했다. 그러나 지난 5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 이후 코스피가 가파르게 하락하면서 김 실장에 대한 사퇴·경질 요구가 커졌다. 민심 이반까지 불러온 규제 일변도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비판도 그에게 집중됐다.김 실장의 잦고 정제되지 않은 메시지도 시장의 혼선을 키웠다. 그는 얼마 전까지 A4 용지 수십 장 분량의 장문을 연이어 내놓으며 논란을 자초했다. 청와대 정책실장의 발언은 개인적 견해가 아니라 정부 정책의 방향을 알리는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책 책임자의 발언이 지녀야 할 무게와 절제를 충분히 갖추지 못했고, 이는 시장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됐다.그럼에도 청와대는 정책의 연속성과 안정성을 이유로 김 실장을 유임하는 데 무게를 둬 왔다. 대신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 등을 교체하며 국정 쇄신에 나섰다. 그러나 정작 정책 결정의 중심에 있던 김 실장이 교체 대상에서 빠지면서 쇄신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커졌고 중폭 개각의 의미도 반감됐다. 정책을 총괄한 청와대 참모는 그대로 둔 채 손발을 맞춰 온 장관들만 교체해서는 책임 있는 인사라고 보기 어렵다는 비판이었다. 김 실장의 뒤늦은 사퇴는 국정 지지율 하락 속에 이런 여론을 더 이상 외면하기 어려웠기 때문일 것이다.김 실장의 사퇴로 경제 라인이 전면 교체됐지만, 사람만 바꾼다고 정책이 저절로 제자리를 찾고 돌아선 민심이 회복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인적 쇄신을 국정 기조 전환으로 이어가는 일이다. 특히 규제와 세금에 지나치게 의존해 온 부동산 정책의 방향부터 과감히 바꿔야 한다. 정부가 이날 비거주 1주택자의 종부세 기본공제를 당초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높이기로 하는 등 부동산 세제 개편안을 일부 손질하긴 했지만 이 정도의 보완으로 시장의 불안과 불신을 해소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징벌적 과세 논란을 낳은 세제개편안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하고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와 민간 공급 활성화 등 실질적인 공급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번 인사가 단순한 책임자 교체에 그친다면 실패가 되풀이될 뿐이다. 대통령 스스로 민심의 경고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부동산 문제를 포함한 경제 정책 전반에 대한 방향 전환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사설]위성정당이 낳은 겸직 논란, 공정의 원칙으로 풀어야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장관에 임명돼도 비례대표 의원직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현행 국회법상 국회의원과 국무위원의 겸직은 가능하다. 그러나 비례대표 의원이 입각할 때 의원직을 사퇴해 후순위 후보에게 승계해 온 정치권의 관행과는 분명히 배치된다. 30대 최연소 여성 장관 후보자의 등장은 세대교체와 정치 다양성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공정에 민감한 2030세대를 중심으로 '장관직과 의원직을 모두 지키려 한다'는 논란이 불거지는 현실도 가볍게 볼 수 없다.용 후보자가 의원직 사퇴를 주저하는 사정은 이해할 만하다. 그가 물러나면 기본소득당은 원내 유일 의석을 잃게 된다. 용 후보자는 2020년 총선에서는 더불어시민당, 지난 총선에서는 더불어민주연합 비례대표 명부를 통해 당선됐다. 의원직을 내려놓으면 의석은 기본소득당이 아닌 연합 명부의 다음 순번 후보에게 돌아간다. 원외정당으로 밀려나면 의정활동 기반은 물론 국고보조금 등 당의 존립 기반마저 흔들릴 수밖에 없다.그러나 바로 그 지점이 위성정당 정치가 빚어낸 모순이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다양한 정치세력의 원내 진입을 돕고 민심을 의석에 충실히 반영하자는 취지로 도입됐다. 하지만 거대 양당이 위성정당을 만들고, 소수정당들이 생존을 위해 연합 명부에 참여하면서 제도의 취지는 크게 훼손됐다. 유권자의 정당 선택과 의석의 귀속이 어긋났고, 의원 한 사람의 거취가 정당의 존립을 좌우하는 기형적 구조가 굳어진 것이다.비례대표 의석은 개인이나 특정 정당의 사유물이 아니라 유권자가 정당과 명부에 부여한 공적 자리다. 지역구와 달리 비례대표는 후순위 승계로 의정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기에 사퇴 관행에는 나름의 합리성이 있다. 더욱이 정부 부처를 책임질 장관이라면 소속 정당의 존립이라는 정파적 이해와 행정부 수장으로서의 공적 책무가 충돌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국민 앞에 설득력 있게 답해야 한다. 소수정당의 어려움이 겸직의 명분이 될 수는 없다.겸직 논란에 가려져 있지만, 장관 후보자로서의 전문성 검증 역시 소홀히 할 수 없다. 용 후보자는 21·22대 국회에서 116건의 법안을 대표발의했으나 성평등·가족 분야 소관 법률의 대표발의 실적은 전무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안 건수만으로 자격을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관련 현안에 대한 축적된 이해와 실효성 있는 정책 비전을 입증할 책임은 후보자 자신에게 있다. 특히 어느 한쪽 진영의 목소리에 치우치지 않고, 젠더 갈등과 성소수자 현안에 균형 있게 대응하며 사회적 합의를 이끌 역량이 있는지도 청문 과정에서 가려져야 한다.이번 논란은 후보자 개인의 결단으로 끝낼 일이 아니다. 정치권은 위성정당 편법이 낳은 대표성의 왜곡을 바로잡고, 비례대표제가 본래 취지대로 작동하도록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 소수정당의 정치적 다양성은 두텁게 보장하되, 그 명분이 공정과 책임정치의 원칙을 흔드는 일은 없어야 한다.
[사설]"대통령과 대법원장이 만나 풀어야"…그게 헌법적 해결
대법관 인선을 놓고 청와대와 대법원의 대립이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양측이 만나 대화로 해법의 접점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31일 "피해는 국민 몫인 만큼 대통령과 대법원장이 만나서 풀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대법원장이 대법관을 제청했다고 대통령이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며 "동시에 대통령이 (자신이) 원하는 사람을 무조건 임명하려는 것도 맞지 않는다"고 했다. 결국 이견이 있다면 양측이 만나서 좁혀야 해법을 찾을 수 있으며, 공문을 주고받는 식으로는 교착 상태를 풀기 어렵다는 것이다.실제로 청와대와 대법원의 입장차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노경필 법원행정처장은 31일 국회 예산결산특위에 출석해 "각자의 권한이 존중돼야 한다"고 밝혔다. 사법부 2인자가 조희대 대법원장의 제청권이 보장돼야 한다는 점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앞서 청와대는 두 명의 대법관 후보자 중 김성수 판사의 경우 사전 협의를 거쳐 의견이 모아졌지만, 손봉기 후보자는 실질적 협의를 거치지 않아 '절차적 완결성'을 갖추지 못했다며 제청을 반려했다. 여기에 여당까지 가세하면서 갈등은 더욱 꼬이는 양상이다. 민주당 소속 법사위원들은 조대법원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31일 국회 출석을 요구하고 "불출석 시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압박했다. 조대법원장은 헌법상 권한인 대법관 제청과 관련 있는 출석 요구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맞섰다.대법관 인선을 놓고 청와대, 대법원, 여당이 뒤엉켜 공방을 벌이는 현재 모습은 정상적이지 않다. 헌법기관이 제 권한만 내세울수록, 헌정 질서에 대한 국민 신뢰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일단 조 대법원장 부친상으로 법사위 긴급 질의는 취소되면서 결과적으로 잠시 숨을 고를 시간이 생겼다. 앞서 조대법원장은 청와대의 재제청 요구에 대해 곧 입장을 밝히겠다고 했다. 그동안 관례와 달리 후보자를 서면으로 제청한 경위 등을 충분히 설명하고, 청와대와 실질적 협의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청와대도 특정 인사를 염두에 뒀다는 의심을 불식시키면서 대화의 공간을 열어야 한다. 여당이 "기존 후보 중에서 재제청해야 한다"며 대법원장을 몰아붙이는 것도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번 사태가 장기화할수록 문 전 대행의 말처럼 피해는 결국 국민의 몫이다. 대통령과 대법원장이 직접 만나 이견을 좁히는 것은 두 사람의 권한을 훼손하는 게 아니다. 서로의 헌법상 권리를 존중하면서 접점을 찾는 과정일 것이다. 제청권과 임명권은 맞서라고 주어진 권한이 아니라, 함께 작동하라고 주어진 권한이다. 일단 숨을 고를 시간을 번 만큼 청와대와 대법원은 냉각기를 갖고 '타협의 지혜'를 짜내길 바란다. 그게 헌법적 해결이다. 여야도 갈등을 부추기는 언사를 삼가고 두 헌법 기관이 해법을 찾을 수 있도록 정치적 압박을 거둬야 한다.
[사설]연준 의장 금리인상 예고…'긴축의 시대'엔 부채 관리가 관건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28일 "미국의 물가 상승률이 우려스럽다. 우리는 해야 할 일이 있다"고 밝혔다. 연준 목표치인 '연 2%'를 65개월 연속 웃돌고 있는 미국 물가를 계속 방치할 수 없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이 발언으로 '긴축의 시대'가 다시 본격화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은 바짝 긴장했다. 워시 의장의 발언은 세계 중앙은행 관계자, 경제학자들이 모인 가운데 미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연례 경제정책 심포지엄에서 나왔다. 이날 워시 의장은 "개인소비지출(PCE) 등 여러 지표가 일제히 인플레이션을 향해 가고 있다. 연준의 주된 초점은 물가"라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기준금리 인하'의 특명을 받고 임명된 것이나 다름없는 워시 의장이 미 정부의 기대와 반대로 연준 본연의 '인플레이션 파이터' 역할을 강조하며 향후 금리인상을 예고한 것이다. 이에 따라 현재 3.5∼3.75%인 기준금리를 연준이 9월이나 10월중 0.2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치솟는 시장금리 억제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와 마찰을 의식해 시점은 다소 늦어지더라도 인상의 방향성만은 뚜렷해졌다. 지난주 두 달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연 3.0%까지 올린 한국은행 역시 다시 미국과 금리차가 벌어지는 걸 막기 위해서라도 향후 금리를 더 올릴 가능성이 커졌다.미국을 비롯한 세계 중앙은행들의 긴축 전환은 우리 경제에 부담이 된다. 현재 연 7%대 초반인 시중은행 5년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이 조만간 8%대로 올라설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영끌' 부동산 투자자, '빚투' 주식투자자의 이자 상환 부담이 그만큼 커지게 된다. 초호황기를 맞은 반도체 등 수출산업과 달리 'K자형 양극화'의 다른 쪽에 서 있는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어려움도 깊어질 수밖에 없다. 7월 24일 이후 한 달 넘게 7,000선을 밑돌고 있는 코스피의 회복에도 금리상승은 악재다. 금리상승에 대응해 정부는 코로나19 팬데믹 시절 생긴 빚을 아직도 제대로 못 갚고 있는 자영업자들에게 6조 원의 부채를 탕감해주는 방안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고금리의 고통이 집중되는 취약계층에 대한 재정지원은 필요한 일이다. 다만 선진국들이 나랏빚을 과도하게 낸 후유증으로 시작된 이번 금리인상 기조가 각국의 재정적자 문제가 어느정도 해소될 때까지 오래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은 고려돼야 한다. 선심성 부채 탕감이 회생 불가능한 사업자의 폐업을 늦춰 고통을 오히려 장기화하거나, 전업을 통한 재기의 기회마저 놓치게 만드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한다.
[사설]부동산 민심 반영했지만 '방탄 법무' 논란 키운 2기 개각
이재명 대통령이 30일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후보자에 이형일 재정경제부 1차관을 지명하는 등 6개 부처 장관을 교체하는 2기 개각 인선을 단했다. 청와대 일부 참모진 인사도 발표했다. 애초 법무장관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공석만 채우는 '순차 개각'을 예상하는 관측도 있었으나, 이 대통령은 중폭 이상의 일괄 개각을 택했다. 집권 2년차에 들어선 현 정부가 최근 지지율 하락에 직면한 가운데 인적 개편을 통해 국면 전환을 시도하고 국정동력을 새롭게 확보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이번 개각에서는 민심 이반의 주된 원인이었던 부동산 정책 라인을 전면 교체했다. 그동안 이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징벌적 과세 위주의 세제 개편안과 용산공원 주택단지 개발 등 졸속 추진으로 시장의 극심한 혼선을 초래했다. 부동산 정책을 주도해 온 재정경제부와 국토교통부 수장을 동시에 교체한 것은 사실상의 문책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유임하고, 현직 차관이 모두 장관으로 승진했다는 점에서 전면적인 정책 기조 수정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64년만의 문민 장관이었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1년 1개월여 만에 직을 내려놓게 됐다. 안 장관의 방위병(단기사병) 복무 시절 군무 이탈 의혹이 재점화됐고, 사관학교 통합 추진 등에 역풍이 강하게 불었다. 육사를 졸업한 정통 엘리트 군인 출신에게 다시 국방 수장을 맡겨 정책 추진에 대한 부담을 누그러뜨리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이 대통령이 범여권 야당 인사들을 중용하며 '진영통합' 메시지를 발신한 점도 주목된다.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 용혜인 기본소득당 원내대표를 지명하고, 청와대 AI미래기획수석비서관에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을 발탁했다. 이 대통령이 최근 "(그동안) 왼쪽을 너무 안 챙겼다"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과 맥을 같이하는 행보로 해석된다. 이번 개각이 과연 국민이 납득할 만한 국정 쇄신으로 이어질지는 의문이다. 무엇보다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낙점된 김승원 의원의 인선은 논란을 부르고 있다. 김 후보자는 검찰 수사권 전면 폐지를 주도한 인물이다. 더욱이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의 공소 취소를 주장하는 의원모임의 공동대표였고, 최근 '조작기소 특검법' 공동 발의자에도 이름을 올렸다. 이런 인물을 법무부 장관에 앉히려는 것은 '본인 재판 취소용 방탄 인사'라는 야당의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돌려막기 인사'가 되풀이된 점도 실망스럽다.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부위원장에 기용된 하정우 전 청와대 AI미래기획수석은 6·3 재보궐선거에 차출됐다가 4개월 만에 공직에 복귀했다. 이번 개각은 이재명 정부의 성패를 가를 중차대한 분수령이다. 단순한 인물 교체를 넘어 국정 운영 방식의 대전환이 이루어질 때 비로소 진정한 심기일전의 계기가 마련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정부는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제기될 도덕성과 자질 논란을 겸허히 수용하고, 국민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하는 인선이 있다면 과감히 수정하는 결단력을 보여야 한다.
[사설]이제라도 대법관 제청권과 임명권의 균형점 찾아야
청와대가 조희대 대법원장이 제청한 손봉기·김성수 대법관 후보자 가운데 김 후보자의 임명동의안만 국회에 제출하고, 손 후보자에 대해서는 기존 후보군 중 다른 인물을 다시 제청해 달라고 요청했다. 사법부의 임명 제청을 대통령이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1957년 12월 이승만 당시 대통령이 법관회의가 제청한 김동현 전 대법관의 대법원장 임명을 거부한 이후 약 69년 만이다.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재제청 요구'는 헌정사상 처음이다.앞서 조 대법원장은 대법관 후보자를 제청하기 전 대통령과 협의해 온 관례를 깨고 손 후보자를 서면으로 제청했다. 손 후보자는 지난 1월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노태악 전 대법관의 후임으로 조 대법원장에게 추천한 4명 중 한 명이다. 헌법 제104조 2항은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장의 제청권과 대통령의 임명권이 조화를 이루도록 설계된 구조다.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권한을 행사하면 사법 공백은 물론 위헌 논란과 정치적 충돌을 피하기 어렵다.사태는 이미 정쟁으로 번지고 있다.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이 사전 협의 관례를 깬 것을 '사법 농단'이자 '대통령의 임명권을 무력화하려는 자의적 권한 행사'로 규정하며 대법원장 퇴진과 사법 개혁까지 주장하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과 일부 법조계는 대통령에게 대법원장이 제청한 인물의 임명 동의를 국회에 요청할 헌법상 의무가 있다며 재제청 요구야말로 위헌이자 사법부 독립 침해라고 반박한다. 정치권이 이번 사태를 정략적으로 증폭시키는 것은 국민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현행법에 재제청 절차와 요건에 관한 명확한 규정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청와대와 민주당은 대법원이 기존 추천위가 선정한 나머지 후보 가운데 한 명을 다시 제청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새 추천위를 구성하지 않은 채 제청과 거부를 반복하면 결국 청와대가 선호하는 인물이 제청될 수밖에 없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더구나 현행 법원조직법은 대법관 후보자를 제청할 때마다 추천위를 새로 구성하도록 하고 있다. 법적 근거가 불분명한 재제청 요구로 돌파구를 찾으려다 또 다른 위법·위헌 논란을 낳을 수 있는 것이다.무엇보다 지난 3월 노태악 전 대법관 퇴임으로 생긴 공석이 이미 5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다. 앞으로 이재명 대통령 임기 중에는 현 대법관 후임 10명과 2028년부터 증원되는 12명을 합쳐 모두 22명의 대법관이 새로 제청·임명돼야 한다. 지금과 같은 충돌이 인선 때마다 되풀이된다면 대법원 재판 지연과 사법 기능 마비, 국민 불신의 증폭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조 대법원장은 헌법상 제청권을 존중받아야 하지만, 대통령의 임명권 역시 형식적 절차로 치부할 수 없다. 그렇다고 사전 협의라는 관행이 헌법과 법률을 대신할 수도 없다. 청와대와 사법부는 강 대 강 대치를 멈추고 이번 사태를 제청권과 임명권의 합리적 균형점을 세우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필요하다면 재제청의 요건과 절차, 추천위 재구성 여부 등을 법률로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 헌법기관 간 힘겨루기로 사법 공백의 피해를 국민에게 떠넘기는 일이 다시는 반복돼선 안 된다. 이번 일은 누가 이기고 지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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